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볼의 전세계적인 히트는 게임계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온갖 드래곤볼 게임들이 밀리언 셀러를 달성했고, 사방에서 드래곤볼 패러디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첫 작부터 메가톤급 히트를 기록한 소닉이 드래곤볼 열풍에 참여할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카오스 에메랄드는 6개에서 7개로 늘어났고, 전부 다 모으면 슈퍼 소닉으로 변신할 수 있다. 슈퍼 소닉은 영락없는 초 사이어인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오우 쉣, 드래곤볼에 환장하던 나로서는 반갑기 그지 없었다. 게다가 협력 플레이라니.
<소닉 더 헤지혹 2>(이하 소닉 2)는 2인 플레이를 지원하는 게임이었다. 아케이드 게임이라면 모를까, 가정용 플랫폼 게임에서 협력 플레이를 구현한 게임은 흔치 않던 시절이었다. 물론 <칩과 데일의 대작전, 1990> 같은 돌연변이가 있었지만 이 또한 <소닉 2>와는 달랐다. <소닉 2>는 혼자서 즐겨도 테일즈가 알아서 따라오게끔 만들어졌다. 플레이어 수와 관계없이 테일즈가 협력하는 건 기정 사실이었던 것이다.
테일즈는 플레이어의 점프에 반응하여 점프한다. 테일즈가 피격되면 잠시 리타이어된 후 금세 부활한다. 소닉의 목숨은 한정적이나, 테일즈의 목숨은 무한하다. 이런 테일즈를 CPU가 아닌 2p가 잡으면 어떻게 될까. 보스전이 공짜처럼 느껴질 것이다. 소닉이 위험을 무릅쓸 필요 없이 테일즈를 보내면 만사 해결이다. <소닉 2>는 2p 유무에 따라 난이도가 급변하는 게임인 것이다.
또 하나의 중요한 변화는 스핀이다. 스핀이 추가되면서 <소닉 2>는 전작 대비 빠른 속도감을 보여주었고, 자칫 늘어질 수 있는 구간을 스킵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구간을 빠르게 스킵한다는 것은 맵에 오브젝트를 오밀조밀하게 깔 필요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소닉 2>는 속도감을 얻은 대신 맵 구성의 아기자기함을 덜어낸 것이다.
슈퍼 소닉이 되기 위해선 보너스 스테이지에서 카오스 에메랄드를 전부 모아야 한다.
그러나 전작의 보너스 스테이지와 비교하면 문제점이 상당한데, 보고 대응할 시간이 부족한 장애물, 부족한 시간, 부족한 링, 혼자서 깨기 힘들다, 달달 외워야 하는 구성 등 깔 거리가 넘쳐나기 때문이다.
그 중 백미는 CPU 테일즈가 장애물에 부딪혀 링을 잃어버렸을 때다. CPU 테일즈는 플레이어의 점프에 맞춰 점프하는데, 점프를 뛰기 전에 살짝 딜레이를 주기 때문에 소닉은 피했는데 테일즈는 피하지 못한 상황이 펼쳐진다. 링을 잃어버린 순간 스테이지 클리어는 물 건너간다. 오우 쉣.
여기까진 어떻게든 참았다. 진짜 문제는 카오스 에메랄드를 전부 모은 직후에 발생한다. <소닉 2>는 링을 50개 이상 모은 후 점프하면 슈퍼 소닉으로 변하는데, 스테이지를 클리어하고 나서 점프를 뛰면 위와 같은 버그가 발생한다. 별 생각없이 클리어하고 점프를 눌렀을 뿐인데 게임이 멈춘 것이다. 몇 분 동안 허공 답보를 선보이는 소닉. 게임을 재시작하려고 해도 <소닉 2>는 저장을 지원하지 않는 게임이다. 즉, 이 버그에 걸리면 얄짤없이 처음부터 다시 해야한다. 이 상태로 짜증나는 보너스 스테이지를 어찌 다시 한단 말인가.
이미지 출처 : https://youtu.be/Zo1e7N75RXU
필요한 내용은 <소닉>에서 많이 다룬만큼, <소닉 2>를 자세히 다룰 필요는 없을 것이다. <소닉 2>의 엔딩은 지금도 기억 한 켠에 남아있을 정도로 깊은 여운을 남겼다. 그동안 플랫폼 장르에서 감동이란 도전에 따라오는 부산물이라 생각했는데...
평가 점수 ★★★★
전작보다 빨라진 속도감, 독특한 2p 시스템, 2p와의 대결 모드까지.
그러나 보너스 스테이지의 구성은 썩 좋지 못하며, 힘들게 슈퍼 소닉이 돼도 '버그'라고 하는 또 하나의 산을 넘어야 한다. 스테이지를 클리어한 뒤 조용히 있으면 볼 일 없는 버그지만 이걸 무슨 수로 알겠는가. 운 나쁘게 걸린 버그였다면 이렇게 화가 나지도 않았을 것이다.
<소닉 2>는 클래식 소닉을 새롭게 정의한 멋진 게임이다. 몇 가지 버그가 있다고 해서 나쁜 평가를 내리고 싶지 않지만 그래도 정도라는 게 있다. <소닉 2>의 버그는 게임의 평가를 깎아내릴 정도로 치명적이다. 처음부터 슈퍼 소닉을 포기했다면 이런 감상을 남기지 않았을텐데... 괜히 게임 열심히 해서 제 살 깎아먹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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