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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리뷰

하급생 (1996)

by 눈다랑어 2021. 11. 5.

elf는 이제 없다.

슬슬 주름을 걱정하는 아저씨나 기억하고 있을 추억의 회사이지만, 현재까지도 성인게임계에 미친 영향은 건재하다. 2000년대 이후의 연애 게임들과 전성기 엘프 게임들을 비교해 보면, 놀랍게도 '게임'으로서의 완성도는 단연 엘프 쪽이 훌륭하다. 다른 장르들이 놀라운 발전을 거듭하는 동안 성인 게임의 디자인은 퇴보했던 것이다. (그만큼 엘프의 비전이 탁월했다는 얘기기도 하다.) 

 

연애게임의 판도를 완전히 바꿔놓은 동급생

<동급생, 1992> <동급생 2, 1995>의 성공은 성인용 연애 게임 = 동급생이라는 인상을 강하게 남겼다. 마을을 돌아다니며 히로인과 만나 짧은 이야기를 나누고, 만남을 반복해 관계를 쌓는다. 성인 게임의 표준을 넘어 독착성으로 똘똘 뭉친 타이틀이었다. <동급생 2>은 연애 어드벤처의 끝을 보여줬지만, elf는 여전히 하고 싶은 얘기가 많이 남아있었던 모양이다.

 

2021.11.03 - [게임 비평] - 동급생 2 (1995)

 

동급생 2 (1995)

동급생의 주인공 타쿠로는 방학 동안 여자들과 새콤달콤한 추억을 쌓고자 한다. 청춘이란 어린 시절을 떠나보내고 성인이 되어가는 과정이다. 주민등록증이 나오고 운전면허도 딸 수 있는 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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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무렵 또 다른 연애 게임이 시장을 강타하게 된다. 고교 3년 동안 자신을 갈고 닦으면서 시간을 관리하는 연애 시뮬레이션, 바로 <도키메키 메모리얼, 1994>(이하 도키메모)다. <도키메모>는 자신이 원하는 시간, 장소를 선택해 데이트를 즐길 수 있었다. 데이트 약속이 수동적인 <동급생>과는 결이 달랐다. 

 

2021.08.30 - [게임 비평] - 도키메키 메모리얼 (1994)

 

도키메키 메모리얼 (1994)

게임산업이 지금처럼 크지 않았던 90년대, 철저한 내수용 게임이 3년 만에 110만장을 팔았다. 또한 이 게임과 관련된 매출이 5년 만에 100억엔을 돌파하기도 했다. 바로 도키메키 메모리얼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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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급생 시리즈는 1개월이 채 안 되는 짧은 기간을 다루고 있다. <동급생>은 10~15분 단위로 플레이하기 때문에 하루의 밀도가 굉장하다. 그러나 내가 원하는 시간에 히로인과 데이트하는 건 불가능했다. 스토리를 중시한 대가로 자유로운 데이트가 날아간 셈이다.

 

동급생 시리즈는 탐사에 주목했다. 마을을 돌아다니다 보면 히로인을 만나고,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고 헤어진다. 이따금 이벤트가 일어나기도 한다. <동급생>이 추구한 감성이란 이런 것이었다.

 

2021.10.18 - [게임 비평] - 동급생 (1992)

 

동급생 (1992)

2021년 2월 26일 동급생 리메이크가 출시되었다. 동급생은 다양한 포팅작이 나와있다. 그 중에는 리메이크라고 부를 만한 것도 있었다. 그러나 보이스 추가와 엔딩이 달라진 게 전부. 리마스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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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키메모의 성공은 일본의 문화산업에 큰 영향을 미쳤다.

연애 게임의 혁신 <동급생>과 <도키메모> 두 게임이 만나면 어떻게 될까? <하급생>은 포인트 앤 클릭 방식을 과감히 포기했다. 이 방식은 캐릭터의 머리, 옷, 주변 풍경 등을 눌러 반응을 관찰할 수 있어 유저 스스로 탐색하게끔 만드는 시스템이었다.

 

<하급생>은 텍스트 어드벤처 방식을 채택했다. <하급생>은 긴 시간 동안 플레이해야 하는데, 텍스트 분량이 워낙 많아 포인트 앤 클릭을 넣기 어려웠던 것 같다. 탐색의 즐거움이 없어진 건 아쉬우나 이 편이 현실적인 방안이었을 것이다. (혹은 <도키메모>의 영향을 받아 포기했을 수도 있다.)

 

<동급생>에서 데이트란 시나리오를 진행하면 알아서 잡아주는 이벤트일 뿐이었다.

<하급생>은 플레이어 주도 하에 데이트 약속을 잡는다. 평일에는 학원에 나가 교우들과 이야기하고, 카페 도게자에 나가 아르바이트를 한다. 주말에는 마을 곳곳을 탐색하며 부지런히 뛰어야 한다. 노력하지 않는 이에게 여자친구가 어디 하늘에서 떨어진단 말인가. 얼굴이 원빈이면 모를까.

 

* 주의!!! 스포일러가 대량 포함되어 있습니다.

노예처럼 일하는 주인공.

 

방학기간 동안 카페에서 강제 노역을 해야한다.

여가 시간은 토요일 밤~일요일 뿐.

 

그것도 모자라 자퇴를 종용하는 숙부.

방학기간 뿐만 아니라 1년 내내 날로 먹을 생각이다.

 

웃는 표정으로 무서운 얘기를 한다.

 

농담이라고는 하지만, 이런 식의 이야기를 수십 번도 넘게 듣게 된다.

 

1996년 한국 물가

최저시급 1,275원 / 짜장면 2,662원 / 담배(디스) 1,000원 / 쌀 20kg 14,837원

 

시간당 400엔이면 큰 돈 같은데 <하급생> 세계관에선 푼 돈에 불과하다. 시급 1,000엔 버는 건 일도 아니다. 그만큼 <하급생> 세계엔 고효율 알바가 많다.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길래 이런 노예 게약을 한 건지. 

 

숙부가 맘대로 때려치지도 못하게 한다.

악질 인간 같으니.

 

월~토는 20시, 일요일은 23시까지 기숙사에 들어와야 한다.

점호시간 이후에는 못 나가지만 통화는 가능하다. 전화번호를 알아내는 게 급선무.

 

아무리 선생이라도 예외는 없다. 하고 싶은 말 다 하는 주인공.

숙부에게 시달린 탓일까, 말을 거침없이 쏟아내는 켄타로. 주인공의 성향은 <동급생 2>의 류노스케보다 <동급생>의 타쿠로에 가깝다. 선을 넘나드는 무지막지한 언어 구사 능력을 보여줌.

 

<도키메모>는 히로인 엔딩 외에도 장래를 보여주는 엔딩이 따로 있다. 따라서 같은 히로인을 만나더라도 엔딩이 미세하게 바뀐다. <프린세스 메이커, 1991>의 결혼, 직업 엔딩을 떠올리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하급생>은 어떤 히로인과 잘 되느냐에 따라 주인공의 미래가 정해진다. 엔딩의 수는 히로인 수만큼 존재하므로, <프린세스 메이커>는 커녕 <도키메모>보다도 엔딩의 수가 적다. 그러나 낙관할 필요는 없다. <하급생>은 히로인 동시공략의 끝판왕, 비록 엔딩은 적은 편일지라도 플레이 가짓수는 무궁무진하다. 

 

메인 테마

기숙사에 들어온 후 바로 오프닝이 흘러나온다. 동급생 시리즈의 테마는 작중 한 번 등장하는데도 아련한 향수가 느껴지는데, <하급생>의 오프닝 테마도 마찬가지로 향수를 자극하는 맛이 있다.

 

캐릭터 소개

전형적인 메인 히로인 유키 미즈호. 학교의 아이돌 같은 존재이자 테니스부 부장이다. 다정다감한 성격과 순수함을 겸비해, <동급생>의 사쿠라기 마이, <도키메모>의 후지사키 시오리를 떠올리게 한다.

 

카미야마 미코, 미즈호의 친구이자 신사의 딸.

주인공과 미즈호, 미코는 아는 사이라는 설정.

<동급생 2>는 기본 설정을 프롤로그에서 풀어냈지만,< 하급생>은 바로 본편부터 시작한다. 따라서 이 캐릭터가 나와 어떤 관계인지, 성격이 어떤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기 어렵다. 정글 속에 던져진 게 이런 기분일까. 어쨌든 드라마적 요소는 낮추고, 시뮬레이션 성향을 강화시킨 것이 <하급생>이다.

 

카노 료코

료코는 매번 이상한 질문을 하는데,

꾸준히 마주치면 료코가 어떤 제안을 하게 된다.

 

타치바나 마유미

마유미는 섹스란 스포츠처럼 가볍게 즐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마유미의 이런 생각에 동조한다면 몸은 얻을 수 있어도 마음은 얻지 못한다. "마유미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뭘까"를 고민하는 것이 공략의 핵심. 주인공의 호의를 깨닫고 지난 날을 반성하며 성실하게 살아가는 것, 이것이 마유미의 이야기이다.

 

<하급생>은 동급생 시리즈처럼 직접 마을을 탐사하고 움직이는 조작 방식을 채택했다. 2000년대 전후로 클릭 한 번으로 이동하는 게 대세가 되었지만, 후속작 <하급생 2, 2004>에서도 이 방식을 그대로 고수했다. 직접 이동하여 탐색하는 재미가 <동급생> <하급생>의 철학이라 여긴 것 같다.

 

2021.11.09 - [게임 비평] - 하급생 2 (2004)

 

하급생 2 (2004)

하급생의 히트 후 7년만의 후속작. 업계를 선도하던 과거와 달리, 2000년대 elf는 암흑기에 접어들었다. 히루타 마사토, 칸노 히로유키 등 핵심 인력이 이탈하고, 자사의 히트작들을 재탕하면서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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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방식은 낡고 불편한 것처럼 보일 지 모르겠으나, 마을의 구조를 파악하는데는 효과적이다. 예를 들어 꽃집의 마호코와 생선가게의 마키는 친분이 없는데도 동시 공략에 애로사항이 꽃핀다. 꽃집과 생선가게가 붙어있어 주인공과 친해지면 목격되기 쉬운 탓인 것 같다. 모처럼 직접 마을을 돌아다니는 게임으로 만들었는데, 마호코와 마키 외에 지형, 건물 배치를 이용한 요소가 없다는 게 아쉽다.

 

신만이 아는 세계의 한 장면, 아마 하급생을 말하는 것이리라.

90년대 한국의 대표적인 연락 수단은 유선 전화와 삐삐였다. 연락 수단을 가진 사람은 대개 어른들, 아이들은 별다른 연락 수단 없이 집 전화를 이용해야 했다. 이마저도 부재 중일 때가 많았다. 방학 때 약속 한 번 잡으려고 여러 번 전화를 건 적도 많았다.

 

마을을 쏘다니면 예상치 못한 곳에서 친구와 만난다. 문방구 앞, 놀이터, 오락실, 길거리에서 친구를 만났을 때의 반가움은 각별하다. 만나서 시덥잖은 이야기를 잠깐 늘어놓고 헤어질 뿐이지만, 다 큰 성인이 되면 뿔뿔이 흩어져 자주 느낄 수 없는 향수이기도 하다.

 

동급생, 하급생 시리즈는 바로 이 점을 잘 표현하고 있다. 마을을 노니던 중, 히로인과 우연히 마주친다. 만나봤자 짧게 잡담을 나누는 게 전부다. 별 거 아닌 이벤트지만 호감도는 차곡차곡 쌓인다. 만남의 내용보다는 만남 자체에 의미가 있다.

 

도게자 카페의 알바생 미나츠

우연히 들어간 카페에서 예쁜 여성을 본 주인공은 화려한 화술로 첫 만남에 번호를 딴다. 흔히 있을 수 있는 상황이지만, 놀랍게도 많은 연애 게임들은 첫 만남을 이런 식으로 세팅하지 않는다.

<투하트, 1997>의 플롯
등교 도중 어떤 여학생과 부딪힌 주인공, 그녀가 떨어뜨린 오컬트 책을 줍는다.
그녀는 유명한 대기업의 영애. 주인공은 수소문 끝에 오컬트 부에 들러 책을 건네준다.
그녀는 오컬트 부를 견학해보지 않겠냐고 제안하는데......

이런 만남은 서브컬쳐 물에서 흔히 볼 수 있지만, 개연성이 떨어지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현실성이 없다시피한 투하트의 설정은 전형적인 클리셰가 되었다. 드라마 <파리의 연인, 2004>처럼 철저하게 구매층의 로망을 자극한 것이다.

 

<하급생>은 카페 알바를 보고 작업을 걸고, 좋아하는 여학생에게 용기내 데이트를 신청한다. <하급생>이 현실적인 게임이라곤 볼 수 없지만, 다른 연애게임과 비교하면 충분히 현실적이다. 이런 설정은 플레이어 자신의 경험을 떠올리게 만들어, 몰입감을 높여주는 장치로 작동한다.

 

<동급생>에선 꽃집 알바생 미호가 등장한다. 미호는 미사의 절친. 둘은 동시 공략이 불가능하고, 미사는 <동급생> 최고의 인기녀였다. 그런 애랑 경쟁을 했으니 미호의 인기가 어땠겠는가.

 

모치다 마호코

마호코는 언제나 같은 시간, 고정된 장소에서 만날 수 있다. 꽃다발을 사면 호감도가 오른다. 매일매일 구매와 대화를 반복하면 대화 양도 많아지고, 데이트에 초대할 수도 있다. <동급생>의 미사, 미호처럼 <하급생>의 마호코도 대칭되는 히로인이 있다.

 

미도리타니 마키

마호코는 시들지 않는 꽃다발을 팔고, 마키는 썩지 않는 생선을 판매한다. 놀라운 세계관이다. 생선을 구매하면 호감도가 오르지만, 생선가게는 여는 시간이 짧고 마키의 초기 호감도가 낮아 진도가 잘 안 나간다. 게다가 인상이 썩 좋지 않은 탓인지 인기도 없다.동시 공략이 어렵다보니 마호코를 거르고 마키를 선택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옆집에 제대로 팀킬 당한 것이다.

 

신도 레이코

레이코는 우츠키 마을 대지주의 딸로 대부분의 사람들과 사이가 나쁘다. 연애 경험이 없고 자존심이 강해 사실을 인정하는 법이 없다. 주인공과의 관계가 깊어질수록 중증 츤데레 증상을 보인다. 처음에는 사이가 나빠 독설 세례를 받아내야 하지만, <하급생> 시스템이 그렇듯 계속 마주치면 마음이 열리게 된다. 

 

이이지마 미유키

<동급생>의 타나카 미사처럼 미유키도 육상부, 포니테일 스타일의 히로인이다. 레이코 이상으로 공략하기 힘들어 난이도가 미나츠, 시즈카 다음 정도로 높으며, 공략 과정에서 다른 히로인과는 차별화되는 인상적인 장면이 많다. 어렵다곤 해도 <동급생 2>의 나루사와 유이 급엔 한참 못 미친다.

 

호감도가 낮으면 물어봐야 소용이 없다.

미유키는 켄타로를 경계하기 때문에 전화번호를 알아내기도 어렵고, 데이트에 초대하는 건 더더욱 어렵다. 레이코 역시 켄타로를 싫어하지만, 레이코는 초반에 등장하고 누구나 레이코네 집이 어디 있는지 알 정도다. 아무리 싫어해도 만나다보면 정이 드는 것이 <하급생>의 세계다. 반면 미유키는 늦은 봄에 출현하고, 주인공이 집 주소나 전화번호를 알 리가 없다. 호감도를 올릴 건덕지가 없는 것이다.

 

집 주소를 모르는 상태로 미유키네 집에 가봤다.

미유키가 집에 있다면 초인종 소리를 듣고 나오는데,

 

호감도를 올리려면 히로인과 만나 대화해야 한다. 헌데 미유키는 만나기가 어렵다. 토요일은 부활동을 하니 볼 수 있지만, 일요일은 거리에서 랜덤에서 만나는 것 외엔 방법이 없다. 마을을 뱅글뱅글 도느니 고정 출현장소인 집을 방문하는 게 낫다. 잠시 미움을 받더라도 만회할 수 있다.

 

미유키를 만난 직후부터 하교할 때마다 어떤 시선을 느낀다.

 

세 번째 마주치면 주인공이 말을 걸고, 이에 놀란 여학생이 넘어지게 됨.

 

켄타로가 다가가자 얼굴이 새빨개진다.

 

존잘의 삶

말을 더듬다가 후다닥 도망가버린다.

주인공이 얼마나 잘 생겼으면. 딱 한 번만이라도 이런 기분 느껴보고 싶다.

 

우츠키 아동 공원에서 아이, 미유키와 만난 주인공.

지난 번에 아이가 넘어진 것을 걱정하는데...

 

이름을 알게 된 주인공.

 

아이는 이 게임에서 몇 안 되는 하급생이지만, 정작 메인 히로인은 동급생인 미즈호의 차지다. 게임 이름이 <하급생>인데 참 이름값 못하는 게임이다. 그러나 내막을 들여다보면 아이가 메인 히로인처럼 보이는데, 이에 대해서는 밑에서 찬찬히 살펴보기로 하자.

 

타카다 신지

전형적인 모범생. 공부밖에 모르고 이성에 대한 호기심이 없다. 공부를 위해 무리한 스케쥴을 소화하는 신지. 여자 좋아하는 켄타로와 대비되지만, 어쩐지 주인공을 동경하는 듯 하다. 훗날이 기대되는 유망주.

 

고노 미노루

미노루는 미나츠에게 한 눈에 반해 대시했다가 쫓겨나는 존재다. 미나츠가 켄타로에게 호감이 생기면 미노루가 포기하지만, 호감도가 낮으면 미노루와 미나츠가 사귀게 된다. <동급생>의 카즈야 같은 포지션, 카즈야의 밉상 짓에 비하면 미노루는 양반이다. 살짝 응원해주고 싶은 마음도 있다.

 

그러나 미노루는 친구 포지션을 잘 활용하지 못했다. <동급생 2>의 아키라는 주인공에게 고민을 털어놓거나, 어설프지만 연애에 진지하게 도전하는 면모를 보인다. 아키라가 도와주고 싶은 캐릭터인데 반해, 미노루는 내가 도와줄 수도 없고, 도움을 받을 수도 없는 독립된 캐릭터다.

 

사타케 하루히코

하루히코는 잘난 체가 하늘을 찌르고 여자라면 사족을 못 쓴다. 하루히코네 집에 전화를 걸면 가정부가 전화를 받는데, 이름을 듣고 잠시 찾아보더니 D급 친구라면서 막말을 내뱉기 시작한다. 이런 유쾌함이 엘프 게임의 매력이다.

 

하루히코는 다양한 히로인을 찔러보는데 유독 미코 시나리오에서 자주 출몰한다. <동급생 2>의 사이온지가 비호감 캐릭터이긴 하나 주인공과 주고 받는 대화가 꽤 재미있는데, 하루히코는 그런 것도 없이 매번 정신승리로 일관한다. 아유 재수없어. 

 

이상한 꿈을 꾸는 주인공.

매번 등장인물은 같은데 내용이 바뀐다. 

 

게임을 진행하다보면 희안한 녀석들이 전학온다. 썩지 않는 생선, 시들지 않는 꽃다발에 이어 떠있는 사람까지. <동급생 2>의 세계관도 괴짜같았지만 이건 더 하다.

 

켄타로 옆자리가 마음에 들었는지 직접 와서 앉은 티나.

 

행동거지, 옷차림, 말 모두 세상과는 담을 쌓은 모습.

 

티나의 동생 팀, 켄타로에게 악감정을 갖고 있는 것 같다. 팀은 다른 사람과 잘 어울리지 않고, 말을 섞어도 결코 웃지 않는다. 이 동네가 마음에 안 드는 걸까?

 

시즈카 선생은 티나가 먼 나라의 공주라는 사실을 넌지시 알려준다.

얼떨결에 보호자 노릇을 하게 된 켄타로.

 

<하급생>은 잡화점, 책방, 약국 등 각종 가게에서 아이템을 구입할 수 있다.

아이템은 어디에 쓰는 걸까?

 

부탁하는 물건을 건네주면 호감도가 오르지만, 건네주지 않으면 내려간다. 호감도를 올리는 방법은 여러가지인데, 예를 들어 특별한 날에 알맞은 선물을 하면 호감도가 크게 오른다.

 

<하급생>은 데이트를 원하는 시간, 원하는 장소에 잡을 수 있다. 이는 <도키메모>의 영향으로 보인다. 동급생 시리즈는 탐색의 자유도가 높았지만, 데이트를 정해진 시간에 수행했고 스케쥴이 겹치면 한 쪽을 포기해야 했다. 반면 <하급생>은 일정을 자기 마음대로 짤 수 있어 동시공략이 수월하다. 다양한 일정을 고려해 플로우 차트를 짜는 맛이 쏠쏠하다. 예를 들어 미즈호, 마호코, 레이코, 마유미를 동시 공략한다면 "어떻게 일정을 짜야 겹치지 않고 모든 이벤트를 볼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된다. 

 

더치페이 없는 안타까운 세상

히로인이 데이트를 승낙하면 장소를 고른다. 우츠키 아동공원에서는 데이트 비용이 무료, 해피 스트라이크에서는 볼링 비용을 내야한다. 데이트 장소에 따라 호감도의 상승폭도 달라진다. 동급생 시리즈는 돈을 써서 데이트하는 기분만 낼 뿐, 소지금 관리는 뒷전이었다. (아예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될 정도) 반면 <하급생>은 데이트 비용을 충당하려고 온갖 방법을 동원한다."좋은 알바 자리 어디 없나" 하면서 마을을 돌아다니기 일수다.

 

데이트 시간을 직접 결정한다

 

데이트 도중 다른 히로인에게 목격될 때도 있다.

 

자칫 잘못하면 관계가 영영 틀어진다.

나중에 아이와 만났더니 넌지시 물어온다.

발뺌하느라 진땀빼는 주인공. 히로인마다 반응이 많이 다르다.

 

미라클 극장으로 데이트를 간 켄타로와 미즈호. 켄타로가 투덜거리는 걸 보면 정성껏 요리 해줘도 "간이 어떻다, 뭘 했으면 더 좋았을 거다"라고 밥상에서 바로 말할 놈이다. 그걸 받아주는 미즈호가 보살처럼 느껴진다.

 

데이트 때 조건을 맞추면 특별한 이벤트가 발생한다. 아무런 힌트가 없는 것 같지만, 역 근처에 있는 점집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어 어렵게 느껴지진 않는다.

 

부족한 이벤트 패턴은 두고두고 아쉽다. 이벤트는 몇 개 없고 대화 패턴은 벌써 다 봤다. 게임 기간은 무려 1년. 가을 이벤트를 전부 봤는데 2개월은 더 버텨야 겨울 이벤트다. 이럴 때 현자타임이 온다. <하급생>은 후반부의 아쉬움을 동시공략으로 커버하는 게임이다. 동시공략을 통해 이벤트나 대화패턴이 다채로워지기 때문이다.

 

<하급생>을 즐기려면 동시공략이 필수이며, 가능한 한 많은 인원을 공략해야 한다. 두 세 사람 공략하는 정도로는 어림도 없다. 일편단심이거나 2~3인 정도만 동시공략하는 사람이라면 <하급생>의 진정한 재미를 느끼기 어렵다. 그만큼 파고드는 재미가 쏠쏠해 아무렴 어떠랴 싶기도 하지만.

 

데이트 후의 선택지

세 번째 선택지는 히로인 얼굴에 홍조가 피었어도 쉽사리 골라선 안 된다. 특히 미즈호, 아이는 필요 호감도가 매우 높아 확실하지 않으면 에스코트로 끝내는 게 좋다.

 

데이트 외에도 다양한 이벤트가 존재한다. 집에 돌아가는 도중 나나가 고백하는 장면을 보게 되는 주인공. 며칠 동안 나나와 팀이 같이 있는 장면을 볼 수 있지만, 팀은 나나에게 무관심한 것처럼 보인다.

 

결국 단호히 선을 그은 팀.

나나 꼴이 참 비참하다.

 

<동급생>은 연애 게임에서 보기 드문 문어발 연애 게임이었다. 양다리는 물론 서너다리는 기본으로 걸칠 수 있는 게임이었지만, <동급생 2>는 전작 대비 동시 공략이 약화되었다. 그에 비해 <하급생>은 전례 없을 정도로 동시 공략의 비중이 높아져, 히로인들을 대여섯명 이상 공략하려면 전용 플로우 차트가 필요할 정도다. 심지어 동급생 시리즈에선 불가능한 모든 히로인 동시 공략(티나 제외)도 가능하다.

 

첫 데이트를 하면 이렇게 소문이 돈다. 네 분수를 알라며 면박을 주는 하루히코. 이외에도 미노루, 마유미, 레이코 등등 와서 한마디씩 한다. 남의 연애 사업 하는데 보태준 거 있수? 왜 자꾸 와서 시비람.

 

합법적 치트키

소원빌기 지장보살에 돈을 넣으면 소원을 들어준다. 호감도 상승은 10,000엔, 약속 확인은 2,000엔이 필요하다. 아이와 미유키는 서로 친구 사이다보니 둘 다 친해지는 게 어려운데, 지장보살은 이걸 완화할 수 있어 불가능을 가능케 만든다. 다만 효과가 강한 만큼 남용하면 재미가 없어지니, 아예 안 쓰거나 적당히 쓰는 것을 추천함.

 

료코의 이야기

만날 때마다 뚱딴지 같은 질문을 던지던 료코. 주인공이 맘에 들었는지 모델이 되어달라고 한다. 응하지 않으면 료코 공략은 물 건너간다.

 

주인공을 벗겨놓고 한 시간 동안 구도만 잡는 료코.

 

남성의 성기에 위화감을 느끼고 남성 누드를 포기하기로 한 료코.

켄타로는 대체 어떤 기분이었을까.

 

화가 났지만 그냥 군말없이 가는 걸 선택했다. 료코는 그림 외에는 별 관심이 없지만, 이 사건을 계기로 미안함을 느끼면서 주인공과 어울리기 시작한다.

 

모처럼 데이트를 나갔더니 그림만 그린다.

여심을 얻는 길은 멀고도 험한 것.

 

본격적인 애인 관계가 된 후

그림 모델이 되어달라고 했을 때의 차가운 표정은 온데간데 없고,

표정부터 주인공에 대한 애정이 느껴진다.

 

호감도가 높은 상태에서 '단둘이 있는다' 대신 '집에 바래다준다' 를 선택.

이상하게 생각한 료코가 물어보는데...

 

성인게임 답게 수위가 높지만, 서정성이 진하게 묻어나는 장면.

 

마호코의 이야기

마호코는 알바를 마치고 돌아가다가 트러블에 휘말린다. 마호코는 초기 호감도가 높고 호감도를 올리기 쉬워, 최초로 깊은 관계가 되는 캐릭터일 가능성이 높다.

 

유원지 데이트를 만끽하는 남녀.

 

야구장에서 열렬하게 응원하는 마호코.

 

수족관 데이트.

 

교문 앞에서 기다리는 마호코

마호코는 옆 마을 하츠키 학원에 다니고 있다. 하츠키 마을은 유원지, 수족관, 야구장 등의 문화시설이 즐비해 데이트 코스로 애용되는 장소다. (작은 마을에서 시내로 놀러가는 기분이 든다.) 하츠키 마을로 데이트 약속을 잡으면 전철을 타게 되며, 왕복 시간이 길어져 데이트 시간이 추가로 소요된다.

 

특별한 이유 없이 그냥 방문했다는 그녀.

잠깐 이야기를 나누고 헤어지는데...

 

도게자 카페에 갔더니 마호코가 다른 남자와 웃음꽃을 피우고 있다.

크게 상심한 주인공.

 

같이 있었던 남성은 마호코의 동생이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켄타로.

 

본격적인 애인 관계로 발전했다. 

나 잡아봐라~를 몸소 실천하는 마호코.

 

집에 귀가한 줄 알았던 마호코가 주인공의 기숙사 앞에 와 잠시 이야기하자고 한다. 일단 우츠키 아동공원으로 가서 이야기하자는 주인공. 잠시 침묵이 흐른 후, 마호코가 "켄타로를 믿어도 괜찮을까요?" 라는 말을 꺼내자, 주인공은 당황하면서도 믿어도 좋다고 이야기한다.

 

마호코란 캐릭터를 한 마디로 정의하기는 힘들다.

예를 들어 레이코는 '부잣집 오만한 츤데레 금발 아가씨' 라고 이야기하면 이 캐릭터가 어떤 속성인지 파악하기 쉽다. 그러나 알기 쉬운 속성이 있다는 점은 "이 상황에선 어떻게 대답하겠지, 어떻게 행동하겠지" 를 쉽게 예측할 수 있게 된다. 캐릭터가 정형화되면 입체성을 잃고 이야기의 의외성도 줄어들게 된다.

 

이 현상은 오타쿠 문화와 모에 코드가 확산되면서 눈에 띄게 두드려졌다. 얼핏 보기에 카츠라 마사카즈의 만화 <I's, 1997>는 다양한 히로인들과 썸을 타는 하렘 만화 같지만, 일반적인 하렘 만화와는 달리 여러 히로인이 동시다발적으로 대시하지 않고, 히로인들이 차례로 주인공에게 다가갔다가 떠나간다. "얘는 이러이러하니까 이런 캐릭터겠구나" 같은, 딱 보면 알 수 있는 속성조차 갖추지 않았다. (츤데레, 파란 머리, 금발 부잣집 등등) 하렘물은 남성향 판타지를 구현한 장르이니만큼 대중성이 떨어지고 여성 독자층이 드문 편인데, 이 작품은 남성향 작품임에도 여성 팬층이 꽤나 두터운 편이었다. 하렘 만화보다 연애 만화라는 표현이 더 적절할 것 같다. 

 

<투 러브 트러블, 2006> <니세코이, 2011>는 전형적인 하렘 만화다. 처음에는 두 명의 히로인이 등장하고, 이야기가 지지부진해질 무렵 새로운 히로인이 등장하는 패턴이 계속해서 반복된다. "이 캐릭터는 어떤 속성을 가지고 있다" (부잣집, 금발, 난폭녀)는 식으로 캐릭터를 표현하면, 파고들어야 알 수 있는 인물이 아닌, 딱 보면 알 수 있는 캐릭터가 만들어진다. 하렘물의 독자들은 깊이 이해할 필요 없이 편하고 빠르고 익숙하게 캐릭터를 소비할 수 있다. 그러나 캐릭터가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 데다, 캐릭터를 깊이있게 소비할 수 없다는 단점 또한 존재한다.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요리, 세상에 이런 요리를 만드는 사람이 어딨나.

그럼 어떻게 해야 단점을 커버할 수 있을까?

캐릭터의 단점을 극대화시켜 역으로 장점으로 만들면 된다. 말과 행동이 거친 사람이 겁이 많다든지, 요리를 못하는 수준을 넘어 끔찍한 결과물을 탄생시킨다. 안 그럴 것 같은 사람이 그러면 갭 모에가 발생하여, 단점을 오히려 캐릭터의 매력으로 느껴지게 만든다. 또한 깊이 있게 소비할 수 없다는 단점은 그만큼 많은 히로인을 차례차례 투입해 독자의 주의를 돌리면 그만이다. (금방 질리는 문제는 최애 캐릭터를 수시로 바꾸는 것으로 해결한다. 예를 들어 1분기 최애 캐릭터는 영미, 2분기는 숙자, 3분기에 정숙이로 갈아타면 된다.)

 

따라서 하렘물은 비현실적이다. 현실성이 지나치게 결여되어 균형을 잃기도 한다. 개연성이 떨어지면 대중들에게 외면받기 쉽다. 예를 들어 만화 <메종일각> <I's>은 적절히 현실감을 버무려, 독자들이 감정선을 이해하며 즐길 수 있는 작품들이다. 반면 <투 러브 트러블> <니세코이>는 남성향 판타지에 너무 매진한 나머지, 독자층이 한정되어 확장성이 떨어지는 문제에 직면한다. '캐릭터와 모에'에 집중한 컨텐츠는 장점 만큼이나 심각할 결함을 처음부터 깔고 가는 셈이다.

 

레이코의 주옥같은 대사들

 

더보기

 

 

전형적인 모에 노선의 캐릭터.

 

레이코는 현실과는 담을 쌓은 부잣집 츤데레 캐릭터. 인상은 강해도 감정 이입에는 부적절하다. 휘발성이 강한 캐릭터지만, <하급생>은 문어발 연애가 기본이기에 단점이 잘 부각되지 않는 편.

 

미나츠의 이야기

예쁜 카페 누나와 대화하는 주인공.

 

끈기있게 설득했더니 데이트 제안을 받아들이게 된다.

 

우연히 거리에서 만난 미나츠.

평소보다 옷차림이 화려하고 옆에 이상한 남자도 붙어있다.

 

분위기가 딱 봐도 심상치 않다.

일단은 돌아가지만...

 

캬바레 클럽에서 마주친 미나츠. 

 

처음 만났을 때 미나츠는 피아노과에 다닌다고 했다. 켄타로는 "미나츠 씨 집은 부잣집인가봐요" 라고 이야기하지만, 미나츠는 "집이 부자라면 힘들지는 않겠지" 라고 이야기한다. 캬바레에서 일하게 된 것도 처음에는 그런 이유였을 것이다.

 

술에 진탕 취해 켄타로의 기숙사 앞에 앉아있는 미나츠.

 

자조적인 이야기를 하는 미나츠를 집에 데려다 준 주인공. 정신을 차린 미나츠는 자신의 추태를 부끄러워 하면서도 주인공에게 호의를 느끼게 된다.

 

잘 된다 싶으면 꼭 사고가 터진다.

점점 두 사람의 마음이 맞아떨어질 무렵, 데이트에 웬 훼방꾼이 나타난다.

이래서야 정상적인 데이트가 불가능하다.

 

폭력을 폭력으로 해결하는 주인공.

두 번 다시 미나츠에게 접근하지 말 것을 요구한다.

 

주인공 품에 안겨 이야기를 하는 미나츠. <동급생>에는 카오리와 치하루라는 물장사 캐릭터가 등장하는데, 카오리는 현업이고 치하루는 손을 턴 것으로 나온다. 카오리는 인기가 별로 없었지만, 치하루는 가정적인 이미지 때문인지 인기가 좋았다. 

 

1992년엔 정형화된 모에 캐릭터라는 것이 없었다. 아마 물장사 캐릭터가 들어간 것도 뭘 좋아하는지 몰라 이것저것 집어넣은 결과였을 것이다. <하급생>은 오타쿠 문화와 모에가 태동하는 시대에 출시되었다. 그럼에도 이런 설정을 연애게임에서 시도했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미나츠의 엔딩은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처럼 보이지만, 미나츠는 켄타로의 뒷바라지를 한다는 이유로 물장사를 그만두지 않았다. 켄타로는 불만을 표하지 않았지만, 이런 것들이 쌓이고 쌓이면 관계가 틀어지기 쉬운 법이다. 미나츠 이야기는 상상력이 보태져 왠지 비극이 일어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미유키의 이야기

아이의 절친 미유키. 켄타로의 나쁜 소문을 듣고 아이와 켄타로의 사이를 갈아놓으려고 하는데...

 

도게자 카페 앞에서 미유키가 트러블에 휘말린다.

때마침 지나가는 켄타로에게 도움을 청하는 미유키.

 

이이제이

타쿠로를 이용해 헌팅남을 쳐낸 미유키.

 

나이 지긋하신 분이 그러시면 안됩니다.

이 일로 미유키가 도게자에서 커피를 얻어먹게 되고, 켄타로를 축으로 마스터, 미유키, 아이 와의 이야기가 진전되는데...

 

일방적인 통보를 받았다.

 

도게자의 마스터라고는 도저히 생각되지 않는 씀씀이.

알고보니 마스터~미유키, 켄타로~아이의 더블 데이트를 진행했던 것. 

약속에 응하지 않으면 가을에 한 번 더 제안이 온다.

 

선생님, 할 말이 있고 못할 말이 있습니다.

반성하십시오.

 

이 인간이 하면 농담으로 들리지 않는다.

못난 인간의 마수에서 지키기 위해 내가 작업을 걸어야겠다고 다짐하게 됨.

 

마스터가 꼴보기 싫다며 과감하게 포커스 아웃해버리는 주인공.

 

더블 데이트 후 돌아오는 길.

 

미유키와 눈이 마주친다.

 

만약 여름 데이트를 거부하고 가을 데이트를 받아들이면 내용이 달라진다.

 

아이에게 볼링을 가르쳤더니 미유키가 태클을 건다.

 

볼링이 끝난 뒤 식사 시간

 

아이의 닭살 행동에 미유키가 깜짝 놀란다.

 

여름 데이트에 비해 더 묘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이상한 분위기가 감돈다.

 

서로를 의식하는 절친들.

 

이 때 단독 데이트 제안을 하는 켄타로.

 

아이를 생각해 거절하려고 하지만, 켄타로는 놓아줄 생각이 없다.

 

아이에겐 비밀로 하자.

 

설득 끝에 받아들이는 미유키.

 

데이트를 거듭할수록 죄책감은 심해지는데...

 

나쁜 남자에게 걸려버렸다.

 

미유키는 무엇을 고민하는 걸까?

 

파렴치한 플레이어

레이코랑 료코랑 미유키랑 마호코랑 약속을 했었지.

바쁘게 돌아가는 나날들.

 

15분 16초부터~

다른 히로인과 늦게까지 데이트하고 귀가하면 이벤트가 발생한다.

 

기숙사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미유키.

아이와의 관계를 의심하는데...

 

주인공을 신경쓰고 있다는 걸 지적하자 까칠하게 나온다.

남의 마음도 몰라주고 다른 여자들이랑 놀러다니는데 화날만 하지.

 

켄타로와의 관계를 포기할 순 없지만, 아이가 상처받는 것은 싫다.

미유키는 점점 수렁 속으로 빠져드는데...

 

아이가 둘 사이를 눈치챈 게 아닌가 의심하는 미유키.

 

교실을 지나던 중 우연히 대화를 엿듣게 되는데...

 

서로의 마음을 눈치챘지만, 서로를 포기하고 싶지 않은 두 사람.

 

뻘쭘한 나머지 선배 이야기를 꺼냈다.

스스로 지뢰를 밟아버린 미유키.

 

하나 둘 셋 하면 험담을 하기로 한다.

 

아이와의 관계를 어떻게든 회복하고 싶은 미유키.

되돌아가기엔 불가능한 상황까지 온 걸까.

 

아이는 괜찮다고 말하지만, 태도가 나날이 서먹해지는 것을 느낀다.

미유키는 어찌해야 할까. 아이는 어떡하면 좋을까.

 

여기서 멈추는 게 무리라는 걸 주인공도 잘 알고 있다.

 

다시 만난 두 사람.

전보다 분위기가 훨씬 좋아보인다. 잘 됐으면 좋으련만.

 

교정을 나오다가 하루히코가 작업거는 장면을 목격한다.

 

이 인간, 또 남의 여자한테 집적거리네.

 

동급생의 타쿠로보다 한 술 더 뜬다.

작업도 정도껏 해야지 하루히코처럼 하면 비호감만 산다.

 

돈 많고 잘 생겼지만 여자 밝히는 재수없는 남자.

그것이 하루히코.

 

단칼에 쳐내는 미유키.

 

끈질기게 달라붙는 헌팅남.

 

켄타로를 험담하는 하루히코.

 

하루히코의 험담에 맞장구치는 미유키.

켄타로는 큰 충격을 받는다.

 

켄타로를 두 번 죽이는 미유키.

 

ㅠㅠ

 

데이트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예를 들면 아이라던가.

 

켄타로를 좋아하는 마음이 커져만 간다.

 

드디어 러브호텔에 온 두 사람.

헤어진 직후 미유키가 기숙사에 찾아오게 된다.

 

선을 넘어버리게 되자 극도의 자기혐오에 빠지게 된다.

 

그럼에도 아이를 포기할 수 없는 미유키.

 

양다리를 걸치고 있었다면 이 장면에서 별별 감정이 다 느껴진다.

 

큰 병을 앓은 후 가치관이 바뀐 신지. 부단히 노력하여 달콤한 결실을 맺었다. 이제 남은 건 졸업식 뿐.

 

티나와 팀이 보이지 않는다?

 

 

 

후일담 1의 음악 (1:16:15초부터~)

 

아이 엔딩

몰라보게 성숙해진 아이.

 

소원해진 두 사람의 관계

미유키의 근황을 아이가 아니라 미노루에게 들은 주인공.

전에는 미유키 얘기를 잘만 했는데, 이제는 다른 이야기를 하고 싶어한다.

 

썩 개운치 않은 엔딩

이 장면 이후 후일담 2로 넘어간다. 

수위 문제로 기재하지 않음.

 

미유키 엔딩

켄타로네 집에 와서 청소해주는 미유키.

투덜거리면서도 다 해준다.

 

파격적인 동거 선언을 하게 된다.

 

후일담 2의 음악 (1:08:52초부터~)

 

켄타로와 딱 붙어 애정어린 말을 속삭인다.

 

미유키와 아이, 둘 사이가 어찌 됐을지는 명확하다.

아이 얘기를 하지 않는 미유키. 비록 불행한 일을 겪었지만 미유키는 전보다 더 행복해 보인다. 절친과의 우정이 산산조각나고, 주인공과도 헤어지게 되었다면, 현실적으로 있을 법한 일이긴 해도 플레이어의 멘탈은 박살났을 것이다. 현실과 판타지 사이에서 적절한 타협점을 찾아, 종국에는 행복하게 끝난다.

 

스쳐지나감 이벤트

먼저 주인공을 좋아한 사람은 아이였다. 더블 데이트 이후 주인공은 두 사람과의 만남을 이어나간다. 플레이어가 아이만을 선택했다면 '스쳐지나감' 이벤트는 증발한다. 미유키만 선택해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하급생>의 동시 공략에 길들여진 플레이어는 양쪽 모두를 선택한다. 아이와 미유키는 절친이기에, 어느 한쪽을 택하지 않으면 호감도에 한계가 찾아온다. 플레이어는 두 여자를 간보다가 더 맘에 드는 사람을 택한다. 플레이어가 이기적인 행보를 보일수록 둘 사이에 묘한 기류가 흐른다. '스쳐지나감' 이벤트는 아이와 미유키의 호감도가 모두 71 이상일 때 발생한다. 호감도가 81 이상이면 '스쳐지나감 2, 3, 4'를 모두 볼 수 있다. 삼각관계를 활용한 이벤트는 특히 미유키 시나리오에서 두드러지는데, 미유키 스토리가 일종의 NTR 시나리오(남의 애인을 뺏는)와 유사하기 때문이다. 아이가 미유키를 의식하는 장면보다 반대의 경우가 훨씬 많은 점도 삼각 관계가 두드러지는 요소다.

 

미유키 시나리오는 특유의 문어발 연애를 잘 살린, <하급생>에서도 가장 탄탄한 스토리 라인을 보여준다. 대부분의 연애게임은 이런 소재를 잘 사용하지 않는다. 현실의 어두운 부분은 철저히 배척하고 성적 판타지를 추구한다, 그것도 나쁘진 않다. 다만 독자에게 납득이 가는, 개연성과 현실성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이야기를 그려낼 수 있다면 그거야말로 박수 받을만한 시도가 아닐까.

 

이제 미유키 엔딩도 봤고, 더 얘기할 건 없을까?

<하급생>은 또 하나의 장치를 숨겨두었다. 이게 정말 마지막이다.

 

켄타로는 예전부터 펜던트를 갖고 있었는데, 자신조차 왜 갖고 있는지 모른다.

전학생인 티나가 알 리가 없는데 어떻게 알게 된 걸까?

 

마을을 돌아다니면 가끔씩 티나가 데이트 제안을 해온다.

티나와의 데이트는 매번 이런 식이다. 내가 주도적으로 약속을 잡을 수 없고, 티나가 나를 공략하는 것처럼 진행된다. 3시에 다른 히로인과 만나기로 약속했는데, 이걸 어떻게 해야되나... 난감하다.

 

역 주변에 있는 수상한 가게

5,000엔을 내고 구체적인 공략을 들을 수 있다.

 

다른 사람은 잘 알려주지만, 딱 한 명만큼은 뜬구름 잡는 힌트를 알려준다.

 

귀신의 집에서 놀래키려는 알바생을 때려버린 티나.

여러 면에서 현실과는 동떨어진 인물이다.

 

티나, 팀의 방

팀이 즐기는 게임기는 세가 새턴으로 보인다.

 

티나를 따라 수족관에 갔다.

대체 어디로 들어갔는지 수족관에서 헤엄을 치고 있다.

 

티나가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간 켄타로.

명색이 보호자 취급이니 어쩔 수 없지.

 

???

 

다음주에 한 번 더 티나를 찾아가면,

 

치료제를 가져가면 병이 낫고, 이상한 해프닝이 벌어지는데...

 

평소와 다르게 진지하다.

둘 사이에 무슨 일 있었나?

 

도서관에서 같이 책을 읽자며 제안한 티나.

책은 안 보고 켄타로만 바라보는데...

 

미즈호에게 뜨개질을 배운 것 같다.

 

공원에서의 데이트.

 

많은 플레이어들이 켄타로처럼 느꼈을 것 같다.

 

하루히코에게 티나에게 정혼자가 있다는 사실을 들었다.

그 사실을 지적하는 켄타로.

 

데이트 후 짧은 키스를 남기고 날아간 티나.

 

이제 곧 엔딩이다.

 

주인공이 데이트를 하고 기숙사에 오면 티나가 무언의 눈빛을 보인다.

주인공이 다른 여자와 관계를 맺으면 티나가 자책하거나, 주인공을 책망하는 듯한 이야기를 한다.

 

끝까지 정조를 지키면 메시지가 변한다.

 

우주선에 탑승하는 티나와 팀.

 

티나에게 고백하러 온 주인공에게, 티나는 이상한 소리를 한다.

 

켄타로가 꾸던 꿈이 바로 이것이었다.

장인어른에게 시련을 받아 기억을 봉인당한 상태에서 살아왔던 것.

 

끝까지 지조를 지키면 티나 엔딩을 볼 수 있다.

<하급생>이 성인게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참으로 가혹하지만, 시도 자체는 참 놀랍다.

 

오르골 bgm의 중복 사용으로 볼 때 꿈에 나온 사람이 티나임은 명백하다. 이쯤되면 공공연한 비밀이다. 티나는 주인공에게 당일 데이트를 제안하지만, 플레이어로서는 약속이 있어 티나를 거절해야 될 때가 많다. 또한 점집에 가서 이야기를 들어도 어디에서 티나가 나오는지 힌트조차 알지 못한다. 

 

주인공이 데이트를 하고 오면 티나가 한 마디씩 하는데,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와 데이트를 하고 왔을 뿐인데 티나가 핀잔을 준다. 티나가 자책을 하면 괜히 분위기를 잡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더 큰 문제는, 티나라는 캐릭터의 매력을 잘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티나는 앞서 보여준 마호코, 레이코, 미유키 같은 캐릭터와는 사뭇 다르다. 레이코처럼 츤데레 속성을 가진 캐릭터도, 미유키처럼 사랑과 우정 사이에서 고민하는 캐릭터도 아니다. 그저 사차원에 주인공을 좋아하는 캐릭터일 뿐이다.

 

여기에 1년이라는 긴 세월이 더해졌다. 1년 동안 티나만 바라보고 살자니 티나의 대화 패턴, 이벤트 숫자가 대단히 부족하다. 안 그래도 후반부로 갈수록 힘이 떨어지는 게임인데, 문어발 연애까지 막히니 1년이 너무 길게 느껴진다. 자연스레 티나를 좋아할 수가 없다.

 

도키메모의 다테바야시 미하루

연애게임에서 연애를 실패해야 공략할 수 있는 히로인.

티나와 달리 미하루는 최고 수준의 인기를 누렸다. 대체 왜일까?

 

다른 히로인을 공략하다 실패했다면 남은 것은 배드엔딩 뿐이다. 플레이어가 좌절의 늪에 빠졌을 때, 운이 좋다면 미하루가 고백해온다. 미하루는 플레이어에게 구제 장치와도 같았다. 의도적으로 미하루를 공략하려고 들면, 의외로 고백받기가 어렵다는 것도 히든 캐릭터로서의 존재감을 뿜어내기에 충분했다.

 

반면 티나는 구제 장치로 여겨지지 않는다. <하급생>은 히로인 한 명쯤은 공략하기가 매우 쉬운 게임이기 때문이다. (<도키메모>는 폭탄 시스템 때문에 공략에 실패하는 상황이 나오기 쉽다.)

 

미하루는 다른 히로인과의 분위기를 조져놓지 않고, 그냥 눈도장만 찍고 도망친다. 티나는 다른 여자와 데이트를 하고 귀가하면 주인공의 행동을 캐묻고 질책을 한다. 내가 바보였다며 자책을 하기도 한다. 기분 좋게 데이트하고 왔더니 이게 뭐람. 좋은 감정이 생길 수가 없지.

 

게임 곳곳에 동급생 2의 팬 서비스가 녹아있다

주인공의 컴퓨터 좌측에는 <동급생 2>의 나루사와 유이.

 

전철에 그려진 여성은 아이돌 히로인 마이지마 카렌.

 

미니게임 동급생 포스터 룰렛

같은 숫자 세 개를 띄우면,

 

처음 얻은 포스터는 사쿠라코.

<동급생 2>의 숨겨진 히로인으로서 엄청난 인기를 누렸다.

 

글을 쓰면서 분량이 너무 길어져 당황스러웠다. 캐릭터의 스토리를 보여주지 않으면 이 게임을 잘 설명하기가 어렵다. 스토리를 축약하는 건 간단하지만, 가벼운 만남들이 누적되면서 이야기가 담담하게 진행되는 느낌을 보여주고 싶었다. 한없이 가벼우면서도 가볍지 않은 느낌을 보여주고자 했다.

 

게임으로서의 <하급생>은 설명하기 어렵다. 마을을 탐색하며 곳곳에서 캐릭터과 마주치고, 다양한 히로인과 동시다발적으로 연애를 즐긴다. 이렇게 요약하는 건 간단하지만, 이 시스템이 주는 재미를 와닿게 설명할 순 없었다. 따라서 게임으로서의 재미는 <동급생> <동급생 2> 리뷰에서 이야기하고 <하급생>은 스토리를 중점적으로 다루는 리뷰가 되었다. <하급생>의 저변에는 <동급생 2>에서 느낀 향수가 드리워져 있다. 

 

 



평가 점수 ★★★★★

<동급생>의 후광에서 벗어나 <하급생>이라는 새로운 브랜드를 세운 게임이다. 등장인물들의 행동거지가 가벼운 것 같아도 그 속에 담긴 것들은 결코 가볍지 않다. 비록 1년이라는 긴 세월을 잘 활용하지 못했고, 진 히로인이 될 터였던 티나의 이야기가 아쉽지만 그게 <하급생>의 격을 떨어뜨리진 않는다고 본다. 

 

꾸준한 만남으로 조금씩 진전되는 이야기. 그 중 백미는 삼각 관계를 활용한 미유키 시나리오다. 친구가 짝사랑하는 남자를 좋아하게 되면서 괴로워하는 미유키. 친구를 잃지 않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국은 주인공만 바라보면서 살게 되는 처자. 그럼에도 미유키는 행복하다. 

 

연애, 성인게임으로서 <동급생>이 완벽한 토털 게임이라면, <하급생> 또한 그에 못지않은 토털 게임이다. <하급생>은 흔한 연애게임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개척하면서 급전개 없이 설득력 있게, 감정선을 따라갈 수 있게 담아냈다. 게다가 시뮬레이션 특유의 높은 공략성까지. 플레이하는 즐거움은 단연 톱이다. 추억이 없어도 적극 추천할 수 있는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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