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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리뷰

공룡시대 (1991)

by 눈다랑어 2022. 5. 28.

90년대에 컴퓨터를 만져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해본 게임이 있다. 바로 고인돌이다. 원제는 Prehistorik(선사시대), 동서게임채널에서 '공룡시대'라는 이름으로 유통했지만 정품을 본 적이 없다. 당시엔 게임을 돈 주고 산다는 의식이 희박했고, 불법 복제가 당연하다는 듯이 이뤄졌다.

 

업자들에 의해 요상한 이름으로 개명된 게임들도 있었다. 고인돌 또한 그런 케이스가 아닌가 싶다. 확실히 선사시대보단 고인돌이란 표현이 인상적이다. 독수리 오형제(테라 크레스타), 시집가는 날(모모코 120%) 같은 게임에 비하면 제대로 된 로컬라이징이라 할 수 있겠다.

 

표지판으로 사용된 고인돌

온갖 마이너한 정보가 가득한 구글이지만, 어째 Prehistorik에 대한 정보는 찾기 힘들다.

영어, 불어 페이지보다 한국어 페이지가 많을 지경.

 

<슈퍼마리오 브라더스, 1985>

슈퍼마리오의 성공은 플랫폼 장르 붐을 일으켰다. 닌자거북이, 배트맨, 칩과 데일, 벅스 버니, 심슨에 이르기까지, 웬만한 유명 ip는 플랫폼 게임으로 재탄생했다. 가정용 콘솔 시장에선 <슈퍼마리오 월드> <악마성 드라큘라> <소닉> 등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포화 상태였던 콘솔 시장에 비해 PC 시장은 여유로웠다. <위험한 데이브> <커맨더 킨> <프리히스토릭>, 다들 1991년 즈음에 출시된 게임들이다. <프리히스토릭>은 이 중에서도 최약체처럼 보인다. 일단 게임 속 이야기부터 해보자.

 

오프닝에서 보여주는 짧막한 설정

주인공이 배고픔에 못 이겨 모험길을 떠나는 이야기.

 

방망이 연타

조작은 지극히 단순하며, 슈퍼마리오처럼 테크닉이 필요하지 않다.

그저 앞으로 달려가서 스페이스바(방망이질)를 연타할 뿐이다.

 

허공에 방망이를 갈기면 음식이 나오기도 한다.

모든 아이템은 위치가 정해져 있어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얼빵한 표정이 귀엽다.

선사시대 배경에 왠 공룡?

공룡이 나오는 게 더 자극적이니 대충 넘어가자.

 

공룡을 때려눕혀 먹이로 삼는 원시인.

획득한 먹이는 화면 상단의 FOOD 게이지로 전환된다.

FOOD를 꽉 채워야 스테이지를 깰 수 있음.

 

산신령을 공격하면 특별한 아이템을 준다. 이 게임은 <카르노브, 1987>처럼 아이템을 저장해뒀다가 적재적소에 사용하는 게 불가능하다. 폭탄을 먹으면 곧장 모든 적들이 쓰러지거나, 방패를 먹으면 즉시 일시무적 상태가 된다. 아이템 사용 시기를 스스로 결정할 수 없는 게 아쉽다.

 

어린이도 풀 수 있는 가벼운 퍼즐

잠시 관찰하면 금방 규칙을 알 수 있는 퍼즐.

타이밍에 맞추는 게 핵심이다.

 

가장 어려운 퍼즐이 이 정도

 

FOOD를 꽉 채운 상태에서 맵 끝에 도착하면 클리어!

못 채우면 다시 뒤로 돌아가서 채워야 한다. 

 

스테이지 2

거대 공룡은 아무런 공격도 하지 않는다. 양쪽에서 새끼 공룡들이 달려오는 게 전부.

패턴이 단순해 공략하는 재미는 없지만, 스페이스바를 연타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선사시대는 7 스테이지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 중 3개의 스테이지가 30초 만에 끝나는 보스전이다. 볼륨이 아쉬울 수밖에 없다.

 

빙하기 컨셉의 스테이지 3

식량난에 시달리는 세계.

스테이지 1과 달리 동굴에서 식량을 찾아야 할 때가 많다.

 

쉬운 난이도

선사시대는 체크 포인트가 없다. 캐릭터가 죽으면 사망 위치에서 곧바로 시작한다. <마계촌, 1985>처럼 두 방에 죽지도 않고, <악마성 드라큘라, 1986>처럼 점프 중에 공격 당해 낙사하는 일도 없다. 

 

어린이 친화 게임

주인공은 피격 시 넉백 판정도 없고, 일시무적 상태를 이용해 맞으면서 지나갈 수도 있다.

'난이도가 살벌했던 그 시절'을 감안하지 않더라도 쉽다. 여기까진 게임의 컨셉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효과음을 들으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선사시대의 효과음은 그 수가 턱없이 부족하고, 적재적소에 효과적으로 쓰이지도 못했다. 방망이의 둔탁한 타격감은 잘 느껴지지 않고, 스페이스 바가 울리는 소리가 방 안에 가득 퍼진다. 부실한 타격감을 스페이스 바에 공격 키를 할당함으로써 대체한 것이다.

 

그나마 방망이질은 낫다. 피격 효과음(주인공)은 아예 없다. 만들기 귀찮았던 걸까?

피격 모션, 효과음이 없는 이유는 '쉬운 레벨 디자인'을 위해 의도된 게 아닌, 개발진의 역량 부족에서 비롯된 문제가 아니었을까. 그런 의심을 머릿속에서 떨칠 수가 없었다.

 

그루터기를 밟고서

선사시대는 (↓ + JUMP)로 아래 칸으로 내려오는 기능이 없다. 편의성이 떨어지는 게임일수록 조작감이 엉망인 게임들이 많은데, 선사시대는 다행히 조작감이 괜찮은 편이다. 슈퍼 마리오처럼 오른쪽으로 점프하면서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떨어지는 것이 가능한 것이다.

 

스테이지 6

거대 원시인과의 대결.

 

중앙의 점프 발판을 밟고 머리를 사정없이 두들겨 주면 된다.

공격 텀이 매우 길기 때문에 스테이지 2, 4보다도 쉽게 느껴질 정도다.

어째 가면 갈수록 쉽냐...

 

스테이지 7 (마지막 스테이지)

팔의 근육을 보아하니 도핑이 의심스럽다.

5대 맞아야 쓰러지기 때문에 멧집이 굉장한 편.

 

쓰러지면 PT 체조 포즈를 취하면서 허우적댄다.

코믹한 장면이야말로 이 게임의 매력 포인트.

 

 

 

평가점수 ★★★

선사시대는 특별하지 않다. 미숙한 부분도 많다. 30분이 채 안 되는 분량에 비슷비슷한 플레이가 반복된다. 양질의 플랫폼 게임이 쏟아지던 시대에, 선사시대의 장점은 거의 없다시피 느껴진다.

 

그런 게임이 왜 한국에서 유행한 걸까? 감히 추측해보자면 이렇다. 첫째, 보급률이 높은 PC 게임이었기 때문에. 둘째, 영어를 몰라도 상관없는 게임이었기 때문에. 이제 와서 30년 전의 유행을 뭔 수로 검증하겠냐만은.

 

어린이 스스로 깨기 힘든 게임들이 즐비했던 시대. 선사시대의 쉬운 난이도는 아이들 눈높이에 딱 맞았다. 많은 아이들에게 "나도 깰 수 있는 게임이 있다"는 희망을 심어주었다. 쉬운 난이도를 게이머의 도전 의식을 자극하지 않는다고 비판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오히려 쉬운 난이도야말로 이 게임의 최대 장점일지도 모른다. 미숙한 점이 많은 게임이지만, 많은 이들이 이 게임을 기억하는 데엔 이유가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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