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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리뷰92

젤다의 전설 꿈꾸는 섬 (1993) 어렸을 적 기억을 더듬어보면, 젤다의 전설은 이해할 수 없는 무언가였다. 젤다의 노선은 슈퍼마리오, 소닉, 테트리스 같은 게임들과 결이 달랐다. 그곳엔 진짜배기 모험이 있었다. 미지의 영역을 탐험하는 즐거움, 숨겨진 장치를 찾을 때의 반가움 등. 기존 게임에선 찾아볼 수 없는 것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러나 내가 너무 어렸던 탓이었을까, 젤다의 유려한 게임 디자인은 도전이 아닌 장벽으로 다가왔다.  젤다에 다시 도전하기까지 수 년의 세월이 걸렸다. 이 무렵 나는 몸도 마음도 한 층 커져 있었고, 젤다의 도전장에 정면으로 부딪히기로 했다. 받아 든 성적표는 처참했다. 은 보통 어려운 게임이 아니었다. 걸핏하면 진행이 막혀, 맨땅에 헤딩하는 심정으로 별의별 시도를 했다. 공략을 보고 싶어도 주변엔 깬 사람이.. 2022. 12. 31.
428 봉쇄된 시부야에서 (2008) 솔직히 고백하건대 비주얼 노벨이란 장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블로그에서 종종 연애 게임을 다루기도 하고, 비주얼 노벨 게임을 언급한 적도 있었다. 근시일 내에 엘프 게임을 하나쯤 더 조명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 그럼에도 비주얼 노벨을 좋아하지 않는다니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다. 비주얼 노벨을 이해하려면 우선 사운드 노벨 이야기를 할 필요가 있다. 춘소프트는 소설의 게임화를 꿈꾸며 를 출시, 사운드 노벨이란 장르를 제창했다. 배경화면을 뒤로 한채 텍스트가 화면을 덮는 구성. 적절한 효과음이 글에 몰입감을 더해준다. 사운드 노벨이란 이런 것 춘소프트는 을 내놓으며 사운드 노벨의 가능성을 한껏 펼쳐 보았다. 춘소프트의 성공은 성인 게임 업계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때 그 시절 성인 게임들은 비주얼 노벨 같.. 2022. 12. 8.
백 년의 봄날은 가고 (2022) 꼬맹이 시절 FMV를 처음 봤을 때의 놀라움을 잊지 못한다. 비록 그 게임이 드래곤즈 레어였는지, 7번째 손님이었는지, 판타즈마고리아였는지 잘 기억나진 않지만, 게임 속에서 제대로 된 동영상이 나온다는 것만으로도 신기할 따름이었다. 저 멀리 비디오테이프 얘기할 것도 없이, 동영상을 다운 받아 PMP에 일일이 집어넣던 때가 불과 15년 전의 일이다. 게임 속 컷 신을 4K로 즐길 수 있는 현재, FMV가 누렸던 '게임에서 동영상이 나온다'는 특권은 송두리째 사라졌다. 그럼에도 FMV는 사멸되지 않았다. AAA 게임을 보고 흔히 영화 같다고들 표현하나, 실사 영화와 AAA 게임의 컷 신은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의 컷신과 을 보고 어느 쪽이 영화인지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영화에 대한 게임계의 동경은 .. 2022. 10. 25.
유희왕 마스터 듀얼 (2022) 오프라인 카드게임이 비디오 게임 이식에 소극적인 것과 대조적으로, 유희왕 프랜차이즈는 1998년부터 연간 2개꼴로 40여 개의 게임을 쏟아냈다. 마리오, 포켓몬스터, 건담 같은 몇몇 예외를 제외하면 사골도 이런 사골이 없다. 그러나 만화 원작 게임이 대개 그렇듯이, 게임의 퀄리티는 들쭉날쭉했다. 이러한 인식을 바꾼 것이 였다. 은 듀얼 시뮬레이터로서, 는 애니메이션 팬이 만족할 작품으로 정점을 찍었다. 2021.07.14 - [게임 리뷰] - 유희왕 익스퍼트 2006 (2006) 유희왕 익스퍼트 2006 (2006)TCG란 카드를 수집, 교환하여 덱을 만들고 경쟁하는 장르다. 매직 더 개더링(MTG)이 탄생한 지 어연 30년, 관련 비디오게임의 숫자는 굉장히 적은 편이다. 한 테이블이 마주 앉아, 대.. 2022. 9. 27.
파이터즈 히스토리 다이너마이트 (1994) 격투게임은 오락실 업주들에게 사랑받는 장르였다. 싱글 플레이 20분, 대전 한 판에 걸리는 시간 최대 5분. 실력이 낮은 사람은 3분도 채 안 돼서 자리를 비워줘야 했다. 기존 장르에 비해 회전율이 월등히 빨랐던 것이다. 제작사 역시 이 점을 잘 알고 있어서, 스파 2 클론을 만들어 게임을 편하게 제작하는 길을 택했다. 그만큼 격투게임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사람들이 차고 넘치는 시절이었다. 는 데이터 이스트에서 출시한 스파 2 클론 게임이었다. 사실 스파 2를 베낀 게임은 헤아리기도 힘들 정도로 많았다. 그 중 가장 닮았던 것은 일 것이다. 그러나 캡콤은 가 아닌 를 타깃으로 삼았다. 왜 하필 였던 걸까. 당시 재직자들도 명확하게 모르는 것을 내가 어찌 알겠냐만은. 캡콤은 데이터 이스트를 고소했고, 데이.. 2022. 9. 11.
소닉 더 헤지혹 2 (1992) 드래곤볼의 전세계적인 히트는 게임계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온갖 드래곤볼 게임들이 밀리언 셀러를 달성했고, 사방에서 드래곤볼 패러디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첫 작부터 메가톤급 히트를 기록한 소닉이 드래곤볼 열풍에 참여할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카오스 에메랄드는 6개에서 7개로 늘어났고, 전부 다 모으면 슈퍼 소닉으로 변신할 수 있다. 슈퍼 소닉은 영락없는 초 사이어인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오우 쉣, 드래곤볼에 환장하던 나로서는 반갑기 그지 없었다. 게다가 협력 플레이라니. (이하 소닉 2)는 2인 플레이를 지원하는 게임이었다. 아케이드 게임이라면 모를까, 가정용 플랫폼 게임에서 협력 플레이를 구현한 게임은 흔치 않던 시절이었다. 물론 같은 돌연변이가 있었지만 이 또한 와는 달랐다. 는 혼자서 즐겨.. 2022. 8. 19.
소닉 더 헤지혹 (1991) 경쟁은 발전을 촉진시킨다. 닌텐도는 엄격한 품질 관리 시스템을 통해 수많은 걸작들을 탄생시켰다. 더 이상 콘솔 시장에서 닌텐도의 적수는 없어 보였다. 닌텐도가 약진하던 무렵 세가가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세가는 1983년부터 콘솔을 만드는 회사였는데, 승승장구하던 아케이드 사업과 달리 콘솔 시장의 실적은 부진했다. 세가의 게임기는 서드파티의 부재로 흥행에 실패하고 있었다. 1988년 10월 29일, 패미컴의 열기가 식지 않았던 때에 메가 드라이브가 출시되었다. 메가 드라이브의 성능은 훌륭했지만 세가의 정책은 큰 변화가 없었다. 그들은 자사의 아케이드 게임을 집으로 배달하는 것 외에 관심이 없어 보였다. 멀쩡히 내놓은 새 제품을 이번에도 말아먹은 것이다. 메가 드라이브는 합당한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잊히는 .. 2022. 8. 13.
런 앤 건 (1993) '마지막 승부'는 역대 스포츠 드라마 중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작품이었다. 그 해 농구 대잔치는 허재, 이상민, 서장훈, 우지원 등 걸출한 스타들이 모여 문전성시를 이뤘고, 당시 청소년기를 보낸 사람치고 슬램 덩크를 읽지 않은 사람이 없을 지경이었다. 그때 그 시절, 한국 사회를 대표하는 키워드는 '농구'였다. 물 건너 NBA에서는 마이클 조던이 활약하고 있었다. 한국에서 해외 스포츠를 접하기 힘든 시기였음에도 불구, 조던은 국내에도 팬을 수출하며 놀라운 커리어를 만들어 냈다. 조던은 종목, 국적을 넘어 세계 최고의 스포츠 선수로 받아들여졌고, 시카고 불스의 23번 유니폼은 거리에서 친숙하게 볼 수 있는 패션이 됐다. 그의 이름을 딴 에어 조던은 마케팅 역사에 한 획을 그을 정도로 엄청난 판매고를 .. 2022. 7. 19.
덩크 드림 '95 (1995) 1년 만에 나온 후속작. 제목부터 어지럽다. 이 게임은 Dunk Dream '95(일본) Hoops '96(유럽) Hoops(북미), 이름이 총 세 가지나 된다. 내수판과 수출판 이름이 다른 게임은 얼마든지 있지만, 유럽판과 북미판의 이름이 다른 게임은 보기 드문 편이다. 게다가 내수판 제목과는 달리, 수출판 제목은 어떤 게임의 후속작인지조차 불분명하다. (Street Hoop(유럽), Street Slam(북미)) 수출판의 흥행이 썩 좋지 않았던 걸까? 전작은 준수한 아케이드 농구 게임이었다. 은 아케이드 특유의 가벼움, 경쾌함이 일품인 게임이었으나, 깊이가 얕았고 공수 밸런스가 나쁘다는 문제가 있었다. 그런 이야기가 개발과정에서 오갔던 것인지, 의 아나운서는 분위기가 달라져, 전작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2022. 7.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