윙스팬(2019)은 '새'를 테마로 한 예쁜 일러스트가 돋보이는 보드게임이다.
스팀에서 게임 대축제: 여름 에디션을 진행하면서 윙스팬이 비디오게임으로 나온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마침 보드게임, 카드게임 모두 관심이 있었던 터라 흥미가 생겼다.
체험판 시절엔 한글을 지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왕이면 제대로 해보고 싶어 정식판이 나오길 기다렸다.
<윙스팬>은 보드게임이자 카드게임이다. 대부분의 카드게임은 자신만의 덱을 짜야하지만, 이 게임은 모든 플레이어가 하나의 덱을 공유한다. 덱이라는 표현보다는 보드게임 <부루마블>의 황금열쇠를 떠올리면 이해가 빠를 것 같다.
파란색 사각형(빨간 원)은 남은 차례가 몇 번인지 알려준다.
1라운드는 8차례, 2라운드 7차례, 3라운드 6차례, 4라운드는 5차례가 주어진다.
총 4라운드로 진행되는 게임.
왼쪽에 녹색, 황색, 청색으로 표시된 서식지가 보인다.
숲(녹색)에서 숲에 사는 새를 내거나, 모이를 얻을 수 있다.
초원(황색)에서 초원에 사는 새를 내거나 알을 낳는다.
습지(청색)에서 습지에 사는 새를 내거나 카드를 뽑는다.
자기 차례에 할 수 있는 플레이는 다음과 같다.
네 가지 선택지 중 어느 쪽을 골라도 차례가 끝난다.
ⓐ새를 낸다
ⓑ모이를 얻는다
ⓒ알을 낳는다
ⓓ카드를 뽑는다
화살표가 가리키고 있는 숲(녹색) 아이콘은 새가 살 수 있는 서식지를 나타낸다.
즉, 캐롤라이나박새는 숲에서만 살 수 있는 것.
카드에 씨앗 / 무척추동물이라고 적혀있다면 '씨앗' 또는 '무척추동물' 하나를 소모해야 낼 수 있다.
검독수리를 내려면 쥐 세 마리가 필요하지만, 쥐 1마리를 다른 먹이 2개로 대체할 수도 있다.
전혀 상관없는 모이도 모아두면 쓸 데가 있다.
구멍 둥지에서 살아가는 캐롤라이나박새.
ⓐ 구멍 둥지
ⓑ 플랫폼형 둥지
ⓒ 지상형 둥지
ⓓ 그릇형 둥지
ⓔ 야생형 둥지
다섯 가지 둥지 중에선 모든 둥지의 상위호환인 야생형 둥지가 으뜸이다.
둥지 자체는 아무런 힘이 없지만, 둥지 전용 카드나 보너스 목표가 있어 간접적인 혜택을 볼 수 있다.
능력은 '활성화할 때, 놓을 때, 매 차례 사이에 한 번만' 세 종류가 있다.
'활성화할 때'란 모이를 얻을 때, 알을 낳을 때, 카드를 뽑을 때를 말한다. 캐롤라이나박새를 낸 상태에서 모이를 얻으면 능력이 활성화되는 것.
그러나 초원에서 알을 낳거나, 습지에서 카드를 뽑았다면 캐롤라이나박새의 능력을 쓸 수 없다.
캐롤라이나박새는 숲에 서식하기 때문에 숲에서 모이를 찾을 때만 능력이 활성화된다.
'놓을 때'는 말 그대로 새를 놓을 때 1번만 적용되는 것이다.
새가 새를 사냥하는 것 또한 구현되어 있다
새의 날개폭 또한 은근히 중요하다. 게임도 즐기고 새에 대한 정보도 얻고.
41cm 사냥 성공!!
사냥된 새들은 나중에 점수로 환산된다.
'매 차례 사이에 한 번만'은 상대가 어떤 행동을 했을 때 발동되는 능력으로, 상대의 특정 행동을 견제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새 카드 아래에는 알 슬롯(빨간 원)이 있다.
새마다 품을 수 있는 알의 갯수가 다름.
숲에서는 A(빨간 원) 부분을 눌러 모이를 얻을 수 있다.
처음에는 1번에 1개밖에 얻을 수 없다.
모이통에 남은 모이가 없거나, 남은 모이가 전부 같다면 모이통 전체를 초기화할 수 있다.
초원에서는 비슷한 방식으로 알을 낳을 수 있으며, 처음에는 2개의 알을 낳을 수 있다.
'오픈된 세 장의 카드' 또는 '뒷면으로 된 카드' 중 1장을 고르면 된다.
초원에 새를 두 마리 내면 낳을 수 있는 알이 3개로 늘어난다.
같은 서식지에 새를 많이 낼수록 행동이 강화된다.
두 번째 슬롯에 새를 내기 위해 알을 소모해야 한다.
새를 두 세 번째 슬롯에 내려면 1개의 알을, 세 네 번째 슬롯에 내려면 2개의 알을 소모해야 한다.
같은 서식지에 새를 여럿 내면 행동이 강화되지만, 그만큼 패널티도 상당하다.
오른쪽 위에 라운드 종료 목표(빨간 원)가 표기되어 있다.
라운드 종료 목표는 매 게임마다 다르게 책정되므로 변수가 많다. 스샷의 목표를 예로 들면,
1라운드 = 숲에 있는 모든 새의 수
2라운드 = 그릇형 둥지가 표시된 새 카드에 알 1개 이상이 올려진 모든 새의 개수
3라운드 = 초원에 있는 새에 놓여져 있는 모든 알의 개수
4라운드 = 자신의 보드에 나와있는 모든 새의 개수
라운드 종료 목표를 달성하면 추가점수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모든 라운드 목표를 노리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자신이 달성할 수 있는 목표를 정해 집중적으로 노려보도록 하자.
게임을 시작하면 새 카드, 음식을 합쳐 5개를 고르고, 보너스 카드를 1장 골라야 한다.
고를 수 있는 카드와 라운드 종료 목표가 모두 랜덤이기 때문에 정해진 빌드가 없다. 여러 상황을 따져보고 상황에 맞게 고르도록 하자.
보너스 카드는 게임의 대전략을 결정하는데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패를 쓰는 게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보너스 카드 '몽상가'처럼 패를 불려야 좋은 카드도 있다.
도전과제의 설명에 따르면 보너스 카드를 가진 새는 멸종위기종이라고 한다.
새를 플레이할 때 해설이 나오고, 카드 텍스트에서도 새에 대한 실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등 교육적 자료로서의 역할도 충실하다.
보통 생각하는 어설픈 교육용 게임과는 달리, 이 게임은 새에 대한 흥미를 붙일 수 있게끔 재미있게 구현된 것이 장점. 교육용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게임으로서 봐도 재미있게 잘 짜여져 있다. 새에 대한 정보는 어디까지나 덤인 것이다.
영상에서 볼 수 있듯 새들이 움직이고 지저귀며 편안한 음악이 나온다. <윙스팬> 트레일러 영상에서는 이 게임을 휴식 전략 게임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상대가 어떤 행동을 했는지 플레이 로그를 지원했다면 더 좋았을 것을. 치유되다가 가끔 화가 날 때가 있다.
매치메이킹은 한 차례에 5분짜리 모드(실시간)를 주로 이용하는데, 여타 카드게임과 다르게 1:1:1로 진행되는 방식이다. 이런 점이 보드게임답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매치메이킹에 큰 결함이 있는데, 한 명이라도 이탈되면 그 시점에서 게임이 종료된다는 것이다.
물론 탈주 패널티가 적용되긴 하지만, 탈주로 방이 파토나게 되면 허탈감이 상당하다. 이 게임은 랭크게임이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탈주하지 않은 사람들은 받을 보상이 없다.
이 게임은 한 차례에 5분이나 줄 정도로 한 게임의 호흡이 무척이나 길다.
1시간 동안 플레이하다가 한 명이 탈주를 하게 되면 그 허탈감이 얼마나 클까? 보드게임은 아는 사람들끼리 직접 만나 플레이하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없다. 하지만 이 게임은 다르지 않나.
그렇다면 싱글 플레이가 잘 되어있을까? 커스텀 게임은 AI와 겨룰 수 있으며 의외로 잘하는 편이다. 오토마는 보드게임에 시절에 있던 오토마 룰로 진행되는 것인데, 오토마 룰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여 내가 왜 이겼는지(혹은 졌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보드게임의 혼자 노는 룰을 가져온 것인데, 비디오게임으로 이식하면서 오토마의 장점이 퇴색된 것 같다.
별도의 스토리, 챌린지 모드 같은 것조차 없다. 싱글 컨텐츠가 부실하다보니 도전과제를 따는 게 정식 컨텐츠가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이 게임을 선뜻 추천하기란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같이 할 사람들이 있다면 충분히 만족감을 주는 게임이다. 그러나 혼자서 하기에 싱글플레이는 나사가 빠졌고, 멀티플레이는 사람들의 신뢰에 기대고 있다.
멀티 도중에 알트탭을 해놓고 웹서핑을 해도 자신의 턴이 돌아오면 알아서 스팀에서 알림을 보내온다.
상대 턴 동안 카운팅을 하며 게임에 집중해도 되고, 딴짓을 하면서 차례가 될 때만 즐겨도 된다. 덕분에 게임 템포가 길어도 큰 부담이 되지 않았다.
게임 양상은 어떠한가. 다양한 플레이가 가능한 깊이있는 맛이 있는 게임이지만, 상대 플레이에 개입하는 능력이 별로 없어 견제가 잘 되지 않는다. 처음에는 역전이 잘 안 된다고 생각했는데, 보너스 목표와 라운드 종료 목표를 잘 노린다면 역전할 수 있어 그럭저럭 괜찮은 편이다.
특정 카드를 집었을 때 초원 전략이 매우 강하다.
예를 들어 '큰까마귀'는 알을 낳았을 뿐인데 숲(모이 획득) 역할이 가능하고,
프랭클린 갈매기, 상띠물떼새는 알을 낳으면서 동시에 습지(카드 뽑기) 역할을 수행한다. 초원에 새를 가득 채운다면 알을 4개씩 낳는다. 새를 많이 내려면 알을 소모해야 하고, 알의 숫자는 곧 점수로 이어진다. 라운드 목표도 알 갯수와 연계된 게 많다.
이처럼 게임이 잘 풀리면 초원 전략 만큼 위협적인 것이 없는데, 이 게임은 정해진 빌드로 시작할 수 없게끔 랜덤성이 심한 편이다. 몇몇 카드의 무너진 밸런스와 별개로 게임 양상이 다양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도 첫 패의 랜덤성은 너무 심하지 않은가, 멀리건 같은 게 한 번은 있어야 하지 않았을까?
얼마 전에 들어가보니 신규 카드가 업데이트됐다. <윙스팬>의 사후지원은 버그픽스, 맵 변화, 시스템 변경 뿐인 줄 알았는데 놀랍다. 아무래도 보드게임 출신이다보니 업데이트를 예상하지 못했다. 앞으로 확장팩(유럽, 오세아니아)의 카드들을 하나둘씩 업데이트해줄 생각인 것 같다. 과연 언제쯤 플레이할 수 있을런지.
평가 점수 ★★★
아름다운 테마, 예쁜 일러스트, 지저귀는 새소리가 마음을 씻어주는 보드게임.
게임 템포가 느린 편이라 호불호가 갈리지만, 캐주얼한 전략게임을 하는 재미가 있고 나름대로 깊이가 있다. 처음에 접했을 때는 상대 견제가 어려운 게임처럼 느껴졌지만, 적응이 되니 은근히 상대를 견제하는 플레이가 가능하다. 상대방과 공방을 주고받기 보다는 내 플레이에 충실한 스타일의 게임이며, 변수가 많아 매판이 새롭게 느껴진다. 리플레이 가치가 높은 게임인 셈이다.
보드게임으로서 완성도가 괜찮은 게임이라 생각하지만, 비디오게임 <윙스팬>은 혼자 즐길만한 게 별로 없고 멀티 플레이가 불완전하다. 적어도 한 명이 탈주했을 때 남은 사람들끼리 1:1 대결을 할 수 있게 만들었다면 훨씬 좋은 평가를 매겼을 것이다. 끝까지 플레이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추천하는 게임이지만, 비디오 게임으로서의 완성도는 다소 어설프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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