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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리뷰

시작의 일보 더 파이팅! (2002)

by 눈다랑어 2021. 7. 10.

시작의 일보(정발명 : 더 화이팅)는 왕따 소년 일보가 프로복서를 만나면서 나약한 자신을 바꾸는 이야기. <시작의 일보 더 파이팅!>은 복싱 입문부터 챔피언 도전까지, <더 화이팅> 영광의 나날을 담은 GBA 게임이다. 

 

제작사는 ESP, 실질적인 제작은 트레저가 맡았다.

트레저는 <건스타 히어로즈, 1993> <가디언 히어로즈, 1996> 등 멋진 액션게임을 만들어낸 능력있는 회사다. 그런 그들이 이번엔 휴대용 게임기에 도전한다. 심지어 원작이 있다. 캐릭터 게임은 완성도가 미흡해도 고객층이 탄탄하다. 따라서 완성도가 뛰어난 캐릭터 게임은 좀처럼 보기 어렵다. 그래도 트레저 아닌가. 불과 1년 전에 <이카루가, 2001>를 만든 사람들이다. 벌써부터 기대감이 차오른다.

 

다양한 모드가 존재

우선 스토리 모드부터 살펴보자.

 

다짜고짜 일랑과의 스파링이 시작됐다.

<시작의 일보 더 파이팅!>은 원작의 타임라인을 충실하게 따라가는 작품이다. 그런데 어디서 몇라운드로 붙는다는 정보만 가르쳐주고, 왜 싸우는 건지, 등장인물들이 어떤 관계인지 아무런 설명이 없다. 원작 팬이 아니면 이해 못할 전개다.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 이런 걸 기대하면 사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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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규칙 설명

ⓐ 게임 최상단의 검은색 큰 막대기 = 체력

ⓑ 체력 밑의 SPIRIT를 소모해 특별한 기술을 사용할 수 있음

ⓒ 가운데쪽의 빨간 표시선 이상으로 데미지를 받으면 다운됨

ⓓ 다운 시 10 카운트를 세서 제 시간에 일어나지 못하면 패배

ⓔ 1라운드에 3회 다운되면 패배

ⓕ 모든 라운드가 끝나도 승부를 내지 못하면 판정승을 매김

ⓖ 좌측의 IPPO 밑의 회색 막대기는 상대와 얼마나 떨어져 있는가를 표시

ⓗ 우측 하단의 R1 1:33은 1라운드, 1:33초 남았다는 것을 표시

 

감동 없는 승리

우여곡절 끝에 복싱계에 투신한 일보. 첫 스파링에서 시종일관 밀린 일보가 휘두른 펀치가, 체육관 유망주 일랑의 턱 끝을 스치면서 케이오승을 따낸다. 이에 충격받은 일랑이 체육관을 옮기면서 라이벌리가 형성된다. 굉장히 드라마틱한 장면인데, <시작의 일보 더 파이팅!>은 아무런 설명이 없다. 원작 재현도 없다. 일랑의 솜방망치 펀치를 견뎌내고, 조작법을 익힌 플레이어가 일랑을 몰아붙여 승리를 따낸다.

 

강하다는 건 뭘까...

시합에서 승리하면 약간의 포인트를 준다.

모은 포인트는 커스터마이즈 모드에서 사용 가능.

 

스토리를 진행하면 원작에서 배운 기술들을 그대로 배운다.

마시바 전을 앞두고 리버 블로(간장치기), 볼그 전에서 가젤 펀치를 습득한다.

 

마시마 전은 원작의 느낌을 잘 살린 매치업이다.

마시바는 리치가 길어 접근이 까다롭지만, 일보는 단 한 번의 접근 만으로도 핵 펀치를 꽂아 넣을 수 있다. 마시바에겐 접근하는 일보의 얼굴이 호러 무비처럼 보였을 것이다.

 

분량이 너무 짧다.

최대한 길게 플레이해도 12분이면 스토리 모드 엔딩을 볼 수 있다.

놀 거리가 너무 없는 것 아닌가?

 

대미지는 빨간색과 노란색 두 가지

시스템 얘기를 해보자. 노란색 대미지는 서서히 회복되고, 빨간색 대미지는 영구적으로 누적된다. 보디 블로는 빨간색 대미지에 최적화된 공격이다. 작중에서 보디 블로가 주무기인 복서는 일보 뿐. 과연 접근전 스페셜리스트답다.

 

가장 기본이 되는 공격 '잽' (B버튼)

잽은 발동 프레임이 빨라 부담없이 내밀 수 있다.

잽으로 시작하는 콤보도 많은 편.

 

게임 내에서 커맨드 리스트를 확인할 수 있다

필살기는 R키를 누른 상태에서 화살표와 B를 동시에 누르면 발동된다. <시작의 일보 더 파이팅!>은 격투게임에서 흔히 말하는 '선입력'을 잘 먹는 게임이다. *R키를 미리 누른 상태에서 화살표+B를 눌러도 기술이 발동되니 얼마나 편한가.

 

(R키 : 필살기를 쓸 때 필수적으로 들어가

일반 가드의 상위호환으로 만들어진 십자 가드.

원작과 설정이 달라 살짝 불편하다.

 

콤비네이션이 정해져 있다.

커맨드 리스트를 쭉 내려보면 콤보를 확인할 수 있다. 콤보라고 해봤자 [B, B, ←B, →B, ↑B] 정도만 익혀도 큰 문제가 없다. *선입력이 잘 먹기 때문에 미리 눌러놔도 부담이 없음.

 

(*선입력 : 커맨드를 타이밍에 딱 맞춰서 쓰지 않고, 미리 입력하여 커맨드를 편하게 사용하는 입력 방식)

라이트를 더킹으로 피한 후, ← B, B, B, B, B, 리버블로, 가젤펀치를 우겨넣는 모습

대미지를 세게 넣으려면 ←B, B, B, B, B 혹은 ←B, B, B, ↑B, B를 익혀두면 좋다.

 

콤비네이션이 끝난 후 필살기로 *강제연결할 수 있다

잽은 가장 발동이 빠르므로 동작이 큰 라이트보다 안전한 선택지다.

위력이 약한 게 유일한 단점, 마무리에 필살기를 더해 위력을 높이자.

 

(*강제연결 : 모션을 캔슬하고 콤보를 넣는 대전격투게임 용어)

필살기를 사용하면 잠깐 컷신이 나온다.

 

중립 가드로 인해 가드가 한 결 수월하다.

가만히 있어도 알아서 가드가 되는 방식.

<철권> 시리즈의 가드 방식과 비슷하다.

 

일보의 폭풍같은 펀치에 가드가 박살난 일랑

가드 상태로 상대 공격을 막아내면 글러브가 빨갛게 달아오르고, 시뻘개지면 가드가 깨지면서 몇 초간 가드 불능 상태가 된다. 이 상태에서 일정 시간 동안 대미지를 받지 않으면 가드가 다시 회복된다.

 

더킹으로 공격을 피하고 헛친 걸 때릴 수 있다.

A키를 누르면 가드를 내리면서 회피 상태가 된다. 회피 시간은 잠시 동안이지만 상대의 공격을 헛치게 만들고, 상대 공격이 회수될 때까지의 틈을 노려 확정 반격이 가능하다. (윕 퍼니시)

 

<시작의 일보 더 파이팅!>은 상대 공격을 가드한 후 *확정 반격하는 개념이 없다. 따라서 가드가 갖는 이득이 적다. 계속 가드하면 가드가 붕괴되므로, 가드가 깨지기 전에 공격적인 선택지를 골라야 한다. 이때 회피를 많이 사용하는데, 회피는 수비 행동이자 가장 공격적인 행동이기도 하다.

 

(*확정 반격 : 확정 반격 또는 퍼니시로 불리는 격투게임 용어, <철권>에선 딜레이 캐치란 표현을 사용한다.)

가드가 깨지고 다운되는 장면

빨간 대미지가 누적되면 재기가 어렵다.

대미지가 회복되지 않아 잽에도 다운되기 일수.

 

너무 많이 맞으면 그로기 상태가 된다.

그로기 상태가 되면 빅 대미지 찬스가 주어진다. 일보의 *뎀프시롤을 쓰려면 이때뿐인데, 정작 일보의 펀치력이 너무 강해 쓸 기회가 없다. 그로기가 되기 전에 다운되기 때문.

 

( *뎀프시롤 : 준비시간이 긴 필살기, 그냥 쓰면 아무도 안 맞아준다.)

시작부터 뎀프시롤을 쓰는 일보, 압박감이 굉장하다.

토너먼트 모드에서 일보가 뎀프시롤을 하며 접근하는 모습.

일랑에게는 좋은 먹잇감이 된다.

 

조금만 잘못되면 황천 간다.

뎀프시롤이 나올 타이밍에 R+A+B를 입력!!

 

일랑 최고의 필살기 '졸트 카운터'

카운터는 일랑(미야타), 사와무라 둘 만이 사용하는 전매특허 기술이다. 특히 일랑의 '졸트 카운터'는 게임을 끝내버릴 정도로 강력하다. <시작의 일보 더 파이팅!>을 상징하는 기술.

 

큰 기술을 뻔뻔하게 내밀다가 골로 가는 일보

치고받는 공방도 잘 되어있고, 그래픽도 꽤 박력있게 표현되있고, 캐릭터 음성이나 필살기가 구현되어 있는 등 캐릭터 게임으로서의 기본은 갖추고 있다. 물론 원작이나 애니메이션 같은 연출을 기대했다면 실망했겠지만...

 

가장 아쉬운 점은 컨텐츠다. 스토리를 깨고 토너먼트 모드를 즐겨도 플레이 타임은 2~3시간 남짓. 캐릭터를 생성하는 커스터마이즈 모드가 있지만, 정작 자유도가 낮아 기존 캐릭터의 업그레이드, 다운그레이드 버전만 제공한다.

 

외모를 바꿀 수도 없고,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들 수도 없다.

예를 들어, 일랑과 마시를 조합한 새로운 캐릭터는 못 만든다. 일랑을 베이스로 고르면 일랑이 배우는 기술만 배우고, 공격력, 방어력, 가드력 정도만 조절할 수 있다. 공격력을 최대로 맞춰봤자 쓸 곳이 없는 것도 문제다. 결국 쓰임새는 VS 모드뿐인데 이것 또한 문제다.

 

GBA는 무선 인터넷이 지원되지 않는 시대에 태어났다. 대전을 하려면 GBA 두 대에 케이블을 연결해야 되는데, <포켓몬스터> 시리즈처럼 턴제 게임이라면 모를까, 치고받는 액션 게임에서 케이블 연결은 불안정했다.

 

<시작의 일보 더 파이팅!>은 5,500엔에 출시되었으며, 당시에도 분량이 적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가뜩이나 통신이 불안정하던 시대에, 분량이 적고, 비싸고, 애매한 이 게임을 구입해 대전한 사람이 몇이나 될까.

 

 

 

 

 

평가 점수 ★★★

트레저 게임답게 좋은 점이 있지만, 만들다 만 이 느낌을 어찌 말하면 좋을까.

 

<시작의 일보 더 파이팅!>은 아케이드의 구조를 그대로 따른 콘솔 게임이다. 그러나 오락실처럼 대전할 사람을 찾기도 어렵고, 혼자 즐길 싱글 모드는 빈약하다. 캐릭터 게임으로서, 대전 게임으로서 뭐 하나 제대로 된 게 없다. 원작의 팬이라면 그럭저럭 매력있는 게임이지만, 트레저의 명성에 걸맞는 물건은 아니었다. 애매한 포지션이 낳은 애매한 결과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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