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노블레이드 3 발매가 코 앞으로 다가오면서 전작을 돌아보고 싶었다. 제노블의 뿌리는 제노기어스부터 살펴보는 게 타당하나, 가벼이 다룰 수 없는 게임이다보니 일단 넘어가도록 하자.
시리즈에 입문할 때 단골 걱정거리는 전작의 플레이 유무다. "전작을 꼭 해봐야 하나요?" "스토리 요약본이라도 볼까요?"를 수도 없이 들었다. 본론만 말하자면 꼭 그럴 필요는 없다. 이 얘기는 본편을 살펴본 뒤 다시 다루고자 한다. (마지막 문단에서 계속.)
끝없이 펼쳐진 운해.
사람들은 거신수 아르스에 발을 디디고 살아간다. <제노블레이드, 2010>은 거신과 기신의 잔해 위에서 살아가는 생명들을 그렸다. <제노블레이드 2> 역시 비슷한 설정이지만, 아르스는 거신이나 기신과 다르게 엄연한 생명체이며, 인간의 동반자 같은 존재이다.
주인공 렉스는 어린 나이에도 뛰어난 샐비저로 활약하고 있다. 샐비저란 운해 속에 가라앉은 물건을 끄집어내는 직업, 인양과 해녀를 섞으면 딱 이런 느낌이 아닐까 싶다.
<제노블레이드>보다 <그란디아> 시리즈와의 유사점이 눈에 띈다.
특히 <그란디아 2, 2000>의 영향이 엿보인다. 이외에도 기존 시리즈와 차별점이 보이는데,
2022.03.10 - [게임리뷰] - 그란디아 2 (2000)
그란디아 2 (2000)
메가드라이브, 세가 새턴, 드림캐스트에 이르기까지, 세가의 RPG 수난시대는 그칠 줄을 몰랐다. 새턴은 밀리언 셀러 타이틀이 거의 없을 정도로 실적이 저조한 콘솔이었다. 출시 당시 그란디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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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노블레이드 2>는 덕후 페이스트가 진하게 뭍어나오는 게임이다. 가슴이 선명하게 드러나는 의상에, 몸매를 부각시키는 카메라 워크에, 가벼운 분위기까지 더해져 소위 뽕빨물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가슴 라인이 선명하게 보이는 의상,
탁 트인 뒷태, 옆트임, 짧고 타이트한 바지.
호무라가 필살기를 쓰는 동안 신나게 응원하는 렉스.
목숨 걸고 싸우고 있는데 춤이 웬말이람.
히바나가 필살기를 쓰는 동안 춤을 추는 니아. 블레이드와 드라이버는 에테르로 연결되어, 블레이드가 에테르를 공급하면 드라이버가 공격을 퍼붓는다. 필살기를 사용하면 입장이 반대가 되어, 드라이버는 응원하고 블레이드는 화력을 쏟아 붓는다.
토라, 하나, 니아, 호무라의 인연토크 장면.
애초에 호무라는 메이드가 아닌데?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람.
기존 시리즈에 익숙할수록 거부감이 드는 전개. 팬층이 넓어지는 건 환영할 일이지만... <제노> 시리즈의 매력은 진중한 분위기, 치밀한 설정, 거대한 세계 그런 것들 아니었던가. <제노> 시리즈는 JRPG 중에서도 이례적으로 서양 문화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다. 시리즈 내내 이어진 니체 철학, 그노시즘의 색채는 설정 놀음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결과적으로, 십덕 페이스트와 니체, 그노시즘의 어색한 동행은 세계 전체를 부자연스럽게 만들었다. 여기서 말하는 '십덕'이란 흐름 상 부자연스러운 (모에 노선의) 범주를 말한다. 재미있는 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야기의 완성도가 탄탄하다는 것이다.
초반부터 그런 징조가 보이긴 했다.
개그 파트와 섹스 어필에 싹 다 묻혀서 그렇지.
렉스)
요즘 아르스 수도 눈에 띄게 줄었잖아?
얼마 전에도 대형 아르스 하나가 가라앉는 걸 봤어.
수많은 동물들을 태운 채로...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다가오고 있는 종말.
아르스의 죽음은 곧 모든 생명체의 죽음을 의미한다.
낙원 전설, 그걸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얼마 남지 않은 사람들끼리 서로 뺏고 빼앗기는 세상.
단순히 운 좋은 꼬맹이가 아니다. 본편에선 잘 몰랐는데, DLC와 2회차를 거치면서 왜 렉스를 주인공으로 배치했는지 납득이 갔다.
진지한 장면에 굳이 이런 구도를 잡아야만 했을까.
몰입이 흔적도 없이 소멸하는 순간...
드라이버란 코어 크리스털에 동조해 블레이드를 탄생시킬 수 있는 존재.
주인공 파티의 렉스, 니아 역시 엄연한 드라이버다.
블레이드를 부하, 병기처럼 다루는 이들도 있고, 어떤 이들은 파트너, 친구, 연인 같은 관계를 맺기도 한다. 블레이드는 사람처럼 자아가 있고, 드라이버가 죽음을 맞이하면 코어 크리스털로 되돌아간다. 크리스탈이 되면 전(前) 드라이버와의 기억을 잃고, 한동안 동조를 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 또한 같은 블레이드라도 누구와 동조하느냐에 따라 성격이 변하는 등 드라이버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블레이드는 크게 레어, 커먼블레이드로 나뉜다. 레어블레이드는 50종 이상, 커먼블레이드는 셀 수가 없을 정도로 많다. 드라이버는 블레이드를 세 명까지 장착할 수 있으며, 전투 중에 블레이드를 교체하면서 다채로운 공격을 선보일 수 있다. 블레이드는 전투 양상을 풍부하게 만들었으며, 캐릭터마다 다양한 매력이 있어 수집하는 재미가 있다.
드라이버와 블레이드는 강한 인연을 맺을수록 강한 힘을 발휘한다. 블레이드는 드라이버와 선으로 연결되어 에테르를 공급하고, 인연이 깊어지면 황금색 선으로 연결되어 각종 보너스를 받는다. 인연은 전작에서도 비중있게 다뤄졌지만, 눈에 보이는 형태로 표현된 것은 <제노블레이드 2> 만한 것이 없다.
미쿠마리와 세오리는 블레이드의 특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들은 다른 사람의 코어 크리스털을 탈취하고, 방해하는 자를 일말의 주저 없이 해치운다. 아마 드라이버의 영향을 크게 받았으리라.
모종의 이유로 미쿠마리가 코어 크리스털로 돌아가자, 렉스 일행은 미쿠마리의 코어 크리스털과 동조한다. 새롭게 태어난 미쿠마리는 외모, 능력은 동일하나 이전과는 다른 인물로 거듭난다. 미쿠마리는 과거의 자신이 범죄 행위에 가담했다는 사실을 듣고 피해자를 찾아다니며 속죄의 길을 걷는다. '블레이드는 드라이버의 영향을 받는다'는 설정은 메인 퀘스트에서도 넌지시 암시되는 등, <제노블레이드 2>의 세계관에서 중요 설정으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블레이드는 드라이버의 영향을 받는다'는 설정은 제대로 활용되지 못했다. 예를 들어 이다텐은 누구와 동조하더라도 먹는 것 말고는 관심이 없으며, 드라이버와의 인연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
야에기리도 마찬가지다. 야에기리는 강자와 싸우는 것 외에 관심이 없다. 드라이버와의 인연은 '강적을 주선해주는 사람' 정도로 표현되었을 뿐, 서로 마음이 교차하는 장면은 일절 찾아볼 수 없다. 레어블레이드는 렉스, 니아, 멜레프 누구와 동조하더라도 성향은 변하지 않는다. 설정과 시나리오의 충돌은 세계관의 설득력을 떨어뜨린다.
메인 시나리오에 등장하는 핵심 블레이드는 10명 정도. 이미 등장인물이 차고 넘친다. 레어블레이드의 숫자는 대략 50여명, 메인 시나리오에 뛰어들기엔 너무 많은 숫자다. 이들의 이야기는 전용 퀘스트인 '블레이드 퀘스트'를 통해 찾아볼 수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일반 퀘스트의 품질이 기억에 남았다.
블레이드 퀘스트는 블레이드의 매력을 강조하고, 주인공 일행의 역할을 축소시켰다. 여기까지는 공감하는데, 레어 블레이드의 개성을 강조하다보니 주인공 일행의 능력을 지나치게 평가절하하는 경향이 있었다.
야에기리의 블레이드 퀘스트가 딱 그렇다. 주인공 일행이 강적을 쓰러뜨리지 못해 곤란해하자, 야에기리가 나서 단 번에 해결한다. 야에기리가 강한 건 잘 알겠다. 그러나 히카리, 지크, 멜레프로 이루어진 파티가 야에기리 한 명보다 약하다는 게 믿겨지는가. 명백한 설정 구멍이다.
블레이드의 문제점은 획득 시스템에서도 이어진다. 마치 모바일 게임의 뽑기 같은 시스템. 이 시스템의 장단점을 살펴보자면,
장점 ⓐ 사람마다 초반에 뽑는 블레이드가 달라 색다른 경험이 가능하다. ⓑ 과금이 강제되지 않는다. (시즌 패스 구매 시 약간의 보상이 주어진다.) 단점 ⓐ 레어 블레이드의 획득률이 낮다. (크리스털을 50개씩 까도 안 나올 때가 허다함) ⓑ 가챠를 한 개씩 일일히 까야한다. (10개 뽑기 x) ⓒ 블레이드 소지 한도가 있어, 불필요한 블레이드를 수시로 갈아야 한다. ⓓ 블레이드를 하나씩 갈아야 한다. (일괄 삭제 x) |
드라이버와 블레이드의 인연은 특수하다. 시나리오 상에서도 흥미로운 장면이 나온다. 소녀가 실수로 희귀한 코어 크리스털과 동조하자, 코어 크리스털을 비싸게 팔아먹으려는 어른이 소녀를 죽이려고 한다. 소녀(드라이버)가 죽으면 블레이드는 코어 크리스털로 돌아가기 때문. 이렇듯 드라이버와 블레이드의 인연은 쉽게 끊어지지 않는다.
<제노블레이드 2>는 게임적 편의를 챙긴 대신, 핍진성을 희생시키는 결단을 내렸다. 오버드라이브는 블레이드의 드라이버를 바꿀 수 있는 아이템이다. 아이템 하나로 쉽게 드라이버를 바꾼다면, 드라이버와 블레이드의 인연을 강조한 스토리는 설득력을 잃어버릴 수밖에 없다.
<제노블레이드 2>는 드라이버와 블레이드와의 인연을 줄기차게 강조한다. 그러나 블레이드의 소지 한도가 꽉 차면 플레이어는 블레이드를 갈아버릴 수밖에 없다. 개성없게 생겼다는 이유로 갈아버리는 현실. 이게 정말 '인연'인가. 내러티브와 게임 메카닉의 부조화. <제노> 시리즈의 강점이 또 하나 줄어들었다.
드라이버와 블레이드는 한 팀을 이뤄 싸운다. 드라이버는 공격을 담당하고, 블레이드는 에테르를 공급한다. 블레이드는 필살기를 쓸 때만 무기를 넘겨받아 공격한다. 이것도 나름 설정이 있다.
그러나 블레이드와 '함께 싸운다'는 기분은 잘 들지 않았다. 드라이버와 블레이드의 스위칭 액션이 활발하지도 않고, 뒤에서 같이 싸우지도 않는다. 이따금 블레이드가 드라이버에게 버프를 걸어 주는데, 아이콘 표시가 명확하지 않아 버프의 유무를 알 수 없을 때가 많다. 분명히 같이 싸우는 데도 "얘가 날 돕긴 하나" 같은 마음을 떨쳐버리기 힘들다.
<제노블레이드>의 주인공 슈르크는 가까운 미래를 감지하는 독특한 능력을 지녔다. 이름하야 비전(미래시). 이 시스템은 게임의 설정으로, 배틀 시스템으로 구현되어 작품의 분위기를 좌우한다.
비전이 발동되면 미래를 보고 짧은 시간 동안 대처할 시간이 주어진다. 이 시스템은 <제노블레이드>의 이야기를 진실하게 만드는데 공헌했다. 비슷한 설정을 가진 <제노블레이드 2>의 '인과율 예측'은 회피율을 올리는 단순한 능력으로 구현되어, 컷신에서의 소소한 활약 외에는 이렇다 할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제노블레이드>의 여정은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거신의 다리에 올라 중앙 채굴장, 인광의 땅 자톨, 거신의 내부, 마크나 원시림, 땅끝 마을, 엘트 해로 이어지는 지형은 이 세계의 탄생 설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이들 지역에는 비경이란 숨겨진 장소가 존재하며, 보는 순간 이곳이 비경임을 직감할 수 있게 표현되었다.
<제노블레이드 2>는 어떨까. 비경은 라겔트 수중 정원처럼 한 눈에 보기에도 예쁜 장소가 있는 반면, 비경이란 이름에 걸맞지 않게 평범한 장소도 있다. 예를 들어 망각의 봉토는 수페르비아의 흔한 풍경 그 자체이고, 르노 함몰동은 스토리 상 반드시 거쳐가는 흔한 장소로 표현되었다. 특별한 경험이 평범하게 연출된 것이다.
결국 이런 감상은 전작을 먼저 접했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다. <제노블레이드 2>로 시리즈에 입문한 사람들은 아무래도 상관없는 일일지 모르겠다. 시리즈물을 평가하기 어려운 게 바로 이런 부분이다. 그러나 비경 문제야 대충 넘어간다고 쳐도, 앞서 이야기한 무분별한 섹스 어필, 덕후 취향의 노선, 개그 파트가 이야기의 밀도를 갉아먹고 있다.
세계의 전체적인 균형에 초점을 둘 것인가, 세계를 다소 희생하더라도 캐릭터를 띄워줄 것인가. 답이 안 나오는 문제다. 시리즈의 저변을 넓히지 않으면 아는 사람들만 아는 게임이 될지도 모른다. 모노리스 소프트의 결정을 선뜻 비판할 수 없는 것이다.
대자연을 표현한 굴라
<제노블레이드 2>는 개발사의 사정으로 불완전한 상태로 출시되었다. 프레임 드랍, 그래픽 품질 저하가 수시로 발생하고, 독 모드와 휴대 모드의 해상도 차이가 상당하다. 개발사의 전작 <제노블레이드 X, 2015>로부터 불과 3년 만에 출시된 신작. 열악한 환경이 쉽게 상상되지만, 소비자가 그런 것까지 이해해줄 의리는 없다.
멈춤 현상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약 250시간 정도 플레이하는 동안, 적어도 6번 이상의 에러를 경험했다. 심지어 자동저장도 없다. 3시간 진행한 게임을 날려먹고 나서, 메뉴를 킬 때마다 "혹시 멈추는 거 아니야?"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온전히 게임에 집중하고 싶은데, 그조차 안 되는 게임이라니. 울며 겨자먹기로 수시로 저장하는 수밖에 없다.
블레이드의 필드스킬은 맵의 장애물을 치우는 용도로 사용된다. 필드스킬을 사용하려면 반드시 해당 블레이드를 장착(인게이지)할 필요가 있다. 마치 <포켓몬스터>의 비전머신을 떠올리게 하는 시스템. 구작 <포켓몬>을 해본 사람들은 이 시스템이 얼마나 불편한지 질릴 정도로 체험했을 것이다.
<제노블레이드 2>는 방대한 오픈 월드를 채택했다. (심리스 방식의 세미 오픈월드) 그러나 흔히 오픈 월드에서 떠올릴 법한, 언덕에서 뛰어내리면서 활강하거나, 벽을 기어오르거나, 램프를 밝혀 어두껌껌한 맵을 탐험하는 역동적인 경험은 없다. 이런 상황에서 장르에 어울리지 않는, '비전머신'식 시스템을 채택한 실수는 너무나도 뼈저리게 느껴진다. 슈퍼패미컴 시대의 젤다처럼, 메트로이드처럼 액션으로 구현할 순 없었던 것일까.
전작 <제노블레이드 X>는 거대한 세계를 탐험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메카를 타고 세계를 누비고, 필드를 내달리며 높이뛰기 선수처럼 뛰어오르고, 주변에 떨어진 고철, 둥지 등을 조사하고, 주요 포인트에 데이터 프로브를 설치, 지도를 밟히며 세계를 넓혀간다. <제노블레이드 X>의 비극은 편의성에 기인한다. 필드스킬이 그렇다. 보물상자를 찾아도 해당 필드스킬 레벨이 낮으면 열 방법이 없다. 탐험의 기쁨이 순식간에 식어버리는 순간이다.
따라서 필드스킬에 대한 평가는 그리 좋지 못했다. 필드스킬은 <제노블레이드 2>의 캐릭터와 결합되어 '캐릭터 스킬'로 다시 태어났다. 그러나 새로운 시스템은 탐험 편의성을 늘려주는 방식(활강, 등반 등등)이 아닌, 스킬 레벨을 맞추면 알아서 장애물을 돌파하는 '비전머신' 형태로 구현됐다.
<제노블레이드 2>에는 수많은 필드 스킬이 존재한다. 암속성의 힘, 화속성의 힘, 수속성의 힘, 괴력, 집중력, 노폰의 지식... 전부 다른 스킬처럼 보이지만 본질은 같다. 필드스킬의 메커니즘은 <제노블레이드 X>에서 전혀 나아지지 않고, 도리어 퇴화했다. 일일히 블레이드를 인게이지(장착)해야 통과되는 필드스킬이라니. 원 세상에.
<제노블레이드 2>의 컨텐츠는 반복적이다. 블레이드의 성능은 인연 링에 따라 결정되는데, 스샷의 사례처럼 룩수리아인과 대화(15명)하면 인연 링이 달성되는 구조를 지녔다. 이런 게 많아도 너무 많다.
인연 링에 특정 몬스터 토벌이 적인 친구들이 있다. 그런데 몬스터의 위치를 모른다. (인터넷 검색이 가장 빠른 방법이다.) 인연 링의 안쪽 열이 미달성 상태라면 바깥 열은 열리지도 않는다. 소급 적용? 당연히 없다. 신뢰도 얘기는 아직 꺼내지도 않았다.
신뢰도를 올리는 가장 쉬운 방법은 반하겔 제작이다. 반하겔은 DLC(시즌 패스) 없이 제작이 불가능하며 번거롭기로 악명이 자자하다. 나는 그저 인연 토크를 전부 보고 싶을 뿐인데...
레어블레이드 나나코오리는 최고의 힐러로 꼽힌다. 나나코오리를 완벽하게 육성하려면 용병단 임무를 100회 이상 수행해서 관련 스토리를 전부 클리어해야 한다. <제노블레이드 2>의 힐러는 유통기한이 짧다. 따라서 용병단 임무를 100회 이상 수행했을 정도면, 이미 게임 클리어를 목전에 둔 상태나 마찬가지다. 대체 어쩌자고 이런 퀘스트를 집어넣었단 말인가.
'엔들리스 에이트'는 유사한 내용을 8번 연속 방영하여 큰 충격을 주었다. 대체 나나코오리는 뭐였을까, 같은 퀘스트를 100번 수행하라니, 제 정신으로 할 소린가. 난 그저 나나코오리의 이야기를 보고 싶었을 뿐인데, 질 나쁜 노가다에 휩쓸려 악과 깡만 남았다.
까려면 끝이 없는 게임이 <제노블레이드 2>다. 전작은 채집할 때 어떤 아이템을 먹었는지 팝업이 뜬다. <제노블레이드 2>는 팝업은커녕 뭘 얻었는지 한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이것저것 눌러보다가 알게 된 기능도 있다. 아이템 사용은 화면 하단부에 작게 나와있는데, 튜토리얼에서 알려주지 않아 모르고 지나치기 쉽다. 하나라이즈의 스킬을 갈아서 에테르 결정으로 만드는 시스템 또한 마찬가지다. 뭘 알려줘야 써먹던가 하지...
처음엔 위의 세 종류(버터플라이 에지, 재규어 스크래치, 힐링 하이로)가 일반 아츠, 맨 밑(제미니 루프)이 궁극기인 줄 알았다. 실제로는 교체 가능한 일반 아츠로, 헷갈릴 여지가 많은 게 <제노블레이드 2>의 특징이다.
숨은 인연까지 달성하려면 2회차 플레이를 해도 부족할 정도.
적이 쓰러지거나 스매시 공격을 받으면 아이템이 떨어진다. 스샷의 상황을 보자. 전투가 끝나지 않은 상황인데 아이템이 떨어졌다. 드랍 아이템들은 일정 시간이 지나면 증발한다. 아이템을 잃고싶지 않다면 전투 도중 아이템을 먹으러 이동해야 한다. 적을 벼랑에서 밀어 쓰러뜨리면, 아이템도 벼랑 밑으로 떨어진다. 나중에 그 자리로 가봤자 아이템은 증발해버린 상태. 왜 이렇게 불편하게 만들었을까. 이해하기 힘들다.
대량 구매가 가능하지만, 납품은 일일히 하나씩 해야한다.
이게 대체 뭔 해괴한 소리란 말인가. 기본적인 기능이 너무 부족하다.
<제노블레이드 2>의 길 찾기는 악명이 자자하다. 가장 큰 이유는 지도와 나침반을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제노블레이드>의 나침반은 전방위를 가리키므로 위치를 입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다. <제노블레이드 X>는 내비게이션 볼을 추가하여 길 찾기 기능을 강화했다. 대체 뭘 하면 이보다 퇴화할 수 있을까.
이런 지도는 세로 방향(z축)에 뭐가 있는지 파악하기 어렵다. 지도를 봐도 내가 아래 지형에 있는지, 저 멀리 떨어진 아래 지형에 있는지 파악하기 힘들다. 또한 장소와 장소가 직접 연결되지 않고, 필드스킬이나 맵 기믹으로 연결된 점 또한 문제다. 맵 디자인이 이런 식이면 지도가 무의미하다. 심지어 인디케이터도 없다. (맵을 열었을 때 내가 보고 있는 방향을 표시하는 기능)
11시 방향 포털을 타서 3시 방향 포털로 나오게 만들면 누가 지도를 보고 따라가겠는가? 어디로 가야할지 모른 채, 우연히 길을 찾을 수 있기를 기원하며 뺑뺑 도는 게 전부다. <슈퍼마리오 브라더스, 1985>마저 정석과 워프 루트가 따로 있거늘, 2017년산 게임에 워프 루트만 던져주면 어쩌란 말인가.
길 찾기 한답시고 몇 시간을 헤매다 보면, 스토리에 몰입하기는 커녕 분노만 남기 마련이다. 얌전히 공략을 보든지, 길 찾는 눈이 탁월해야 이 사태를 피할 수 있다.
게다가 몹 배치는 어떠한가. 초반 필드인 굴라의 몹 배치는 충분히 테스트되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걸핏하면 고레벨 몬스터가 습격하는 데다, 피할 수 있는 공간이 충분히 확보되지 못했다. 들키지 않고 피해가기 어렵고, 몬스터의 색적 범위도 넓다. 초반에 고레벨 몬스터를 깔아놨다면 대응책을 줘야할 것 아닌가. DLC를 사면 선제공격을 비활성화할 수 있지만, 꼭 필요한 옵션을 DLC로 파는 건 무슨 심보인가.
지크는 상투스 체인의 위치를 알고 있는 캐릭터다. 룩수리아가 위기에 빠졌는데도 상투스 체인의 위치는 내비게이션에 표시되지 않고, 지크가 가이드 역할을 맡지도 않았다.
시나리오의 허술함은 끔찍한 길 찾기와 합쳐져 역효과를 낸다. 길 찾기로 악명높은 룩수리아에서, 일각을 다투는 상황인데 어쩌자고 빙빙 돌게 만든단 말인가?
내비게이션도 없어, 설명도 똑바로 못 해.
일분일초가 아까운 상황인데 태평하게 퍼즐이나 푸는 신세다.
길 찾기의 악명은 폐공장, 룩수리아, 엘피스 영동 등이 유명하지만, 그에 못지 않은 장소가 널렸다. 굴라에서 퀘스트를 진행하다보면 이런 장소가 보인다. 우측 상단 지도에 퀘스트 대상(파란 점)이 표시되어 있는데, 대체 어떻게 가야할 지 몰라 주변을 빙빙 돌았다. 어쩌다보니 바로 앞에 있는 나무에 접근했는데,
나무 틈새로 아래쪽으로 떨어지는 길이 있었다.
지도를 확대해봤자 이런 기믹이 있다는 걸 알 리가 없다.
왜 이렇게 비밀스럽게 만들었을까. 제작자의 악의가 느껴진다.
길 찾기만 문제인가. 탐험 파트도 아쉽다. 처음부터 맵이 밝혀져 있어 기대감이 없고, 맵을 밝히러 돌아다닐 필요조차 없다. 이 게임의 내비게이션은 사기꾼이다. 직접 가보지 않으면 갈 수 있을지 없을지 알 수가 없다. 모험은 무슨, 그저 똥개 훈련 아닌가.
<제노블레이드> <제노블레이드 X>는 MMORPG의 느낌이 물씬 나는 게임이었다. 상대 패턴을 보면서 임기응변으로 대응하고, 몬스터에 맞게 공략법을 찾아내고, 탱딜힐 역할 분배를 짜임새 맞게 구성한다. <제노블레이드 2>의 선택은 달랐다. 전투는 죄다 딜러만 모은 것처럼 진행되며 힐러 역할군은 철저하게 무시되었다. 근력과 에테르는 스탯 상의 구분일 뿐 별로 중요한 요소가 아니다.
플레이어는 한 팀을 조종하며 나머지 두 팀은 CPU의 차지다. 전작 <제노블레이드 X>는 CPU에게 지시를 내리는 기능을 지원했으나 이 작품은 그런 게 없다. AI 세부 설정 기능(우선순위 설정)은 당연히 없다.
초대작부터 이어진, 좌우로 길게 펼쳐진 스킬 파레트는 이제 안녕이다. <제노블레이드 2>의 UI는 마치 액션 장르를 보는 것처럼 변했다. 네 개의 키에 각각 대응하는 스킬들. 이 과정에서 무수한 스킬이 사라졌다. 부족한 깊이는 수많은 블레이드로, 복잡한 시스템으로 극복했다.
몇 가지만 살펴보자. 블레이드 콤보(이하 블콤)는 정해진 순서대로 필살기를 콤보로 넣는 시스템이다. 블콤은 여러 종류가 있으며, 불불불, 불물불, 불불빛 등 다양한 족보가 존재한다. 족보는 외우는 게 최선이지만, 우측 상단에 사용 가능한 족보를 띄워주기 때문에 꼭 외울 필요는 없다.
드라이브 콤보(이하 드콤)는 정해진 순서대로 연계하는 아츠 공격이다. 블콤이 대미지에 집중했다면, 드콤은 적을 무력화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아츠를 브레이크, 다운, 라이징, 스매시 순서로 늘어놓으면 콤보가 이어지고, 상대를 장시간 무력화할 수 있다. 드콤과 블콤이 동시에 들어가면 퓨전 콤보(예 : 라이징 + 메가 익스플로전)가 발생하며 굉장한 효과를 얻는다.
블콤을 넣으면 몹 주변에 속성구가 생긴다. 속성구가 생기면 내성이 생기지만, 체인 어택으로 속성구를 깨뜨려 상황을 역이용할 수 있다. 튜토리얼이 있지만 대충 봐선 알기 어려운 게 아쉽다. 가뜩이나 숨은 요소가 많은 게임인데, 이리 불친절하면 쓰나.
<제노블레이드 2>는 방어 옵션이 부족하다. 상대의 강력한 패턴에 정석적인 대처법은 없고, 꼼수를 써서 회피하는 게 최선이다. 예를 들어 블콤, 체인어택, 레벨4 필살기를 사용하면 연출 장면이 나오는데, 이때는 무적이기 때문에 상대 패턴을 무시하면서 폭딜을 넣을 수 있다.
<제노블레이드 2>의 전투는 극한으로 갈수록 *솔리테어 성향을 띈다. 적 패턴과 관계없이 혼자 노는 기분이 들지만, 솔리테어는 그 나름대로 독특한 즐거움을 준다.
(*솔리테어 : 혼자 노는 카드게임)
전투 도중 해상도가 들쭉날쭉한 게 아쉽다.
전투를 즐기려면 다수의 블레이드, 인연 링(아츠 캔슬)을 준비하고, 드콤, 블콤, 체인어택, 파우치의 개념을 숙지해야 한다. 첫 번째 조건부터 숨이 턱 막힌다.
누군가에겐 불편한 것이, 때로 누군가에겐 큰 매력 포인트로 다가온다. 파고들 게 많아도 너~무 많아, 스토리를 되새김질하면서 2회차를 즐기고, 인연 링을 개방해 효율을 극대화하고, 맵 곳곳에 흩뿌려진 보스를 처치하고, 아이템을 파밍하고, 최적의 세팅을 갖춰 챌린지에 도전한다. 벌써 200시간 뚝딱이다. 과연 <제노블레이드 X>의 후속작 아니랄까봐 이런 점도 닮았다.
어떤 블레이드를 써야하는 걸까, 당연히 5성 블레이드가 정답...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1~4성 커먼 블레이드는 5성에 비해 인연 링 개방이 수월하다. 엔드 게임 컨텐츠에서도 커먼 블레이드는 쏠쏠한 역할을 맡았다. 예컨대 전기 창은 챌린지 배틀에서 유효하며, 볼 메이커를 가진 블레이드는 레어 블레이드를 압살하는 성능을 지녔다. 커먼의 단점은 크게 두 가지다. ① 종류가 많아 뭐가 좋은지 알아보기 어렵다. ② 외모가 양산형이다.
<제노블레이드 2>는 수많은 무기 타입이 존재한다. 대부분의 플레이어는 검, 창, 해머 중 어떤 무기를 써야하는 지, 렉스, 니아에게 어떤 블레이드를 장착해야 효율이 좋은 지 알 수가 없다. 인터넷을 잘 뒤져보지 않으면 모를 정보들이다.
온라인 게임은 정보 교환, 협동이 필수적인 장르다. <제노블레이드 2>는 싱글게임이다. 싱글게임은 외부 사이트에 크게 의존하지 않게끔 게임 내에서 정보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이 게임은 용어 사전조차 만들지 않았다. 왜 이렇게 불편하게 만들었을까.
솔직히 고백하건대, 무기 개념을 설명할 자신이 없다. 같은 무기라도 드라이버마다 스킬 셋과 효율이 천차만별이다. 일일히 실험하기엔 한도 끝도 없고, "도검은 렉스가 좋으니까 그냥 외우세요" 수준이다.
보정은 또 어떤가. 사실 보정 자체는 설명하기 쉽다. 게임 속에서 안 알려주니 문제지. '에테르 보정'을 보고 처음에는 "이 블레이드는 에테르에 가중치가 붙는구나" 그리 생각했다. 실제 개념은 전혀 달랐다. 나는 그 블레이드를 사용할 때 보정치가 적용되는 줄 알았는데, 실제로는 장착(인게이지)한 상태로 전투에 꺼내지 않아도 적용된다.(블레이드는 1인당 총 3명까지 장착 가능) 이 중요한 내용을 왜 안 알려준 걸까?
결국 시스템을 이해하려면 외부 사이트가 필수적이다. 방대한 게임일수록 재미를 차근차근 붙일 수 있게 유도해야 되는데, 게임 내에서 잘 되지 않는 것이 아쉽다.
앞서 '<제노블레이드 2>의 시나리오는 탄탄하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런데 허술한 연출이 웬말이냐. 아케디아에서 모종의 사건이 발생하자 히카리는 의문을 제기하는데, 진지한 장면임에도 뜬금없는 섹스 어필이 들어가 이야기를 가벼워 보이게 만든다. 때와 장소는 가려야 하지 않을까.
이 작품은 이벤트성 전투가 유독 많다. 힘겹게 전투에서 승리해도 주인공이 밀리거나 패배하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이런 식의 연출이 남발되어, 시나리오 상 매우 중요한 전투임에도 어차피 흐지부지될텐데 뭣하러 열심히 싸우나 싶은 마음이 들었다. 이 순간, 몰입은 산산조각이 난다.
렉스가 정신적 성장을 거듭하는 것과 달리, 메인 히로인은 성장이 필요없는 캐릭터로 표현되었다. 호무라, 히카리의 열광적인 인기를 감안하면 꽤나 흥미로운 부분. (역시 외형이 중요하다.)
오히려 서브히로인, 츳코미 담당인 줄 알았던 니아의 변화가 두드러진다. 묘하게 전작의 멜리아가 연상되는 캐릭터. 성장형 캐릭터라는 점은 동일하나, 니아의 서사는 다소 불안정하다. 니아가 겪은 고난과 감정의 깊이가, 플레이어가 알 수 있는 형태로 그려지지 않았기 때문. 재료는 최상급인데 조금씩 아쉬운 점이 눈에 띈다.
<제노블레이드 2>의 서사는 DLC, 2회차 플레이 유무에 따라 평가가 크게 갈린다. 본래 DLC의 내용은 본편의 7장 뒤에 들어갈 예정이었다고 한다. DLC는 본편 이전의 역사를 다루는 프리퀄이지만, 본편 이전에 즐기는 건 그리 추천하고 싶지 않다. (본편의 스포일러가 있어 렉스의 감정선을 따라가기 힘들다. 제작진은 플레이어에게, 아무것도 모르는 소년 렉스의 시선으로 바라보길 원했던 것 같다.)
<제노블레이드 2>의 서사는 DLC <황금의 나라 이라>를 통해 완성된다. 렉스의 시선으로 볼 땐 혼란스러웠던 것이, 진상을 알면 장면 하나하나에 부여된 의미가 새롭게 다가온다. 보통 2회차 플레이는 엔드 컨텐츠나 새로운 컨셉을 즐기기 위해 시작한다. 그러나 <제노블레이드> 시리즈는 좀 다른데, 별 거 아닌 것 같은 장면에 복선을 깔고, 대사에 깊이를 부여한다. 자칫 딱딱할 수 있는 설정이, 말과 행동으로 빈틈없이 녹아들었다.
2022.05.12 - [게임 리뷰] - 제노블레이드 2: 황금의 나라 이라 (2018)
제노블레이드 2: 황금의 나라 이라 (2018)
제노블레이드 2는 아픈 손가락과 같다. 욕 나오는 편의성, 길 찾기, 초반부의 재미없는 배틀 디자인, 내러티브와 게임메카닉의 부조화,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많은 섹스어필까지. 재미있게 즐겼
daisy1024.tistory.com
전작의 사운드트랙이 그랬듯이, 2편의 사운드트랙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백문이불이일견, 직접 감상해 보시라.
<제노블레이드 2>의 무대는 언뜻 독립적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물밑에서 벌어지는 사건은 1편과의 연관성을 암시한다. 1편을 해보지 않아도 무방하지만, 1편을 해보면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도록 짜여져 있다. 1편의 리마스터격 게임인 <제노블레이드 DE>는 <제노블레이드 2>보다 편의성이 뛰어나기 때문에, 시리즈를 차례로 즐긴다면 위화감이 들 것이다. 2편에서 1편으로 넘어갈 때도 마찬가지다. 1편의 전투는 상당히 심플하며, 싱글 RPG임에도 MMORPG의 영향을 받아 2편과는 다른 느낌을 준다.
따라서 1편을 해볼 생각이라면 <제노블레이드 DE> <제노블레이드 2> 순으로 플레이하는 걸 추천한다. 1편과 2편 사이에 나온 <제노블레이드 X>는 독립 시나리오를 가진 외전격 게임이다. 한글화는 커녕 한글 패치조차 없고, 현세대 기기로 이식된 적도 없다. 적어도 입문자에게 추천할 만한 게임은 아니다.
(스토리 요약본은 비추천, 직접 해보지 않으면 느낄 수 없는 것도 있다.)
<제노블레이드 2>는 1편과 3편의 연결고리를 신경 써서 만든 티가 난다. 그렇다고 해서 전작을 억지로 플레이할 필요는 없다. 1편의 설정을 알면 가끔 반가운 감정이 싹트고, 설정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뿐이지.
<제노블레이드>는 RPG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중요한 작품이자, 출시된지 10년이 훌쩍 넘어 고전의 반열에 들어섰다. 십덕 취향을 좋아하는 사람, 고전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입맛에 안 맞을지도 모르겠다. <제노블레이드 2> 역시 마찬가지다. <제노블레이드 3>를 위해 불편함을 억지로 감수할 필요는 없다.
평가 점수 ★★★
<제노블레이드>는 <제노기어스> <제노사가>의 정신적 후속작을 자처하면서, 새로운 회사에서 새로운 모습으로 탄생한 프랜차이즈다. 이제 전통을 차츰 쌓아가야 할 프랜차이즈에, 구작의 전통을 무시했다며 애써 비난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기존 작품의 장점을 계승하면서 신규 팬을 끌어들인다면, 프랜차이즈의 미래도 한 층 밝아질 터다.
<제노블레이드 2>는 파멸적인 저점과, 놀라운 고점을 동시에 갖춘 유니크한 작품이다. DLC가 없으면 초반부터 몬스터 색적 문제로 고생하고, 호감도는 세월아 네월아에, 시나리오는 온전히 이해하기 어렵다. 본편의 내적 완결성을 중시하는 나로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어디 이뿐인가. <제노블레이드 2>는 기본적인 마감조차 지키지 못했다. 게임 초반 보유 블레이드의 한계, 올리기 어려운 인연 링의 문제로 밋밋한 전투를 오랫동안 거듭하는 점도 저평가의 원인이다.
비록 기초부터 부실한 결함투성이 게임이지만, 보통의 게임에서 찾아보기 힘든 명작의 품격이 느껴진다. 방대한 설정, 악역 서사, 치밀한 복선까지. 본편을, 이라를 클리어하고 뒤돌아보는 2편의 세계는 놀랍기 그지없다. 편의성과 최적화, 핍진성을 일부 포기할 수만 있다면 이만한 작품을 찾기란 불가능하다. <제노블레이드 2> 같은 게임은 달리 없으며, 당신의 눈과 귀, 감정을 뒤흔들어 놓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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