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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리뷰

제2의 나라 (2021)

by 눈다랑어 2021. 7. 16.

솔직히 할 생각이 없었던 게임이었다.

"지브리 풍의 아트스타일, 니노쿠니 ip는 좋다. 그런데 넷마블에서 만들었잖아?" 평소 모바일 MMORPG에 대해 좋지 않은 시선을 갖고 있었고, 3N 게임을 기피하는 마음도 컸다. 관심이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지만, 할 이유보다 안 할 이유가 훨씬 컸다.

 

한국에서 3N 게임들은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지만, 정작 3N을 좋게 이야기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나 역시도 3N 비판론자 중 하나다. (물론 가뭄에 콩나듯 좋은 게임이 나오기도 하지만) 그러나 게임을 해보지도 않고 떠들어봤자 설득력이 없는 법. 썩 내키지 않아도 해보고 욕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제2의 나라>를 설치했다. 첫 만남은 불순한 동기에서 시작된 것이다.

 

우선 이 게임의 모티브가 된 원작부터 이야기해보자.

<니노쿠니: 하얀 성회의 여왕, 2011>(이하 니노쿠니)은 지브리 풍의 RPG로, 애니메이션은 스튜디오 지브리, 음악은 히사이시 조, 개발은 레벨 파이브가 담당한 PS3 게임이다. 레벨 파이브는 세간에 잘 알려진 게임회사도 아니고, 게임 역사에 길이 남을 명작을 개발한 회사는 더더욱 아니다. 하지만 <요괴워치> <이나즈마 일레븐> <레이튼 교수> 등의 좋은 ip를 보유했으며, PS2 초기를 빛낸 RPG <다크 크로니클, 2002>(한국명 : 다크 클라우드 2)의 개발사이기도 하다.

 

비록 레벨 파이브의 네임 밸류가 조금 부족하긴 하지만, 지브리, 히사이시 조, 레벨파이브의 결합은 스퀘어, 에닉스, 토리야마 아키라의 합작품 <크로노 트리거, 1995>를 연상시킨다. 그러나 PS3 시절은 한글화 타이틀이 크게 축소되었던 시기로, 제 아무리 대형 프로젝트라도 '노한글'이면 장사가 없다. 심지어 PS4 게임인 <니노쿠니 2: 레버넌트 킹덤, 2018>(이하 니노쿠니 2) 역시 한글화가 안 되는 바람에, 한국에서 니노쿠니 프랜차이즈란 그림의 떡 같은 것이었다. <제2의 나라>는 한국 게이머의 한을 풀어줄 수 있을까?

 

공식 광고의 한 장면

공격적인 마케팅 덕분인지 자주 광고를 접할 수 있었다.

그중에서도 게임에 대해 소개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는데, 그 중 하나를 소개해보고자 한다.

 

지브리 + 히사이시 조?

아무리 3N 게임이어도 기대감이 생길 수밖에 없는 조합이다. 그러나 <제2의 나라>는 지브리와의 협업으로 만들어진 게임은 아닌데, 이미 <니노쿠니 2>가 나올 무렵 스튜디오 지브리가 해체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광고에서도 두루뭉술하게 표현하고 있다. <제2의 나라>에서 사용된 음악들은 니노쿠니 1, 2에서 사용된 음악을 재활용했기 때문에 특별히 새로운 것은 아니다. 과대광고까진 아니지만 조금 아쉬운 부분.

 

광고의 한 컷

홍진호와 딘딘과의 대담.

넷마블에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세계관에 대한 몰입도와 집중도라...

독특한 아트스타일을 내세웠는데 세계관이 안 받쳐주면 무슨 소용이겠는가. "이 세계를 진정으로 사랑하게 만들 수 있을까" 이것이 넷마블 개발진이 갖춰야 할 제1 과제였을 터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당연히 실패했다.

 

* 블루스택을 이용해 저사양으로 플레이하였습니다.

5명의 캐릭터 중에서 하나를 골라야 한다.

 

엔지니어를 고르기로 함.

 

캐릭터 꾸미기

MMORPG 답게 이런 점이 잘 되어있다.

 

현실 세계로 보이는 곳

내가 꾸민 캐릭터가 캡슐 안에 누워있다.

 

가상 공간?

 

AI 같은 캐릭터가 설명을 해준다.

 

게임 속의 게임.

 

갑자기 AI의 몸이 이상해지더니 사람으로 변했다.

 

AI와 눈 앞의 소녀는 다른 인물인 것 같다.

대체 뭔 소릴 하는 건지 모르겠는데...

 

영문 모를 말을 남기고 사라져 버렸다.

 

다시 눈을 뜨니 온통 불바다로 뒤덮여 있다.

 

이 비호감 생물은 머꼬??

 

성은 무너지고 있었고, 누군가가 여왕을 위협하고 있다.

 

일단 얘를 따라서 오긴 왔는데, 암만 봐도 진짜 비호감이다.

 

여왕은 대번에 플레이어의 정체를 눈치챈 듯하다.

아까 그 소녀와 묘하게 닮았는데, 물어볼 새도 없이 워프시켜 버린다.

수호석이니 세계의 운명이 어쩌니 하면서.

 

어딘가로 날아온 쿠우와 플레이어

플레이어는 영문도 모른 채 이곳으로 떠내려왔다. 나로서는 왜 여왕을 구출해야 하는지, 왜 이 비호감 생물의 말을 들어야 하는 건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 사정이 딱하게 된 것 같지만 그건 네 사정이고 내가 구해야 할 이유가 없잖아?

 

그렇다면 원작은 어떨까? <니노쿠니>에선 이세계(2의 나라)로 가게 되었는지 명확한 이유가 있다. 반면 <니노쿠니 2>는 트럭에 치여 이세계에서 전생하는 수준의 플롯이다. 이세계로 온 주인공이 자신이 처한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주변을 탐색한다. 시나리오가 허술하지만 주인공의 동기 자체는 이해할 수 있다. 그에 비해 <제2의 나라>는... 벌써부터 원작을 안 해본 느낌이 물씬 난다.

 

퀘스트는 화면 왼쪽(빨간 원)에 표시된다. 빨간 동그라미 친 부분을 터치하면 알아서 퀘스트를 진행한다. 심부름, 발견, 채집, 사냥 퀘스트 모두 터치 한 번으로 자동 진행이다. 스스로 생각하고 조작하는 걸 좋아하는 입장에선 영 탐탁치 않게 느껴졌다.

 

내심 이렇게 생각했지만 그냥 하기로 했다. 모바일 MMO에는 모바일의 습성에 맞춘 조작 체계가 있는 것이고 내가 모르는 재미가 있겠지. 화면을 진득하게 볼 수 없는 직장인들, 그런 사람들을 대상으로 했을 테니 이 정도는 감수해야지. 전략적인 선택이라던가 아이템 세팅 같은 재미가 있을 것이야. 그렇게 믿자.

 

이마젠은 펫이 되어버렸다

원작 <니노쿠니>에서는 이마젠이 죽으면 곧바로 게임 오버가 된다. 이런 시스템 때문에 이마젠은 펫이라기보다는 동반자 같은 느낌을 받았는데, <제2의 나라>에서는 단순한 펫처럼 묘사된 게 아쉽다.

 

전투에 도움되는 펫,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원작 설정이랑 다르네? 이런 건 다른 게임에도 흔하잖아? 

내가 좀 더 현명했다면 이 시점에서 도망갔어야 했다. 어차피 시작한 거, 리뷰할 수 있을 때까지 해보자. 아무런 기대도 하지 않고 시작한 게임이지만, 이런 스타일이 인기 있는 건 나름의 이유가 있을 터. 그렇다면 1% 정도의 기대는 해도 좋지 않을까?

 

동의하기 힘든 대사

클로이의 안내를 받아 도착한 에스타바니아. 대체 뭐가 굉장하다는 거야? 시점이 제한되어 사방을 둘러볼 수도 없고, 대단한 구조물을 보여주지도 않았다. <제2의 나라>는 때깔은 곱지만 연출은 부족하다. 별 거 없는 대사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이런 세세한 부분이 몰입감 있는 세계를 만들어 낸다고 생각한다. 점점 광고 내용에 불신이 생긴다. 어딜 봐서 세일즈 포인트가 '세계관에 대한 몰입도'라는 거야? 전혀 몰입이 안 되고 있구먼.

 

국왕을 만나려 하지만 단칼에 거절당한다.

모르는 사람을 국왕이 만나줄 리가 없지.

 

시민증을 얻는 것보다 제비상회의 용병패가 만만해 보인다.

곧바로 제비상회로 향하는 주인공 일행.

 

맵에서 갈 곳을 찍으면 알아서 움직인다.

 

이동시간이 상당히 길다

과연 이동하는 게 재미있을까? 당연히 재미가 없다. 미션을 클릭하면 알아서 척척 진행되니 길을 찾는 재미가 없다. 가는 길에 볼거리가 풍성하면 그거 보는 재미로 살겠는데 그렇지가 못하다. 지브리 풍이라는데 정작 2011년작 <니노쿠니>보다도 못한 필드 디자인이다. 캐릭터만 지브리이지, 필드나 구조물이 지브리인 것은 아니다. 어차피 볼 것도 별로 없지만, 눈 앞에 펼쳐진 지형을 최소한의 UI로 관람하는 기능조차 없다.

 

멋진 경치를 즐기려면 UI 최소화 정도는 지원했어야 하지 않을까?

<레드 데드 리뎀션 2, 2018>은 이동하는 순간조차 아름다운 게임이다. 말이 달그닥 소리를 내며 리드미컬하게 뛰는 것, 수풀을 스쳐 지나갈 때의 상호작용, 압도적인 풍광. 자동 이동(시네마틱 모드)조차 경치를 즐기는 맛이 살아난다.

 

물론 이 둘의 비교는 부당한 측면이 있다. 그렇다면 같은 모바일 게임인 <원신, 2020>과의 비교는 어떨까? 그래픽 품질 문제를 떠나서(원신과 비교하면 죄다 쭈구리 신세가 될 수밖에 없다.) 배경을 보며 힐링되는 기분은 <원신> 쪽의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다.

 

탁 트인 장면이 가슴을 뻥 뚫리게 만든다

이동하면서 볼 거리도 별로 없고, UI를 끄고 배경을 감상할 수도 없다. 주변 풍경을 보기 위해 세 가지 카메라 시점을 돌리는 게 고작이다. 이동시간이 길지만 이동을 잘 활용하지 못한 게임이다. 오히려 <레드 데드 리뎀션 2>나 <원신>보다는 오래 전 게임인 <대항해시대 온라인, 2005>과의 비교가 나을 수도 있겠다.

 

<대항해시대 온라인>은 17년 차 서비스 중인 장수 게임이다. 이동시간이 길어 항해를 따분하게 여기는 사람도 많지만, <제2의 나라>와 비교하면 대항온의 이동은 힐링 그 자체다.

 

대양을 건너면서 브금을 듣는다. 배경에 큰 변화가 없는데도 마음이 편안해진다. 사운드트랙을 적절하게 배치한다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낀다. <제2의 나라>는 기존 음악을 재활용했지만 원작 <니노쿠니>만 못한 활용도를 보여준다. 넷마블의 니노쿠니 ip에 대한 이해도가 실망스럽게 느껴졌다.

 

메인 스토리를 진행하려면 우선 민심을 얻어야 한다. <제2의 나라>는 민심을 얻는 과정이 명성이라는 시스템으로 구현되었다. 사람들이 주는 서브퀘스트를 수행하다 보면 길이 열린다. MMORPG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요소다.

 

마을 광장에서 소란을 피우는 사람들

"어차피 게임일 뿐인데"라고 떠들어 대는 걸 보니 플레이어 설정의 NPC인 것 같다.

 

플레이어(NPC) 무리를 제압한 주인공

이 장면에서 닷핵 시리즈가 생각났다. 닷핵 시리즈는 온라인 게임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싱글 RPG다. 그러나 <제2의 나라>는 명백한 온라인 게임이다. 이런 설정은 싱글 게임으로 만들 때 빛난다고 생각하는데, 걱정되면서도 한 편으로 기대감이 싹튼다.

 

클래스 스킬, 스페셜 액티브, 스페셜 패시브는 각각 3개까지만 세팅 가능

익숙한 인터페이스를 보니 양산형 모바일 MMO 같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왜 불길한 예감은 속속들이 잘 맞는 걸까?

 

단순한 전투

액티브 스킬이 6개씩이나 있으면 콤보도 있고 각각의 쓰임새가 있을 것이다. 그렇게 믿고 싶었던 때가 있었다. 콤보는 없다시피 하고, 스킬들은 쓰임새가 제대로 분리되어 있지 않다. 그저 이펙트가 다른 스킬 1, 2, 3에 불과하다. PvP는 이야기가 좀 달랐지만 PvE에서는 그냥 되는 대로 스킬을 난사할 뿐이다.

 

<니노쿠니>의 전투는 턴제와 액션을 교묘하게 섞었다. <제2의 나라>의 전투는 1편보다 액션성이 강화된 <니노쿠니 2> 쪽에 더 가깝다. 1편의 전투 방식은 독특한 재미가 있는데 그걸 과감히 쳐낸 것이다. 새로운 전투방식은 <제2의 나라>에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을까? 전혀 그렇지 않다. 이 게임에 액션이라곤 누가 봐도 맞으면 X되는 장판기를 피해 구르기를 쓰는 것밖에 없다.

 

범위 공격을 보고 구르기를 쓴다

강력한 공격만 구르기로 피하는 방식.

국산 모바일 MMORPG에서 흔히 접했던 그것이다.

 

이런 MMORPG가 많긴 하지...

적의 회오리 대미지를 확정적으로 받은 모습.

회오리가 나오기 전부터 오른쪽으로 이동하고 있었는데 피해지지 않는다.

 

주먹이 닿지 않았는데도 대미지를 입었다

스펙이 낮아서 컨트롤로 깨보려고 했는데, 이 게임은 약간의 컨트롤조차 허용하지 않는다.

그저 스펙을 올려 맞딜하는 게 전부.

 

물론 피할 수는 있다. 사이드 스텝을 밟다가 투사체를 보자마자 구르면 된다.

하지만 피할 수 있는 타이밍이 짧아 제작진이 의도했다고는 보긴 어려웠다. 

 

같은 속도로 쫓아오는 적들

혹시 거리를 벌려 싸울 순 없을까? 잡몹조차 플레이어와 똑같은 이동속도를 가지고 있다.

도저히 벌어지지 않는 거리. 거리 싸움이 안 되니 컨트롤하는 의미가 없다. 물론 MMORPG는 피하고 때리는 액션게임이 아니다. 거리와 상관없이 공격이 들어오는 MMORPG는 얼마든지 있다. 그건 알고 있지만, 모처럼 구르기 같은 액션 요소가 있는데 게임이 이 모양인 건 선뜻 납득이 잘 안 됐다. 메인 스토리는 실력, 세팅으로 깨는 것이 아니며 스펙으로 찍어누르는 것이라니. 이런 끔찍할 데가.

 

스펙이 낮아 도망 다니면서 싸우던 도중,

우연히 오른쪽 파란 경계선 너머로 넘어가게 됐다.

 

퀘스트 진행 중에는 필드 이동을 막는 게 상식 아니던가

결국 스펙을 올려 맞다이로 깼다. "이게 무슨 액션 게임이야, 어항에서 구피 헤엄치는 거 구경하는 꼴이지." 플레이어의 역할이라곤 어항 물 갈아주고 밥 주는 게 끝이다. 게임이라기보다 사이버 관상어, 사이버 분재 같은 표현이 더 어울릴 것 같다. 아니, 아무리 구피라도 생명을 키우는 게 더 어렵지 않을까? <제2의 나라>를 구피에 빗댄 것은 구피에 대한 모욕 아닐까.

 

알기 쉬운 상성 관계

내가 하는 거라곤 적 상성에 맞게 속성 무기를 바꿔주는 것뿐이다.

 

정말로 세계관을 중시한 게임인가?

이 게임은 세계관을 많이 중요시했다는 걸 제작진의 이야기를 통해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이 파트를 해보고 나선 전혀 동의할 수 없었다. 별 거 아닌 파트인 줄 알고 대충 넘겼는데, 이 게임은 대화 로그를 확인할 수 없어 어떻게 보여줄 방법이 없다. 처음부터 다시 해서 촬영하자니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어쩔 수 없이 설명으로 대체하도록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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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수로에 수많은 적이 발생했다.

플레이어에게 급하게 적 퇴치를 의뢰하는 NPC.

적이 나타났다는 곳으로 가보니 수많은 플레이어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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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플레이어 떼가 적을 도륙하고 있다. 재생되자마자 얻어맞고 소멸되는 몬스터들.

몬스터가 대량 발생했다고 급하게 퇴치를 부탁하더니 별 일 아니잖아? 왜 그렇게 허둥지둥 의뢰한 걸까.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이런 디테일 차이가 세계관의 몰입도를 좌우한다. 해결법은 간단하다. 다른 플레이어의 개입을 막고 혼자 진행하게 만들었으면 됐다. "도와줄 사람이 지하수로에 바글바글한데 왜 내가 막아야 해?" 이런 의문이 들자 이야기에 대한 몰입이 깨지고, "폰겜 MMO가 그럼 그렇지"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었었다.

 

원정대가 화룡을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소문을 들었다. 

대화 도중 갑자기 적이 들이닥치는데...

 

자기네 캠프에 적이 쳐들어왔는데도 같이 싸우는 이가 없다...

아무도 도망가거나 숨지 않는다.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원정대 입장에서 나는 오늘 처음 보는 사람일텐데, 외부인인 내가 해결해주길 바라는 건가?

 

마물이 등장해도 태평하게 구경하는 원정대 사람들. 마물이 자신들을 공격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걸까? 싸울 생각 없으면 피하는 시늉이라도 하지. 그냥 멀뚱멀뚱 서서 구경한다. 일견 사소해 보이는 디테일이야말로 세계관에 몰입할 수 있는 장치이다. <제2의 나라>는 '세계관'을 세일즈 포인트로 내세웠음에도 불구, 세계관의 디테일이 전혀 살아있지 않은 게임이다.

 

의미없는 서브퀘스트

서브 퀘스트를 안 하면 명성이 부족해 메인 퀘스트를 진행할 수 없다. 명성을 채워도 전투력이 부족하면 진행이 막힌다. 경험치나 채울 겸 서브 퀘스트를 진행하지만 재미가 없다. 아무리 시나리오가 꽝이라도 단 하나 쯤은 재미있는 서브 퀘스트가 있을 법 한데, 눈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는다. 

 

영혼을 원래 몸으로 되돌릴 수 없다고?

뒷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모니터링 요원이 현실의 나를 해치울지도 몰라

뒤가 궁금해지는 이야기는 많은데, 어째 이야기에 뼈대만 있고 살점이 없다.

이 이야기는 14레벨 즈음 볼 수 있는데, 놀랍게도 28렙을 찍을 때까지 관련 이야기가 진행되지 않았다. 말이 28레벨이지 14레벨 ☞ 28레벨 찍는 게 쉬운 건 아니다. 레벨은 제비상회의 '일일 퀘스트'에 크게 의존하기 때문에 오토를 주구장창 돌린다고 레벨업할 수가 없다.

 

28레벨이 되어서야 메인스토리가 약간 진행되었다. 쿠우가 1의 나라(현실 세계)의 존재를 알게되고, *플레이어들은 이곳이 게임인 줄 알고 접속해 있었다. 위기에 빠진 플레이어들을 구해주는 주인공.

 

(*플레이어 : 플레이어 설정을 가진 NPC들)

38 레벨에서 진행된 이야기

대요정은 플레이어 안에 두 개의 영혼이 있다는 걸 눈치채고 대화를 시도한다.

잠든 영혼은 이름 없는 왕국의 사람으로, 여왕과 왕국을 구해야 하는 사명이 있었다. 

 

 

38레벨 찍을 때까지 얼마나 오래 걸렸는데 겨우 이것밖에 안 알려준다고?

스토리를 이렇게 찔끔찔끔 알려줘서 누구 코에 붙이나. 이 게임이 닷핵 시리즈처럼 싱글 게임으로 개발되었다면 모를까, 오랫동안 서비스할 MMORPG다보니 이런 식으로 시나리오를 푸는 것 같다.

 

유사 온라인 게임 같은 설정과 MMORPG의 융합은 흥미로웠지만, 따지고 보면 처음부터 부자연스러운 동행이었다. 모든 컨텐츠가 알아서 척척 진행되는데 이야기에 몰입이 잘 될까?

 

시나리오를 띄엄띄엄 전개할 거면 여행하는 목적이 분명해야 한다. 복수를 위해서든, 진상을 알기 위해서든, 마왕을 물리치고 싶든 간에 플레이어가 이입할 목적이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 <제2의 나라>는 그 부분이 약하다. 긴장감을 조성하는 능력도 부실하다. 진득하게 이야기가 진행되야 하는데 어쩌다 한 번 스토리가 전개되고 금세 끝난다. 사람들의 대화는 공허하다. 줄곧 홍보했던 아름다운 배경은 껍데기만 있을 뿐 속 빈 강정에 불과하다. 마음이 없는 세계에 어찌 사랑을 느낀단 말인가?

 

주인공의 파트너 쿠우

생긴 것도 괴상하고 성격도 까칠하다. 하는 것도 없으면서 생색은 지가 다 낸다. 

뒤로 가면 "유대감이 생기는 에피소드가 있겠지" 생각했는데 큰 착각이었나 보다. 메인퀘스트(38레벨)에서 밝혀진 바에 의하면 주인공의 원래 인격은 왕국 사람이라는 걸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쿠우는 자기 파트너의 인격이 바뀌었는데도 못 알아본 머저리란 얘기가 된다. 

 

ㅈ같은 캐릭터 2, 브레이스

전투는 나 몰라라 떠넘기더니 유적을 발견한 건 바로 나라고 이야기하는 브레이스. 쿠우가 "우리들이 함께 발견한 거 아니냐"고 따지자 멋쩍은 웃음을 지어 보인다. 쿠우가 선녀처럼 보이는 순간이다. 

 

저렇게 팔 모으고 발을 동동 구르다가 지 혼자 수상한 곳으로 가버렸다. 위험하다고 소리쳤지만 소용이 없었다. 이런 게 한 두 번 있었던 일도 아니라 더 화가 난다. 아무래도 스토리를 강제 진행하기 위해 만든 캐릭터 같은데 수가 뻔히 보여 살아있는 캐릭터 같지가 않다. 어떻게 이런 캐릭터가 있는 세계를 사랑할 수 있단 말인가.

 

풍경 관람

뷰 포인트에서 멋진 경관을 감상할 수 있다곤 하는데,

 

이렇게 스윽 한 번 보여주고 끝이다. 에스타바니아에 처음 도착했을 때, 클로이가 "에스타바니아는 참 굉장하지?" 라고 이야기한다. 대체 어디가 굉장한 건지 모르겠다. 굉장한 걸 보여줘야 굉장하다고 생각하지, 무슨 연출을 이렇게 한 단 말인가.

 

이런 광경을 기대했다면 접어두는 것이 좋다...

 

일일 던전

이마젠의 요람, 일일 던전 중 하나다. 이마젠 알 3개를 지키는 디펜스인데, 디펜스 장르 같은 건 아니고 스펙으로 찍어누르는 던전이다. 즉 일반 던전이나 이마젠의 요람이나 별 차이가 없다. 스킨만 다른 던전일 뿐이다.

 

이마젠의 알

이마젠 알을 3개까지 부화장에 넣을 수 있다. 이마젠 알은 인게임 재화로 시도할 수 있는 가챠 같은 컨텐츠다. 갓 태어난 이마젠들은 대부분 강화 재료로 합성된다. 이런 게 무슨 동반자야, 그냥 무기물이지.

 

강화 요소를 안 넣으면 입 안에 가시가 돋히는 병에 걸렸나 보다

무기 강화 뿐만 아니라 이마젠도 강화가 있다. 레벨업, 승급, 강화, 각성. 말만 조금씩 다르지 다 비슷한 개념들이다. 이런 시스템에 익숙한 사람들을 위해 집어넣었겠지만, 이런 시스템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고통스럽다.

 

또 다른 일일 던전, 불의 신전

앞을 가로막는 적을 쓰러뜨리고 제한시간 내에 탈출하는 게 목적. 도망갈 때 액션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자동으로 놔둬도 알아서 척척 진행한다. 겉보기만 다르지 일반 던전, 이마젠의 요람이랑 다를 것이 없다. 다 거기서 거기.

 

파티를 맺었는데 협력플레이로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이 하나도 없다

"레이드는 좀 다르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이 게임은 서로 도와가며 플레이한다는 개념 자체가 없다.

 

자동으로 공격하게 냅두다가 큰 기술을 구르기로 피해주는 방식. 대개 단순하면 원초적인 재미가 있던데 이 게임은 그렇지가 않다. 단순하고 재미도 드럽게 없다. 차라리 파티플레이가 아니라 게임 속에서 만난 플레이어들(NPC)과 파티를 맺고 싸운다는 설정이었다면 훨씬 좋았을 것 같다. 아무리 협력플레이에 뭐가 없는 게임이라도 상호대사 정돈 외쳐줄 것 아닌가. <제2의 나라>의 설정이 싱글 RPG와 잘 어울린다고 느낀 게 이런 것 때문이다.

 

필드 보스

일주일에 한 마리만 잡을 수 있으며, 악세서리를 얻을 수 있어 노리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딜량에 따라 보상이 다르고, 상위 필드 보스는 무과금으로는 도전하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 과금 유저들이 잡아주길 기대하면서 한 대 때리고 참가상을 얻어가는 게 최선이다.

 

이 게임은 모바일 게임에서 흔히 말하는 사료(무료보석)가 없다. 과금러들은 스펙을 올려봤자 할 게 없다고들 이야기하지만, 무과금으로는 기본적인 재화 수급조차 버겁다.

 

물론 무과금이라도 제작, 이마젠의 알을 통해 4성 아이템을 구할 수 있고, 중복된 3성 아이템을 합쳐 가성비 좋은 아이템을 제작할 수도 있다. 아예 무과금을 외면했다고 보기엔 어렵지만, "무과금으로 계속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은 잘 들지 않았다.

 

이 게임에 특별한 걸 기대했다면 정말 큰 코 다치기 쉽다

결국 똑같은 거 합치고, 강화하고, 어느 게임에나 있을 법한 뻔한 컨텐츠들 뿐이다.

 

이마젠의 숲은 6시간마다 새롭게 갱신되며, 이마젠이 선물을 준다는 설정.

이마젠이 쪼르르 달려와서 선물을 주는 그런 그림을 기대했으나, 숲에 들어가면 눈 앞에 이마젠들이 있고 선물을 클릭하면 아이템을 수령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선물을 받을 때 아무런 연출도 없다. 이럴 거면 우편으로 온 아이템 수령하기랑 다를 게 뭔가.

 

이마젠들은 왜 나한테 선물을 바치는 걸까? 이 게임은 납득이 갈 만한 설명을 한 번도 해준 적이 없다. 니노쿠니 ip 사용했다면서 이게 뭐야. 빈껍질뿐인 세계관인가.

 

마음의 별은 이마젠의 선물을 받아 능력치를 올리는 시스템이다. 스킬트리 같은 거창한 걸 기대하면 안 된다. 단순하게 개방하면 능력치가 상승하는 시스템.

 

일일히 수령해야 하는 불편함

다른 건 다 편하게 해놨으면서 이런 건 불편하게 만들어놨다.

전부 수령하기 하나 지원하는 게 그렇게 어려웠단 말인가.

능력치를 주니 어쩔 수 없이 하긴 한다만, 영 내키지가 않네.

 

이마젠 탐험

남아도는 펫 앵벌이 보내서 재료 얻는 컨텐츠겠지.

안 봐도 뻔하다.

 

싸우는 게 있다고?

조금 기대가 된다.

 

완전 허무하다

처음에는 도타 오토 체스(2019) 같은 건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몬스터 위치를 조정, 상성 몬스터 배치, 어떤 몬스터를 육성할 것인지 등등 오토 배틀의 핵심적인 요소는 전부 빠져있다. 그냥 센 놈들 보내면 알아서 썰어먹고 자원을 캐온다.

 

이 게임은 매사가 이런 식이다. 모든 컨텐츠는 전투력을 올리는 데에만 충실할 뿐, 즐길 만한 컨텐츠가 하나도 없다. 더 좋은 뷰 포인트에 올라갈 수 있는 장비를 제작한다던지, 동식물을 예쁘게 키워본다던지, 예쁜 옷을 만들어 본다던지, 상점에 쓸 돗자리나 파라솔을 만든다던지. 이런 게 하나도 없다.

 

모처럼 지브리 풍의 아기자기한 디자인으로 나온 게임치고는 너무 이상하다.

지브리 이미지가 스펙으로 찍어누르는 K-MMORPG와 어울린다고 생각한 걸까? 이 게임은 '니노쿠니 세계관에 MMORPG란 장르를 어떻게 결합할까' 고민한 게 아니라, MMORPG를 만든 후에 니노쿠니 세계관을 덧입힌 느낌을 준다. 비슷해 보이지만 결과는 전혀 다르다. 

 

일정 스펙을 달성할 때마다 이런 팝업창이 나온다

아무리 돈 벌겠다지만 너무한 거 아니냐.

시도 때도 없이 돈 벌려고 혈안이 되어있다.

 

마귀 같은 놈들

시도때도 없이 계속 나온다.

 

1:1 PvP는 전형적인 스펙 줄 세우기다

컨트롤, 전략 같은 게 전혀 없어 황당했던 컨텐츠. 패배해도 순위가 올라가지만, 이 게임 1:1을 하느니 길가의 동물로 사는 것이 더 가치있는 삶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플레이 타임이 대략 20시간쯤 되어서야 드디어 게임다운 컨텐츠를 찾았다.

바로 하늘섬 대난투라는 파티 플레이인데, 1:1 PvP와는 달리 3:3으로 진행되어 스펙 부담이 덜하다.

 

맵 곳곳에 후냐라는 생물이 생성된다.

후냐 근처로 가면 알아서 따라오는데, 이렇게 모인 후냐가 합계 15마리 이상이면 10초 카운트가 진행된다.

 

다른 사람들이 박터지게 싸우는 동안 혼자서 15마리를 모았다.

하늘섬 대난투는 폴 가이즈: 얼티밋 넉아웃(2020) 같은 스타일이다. 이런 미니게임 당연히 재미있지, 재미있는데, 앞으로는 별로 재미있을 것 같지가 않다. ㅈ망겜이 될 게 뻔히 보이니 말이다.

 

전투력이 1.5배 차이나면 체감 스펙은 3배 가까이 차이난다. 내가 때리는 건 솜방망이, 상대가 때리는 건 핵주먹이다. 아무리 과금 게임이라지만 PvP에 과금이 미치는 영향이 너무 과하다. 맵 곳곳에 널린 *오브젝트를 활용해도 스펙의 벽을 뛰어넘진 못한다. 그나마 게임처럼 느껴졌던 컨텐츠인데 미래가 암울해 보인다.

 

(*오브젝트 : 회복약, 폭탄, 신발 등등)

 

앞서 세계관 이야기를 정말 많이 했다

이 게임은 <니노쿠니>의 계승작이라 보기 어렵다. 라이센스는 따왔지만 원작과는 전혀 다른 게임이다. 니노쿠니 팬들이 이걸 했다면 "HOLY SHIT!!!" 소리가 절로 나왔을 것이다.

 

설령 <니노쿠니> 팬이 아니더라도 이 게임에는 매력이 없다. <제2의 나라>에서 추구한 변화가 게임을 재미있게 만들었을까? 단 한 번도 그렇게 느끼지 못했다.

 

이 게임의 단점은 수도 없이 많지만, 가장 결정적인 단점은 "그래서 재밌냐" 라는 거였다.

노잼은 주관적인 영역이기에 왜 이 게임이 구린지 하나 하나 짚으면서 이야기했다. 글을 쓰면서도 게임을 하는 순간이 떠올라 스트레스를 받았다. "나는 왜 이런 게임을 해서 고통받는가?" 쓸데없는 호기심이 나를 망쳤다.

 

닷핵 시리즈가 게임성이 좋았나? 그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게임 구조만 놓고 보면 평범한 RPG 게임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평범해 보이는 RPG가 왜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았던 걸까? 아마도 시대에 잘 맞는 소재와 매력적인 세계관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 게임에는 바로 그런 게 필요했다. 어차피 <제2의 나라>에 제대로 된 게임메카닉 같은 건 바라지도 않는다. 검증된 ip를 이용해 매력적인 캐릭터, 매력적인 세계관을 만든다. 게임은 별 볼일 없어도 세계에 푹 빠지는 경험. 나는 내심 <제2의 나라>에게 그런 것을 기대했었던 것 같다. 그러나 <제2의 나라>가 구축한 세계는 너무나 공허하다.

 

마을을 돌아다녀도 생기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성 안 어딜 가도 가는 곳마다 생긴 게 비슷하다. NPC에게 말을 걸 수도 없다. NPC들이 세계관이나 모험에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해주지도 않고, 퀘스트를 수주할 수도 없다.

 

"아주 엘레강스하고 고져스해요" 같은 의미없는 말들을 늘어놓을 NPC들

나는 게임이 재미없더라도 사랑스러운 세계를 만들면 그걸로 OK라고 봤다. 

지브리 만화영화 만의 독특한 감성, 그 감성이 이 게임 안에 1%라도 남아 있을까?

 

이쯤에서 원작 게임이 어땠는지 잠깐 확인해보자.

<니노쿠니>의 첫 번째 마을 고로넬 왕국. 색감에서부터 정겨움이 묻어 나온다.

 

지브리가 직접 참여한 게임답게 애니메이션이 일품이다.

 

마을 곳곳을 찾아보면 특이한 장소들이 많다.

어딜 가도 비슷하게 느껴졌던 '그 게임'과는 다른 분위기.

 

마을 곳곳을 누비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다.

의외의 장소에서 스킬이나 아이템을 얻을 수도 있다. 

 

NPC들은 획일화된 반응을 보인다. 말을 걸면 대답도 하고 제대로 된 정보도 준다. 퀘스트를 수주할 수도 있다. 썩 만족스럽진 않았지만 "아주 엘레강스하고 고저스해요" 같은 공허한 말보단 훨씬 낫다.

 

리세마라 없음

이 게임은 사료(공짜 보석)을 거의 주지 않는 게임이므로 리세마라가 불가능하다.

무슨 이유인지 알 순 없지만, 무과금 유저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은 잘 알겠다. 아랫층이 탄탄해야 윗층도 우월감을 느낄 수 있는 것 아니었나? 가끔 소환권을 주긴 주는데 다 까는 게 고역이다. 소환권은 1장씩 깔 수 있으며, 뽑기 연출이 쓸데없이 길어 넘기기를 여러번 눌러야 했다. 무기 교환권을 사용해보니 프리징 현상이 일어났다. 블루스택 5.0으로 플레이해서 그런 건지 모르겠으나 최적화가 불안정한 것 같았다. 니노쿠니에서 힐링하다가 이 게임을 보니 마음이 참 아프다. 

 

게임이 게임다우면 쓰나, 모름지기 숙제가 있어야지

왼쪽 녹색 테두리 쪽에 토벌 퀘스트가 표기되어 있는데, 120마리면 양반이다.

30레벨이 넘어가면 200마리 잡는 숙제를 내준다. 하루라도 숙제를 안 하면 뒤쳐지기 쉬운 구조 상 쉽게 포기할 수도 없다. 일일던전, 토벌, 제비상회 등을 돌다보면 아무것도 안 했는데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제2의 나라>의 한 장면

내 심정을 대변하는 한 컷.

 

 

 

평가 점수 ★★

<니노쿠니>의 세계관을 빌렸지만 내용물은 텅 비었다.

이미 만들어둔 MMORPG의 틀에 <니노쿠니>의 세계를 덧씌워 어색하게 느껴지는 게임. 니노쿠니를 플레이해보고 고민했다면 결코 나오지 않을 결과물이다. 굳이 팬의 입장이 아니더라도 이 게임은 심각한 자격 미달이다.

 

롤플레잉으로서, 액션 게임으로서의 값어치도 전무하다. 대체 이 게임의 어디가 좋다는 건지 모르겠다. 그나마 하늘섬 대난투가 게임 같은 컨텐츠라고 느꼈지만, 미래가 썩 밝아보이진 않았다.

 

뒤에 뭔가 있겠지 하는 미련에 38레벨까지 키워봤으나 아무것도 없었다.

10레벨을 찍었을 때 빨리 도망가야 한다고 느꼈지만, 겉만 핥아보고 리뷰를 쓰는 건 성미에 안 맞았다. 결국 수십 시간이 증발하고 분노만 남았다. 컨텐츠는 많지만 다 비슷비슷하게 느껴지는 건 왜일까. 자본력을 들이부은 게임이라지만 단 하나의 장점도 찾을 수 없었다. 30시간 넘게 플레이 했는데도 이렇게 느낄 정도면 뒤는 안 봐도 뻔하다. 밑바닥에도 바닥이 있다더니 딱 그짝이다.

 

게임은 흔히 취향 차이라고들 한다. 그러나 <제2의 나라>의 완성도는 진짜 해도 해도 너무하다.

이게 그저 그런 회사에서 만든 게임이 아니지 않나. 다만 세간의 이야기와는 달리 지브리니지라는 표현은 그다지 어울리는 것 같지 않다. "리니지처럼 과금을 유도한다" 라고 본다면 얼추 맞을지도 모르겠지만, 게임 내적으로는 리니지와 다른 모습들을 많이 봐왔기 때문이다.

 

예쁘장해 보이는 디자인의 게임을 골라 적당히 시간을 죽이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에게는 좋은 게임일지도 모른다. 그들을 부정하고 싶은 마음도 없다. 그러나 좋은 얘기로 포장해 내 마음을 배신하고 싶지는 않다. 식상한 시스템에 영혼 없는 ip를 남발하는 이상, 넷마블에 대한 내 생각은 바뀌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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