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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리뷰

나카야마 미호의 도키메키 하이스쿨 (1987)

by 눈다랑어 2021. 8. 10.

요새는 아이돌 게임이 하나의 장르처럼 굳어진 것 같다. 예쁘장한 캐릭터, 성우, 노래. 원 소스 멀티 유즈까지. 심지어 가상의 캐릭터를 활용해 홀로그램 콘서트를 여는 시대다. 요 근래 기술의 발전은 놀라울 정도다. 아이돌 문화와 성우, 테크놀로지가 결합된 버튜버는 유튜브 슈퍼챗 최상위 리스트를 가득 메웠다. 만화 <최애의 아이>는 아이돌 세계의 명암을 보여주며 큰 인기를 끌었다. TV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은 국민적인 인기를 누리며 옆나라 일본으로 수출되어 많은 화제를 낳았다.

 

아이돌 마스터, 2007

<아이돌 마스터>(이하 아이마스)는 아이돌 게임의 대명사가 된 기념비적인 타이틀이다. <아이마스>는 3D 아이돌 붐의 시초이지만, 엄밀히 말해 최초의 아이돌 게임은 아니었다. 지금과 예전의 아이돌 게임이 다르다곤 하나, 아이돌 게임의 원형은 이미 90년대부터 그 명맥을 찾아볼 수 있다. 바로 <두근두근 메모리얼, 1994>(이하 도키메모)과 <사쿠라 대전, 1996>이다.

 

<도키메모>는 시오리를 필두로 가상 아이돌의 시초가 되었고, <사쿠라 대전>은 무대 공연으로 진출, 서브컬쳐 시장의 잠재력을 일치감치 보여준 물건이었다. 이들은 원 소스 멀티 유스를 적극 활용했으나, 게임 자체는 각각 연애 시뮬레이션, 어드벤처 & 턴제 전략에 가까운 물건이었다. 따라서 <아이마스>가 보여준 아이돌 매니지먼트 게임과는 거리가 멀고, <아이마스>의 총체적 마케팅에 영향을 끼쳤다고 봐야 한다.

 

2021.08.30 - [게임 리뷰] - 두근두근 메모리얼 (1994)

 

두근두근 메모리얼 (1994)

게임산업이 지금처럼 크지 않았던 90년대, 철저한 내수용 게임이 3년 만에 110만장을 팔았다. 또한 관련 매출이 5년 만에 100억엔을 돌파하기도 했다. 연애 게임의 전설, 바로 도키메키 메모리얼(정

daisy1024.tistory.com

그렇다면 원시 시대의 아이돌 게임은 어떤 형태였을까? 과거의 아이돌 게임은 아이돌을 게임에 집어넣는 수준으로 그려졌다. 몇몇 케이스를 살펴보자면,

테디 보이 블루스, 1985 
- 아이돌을 활용한 최초의 게임으로 추정.
이시노 요코의 데뷔 싱글 '테디 보이 블루스'와 협력하여 제작.


원더 모모, 1987
- 아이돌 원더 모모가 적들을 해치우는 연극을 촬영한다는 컨셉의 횡스크롤 액션 게임.
가상의 아이돌 캐릭터를 사용했지만 게임 속에서 아이돌이라는 점이 부각되지 않는다. 게임만 해본 사람들은 이게 아이돌 게임인지 알 길이 없다. TV 광고에서 원더 모모를 아이돌 액션 게임으로 소개하는 게 고작.

아이돌 핫라인 나카야마 미호의 도키메키 하이스쿨, 1987
- 인기 아이돌 나카야마 미호를 활용한 탤런트 게임


아이돌 팔견전, 1989
- 가상의 아이돌 캐릭터를 제대로 활용한 최초의 게임. 주인공 사이온지 에리카가 부른 곡이 들어가 있지만, 기술적인 한계 때문에 인스투르멘털 음악이 삽입되었음.


히카루 겐지 롤러 패닉, 1989
- 인기 아이돌 히카루 겐지를 활용한 탤런트 게임.
히카루 겐지와 함께 롤러 스케이트를 훔쳐간 범인을 찾아내야 한다. 

 

이렇듯, 과거의 아이돌 게임은 지금과는 다르다. 현재의 아이돌 게임은 엄연한 장르가 됐기 때문.

ⓐ 아이돌이 무대에서 춤추고 노래하는 장면이 나온다.
ⓑ 무대 장면은 대부분 리듬게임으로 진행된다.
ⓒ 아이돌의 노래는 담당 성우가 직접 녹음한다.
ⓓ 백스테이지에서 아이돌의 고난, 갈등, 성장을 다루며 육성 파트를 지원하기도 함.
ⓔ 연예계의 뒷 사정은 거의 다뤄지지 않는다. 

 

나카야마 미호의 대표작 러브레터

초창기 아이돌 게임은 어떤 컨셉이었을까? 진정한 최초의 '아이돌 게임'이라고 부를 수 있는 작품은 <아이돌 핫라인 나카야마 미호의 도키메키 하이스쿨>일 것이다. 나카야마 미호는 더 너츠가 부른 <사랑의 바보, 2004>(원제 : 世界中の誰よりきっと, 1992)의 원곡자이자, 영화 <러브레터, 1995>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배우다. 80년대의 나카야마 미호가 아이돌 스타였다면, 90년대의 나카야마 미호는 일본의 대표 여배우로서 명성을 떨친 사람이었다.

 

 

나카야마 미호의 도키메키 하이스쿨 개발 과정을 살펴보면 놀랠 노자다. 패미컴-슈퍼패미컴 시대에 명성을 쌓은 닌텐도, 외부 업체의 스태프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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닌텐도는 '패미컴 소년 탐정단'이라는 기획을 진행하고 있었다. '패미컴 소년 탐정단'은 사카모토 요시오가 게임 디자인 및 스토리를 맡은 게임. 그때 스퀘어에서 '전화 어드벤처'라는 기획을 넘겨받게 된다. 

 

닌텐도는 그 기획을 채용했고, 사카모토는 "이왕이면 무명의 성우보다는 유명한 아이돌이 낫지 않아?" 라고 제안한다. 당시 인기가 높았던 코이즈미 쿄코, 미나미노 요코는 일정이 맞지 않았고, 그 다음으로 인기가 많았던 나카야마 미호가 가능성이 있었다. 사카모토는 나카야마 미호 급의 연예인이 아니면 절대 타협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기에 미호를 모델로 적극 추진하게 된다. 개발에는 외부 고문으로 이토이 시게사토가 초청되었으며 현재까지 알려진 스태프들은 다음과 같다.

 

프로듀서 : 요코다 군페이

디자이너 : 사카모토 요시오, 사카구치 히로노부

아티스트 : 타카시 토키타

시나리오 라이터 : 사카모토 요시오

작곡가 : 우에마츠 노부오, 이마이 토시아키

 

출처 : https://ja.wikipedia.org/wiki/%E4%B8%AD%E5%B1%B1%E7%BE%8E%E7%A9%82%E3%81%AE%E3%83%88%E3%82%AD%E3%83%A1%E3%82%AD%E3%83%8F%E3%82%A4%E3%82%B9%E3%82%AF%E3%83%BC%E3%83%AB

 

<나카야마 미호의 도키메키 하이스쿨>은 실제 아이돌을 게임에 활용한 탤런트 게임, 8090 시대는 가상의 아이돌을 사용하더라도 현실의 아이돌을 모티브로 삼았다. 요즘도 <BTS WORLD, 2019>처럼 현실의 아이돌을 활용한 게임이 나오고 있지만, 보통 아이돌 게임이라고 하면 가상의 아이돌을 떠올리기 쉽다. 

 

 

이병헌과 기무라 타쿠야

초상권을 활용한 <로스트 플래닛> <저지 아이즈>와는 달리,<나카야마 미호의 도키메키 하이스쿨>은 게임 속에서 아이돌 '나카야마 미호'를 만나볼 수 있는 게임이다. 광고에서 나카야마 미호는 "나랑 연애 이야기 만들지 않을래?" 라고 묻는다. 나카야마 미호의 남성 팬들에게 유사 연애 감정을 충족시켜주는 게임인 것이다.

 

나카야마 미호의 도키메키 하이스쿨 광고

"게임 도중 나오는 전화번호가 나오면 전화를 걸어서 내 목소리를 들어줘"

 

해피엔딩을 본 후 응모해 특별한 선물을 받자!

이미지 출처 : https://twitter.com/shinyaman2/status/1200944717707399168

 

서비스 데이터

* 미호로부터의 메시지

안녕, 나카야마 미호에요.

나카야마 미호의 도키메키 하이스쿨 재미있었나요?

엣? 아직이야? 당신이 안 오면 드라마가 시작되지 않아!

빨리 게임을 시작해요. 기다릴게요. 

이상, 미호로부터의 알림.

♥A버튼을 눌러주세요♥

 

여기는 시립 도키메키 학원.

아버지의 전근으로 오늘부터 전학생 1일차입니다.

 

스시 : 

「그 전화카드 미포링 아니야? 실은 나도 같은 걸 갖고 있어.

 

반 친구와의 대화에서 주인공은 나카야마 미호의 팬이라는 설정을 알 수 있다. 게다가 전화카드라니. 마그네틱 방식의 전화카드는 한국에서 1986년 처음 도입되었다. 일본은 언제 도입했는지 찾아봤는데, 1982년에 전화카드를 사용하는 최초의 전화기가 설치된 게 시작인 모양이다. (최초의 전화 카드는 1977년 스위스에서.)

https://japanese.engadget.com/jp-2019-12-22-1982-12-23-1.html

https://ima.goo.ne.jp/column/article/6652.html

 

그렇다면 일본에서 최초로 연예인을 사용한 전화카드는 무엇일까? 정확한 시기는 모르겠지만, 이미 1983년에 연예인 전화카드가 검색되는 것으로 보아 도입시기가 빨랐던 건 분명하다. 한국의 전화카드는 1986년 따릉이로 시작, 1989년부터 국내 생산, 1992년 최초의 연예인 전화카드(모델 : 최진실)가 나왔으니 말이다. 

 

나카야마 미호의 전화카드

이미지 출처 : https://twitter.com/kazugen76/status/1057759993695428609

 

 

* 이 글은 아카이브성 목적이 강합니다. 핵심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으며, 오역이 있을 수 있습니다.

 

게임 방식은 명령 선택식 어드벤처.

 

메뉴는

ⓐ 보다, 조사하다.

ⓑ 말한다.

ⓒ 만진다.

ⓓ 소지품을 본다.

 

등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때에 따라 새로운 커맨드가 추가되는 방식. '보다, 조사하다'를 누르면 빨간 원 안에 있는 클릭 모양이 나온다. 어드벤처 게임에서 자주 보이는 포인트 앤 클릭 시스템이다.

 

미즈호의 테마

 

여학생 :

「꺅!

 

스시 :

「앗 미안! 괜찮아?

 

여학생 :

「미, 미안해요. 멍하니 있어서.

 미안, 서두르는 중이거든...

 

예쁜 여학생이 나타났다가 금세 사라졌다.

뭔가에 꽂힌 주인공은 반 친구에게 이름을 물어보는데...

 

사다키치 :

「옆 반의 타카야마 미즈호야.

 

스시 :

「타카야마 미즈호...

 

바닥에 떨어진 토끼 마스코트(빨간 원)

이럴 때 포인트 앤 클릭을 사용하자.

 

사다키치 :

「 왜 타카미야가 신경 쓰여? 그다지 눈에 띄진 않지만 조금 귀엽긴 해.

 

저게 조금 귀엽다니, 사다키치의 안목이 의심스럽다.

 

시끄러운 세 명이 나타났다.

 

3명의 추종자가 항상 따라다니는 에리카 아가씨.

사다키치 말로는 이사장 딸인데 성격이 영 좋지 않다고 한다. 말하는 걸 보면 그렇지 않은 것 같은데...

 

여기 여학생들은 다 자기 꺼라고 말하는 재수없는 인간이 나타났다.

에리카한테 집적대지 말라는 거 같은데, 주인공 표정이 내 심정을 대변하고 있다.

 

스시 : 

「 이상한 녀석들이군.

아차 중요한 걸 잊어버리고 있었네! 마스코트를 돌려줘야지.

 

교실에 들어간 순간 울려퍼지는 비명소리.

순식간에 엿보기범이 되버린 주인공 일행.

 

미즈호 :

「 너희들 뭐하는 거야!!

 

미즈호 :

「 남자들은 정말 변태라니까!

  어라? 그 마스코트...

 

미즈호 :

「 앗 그거 내 마스코트!

  찾아서 다행이다! 네가 주워줬구나, 고마워!

 

「 영영 잃어버린 줄 알았어.

  그 애, 내 부적 같은 거야 그래서 말이지...

 

「 앗 벌써 시간이!

  미안해, 나 빨리 가야 하거든...

「 앗. 그래도 이제 엿보기는 안 돼.

  후훗, 또 봐!

 

스시 :

「 깜짝 놀랐어. 근데 귀엽네 미즈호 짱... 

  생각해 보니 그 애, 나카야마 미호랑 닮은 것 같은데?

 

집에 오니 형이 있었다.

 

형 : 

「 이봐 여자한테서 전화가 왔다고.

   벌써 손을 댔냐, 이 호색한! 번호는 이거다!

 

이 번호로 전화를 걸면 나카야마 미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1987년도 일본은 원거리 통화비용이 많이 비쌌다고 한다. 거리가 먼 곳은 100엔으로 1분 통화도 힘들었을 정도. 이 얼마나 무서운 기획인가.

 

음성 서비스가 종료된 후에는 게임 디스크에 전화안내 메시지를 넣어 팔았다고 한다.

 

이미지 출처 : https://pony.velvet.jp/fcdisk/fmcmdskw46_thse.html

 

 

미즈호 :

「 아까는 급해서 제대로 인사도 못하고...
  그 토끼 마스코트 인형은 정말 소중한 거야.
  그래서 너무 좋아서... 또 기회가 된다면 여러 이야기를 하고 싶어.

 

스시 :

「 전화를 줬다는 건 혹시 나를...

   우히, 우히히히... 

 

이튿날.

타카미야가 학교를 쉬었다는 소식을 들은 주인공. 몸이 아픈가? 걱정인데...

 

탁상 위에 웬 여자 사진이 놓여있는데, 아무래도 형이 찍은 것 같다.

 

스시 :

이거 나카야마 미호의 사진이잖아!

  근데 이렇게 보니까 미즈호 짱이랑 정말로 비슷하네...

 

스시 :

「 엑! 이 마스코트!!

  심지어 오늘 쉬는 날이었고 ... 설마 진짜로 그 애가..

 

「 좋아! 내일 학교에서 확인해야겠어!!

 

피아노 앞에 미즈호 짱이 있다.

 

미즈호 :

「 어라, 스시군. 저번에는 전화 고마웠어.

 

미즈호 :

「 스시군. 저번에는 정말로 고마웠어.

  정말 기뻤어.

 

A : 너 사실은 나카야마 미호 아니야?

B : 내 이야기를 들어줬으면 해.

 

이제부터 선택의 시간.

 

미즈호 :

「 뭔데?

 

A : 나 전학만 다니고 있어.

B : 실은 큰 일을 알아버렸어.

 

미즈호 :

「 그래, 큰일이라...

 

자연스럽게 마스코트 이야기를 꺼냈다.

자신에게 마스코트는 부적 같은 거라는 미즈호.

 

미즈호 :

「 이, 이거... 어떻게 네가 이걸!?

 

형이 찍은 사진을 보여주자 깜짝 놀라는 미즈호.

 

미호 :

 어째서 숨겼냐고...?
  모두를 속일 생각은 없었어.
  그냥 가만히 놔두길 바랐을 뿐이야...

 

나도 17살짜리 여자야.
친구들이랑 수다도 떨고, 데이트도 하는 평범한 학원 생활을 보내고 싶었을 뿐이야.

 

미호 :

 그래도 이젠 안돼. 들통나버렸으니. 

슬프지만 이제 이 학원을 떠나야 해. 안녕. 스시 군..

 

...그 날부터 타카야마 미즈호 짱은 학원에 오지 않았다.

전학을 간 것 같습니다만... 누구의 잘못일까?

 

네 잘못이잖아!!

 

 

몇 번이고 다시 해봐도 게임 오버. 대체 뭘 잘못한 걸까? 이 게임은 내가 뭘 잘못 했는지 알기가 어렵다.

 

미호 : 

「 부탁이야, 스시 군.

부탁이니까 다른 사람들에게는 알리지 말아줘. 

둘만의 비밀로 했으면 좋겠어.

 

미호 :

「 고마워. 스시 군...

  괜찮다면 함께 돌아가지 않을래?

  잠깐 기다려, 가방 가지고 올게!!

 

상황에 맞게 주인공의 표정이 바뀌는 게 인상적이다.

 

스시 :

「 아아ㅡ 내가 꿈을 꾸는 것 같아ㅡ

그 애가 미호 짱이라니?!

 

귀가하는 중에도 선택지는 계속된다.

 

A : 오늘은 이제부터 일?

B : 여자랑 돌아가는 건 오랜만인걸.

 

미호 :

「 나 연예인이라서 항상 특별 취급이었거든...

  그런 건 싫어.

 

대화를 잘 진행하다 보면 이런 선택지가 나온다.

A : 아이돌도 힘들겠구나.

B : 이번주 일요일에 쉬어?

 

미호 :

「 오랜만에 쉴 수 있어.

  그런데 어째서?

 

A ...이번주 데이트하지 않을래?

 

선택지를 고르다 보면 가끔 표정을 바꿀 수가 있다.

선택지와 표정을 모두 신경써야 한다는 점이 난이도를 대폭 상승시키게 된 원인.

 

미호 :

「  엣 정말? 어머 어떡하지...

 

미호 :

「 그럼 이번주 일요일 비워둘게.

  2시 찻집에서 만나! 그럼 그때 보자, 바이바이.

 

이렇게 두 사람 사이가 급전개 된다고?

진도를 못 따라가겠습니다 선생님.

 

그리고 며칠이 지나 일요일이 됐다.

대망의 데이트의 날. 

 

들뜬 마음으로 문을 박차고 나오려는데...

 

스시 :

「 으아아앗 뭐야 너희들은!

 

검은 안경 :

「 얌전히 있어. 다치기 싫으면.

 

「 당신 타카야마와 데이트 갈 생각이었지!

「 그런 거 하게 두지 않아!

 

곤란하게 되어버렸다.

어떻게든 도망쳐야 하는데...

 

우여곡절 끝에 찻집에 왔지만 너무 늦었다...

약속한 시간은 2시, 지금 시각은 6시. 미호 짱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

 

집에 가보니 타카미야 상한테 전화가 왔다는 소식.

서둘러 전화해보는데...

 

미호 :

「 나, 알고 있어.

당신이 시미즈 에리카 상과 사귀고 있다는 것!!

당신따위 정말 싫어!!

큰일났군...

그야 약속장소에 가지 못한 건 내가 미안하지만, 멋대로 오해버려서...

 

주인공 말마따나 약속 장소에 못 간 건 미안한데, 둘 사이가 이렇게까지 진전됐다는 게 몰입이 안 된다. 미호가 주인공과 친해지는 과정을 넣었다면 훨씬 설득력 있는 전개를 보여줬을 것이다.

 

현실적으로 보면, 사람 좋아하는 게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 그런 건 아니지. 그렇지만 독자 입장에선 조금 더 감정선을 따라가고 싶은 마음이니까, 이렇게 만들어놓으면 당황할 수밖에.

 

미호 :

스시 군. 정말 미안해.

  나, 당신의 마음도 모르고.. 에리카 상에 대해 사다키치 군에게 들었어.

 

얼마 지나지 않아 오해가 풀렸다.

 

나 한 번 더 스시 군과 만나고 싶어.

  만나서 사과하고 싶어...

이번주 금요일에 그 찻집에서 기다릴게.

 

공포의 객관식 시간

주인공을 상처입혔다는 사실에 괴로워 하는 미호. 여기서 둥글둥글한 선택지만 고르면 배드엔딩이 나온다. 연애가 꼭 답이 있는 선택지는 아니지 않나. 이런 엉뚱한 면은 묘하게 현실적인 느낌이 있다.

 

미호 :

나... 당신에게...

  그런 심한 말을 해버리다니.

  용서해달라고 말할 수 없어...

 

미호 :

그래도 나... 네게 용서를 구하고 싶어. 

  스시 군과 더 이상 만나지 못하는 건 슬퍼...

 

미호 :

나를 용서해줄래?

 

YES를 선택.

 

미호 :

... 고마워.

  그래도 역시

 

스시 군.

  나, 더 이상 네 얼굴을 보는 게 괴로워...

  안녕...

 

B : 「 내 마음을 몰라주는 거야?

 

스시 :

부탁이니까 더 이상 울지 마.

 

미호 : 

  ...... 응.

 

이렇게 두 사람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게 된다.

그때 누군가의 시선이 느껴지는데...

 

미호 :

  앗... 가버렸다!

 

스시 :

누구였던 걸까...

 

A : 이제 신경쓰지 마!

B : 다음에 만나면 때려눕혀 줄 테야.

 

미호 :

그래도 스시 군.

  싸움 약해보여...

 

미호 짱도 드디어 기운을 차렸고, 좋아!

생각했던 걸 물어보자!

나를 어떻게 생각해?

 

미호 :

뭐? 갑자기. 

   그렇네... 우후후!

 

집에 가보니 미호에게서 연락이 와있다.

곧장 미호에게 전화를 걸어보면,

 

미호 :

 요즘 왠지 불안해... 항상 누군가가 쳐다보는 것 같아서...
   오늘도 이상한 사람 있었잖아.
   다시 전학가서 너를 못보게 될까봐 두려워.
   아 참! 이번 금요일에 같이 영화보러 갈까...

 

형 :

 후후훗, 플레이보이라고 불렸던 이몸이 어드바이스를 해주지.

   일단은 선물이다. 뭐라도 좋은 건 아니야. 그녀가 좋아하는 것을 타이밍 좋게 건네주는 거지.

   이걸로 낙승이야.

 

형의 제안에 솔깃한 주인공.

 

데이트 날.

미호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럼 어디로 갈까?

A : 백화점

B : 유원지

C : 영화관

 

그리고…
두 사람은 영화관으로 향했습니다.
조금 붐비긴 했지만, 간신히 비어 있는 자리를 찾았습니다.

 

미호 :

 내 영화를 객석에서 보는 거 처음이야.

 

보다, 조사하다 커맨드를 누르면 '가까이서 보니 더욱 귀엽다'는 메시지가 나온다.

상상만 해도 행복하구만.

 

미호 :

소근소근 이야기합시다.

 

스시 :
 영화 보면서 말할 순 없지

 

미호 :
 그렇네 이따 차분히 이야기하자
  앗 시작했다! 이따봐...

지금이 선물을 줄 찬스!

 

스시 :
미, 미호 짱. 이거 받지 않겠어?

 

미호 :
 엇, 내게? 뭘까?
  지금 열어봐도 돼?

 

스시 :

아, 지금 열지 마! 부끄러우니까...
   앗, 열어버렸어...

 

미호 :
 멋진 오르골이야...

  스시 군 고마워.

  나......

  오래 오래 소중히 간직할게!

 

슬슬 진도를 빼는 주인공.

처음에는 손을 잡고, 다음으로 어깨를 감싼다.

미호는 깜짝 놀랐지만 이내 받아들인다. 혹시 찬스일지도 몰라.

 

스시 :
미호 짱...

 

눈을 커다랗게 뜬 게 귀엽다.

 

미호 :
꺄악ㅡ!

 

스시 :
엥!? 나 아직 아무것도 안했는데.

「 와앗!!

 

그때였습니다. 갑자기 앞자리의 남자들이 휙 돌아본 것입니다!


검은 안경 :

봤어, 봤어!
   
미호:

 꺄악! 뭐야 이 사람들?!

 

에리카의 보디가드, 검은 안경이 나타났다!!

 

검은 안경 : 

너희들 뒤를 밟았지!
  숨겨도 소용없어. 그 정체는...나카야마 미호!

 

에리카 아가씨를 괴롭힌 벌이야. 

  모두에게 폭로하겠어!

스시 :
 그만둬, 그녀는 관계없잖아!

 

스시 :
 따로따로 도망가자. 괜찮지? 

 

미호 :
 응! 내일은 삿포로에서 콘서트 하니까 거기서 연락할게!
  선물 고마워. 오늘은 정말 즐거웠어!

 

어떻게든 도망칠 수 있었다.

터무니없는 일이 일어나버렸어!

 

그리고 다음날...

미호 짱에게 연락이 왔다.

 

미호가 준 번호로 전화를 하면 관리자가 받는다.

곧 미호가 넘겨받고,

 

미호 :
 미안. 선물 고마워. 나한테도 줄 선물이...

  음악실 피아노에 사물함 열쇠를 숨겨 놨으니까...

 

이튿날 소문이 쫙 퍼졌다.

사다미치도 타카야마 미즈호가 미포링이란 사실을 알아버렸고,

 

교장 :

음, 드디어 드러나고 말았군.

  나는 그녀의 소원을 들어주고 싶었는데.

 

교감 :
 곤란해 곤란해. 이렇게 난리가 나다니.
  이사장이 뭐라 하던데. 나는 관계 없는데...

 

에리카 :
 남의 파티를 엉망으로 만들다니, 내가 당신을 잘못 봤군요!

 

음악실에 사물함 열쇠가 있다고 했지.

피아노를 잘 조사해보자.

 

미호의 사물함에서 손수 짠 스웨터와 전화번호가 나왔다.

 

미호 :

 미안해요.
  당신에게 폐를 끼쳐서...
  크리스마스 이브 날 항상 마시던 찻집에서 기다리고 있어.
  꼭 갈게. (그 후, 매니저가 나와서 여러가지 말해버렸지만, 기죽지 않아!!)

 

크리스마스 이브.

스웨터를 입어 찻집으로 향한 주인공.

 

미호 짱이 나를 위해 만들어준 소중한 스웨터...

정말 따뜻하다...

 

 아, 혹시 스시 상인가요?
  아까 타카야마 상에게 조금 늦지만 기다려달라고 전화가 왔어요.

 

미호를 기다리며 하염없이 커피를 들이키는 주인공.

 

최후의 데이트

미호의 심정을 잘 표현한 곡.

 

 

미호 :

미안해. 많이 기다리게 했지.

 

스시 :

 아니 그렇지 않아.. 스웨터 고마워.

 

미호 :

 나 그다지 잘 만들지 못해서...

  그래도 기뻐해줘서 기뻐.

 

스시 :
 굉장히 기뻐. 소중히 할게.

 

미호 :

미안해 늦어서.

  오늘 일이 있어서 빠지질 못했어..

 

리허설 도중 도망쳐 나왔다는 그녀에게,

 

A : 안돼! 모두 걱정하고 있어.

B : 기쁘긴 하지만, 그런 짓 하면 안 돼.

C : 해냈다! 나를 선택해 주었구나.

 

A : 그래도 사실은 널 만나서 기뻐

B : 그렇게 내가 좋아?

 

미호 :

나도...

 다음에 언제 만날 수 있을지 모르니까 말야...

 

A : 우리들 어떻게 되는 걸까?

B : 너, 지금 망설이고 있구나.

 

미호 :

그만두려고도 생각했어. 하지만...

 

미호 :

나, 지금의 일이 좋아. 

  어릴 적부터의 꿈이었는걸.

 

미호 :

하지만 너와 더 이상 만날 수 없다니... 괴로워.

 

미호 : 

... 안 되겠네 나.

  확실히 하지 않으면... 자기 멋대로 굴고...

 

미호 :

「 나를 좋아해?

 

A : 물론 정말 좋아해!

B : 사실은... 싫어졌어.

 

미호 :

「 나, 잘 모르겠어...

   무리한 바람일지도 모르지만 네 마음을 듣고 싶어.

 

A : 소문이 수그러들 때까지 만남을 그만두자.

B : 좋아하지만 그만 헤어지자.

C : 연예인을 은퇴했으면 좋겠다.

 

미호 :

「 싫어! 나를 좋아한다고 한 건 거짓말이었어?

 

스시 :

「 거짓말이 아냐! 정말 좋아한다고! 

  그렇지만... 이대로는 네가 잘못되고 말 거야.

 

스시 :

「 아이돌인 채로는 만나지 않았으면 좋겠어.

 

미호 :

그렇네... 나도 그렇게 생각해.

  잠시 내 나름대로 생각해 볼래.

 

스시 :

무슨 일 있으면 전화해...

 

미호 :

응. 그럼 다음에 언제 만날지는 모르겠지만...

   안녕...

 

미호가 없는 학교... 에리카는 자신이 한 짓을 후회하며 용서를 빈다.

이렇게 될 줄 몰랐다며,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냐고 묻는 그녀.

 

마사오미가 나타나 에리카를 용서해달라고 부탁한다.

그리고 한 통의 전화.

 

미호 :
 역시 난 노래를 버릴 수 없어. 어릴적부터의 꿈이었으니까...
  역시 아이돌이 정상적인 학원 생활을 보내고 싶다고 말하는 건 무리였을까?
  하지만 당신과는 언제까지나 친한 친구로 있고 싶어!!

 

미호 짱은 아이돌로 돌아가 오늘도 TV에 출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결코 스시를 잊지 않겠지요...

 

이 루트에는 파란 리본이란 이름이 붙었다. 파란 리본 (완)

 

다른 선택지를 고르면 어떻게 될까?

B : 사실은... 싫어졌어.

 

미호 :
거짓말... 거짓말이지?

 

A : 미안. 나... 정말 좋아해!

B : 싫어한다고 말했잖아!

 

미호 :
스시 군. 나를 위해 생각해준 거구나.

 

미호 :
나도 스시 군이 좋아. 하지만...

 

미호 :

「 나, 잘 모르겠어...

   무리한 바람일지도 모르지만 네 마음을 듣고 싶어.

 

A : 소문이 수그러들 때까지 만남을 그만두자.

B : 좋아하지만 그만 헤어지자.

C : 연예인을 은퇴했으면 좋겠다.

 

미호 :

「 싫어! 나를 좋아한다고 말한 건 거짓말이었어?

 

아까와 같은 전개로 흘러간다.

 

스시 :

「 거짓말이 아냐! 정말 좋아한다고! 

  그렇지만... 이대로는 네가 잘못되고 말 거야.

 

스시 :

「 아이돌인 채로는 만나지 않았으면 좋겠어.

 

미호 :

안녕...

 

스시 :

... 안녕...

 

미호 :

... 기다려...

 

미호 :

알았어... 마지막으로 고집 피워도 될까?

 

이별을 앞두고 처음이자 마지막 키스를 나누는 두 사람.

 

집에 도착하면 미호의 메시지가 와있다

미호 :

「 역시 네가 좋아.
  하지만 모두에게 폐를 끼치니 전학을 가기로 했어.
  내일 마지막 수업에 나오니까 방과 후에 옥상에서 만나.
  기다릴게, 꼭 와줘.

 

미호 짱이 여기서 기다리라고 했는데 괜찮을까?
올 수 있을까...

 

스시 군!

 

미호 :

「 스시 군...
  어제, 그때부터 쭉 생각하고 있었어.

 

미호 :

「 난 노래하고 연기하는 게 무엇보다도 좋아. 

  그만두는 일 따위 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어. 하지만...

 

미호 :

「 나, 나 역시 너랑 같이 있고 싶어! 

  헤어지는 건 싫어. 지금은 네가 가장 소중해!

 

미호 :

「 스시 군, 부탁이야. 날 데리고 도망쳐

 

스시 :

미호 짱...!!

 

갑자기 보도진이 두 사람을 에워쌌다!!
 도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
 둘의 관계는?

 

「 은퇴할 건가요?
「 증거를 갖고 있다고!

 

「 도망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 어디까지든 쫓아가겠어!

 

미호 :

나 이제 틀렸어. 못 뛰겠어.

 

스시 :

힘내.

 

꺄악.

미호 짱이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

 

이 앞에는 오토바이가!

제길ㅡ! 이제 틀렸어!!

 

이 녀석 혹시...

 

마사오미 :

「 자, 이걸 타고 도망가!

 

스시 :

「 너, 너...

 

마사오미 :

「 됐으니까, 더 이상 묻지 마.

  자, 빨리!!

 

스시 :

「... 고마워! 자, 가자!

 

엔딩곡 도중에 나오는 스태프 롤.

CAST : 나카야마 미호

AND 스시

 

이렇게 빨간리본 엔딩이 끝났다.

 

 

 

 

평가점수 : ★★★

연애 게임의 선조님. 전화를 활용한 기획, 자신의 표정을 고르는 시스템, 아이돌을 활용한 선구자격 위치, 당시에 보기 힘든 멀티 엔딩 시스템. 아이돌을 '상품'이 아니라 '상황'으로 다룬 매우 드문 형태의 작품이다.

 

미호가 주인공을 남자로 인식하는 묘사는 그다지 없다. 아이돌이라는 상황은 좋지만, 감정의 누적이나 번역은 서투르다. 플레이어는 정서적으로 스킵당한 기분에 놓인다.

 

중후반부 전개는 마치 단편 드라마 그 자체다. 이 작품은 완벽한 해피 엔딩을 제시하지 않는다. 사랑을 선택하면 일을, 일을 선택하면 사랑을 포기해야 한다.

 

나카야마 미호는 가수 활동 뿐만 아니라 브라운관에서도 떠오르는 스타였다. 브라운관에서 보던 미포링의 연기를 게임 속에서 즐긴다. 게임 속에서 미호는 '아이돌 스타 나카야마 미호'를 연기하고, 플레이어는 주인공이 되어 청춘 드라마를 찍는다. 87년 기획이라는 점을 감안하지 않아도 충분히 화젯거리가 될 법한 아이디어다.

 

잔잔한 여운을 보여주는 게임이지만, 표정과 선택지를 잘못 고르면 가차없이 배드 엔딩 직행.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알려주지 않아 더더욱 어렵다. 또한 게임 내용과는 별개로 이해하기 힘든 코드가 많다.

 

부족한 부분이 많은 게임이지만, 그럼 어떠랴. 나카야마 미호의 풍부한 감정을 텍스트와 표정으로 느낀다. 연예인 미호와의 풋풋한 연애를 몸소 체험할 수 있다. 이거면 충분한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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