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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리뷰

겟 배스 (1997)

by 눈다랑어 2022. 1. 6.

 

겟 배스는 스포츠 게임들이 아케이드성과 사실성을 저울질하던 과도기에 나온 게임이다. 국내에선 수출판 이름이었던 세가 배스 피싱이란 이름이 더 익숙할 것 같다. 겟 배스는 낚시 게임이자 아케이드 게임이다. 제작사는 3D 아케이드 명가 세가. 그래픽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버추어 파이터, 버추어 레이싱을 처음 봤을 때의 충격이란.

 

아케이드 모드

세 가지 지역을 선택할 수 있으며, 순서만 다를 뿐 모든 지역을 플레이하게 된다.

루어 선택

루어의 조작 난이도는 세 가지로 나뉘어 있다.

사실 어려운 루어라고 해도 별다를 건 없다. 게임 자체가 그만큼 쉽다.

아케이드 기기로 플레이하는 모습

전용 컨트롤러가 달려있어 손맛이 더 좋다.

* 이 리뷰에서는 쯔리콘 대신 엑스박스 360 패드로 플레이했습니다.

 

루어 액션이 그럴 듯하게 보인다

멋진 비주얼에 비해 속은 빈껍데기 강정이다. 루어를 대충 움직여도 잘 문다.
대상 어종을 낚기 위해 루어를 신중하게 고르고, 루어 액션을 어종에 따라 달리 고르고, 릴리스 포인트에 변화를 준다. 이런 건 <겟 배스>에서 중요한 요소가 아닌 것이다. 아니 명색이 낚시 게임인데.

잘 빠진 때깔

1997년도만 해도 3D 그래픽은 폴리곤으로 대표되는 각진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헌데 이 배스는 어떤가. 마치 살아있는 것 같다. 아케이드 3D 그래픽의 선두주자였던 세가 답다.

물고기를 잡아챈다.
이 때부터 배스와의 사투가 시작된다.

낚싯대를 왼쪽으로 하라고 하면 왼쪽 방향키를 눌러주자.
우측의 라인 텐션을 가득 채우면 낚싯줄이 끊어질 수 있으니, 텐션을 잘 유지하면서 방향키를 누르면 된다. 너무 단순한 것 아닌가. 아케이드는 릴을 감는 재미라도 있지 가정용은 쯔리콘을 구입해야 한다. 불만족스러워도 패드 플레이에 적응해야 한다. 참자.

끌려오는 배스

 

배스가 가까워지면 알아서 건진다

 

배스 포획 성공!

배스가 잡히기까지 걸린 시간, 약 20초. 낚시란 내가 준비한 채비가 대상 어종을 제대로 공략했을 때, 물고기와의 팽팽한 기싸움 끝에 승리했을 때, 잡은 고기를 맛있게 먹을 때 재미를 느끼는 것 아니었던가?

<겟 배스>는 낚시의 매력을 제대로 구현하지 못했다. <겟 배스>엔 다양한 루어가 있고 루어마다 특징이 있지만, 대충 골라 대충 지깅해도 입질이 온다. 10초 정도 씨름하면 끝이다. 잡은 고기로 요리를 해먹을 수도 없다. 그럼 이 게임에서 남은 게 뭔가.

ⓐ 루어 액션이 그럴 듯하다.
ⓑ 배스의 그래픽, 헤엄치는 모션이 우수하다. (당대 기준으로)
ⓒ 쉬운 조작으로 고기를 빠르게 낚을 수 있다.

이 정도가 남는다.
낚시를 아예 모르는 사람이면 입문용으로 재미있게 할 수도 있겠지만, 좀 더 깊이있는 게임을 원하는 사람들, 물고기와의 대결을 더 즐기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너무 밋밋하게 느껴진다. 웬만한 모바일 양산형 낚시 게임보다도 못하게 느껴질 정도이다.

배스를 잡을 때의 연출


ⓐ 손과 배스가 보이는 연출
ⓑ 사람과 배스가 함께 나오는 연출
ⓒ 두 손으로 배스를 들어올리는 연출

크게 세 종류가 있다.
세 번째 연출은 히든 스테이지에서만 나오는 것 같다.

히든 스테이지

물 안이 꽤나 어둡다.

 

이 부분은 좀 놀랍다

루어로 투구를 건드렸더니 굴러 떨어진다.
낚싯줄이 구조물에 얽히진 않지만, 이런 부분에선 물리 엔진이 꽤나 디테일하다.
이런 걸 보면 불편한 걸 구현할 수 있는데도 의도적으로 빼버린 것 같다. 좋다 좋아.

물 속에 비친 배스 크기가 장난 아니다.

거대 배스와의 대결

 

아케이드 모드 엔딩

히든 스테이지에는 물 속에 오래된 유물들이 보인다.

조각상이 보이는 걸 보니 그 맵인 것 같다.

 

물 속을 유영하는 배스

 

멀어져 가는 배스의 뒷모습

다라이어스 외전(1994)의 엔딩이 생각나는 장면. 장대한 싸움을 마치고 우주를 유영하는 거대한 물고기가 인상 깊었다. 다만 <다라이어스> 만큼의 감동은 없는 것이, <겟 배스>의 낚시는 그런 장엄한 전투가 아니다. 히든 스테이지의 거대 배스는 장엄한 전투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그마저도 부족하다. 멀리 슈팅 게임으로 갈 것도 없이 소설 노인과 바다를 상상해보자. 노인과 바다는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답고 장엄한 물고기와의 사투를 그려냈다.

마지막 맵의 휑한 물 속에서 단 한 마리 있는 배스를 찾아내면, 30초도 채 안 되서 배 위로 끌려온다.
보스마저 이 모양이니 좋은 승부를 펼쳤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물 속에 가라앉은 유물들을 뒤로 하고 유유히 헤엄치는 대물 배스. 깊은 인상을 남길 수 있는 엔딩이었지만, 배스와의 허접한 대결을 반복한 결과 엔딩의 감동이 느껴지지 않는 게임이 되어버렸다. 엔딩 장면이 좋으면 뭘 하나. 빌드업이 하나도 안 되어있는데.

콘솔 모드의 기능들

오리지널 모드는 콘솔 이식 과정에서 추가된 것으로, 배스 대회 토너먼트에 참여하는 것이다.
그러나 게임 내적으로는 별반 다를 게 없다. 배스를 연이어 잡으면서 18분을 버티면 끝난다. 스팀판은 메뉴에서 자꾸 UP 키가 눌려 제대로 선택하기 어렵다. 패드를 빼보기도 하고 세팅을 건드려도 봤지만 도무지 해결법을 모르겠다. 오리지널 모드 뿐만 아니라 다른 세팅을 할 때도 겪은 증상이다. 어차피 토너먼트라고 해서 그다지 특별할 건 없다.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다.

고전 게임을 가장 쉽게 평가하는 방법은 그 시대에 나온 다른 게임과 비교해 보는 것이다.
<겟 배스>는 아케이드 기기로 1997년, 가정용 버전으로 1999년에 출시된 게임이다. <무라카시 세이카이의 폭조 일본열도, 1998>(이하 폭조 일본열도)와 비교하면 아쉬운 점이 많다. <폭조 일본열도>는 낚시에 대한 설명이 자세하고 내가 원하는 채비를 살 수도 있다. <겟 배스>는 아케이드 게임 답게 단순함을 강조했지만, 낚시의 기본적인 요소마저 쳐내다보니 낚시 본연의 재미가 줄어들었다.

<겟 배스>

1분 55초부터 배스와의 승부가 펼쳐진다.

물고기가 금방 잡혀 긴장감이 없고, 게임도 무척 단순하지만 그래픽 만큼은 훌륭하다.

<폭조 일본열도>

현실성과 재미 양쪽 모두를 아우르는 낚시 게임의 명작, 7분 5초부터 농어와의 승부가 펼쳐진다.
언제 물지 모르는 긴장감, 공략법을 찾아내는 재미, 적절한 채비를 갖추고 출조에 나선다. 흥겨운 브금을 들으며 사투 끝에 승부에서 이겼을 때의 기분이란. 잡은 어종을 어항에 넣어둘 수도 있고, 요리를 할 수도 있다. 그야말로 '낚시'를 구현한 게임이다.

<몬스터 배스, 2000>

동물의 왕국을 방불케 하는 긴장감 있는 브금이 특징.
그래픽은 형편없지만, 배스와의 긴장감 있는 승부가 잘 표현된 작품이다.


 

평가 점수 ★★
전용 컨트롤러(쯔리콘)가 없으면 재미가 반감되는 게임이다.
적게는 30분, 길게는 몇 시간 플레이할 게임을 하려고 전용 컨트롤러를 구입한다? 아케이드 센터에서 즐길 수 있다는 점을 빼면, 당대 나온 낚시 게임들보다 나은 점이 그래픽 하나밖에 없다. 게임이 절반만 갔다면 그래픽으로 어떻게 커버할 수 있는 수준이다. 그게 안 되서 문제지.

세가는 자사의 아케이드 게임을 가정용 콘솔에 이식하는 작업을 꾸준히 해왔다.
가정용 게임은 오래 즐길 거리가 있어야 한다. <크레이지 택시, 1999>는 오픈 월드를 탐험하며 신나게 드라이브라도 할 수 있지, <겟 배스>의 토너먼트는 도대체 어떤 재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아케이드 버전도 썩 좋지 않은 게임이었지만, 드림캐스트판 <겟 배스>는 그보다 실망스러운 게임이었다. 

<겟 배스>는 배스에 집중한 게임이지만, 정작 배스와의 승부를 어떻게 재미있게 만들 것인지 고민하지 않은 것 같다. <겟 배스>가 못 만든 게임이라 볼 순 없지만, 후대로 갈수록 좋은 평가를 받기 힘든 작품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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