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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리뷰

스타폭스 (1993)

by 눈다랑어 2021. 7. 10.

닌텐도를 대표하는 캐릭터들이 총출동한 게임, 대난투 스매시 브라더스 시리즈는 현재까지도 영향력이 막대한 효자 타이틀이다. 시리즈 최신작 얼티밋은 닌텐도 캐릭터뿐만 아니라 조커, 켄, 세피로스 같은 타사의 캐릭터를 적극적으로 영입하여 진정한 올스타 게임이 되어가는 추세다.

 

대난투 시리즈는 북미 e스포츠 씬이 형성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게임이기도 하다. 특히 시리즈 두 번째 작품이었던 <대난투 스매시 브라더스 DX, 2001> (이하 밀리)의 인기가 결정적이었다. 한국에 <스타크래프트: 브루드 워, 1998>가 있다면 북미에는 밀리가 있다.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밀리의 인기는 현재 진행형이다.

 

바로 그 밀리에서 가장 많이 선택하는 캐릭터가 폭스다.

폭스는 한국인들에겐 다소 생소한 캐릭터이다. 그도 그럴 게 90년대를 살았던 한국인들은 게임을 즐기는 데 있어 제약이 무지막지하게 심했다. 폭스는 <스타폭스, 1993>에 처음 등장했으며 슈퍼 패미컴이 대박을 치면서 닌텐도를 대표하는 캐릭터로 밀리에 합류하게 된 것이다.

 

<스타폭스>는 어떤 장르의 게임일까?

일본 위키에서는 3D 슈팅으로 명명하고 있지만, 현세대 게이머에게 슈팅이란 총으로 무언가를 쏘는 게임, 즉 <바이오 하자드>나 <리터널> 같은 게임을 떠올리기 쉽다. 영어 위키에서는 슛뎀업, 레일 슈터, 액션 어드벤처로 분류하는데, 사실 슛뎀업이라는 장르 구분은 상당히 광범위한 표현이다. 예를 들어 <트윈비, 1985>와 <스타폭스>는 같은 슛뎀업인데도 전혀 다른 방향성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영문 위키에서는 레일 슈터의 예시로 <스페이스 해리어, 1985> <팬저 드래군, 1995> <타임 크라이시스, 1995> 같은 게임들을 나열하고 있다. 어떤 면에서는 <스타폭스>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액션 어드벤처로 분류하는 건 어떨까? 액션 어드벤처의 얼굴마담인 <젤다의 전설>과 <스타폭스>는 너무나도 다르다. <스타폭스>를 액션 어드벤처로 분류한다면 장르를 보고 이 게임이 어떤 게임인지 예측하는 건 불가능할 것이다.

 

이처럼 한 장르를 정의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스타폭스>가 어떤 게임인지 설명하는 건 간단하다. <트윈비> 같은 게임을 3차원 공간에 표현한 것, 그것이 <스타폭스>이기 때문이다.

 

 

스타폭스 위키에 나와있는 인터페이스 이미지.

https://en.wikipedia.org/wiki/Star_Fox_(1993_video_game)

 

1993년은 3D 그래픽을 이용한 게임 자체가 별로 없던 시절이었다.

지금 보면 조악한 폴리곤인데도, 당시 사람들은 <4D 복싱, 1991> <어둠 속에 나 홀로, 1992> <버추어 파이터, 1993> 같은 게임들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소비자는 3D 게임을 원하고 있었다. 3D 게임 구동에 유리했던 플레이스테이션이 인기를 끌자 3D 게임이 우후죽순 쏟아지기 시작했다. 3D 게임 전성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스타폭스>는 3D 게임 붐 이전에 제대로 된 3D 그래픽을 표현한 게임이었다. <버추어 파이터>는 아케이드 게임이라 앞서 나갔다 쳐도 <스타폭스>는 엄연한 가정용 게임이었다. 대체 어떻게 가능했던 걸까?

 

그 비결은 Super FX Chip을 롬팩 카트리지에 직접 장착하는 것이었다.

이 칩은 3D 그래픽을 잘 렌더링 하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맡았는데, 그동안 <스타폭스>가 비싼 이유는 '특수 칩을 달아서'라고 막연히 생각했다. (발매가 9,800엔) 자료를 조사해보니 꼭 그렇지는 않았다. 1992~1993년 발매된 타이틀 상당수가 9,000엔이 넘는 가격에 팔렸던 것이다.

 

1992년 (SFC)

드래곤볼Z 초 사이어 전설 (9,500엔)

로맨싱 사가 (9,500엔)

헤라클레스의 영광 3 신들의 침묵 (9,900엔)

드래곤 퀘스트 5 천공의 신부 (9,600엔)

스트리트 파이터 2 (9,800엔)

파이널 판타지 5 (9,800엔)

중장기병 발켄 (9,064엔)

46억년 이야기 머나먼 에덴으로 (9,600엔)

 

1993년

스타폭스 (9,800엔)

메탈 맥스 2 (9,500엔)

전설의 오우거 배틀 (9,600엔)

드래곤볼Z 초무투전 (9,800엔)

브레스 오브 파이어 용의 전사 (9,800엔)

스트리트 파이터 2 터보 (9,980엔)

성검전설 2 (9,800엔)

톨네코의 대모험 이상한 던전 (9,600엔)

액트라이저 2 침묵의 성전 (9,300엔)

가이아 환상기 (10,290엔)

알타입 3 더 서드 라이트닝 (9,800엔)

드래곤볼Z 초무투전 2 (9,800엔)

록맨 X (9,500엔)

유유백서 (9,600엔)

신 모모타로 전설 (9,800엔)

 

1993년 서울시 비강남 지역의 전세가는 8천만 원(평당 255만), 2020년 서울시 비강남 지역의 전세가는 4.5억 원(평당 1,491만)으로 조사되었다. 물론 지금과 그때의 환율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해야겠지만, 최신 게임을 즐기려면 보따리상을 통해 비싼 값에 구입해야 했다. 1993년의 어린이들이 최신 게임을 즐긴다는 건 참 쉽지 않은 일이었다.

 

출처 : http://ccej.or.kr/64470

당시로서는 몇 없었던 조작법을 변경할 수 있는 게임.

 

코네리아 행성부터 베놈까지 정복하는 게 목표.

 

작전 수행 전 브리핑을 해주지만 스토리가 별로 중요하진 않다.

그냥 구색만 갖춘 정도.

 

<스타폭스>의 대표곡, 코네리아의 테마

 

가슴이 웅장 해지는 브금과 함께 전투기가 출격한다.

<스타폭스>에서 가장 가슴이 두근거리는 장면. 여기서 반은 먹고 들어간 것 같다.

 

비행기가 좌우에 한 대씩 보인다.

잘 협력하여 작전을 성공적으로 이끌자.

 

상하좌우, 앞뒤를 넘나들며 빔을 쏴제낀다.

 

기체를 90도 꺾어 비행할 수도 있다.

주로 공격을 피할 때 쓰기 좋다.

 

작전 중에도 대사를 읊는 팀원들.

지금은 흔한 연출이지만 이때는 선구적인 연출이었다.

시대를 앞서간 게임.

 

<스타폭스>는 총 4인조 용병팀으로 구성되어 있다.

유독 페피의 체력이 닳아있는 상태로 스테이지가 끝날 때가 많다.

 

상호작용 없는 게임이 널린 시대에 앞서가는 연출을 보여준다.

아군 방향으로 쐈더니 이런 대사가 나온다.

팀을 짜서 함께 작전한다는 느낌을 주는 연출.

 

오인사격이 별로 없었는데도 페피가 걸레짝이 됐다.

이쯤 되면 페피는 동네북이 아닐까?

 

이건 팀이 아니다, 도움이 되야 팀이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팀원들. 형편없는 놈들을 팀이라는 족쇄에 묶여 끌고 가야 하는 주인공. 그런 주제에 "별것도 아니었어!" 라니, 자기가 뭘 했다고 이런 말을 하는 걸까? "내가 다 했지 니들이 뭘 했니?" 나중에 수익 분배하면 칼같이 N분의 1 요구할 놈들이다. 

 

적을 격추하는 것 말고도 장애물을 뛰어넘는 스테이지도 있다.

장애물과 안 닿은 것 같은데도 종종 충돌이 발생하므로 여유 있게 피하는 게 좋다.

 

많은 이들이 스테이지 3을 어려워한다. 공략법을 모르면 보스와 만나는 것조차 불가능하기 때문. 나 역시 많이 헤맨 사람 중 하나였지만, 생각해보니 이놈들이 더 악질이었던 것 같다. 바로 스테이지 5의 보스 베놈이다.

 

<스타폭스>는 3차원 공간을 이용하는 게임이다. (상하좌우 앞뒤)

그런데 막상 움직여보면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은 극히 제한되어 있다. 쉽게 말하면 내 캐릭터가 보이지 않는 상자 속에 갇혀있다고 보면 된다. 즉 고도를 위쪽으로 쭉 올리거나, 우측으로 계속 움직여도 한계선에 부딪힌다.

 

움직일 수 있는 범위가 좁다는 건, 적과 거리를 벌릴 수가 없다는 것이다. 플레이어는 항상 적과 정해진 거리를 두고 싸워야 한다. 그러니 시야가 상당히 좁을 수밖에 없다. 스테이지 5 보스전에서는 적이 미사일을 쐈는데 내 시야에 잡히지 않을 때가 있다.

 

스샷의 상황이 딱 그랬다. 분명 미사일이 날아오는 걸 감지하지 못했는데, 미사일이 나와 충돌하기 직전에 시야에 들어온 것이다. 이럴 때 굉장한 불합리함을 느낀다.

 

스샷처럼 보이지도 않는데 맞을 때도 있고, 맞기 직전에 미사일이 보일 때도 있다.

초기 3D라 그런지 여러모로 미흡한 점이 많다.

 

모든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면 격추율, 스코어, 평균값 등을 보여준다.

비행기 게임에 스코어링 없으면 섭하지.

 

 

 

평가 점수 ★★★★

3D 슈팅의 선구자.

<스타폭스>는 아이디어와 최신 기술이 융합하여 새 시대의 서막을 장식한 게임이었다. 기체를 빙글빙글 회전하면서 3차원 공간을 누비는 즐거움은 당시로선 전무한 것이었다. 그러나 게임 사를 장식한 게임치곤 문제가 많은데, 우선 자유로운 비행이 안되고, 팀원이 쓸모없고, 결정적으로 시야가 너무 좁다. <스타폭스>의 기술은 놀라운 것이었지만 그 기술을 구현할 토대가 부실했던 것이다.

 

그러나 시대의 풍파에 너무나 시달린 탓인지, 다시금 해보니 동시대 게임들보다도 낡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어설픈 3D보다는 2D가 예뻐 보이는 현대인의 시선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스타폭스>는 덜 여문 사과와 같은 게임이었다. 이 획기적인 실험은 4년 후, <스타폭스 64>란 걸작을 탄생시킴으로써 비로소 결실을 맺었다. 그 출발점이 <스타폭스>라는 것만으로도 값어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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