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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리뷰

테트리스 이펙트 (2018)

by 눈다랑어 2021. 12. 2.

테트리스는 전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게임일 것이다.

게임의 역사에서 중요한 게임들, 예를 들어 스페이스 인베이더, 팩맨 같은 게임을 상기해보자. 그들이 게임계에 미친 영향은 막대하지만 시리즈화의 실패, 부족한 확장성 등이 발목을 잡았다. 반면 테트리스는 어떤가. 단순하면서도 깊이가 있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접목하기도 쉽다. 스페이스 인베이더의 영향력은 지금도 여전히 남아있지만, 요즘 세상에 "이 게임 스페이스 인베이더 베꼈네" 같은 식으로 이야기하진 않는다.  

 

이건 <스페이스 인베이더, 1978>가 뭘 잘못해서 그런 게 아니라, 수십년이 흐른 만큼 자연스러운 일이다. 물론 시대의 흐름을 부정하는 게임도 있다. <테트리스, 1984>의 무서운 점은 약간의 변주만 줘도 요즘 사람들에게 충분히 통하는 메커니즘을 지녔다는 것이다. <테트리스>보다 위대한 게임은 있을 수 있지만, 모든 세대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진정으로 시대를 초월한 게임은 <테트리스> 만한 것이 없다.

 

<테트리스 이펙트>는 테트리스의 라이센스를 취득해 발매된 VR 게임이다. 현실감을 중시한 VR과 블럭 쌓기의 결합, 일견 공통점이 없어 보인다. 그런데 제작진 이름이 낯설지가 않다. 프로듀서가 미조구치 테츠야라는 걸 알게 되자 이 '이상한 아이디어'가 기대되기 시작했다.

 

미조구치 테츠야는 세가 재직 시절 주로 체감형 게임을 개발했으며, <스페이스 채널 5, 1999> <레즈, 2001> <루미네스, 2004> 같은 음악 기반 게임을 만드는데 탁월한 재능을 보였다. <스페이스 채널 5>은 리듬게임이라고 볼 수 있지만, <레즈>는 리듬게임의 틀에서 벗어나 또다른 형태의 음악기반 게임을 선보인 게임이었다.

정형화되다 못해 경직된 장르인 테트리스. 40여년에 걸쳐 사랑받은 작품을 그는 어떤 형태로 재단했을까.

 

2021.12.07 - [게임 비평] - 루미네스 (2004)

 

루미네스 (2004)

테트리스의 성공은 수많은 아류작을 탄생시켰다. 대부분은 테트리스를 답습하는 카피캣에 불과했지만, 컬럼스나 뿌요뿌요 같은 게임은 그렇지 않았다. 그들은 테트리스 같으면서도 독창적이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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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15 - [게임 비평] - 레즈 (2001)

 

레즈 (2001)

테트리스 이펙트, 루미네스 리뷰에서 공통적으로 언급한 단어가 세 가지 있다. 미조구치 테츠야, 빛과 소리, 그리고 레즈. 미조구치의 최고 흥행작은 스페이스 채널 5: 파트 2일 테지만, 게임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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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리뷰는 플레이스테이션 VR를 사용하여 작성되었으며, 커넥티드 버전은 PC로 플레이하였습니다. 

모드 설명

저니 모드
: 일자 진행형 스테이지 구성. 가장 기본이 되는 모드다.


이펙트 모드
: 다양한 룰의 테트리스에 도전할 수 있다.


멀티 플레이어
: <테트리스 이펙트 커넥티드, 2020>로 업그레이드 되면서 지원하는 모드.
 무료 업그레이드인지라 확장팩 개념은 아니다.

 

난이도는 세 종류로 나뉘어 있으며, 게임을 깨기 위한 최저 난이도는 노멀로 보는 게 타당할 듯하다. (비기너 난이도는 후반 스테이지가 개방되지 않음) 테트리스에 익숙하지 않아도 숙달이 되면 어느새 클리어가 눈 앞으로 다가올 것이다. 반복, 숙달을 거듭하여 클리어하는 아케이드 게임처럼 접근하면 좋을 것 같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없는 장소에 담담히 블럭을 쌓는다.

 

블럭을 킵해뒀다가 나중에 쓸 수도 있다. 빨간 원의 S미노 블럭은 처음에 나오면 놓을 곳이 없어 난감한데, 테트리스 이펙트는 블럭을 킵해두고 넘어갈 수 있어 부담이 덜하다.

 

블럭이 소멸되면서 퍼져나가는 이펙트. 배경 뒤에서 빛이 흩날린다.

<테트리스 이펙트>의 단점은, "그래봐야 결국 테트리스겠지" 라는 편견을 벗겨내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 게임이 주는 특별한 경험은 말로 설명하기 어렵다. 특히 VR 경험은 더더욱 그렇다. 테트리스 게임 답게 VR 기기가 없어도 충분히 재미있지만, VR을 착용하면 한 단계 높은 경험을 선사한다.

 

퍼즐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자려고 누웠는데 머릿속에서 블럭을 쌓는 경험이 한 번쯤 있을 것이다. <뿌요뿌요, 1991> <캐서린, 2011> 역시 마찬가지다. 이 현상을 테트리스 이펙트 혹은 테트리스 증후군이라고 부른다. 테트리스는 사람들의 뇌리에 일종의 최면 효과를 각인시킨다. 

 

VR 기기를 착용하면 시각적인 연출, 음악에 녹아드는 효과음, 블럭을 짜맞추는 경험이 어우러져 놀라운 경험을 선사한다. 블럭을 쌓고 터뜨리는 단순한 게임이, 내가 어떻게, 언제 블럭을 짜맞추느냐에 따라 다른 음악이 만들어진다. 나도 모르게 음악을 연주하면서 테트리스를 쌓고 있는 셈이다.

 

음악과 게임과의 상호작용은 미조구치 테츠야 게임의 전매특허이며, <레즈> <루미네스>에서 선보인 노선을 <테트리스 이펙트>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테트리스 이펙트>는 기존 테트리스의 규칙을 벗어나지 않았다. 빛과 소리를 이용한 게임 방식도 미조구치가 줄기차게 해오던 것들이다.

 

그렇다면 <레즈> <루미네스>와 다른 <테트리스 이펙트> 만의 장점이 뭘까? 테트리스 증후군은 특유의 중독성과 최면적 이미지에 기인하고 있다. 이것이 미조구치 스타일과 결합되면서, 블럭이 터지면서 생긴 풍경, 효과음, 상황들이 하모니를 이룬다. <테트리스 이펙트>는 테트리스 증후군 같은 부정적인 경험이 아니라, 기억 한 켠에 아름다운 광경을 각인시킨다. 왜 하필 많고 많은 소재 중에서 테트리스를 선택했는지 고개를 절로 끄덕이게 된다.

 

테트리스 이펙트의 고유 시스템, ZONE 게이지

블럭을 터뜨리면 왼쪽의 ZONE 게이지가 쌓인다.

 

ZONE이 활성화되면 전혀 다른 공간이 되며, 멈춘 시간 속에서 블럭을 끼워넣을 수 있다. 이때 터뜨린 블럭은 바닥에 차곡차곡 쌓이며, ZONE 게이지가 전부 소모되면 한 번에 큰 점수를 얻는 시스템이다. 스코어링에 관심이 없어도 위기 탈출에 용이하고, 눈과 귀를 즐겁게 해주기도 한다. 연출이 독특한 점을 제외하면, 기존 테트리스와 가장 차별화되는 게 바로 ZONE 시스템이다.

 

부족한 컨텐츠를 커넥티드로 메꾸다.

멋진 경험을 선사하는 게임이지만, VR 게임이라 그런지 컨텐츠가 적은 편이다.

저니, 이펙트 모드를 해봤자 고작해야 대여섯 시간 정도. 꾸준히 붙잡고 할만한 컨텐츠는 스코어링 뿐이었다. <테트리스 이펙트 커넥티드>는 그런 아쉬움을 달래주는 훌륭한 결과물이었다. 협동, 대전 모드가 추가되어 게임의 수명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커넥티드는 돈 주고 파는 업그레이트 킷이 아닌, <테트리스 이펙트>를 업데이트하면서 새로이 붙여진 이름이다.

 

테트리스 이펙트 커넥티드

대인전은 상상 그대로의 게임이었다. 상대보다 빠르게 블럭을 해치우면 되며, 3판 2선승으로 진행된다. 규칙 자체는 특별할 게 없지만 PC, 콘솔 간의 크로스 플레이를 지원하는 점이 훌륭하다.

 

그렇다면 협동 모드는 어떤 모습일까.

각자 자신의 테트리스를 진행하는 것, 여기까진 예상대로였다.

 

게임이 무르익으면 서로의 장소가 합쳐지게 된다.

블럭은 각자 마구잡이로 쌓는 것이 아니라 플레이어 순서대로 블럭을 놓는다. 상대가 블럭을 어디에 쌓고 싶은지 미리 보여주기 때문에, 상대방의 동선을 고려하여 플레이하는 게 중요하다. 잘하는 사람이 끌어주는 형태가 아닌, 서로간의 협력이 중요한 파트인 것이다. 이런 구조는 얼핏 조별과제가 되기 쉬운데, 과정과 경험을 중시하는 게임이다보니 그런 문제는 크게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느껴졌다. 

 

 

 

 

평가 점수 ★★★★★

VR 게임에 관심이 있다면 꼭 한 번 플레이해보면 좋을 게임이다. 빛이 흩뿌려지는 장면이 마치 꽃잎이 흩날리는 것처럼 아름답게 표현되었다. 안 그래도 게임플레이와 소리가 밀접하게 연결된 게임인데, VR까지 받쳐주니 후각, 미각만 빼고 온갖 감각을 만족시켜 준다. 심지어 테트리스에 충실한 게임 답게 VR기기가 없어도 재미있다. 저니 모드에서 이펙트가 과하게 느껴지는 연출도 있긴 했지만, 큰 결함이라고 느낄 정도는 아니었다. 가장 결정적인 단점, 온라인 모드가 없는 단점은 커넥티드 업데이트로 극복했다.

 

테트리스 기반 게임은 거기서 거기, 양산형 게임처럼 느껴지기 쉽다. <테트리스 이펙트>는 무난한 길을 과감히 포기했다. 어디까지나 기본에 충실하되, 어떻게 하면 <테트리스>의 경험을 확장할 것인가에 주안점을 뒀다. 이거야말로 <테트리스>의 본질이다. 이미 완벽한 게임을 한 층 발전시킨 모습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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