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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리뷰

크레이지 택시 (1999)

by 눈다랑어 2022. 1. 18.

 

세가는 캡콤과 더불어 아케이드 업계를 선도하는 기업이었다.

세가는 자사의 아케이드 게임을 가정용 콘솔로 출시하는데 관심이 많았다. 그러나 아웃 런, 버추어 레이싱, 버추어 파이터 같은 세가의 대표작들은 하나같이 처참한 이식도를 보여주었다. <버추어 레이싱, 1993>은 많은 이식작이 출시되었지만, 제대로 된 이식작은 2019년에 와서야 출시되었다. 제 아무리 오락실에서 핫한 게임이라도 이래서야 답이 없다.

 

세가는 드림캐스트를 출시하면서 아케이드 게임을 빠르게 이식하는데 사활을 걸었다. 

그 결과 드림캐스트의 아케이드 라인업은 풍부했고 이식도도 높았다. <크레이지 택시>는 1999년 아케이드, 2000년 드림캐스트 버전이 1년 간격으로 출시되었다. 예나 지금이나 완성도와 관계없이 잘 팔리는 작품이 있기 마련이나, <크레이지 택시>는 작품성, 대중성 양쪽 모두를 충족하는 걸작이었다. 레이싱 게임의 공식을 바꾼 게임, 대체 어떤 게임인지 살펴보기로 하자.

 

 

* 이 리뷰는 드림캐스트, 스팀판을 이용하여 작성되었습니다.

  아케이드 버전과는 다소 그래픽 차이가 있습니다.

4인의 택시 드라이버

<크레이지 택시>는 따로 차를 고를 순 없고, 드라이버를 고르면 그에 딸린 택시가 정해지는 방식이다. 각자 개성이 뚜렷하다 못해 플레이 방식이 달라질 정도.

액슬 :  평균적인 택시.
B.D.죠 : 빠르지만 오프로드에 취약.
지나 :  가속과 핸들링이 뛰어나지만 충돌에 취약.
거스 : 느린 대신 충돌에 의한 감속을 어느정도 무시함.

 

지나가다 보면 바닥에 $ 표시와 거대한 원이 그려져 있다.

그 안에 택시를 정차하면,

 

KFC로 가달라는 손님.

 

제한 시간 안에 승객을 배달하자.

저 앞에 연두색으로 된 목표지점이 보인다.

 

 

빨리 데려다 주면 따봉도 받고 플레이 타임도 늘어나지만,

 
늦게 도착한 상황

이 미친 세상에서 늦었다고 삿대질 하는 정도로 끝나면 다행이다.

 

늦었다고 차를 발로 까는 승객도 있다.

 

도약발판을 밟거나, 내리막길에서 속력을 내면 차체가 떠오른다.

차가 떠오르거나 옆 차를 아슬아슬하게 스치면 승객이 잘했다고 팁을 준다.

아무래도 여기 사람들은 스릴에 환장한 것 같다.

 

이름값을 톡톡히 하는 게임, 크레이지 택시

잔디밭이고, 인도고 나발이고 이 세상에선 얄짤 없다.

내가 가는 길이 곧 길이다.

 

돈도 벌고 길도 마음대로 개척하고

 

인도로 돌진해도 아무도 다치지 않는 세상

사람들의 비명이 펑크 록과 어우러져 유쾌한 느낌을 준다.

무슨 약을 하셨길래 이런 생각을 했어요?

 

버스와 충돌해도 죽지 않는 속도감

<크레이지 택시>는 레이싱 게임의 문법을 새롭게 정의한 타이틀이다. 더 이상 경쟁이 중요하지 않고, 레코드 라인을 따라갈 필요도 없다. 정해진 길을 벗어나도 되고, 충돌해도 템포가 죽지 않는다.

 

승객을 목표지점에 빨리 내려주는 것은 레이싱의 본질과 닿아 있지만, 결국 총알 택시를 하는 이유는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함이다. 크레이지 택시는 빠르게 도착하는 것 외에도 돈을 버는 수단이 많다. 돈을 벌기 위해 차를 아슬아슬하게 비껴가고, 점프하고, 드리프트를 선보인다. 굉장히 자유로운 형태의 사이드 퀘스트라 할 수 있겠다.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미칠 듯한 아케이드성.

승객이 택시를 타려고 걸어오는 순간 남은 시간이 줄어들기 시작한다. 시간 손실을 줄이려면 승객이 걷는 시간을 줄여야 한다. 승객이 타기 편한 위치에, 유턴 없이 목적지점에 갈 수 있는 방향에 정차한다. 이처럼 별 것 아닌 플레이에도 파고들 건덕지가 많다. 이지 투 런, 하드 투 플레이. 이것이야말로 라이트게이머, 코어게이머의 숙원 아니던가.

 

가정용 콘솔판에 추가된 오리지널 모드

드림캐스트의 아케이드 게임 이식률은 상당히 좋은 편이었다. 그럼에도 세가의 아케이드 게임은 다소 아쉬웠는데, 동시대에 남코라는 아케이드 초월 이식의 대가가 있었기 때문이다. 남코는 PS판 <철권 2>에 격투게임 최초의 프랙티스 모드, PS판 <소울 엣지>에 밸런스 조정, 다양한 코스튬, 엣지 마스터 모드 등 새로운 모드를 추가하면서 가정용 출시가 기대되는 게임을 연거푸 뽑아냈다. 세가는 자사의 아케이드 게임을 이식하는데 급급했을 뿐, 가정용 컨텐츠를 채워넣는 능력이 부족했다.

 

2022.01.06 - [게임 비평] - 겟 배스 (1997)

 

겟 배스 (1997)

겟 배스는 스포츠 게임들이 아케이드성과 사실성을 저울질하던 과도기에 나온 게임이다. 국내에선 수출판 이름이었던 세가 배스 피싱이란 이름이 더 익숙할 것 같다. 겟 배스는 낚시 게임이자

daisy1024.tistory.com

 

<크레이지 택시>의 오리지널 모드는 달랐다. 단순히 제한시간을 늘려 <겟 배스, 1997>의 토너먼트 모드와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누빌 수 있는 지역이 한정된 <겟 배스>와 달리, <크레이지 택시>는 오픈 월드를 방불케 할 정도로 거대한 맵을 선보였다. 이 넓은 맵을 아케이드에선 제대로 즐길 수 없었던 것이다. 제한시간이 대폭 늘어나면서 오픈 월드는 진정한 의미의 오픈 월드가 되었다.

 

 

 

 

 

 

 

평가 점수 ★★★★★

레이싱 게임의 문법을 새로 써내려간 게임.

아케이드 시절부터 훌륭했던 게임을 콘솔 버전에서 더더욱 확장시켰다. 가벼워 보이는 게임성 속에 담긴 철학은 오롯이 게임의 재미만을 탐닉하고 있다. 고정관념을 깨고 시대를 앞서 간 드림캐스트 시절의 명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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