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포켓몬 GO는 전례 없는 대성공을 이뤘다. 이 게임은 현실 세계에서 포켓몬을 잡는 경험을 제공한다. 포켓몬을 포획하고, 포켓몬과 함께 여행하는 것, 팬이라면 한 번쯤 꿈꿀만한 일이 현실로 다가왔다.

한때, 한국은 <포켓몬 GO>를 플레이할 수 없는 나라로 손꼽혔다. 한국은 정책 상 구글 지도를 사용할 수 없었는데, 하필이면 이 게임이 구글 지도를 기반으로 한 게임이라 문제가 됐다.
이때 속초에서 포켓몬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이 알려지게 된다. 많은 포덕들이 속초로 떠났고, 속초시는 이를 적극적으로 마케팅에 이용하면서 이병선 속초시장까지 직접 나서 포켓몬을 잡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잘 만든 ip 하나가 지역 경제에 이바지하는 걸 잘 보여준 사례가 아닐까 한다.

이미지 출처 : https://www.joongang.co.kr/article/20368996#home
<포켓몬 GO> 서비스 초기, 집에서 TV나 컴퓨터, 스마트폰을 하던 사람들이 밖으로 나와 포켓몬을 잡으러 나왔고, 거기서 만난 사람들과 대화를 주고받는 사람들을 곧잘 볼 수 있었다. 미국의 산타모니카 비치에서는 희귀 포켓몬 신뇽이 등장해 수백명의 인파가 몰렸다.
반면 <포켓몬 GO>의 부정적인 측면도 있었다. 스마트폰에 몰두한 나머지 교통사고가 나는가 하면, 포켓몬을 잡기 위해 백악관에 들어가는 사람도 있었다. 포켓스탑이 몰려있는 곳에 사람들이 몰려 인근 주민들과 마찰을 겪기도 했다.

2017년 1월, 드디어 한국에서도 <포켓몬 GO>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때마침 설이라 한가한 자녀들이 떼로 몰려나왔다. 심지어 게임을 안 할 것 같은 어르신조차 포켓몬 포획 삼매경이었다. 가는 곳마다 스마트폰을 들고 검지 손가락을 빙글빙글 돌리는 사람들. 이런 현상은 난생 처음 봤다.
그러나 <포켓몬 GO> 유저는 빠르게 줄었다. 가장 큰 문제는 게임 내에서 할 게 별로 없다는 것이다. 분명 시내 곳곳을 돌아다니며 포켓몬을 잡는 재미는 있지만, 출시 초에는 1세대 포켓몬 외에 없었고, 수집과 체육관이 콘텐츠의 전부였다. 종로, 보라매로 포켓몬 잡으러 다니는 것도 한 두번이지, 계속 비슷한 포켓몬만 걸려드는데 재밌을 리가 있나.

<포켓몬 GO>의 체육관 시스템은 방어 포켓몬의 체력이 두 배가 되는 방식이다. <포켓몬스터> 시리즈에서 럭키는 체력과 특수방어가 높고 물리공격에 취약한 포켓몬으로 유명하다. 그런데 <포켓몬 GO>는 포켓몬의 스탯을 체력/방어력/공격력 세 가지로 단순화했고, 럭키는 스탯 개편의 최대 수혜자였다. 체육관에 가득찬 럭키, 잠만보... 어이구 두야.


체육관 문제는 GPS 조작과 합쳐져 심각한 부작용을 낳았다. GPS(위치정보)를 조작해 높은 개체값을 가진 럭키를 쉽게 잡는 사람들. 덕분에 럭키는 개나소나 가진 포켓몬이 됐다. 엄선된 품질의 럭키를 *뚜벅이가 무슨 수로 돌파하겠는가? 이 현상은 2세대 업데이트 이후 더 심해졌다. 럭키의 진화 형태 해피너스가 공개되었는데, 해피너스를 잡을 격투 포켓몬은 추가되지 않았던 것이다. 괴력몬이 없는 사람들은 궁여지책으로 강챙이, 부스터 등을 키웠으나, 이마저도 좋은 해법은 아니었다.
(*뚜벅이 : GPS 조작을 하지 않고 직접 걸어다니면서 포켓몬을 잡는 사람)

GPS 조작은 수집을 무력화했다. 게다가 교환, 대전 요소는 전무. 싱글 콘텐츠는 없다시피 했다. 가뜩이나 적은 콘텐츠가 오래 방치되자, 플레이어는 빛의 속도로 빠져나갔다. 여기까지가 많은 사람들이 알고있는 <포켓몬 GO>일 것이다.
<포켓몬 GO>가 출시된지 어느덧 4년이 흘렀다.
그동안 조금씩 하긴 했지만, 게임으로 접근하기보다 포켓몬 ip를 사용한 휘트니스 앱이라고 생각하며 플레이했다. 운동하기 싫을 때 "나가서 산책하고 포켓몬도 잡자"라는 핑계는, 나처럼 운동 싫어하는 사람에게 좋은 동기가 됐다. 그동안 <포켓몬 GO>는 어떤 변화를 추구했을까?

포획은 예전이랑 크게 변한 게 없다. 볼을 누른 상태에서 빨간 원이 작아졌다가 커졌다를 반복하는데, 작은 원 상태에서 볼을 정확히 집어넣으면 포획률이 오른다.

체육관은 크게 달라졌다. 해피너스는 여전히 튼튼하지만, 괴력몬이 없다고 못 뚫을 포켓몬은 아니다. 체육관에 같은 포켓몬을 배치할 수도 없고, 시간이 지날수록 포켓몬은 약화됐다. 괴력몬 외에 쓸만한 격투 포켓몬도 많이 생겼다.

이 게임은 과금을 할 필요는 없지만, 해서 나쁠 건 없다.
과금 요소는 편의, 코스튬 등에 치중된 편.

코인이 필요할 때 "단돈 천원쯤이야" 라는 마음으로 사게 되는 포켓코인. 200코인으로 포켓몬 박스, 인벤토리 50칸을 추가로 제공하며, 치장템을 구입할 수도 있고, 실리 추구형 플레이어가 살만한 구성품도 있다.

평소 체육관 방어로 코인을 모아서 사도 되고, 이삼천원 쯤 써서 사도 된다. 이벤트로 레이드패스를 줄 때도 많다. 가방 확장과 함께 무과금러도 많이들 찾는 과금 아이템이다.
레이드패스는 레이드 포켓몬이 등장한 곳에 직접 가서 사용하면 레이드에 입장할 수 있게 해주는 아이템이다. 예전에는 레이드 컨텐츠를 하려면 사람들과 약속을 잡고 레이드 장소까지 이동해야 했다.
리모트 레이드패스는 레이드패스의 원거리 버전이다. 2020년 코로나 바이러스가 대유행하면서 출시된 아이템으로, 인근 1km 근처에 출몰한 레이드를 멀리서 도전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 친구가 레이드를 초대했다면 수천km 떨어진 곳에서도 레이드를 할 수 있다. 예전의 <포켓몬 GO>는 해당 지역의 오픈카톡방에 들어가지 않으면 레이드를 즐기기 어려웠는데, 이제는 커뮤니티에서 친구 코드를 교환하거나, 공개 방에 접속하는 유저들이 많아져 레이드를 즐기기가 훨씬 편해졌다. 단점도 분명하다. 리모트패스가 유행하면서, 예전같은 오프라인 커뮤니티 중심의 문화가 약화됐으니.

공개방을 파서 인원을 모집하면 큰 문제가 생긴다. 전설급 레이드는 인원수로 밀어야 하는데, 공개 방에 접속하는 사람들은 대개 스펙이 낮다. 여기까지는 이해할 수 있는데...
레이드패스는 레이드 방을 만들거나 참여했을 때 소모되지 않고, 전투 화면으로 넘어가야 소모되는 구조를 취했다. 즉, 인원 미달이면 120초가 다 되기 전에 "도망간다"를 선택해 레이드패스를 돌려받으면 된다.
그런데 공개방은 4인팟으로 전설 레이드를 잡는다는 보장이 없다. 인원이 적게 모이면 클리어가 불가능할 거라고 예상하고 나가버리는 사람들이 있다. 여기까지도 문제될 게 없다. 진짜 문제는 레이드 5초 전에 나가버리는 사람들이다. 5인이 모여 레이드를 강행했는데, 막상 게임화면에 들어가니 3명밖에 없다. 이 게임은 참가자가 빠졌다는 걸 실시간으로 표시해주지 않는다. 참가모집 30초 전에 빠져주면 고마운데, 5초 전에 빠지면 도망갈 틈도 없이 레이드패스가 소모된다. 성공하면 다행이지만 실패한다면? 믿고 기다린 사람만 바보되는 게 아닌가.

<포켓몬 GO>의 강화는 독특하다. 우선 P2W 구조가 아니다. 포켓몬을 잡으면 '별의 모래'가 쌓이고, 피카츄를 잡으면 '피카츄의 사탕'이 생긴다. 피카츄를 강화하려면 '별의 모래'와 '피카츄의 사탕'을 소모해야 한다. 다른 모바일 게임 같았으면 ①하루에 잡을 수 있는 포켓몬을 제한하거나 ②몬스터볼 획득률을 제한했을 것이다.
게임을 숙제하는 기분으로 하지 않아도 된다. 포켓몬을 마음껏 잡아도 과금할 필요가 없다. 강화 시스템이 있어도 과금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어차피 강화 시 성공률이 있는 게임도 아니고, 가챠로 뽑은 중복 캐릭터를 합쳐 각성하는 시스템도 없다. 애초에 가챠 자체가 없다. 이게 정녕 모바일 게임이란 말인가.

<포켓몬스터> 시리즈는 기술을 4개 배울 수 있는데, 이 게임은 최대 3개까지 배울 수 있다. 다른 기술을 배우고 싶다면 기술머신을 사용해, 그 포켓몬이 배울 수 있는 기술 중 무작위로 기술을 배워야 한다. 과금 모델에 따라 얼마든지 악용할 수 있는 시스템인데, 다행히 그런 것은 느껴지지 않았다.
* 몇 가지 악용 예시
<포켓몬 GO> → 좋은 기술의 습득률을 의도적으로 낮추지 않는다.
악용 사례 → 좋은 기술이 나올 확률을 0.3%로 만든다.
<포켓몬 GO> → 기술머신은 레이드에서 구하며, 꼭 높은 난이도가 아니더라도 곧잘 드롭된다.
악용 사례 → 기술머신을 제한적으로 풀되, 가챠에서는 많이 얻을 수 있게 한다.

레이드는 각자 1인분만 해줘도 4명 정도면 충분히 깰 수 있지만, 공개 방에서는 마치 대학교의 조별 과제 같은 참사가 벌어지곤 한다. 특히 크레세리아처럼 튼튼한 포켓몬이면 더더욱 때려잡기 어렵다.
레이드 포켓몬을 쓰러뜨리면 그 포켓몬을 포획할 기회를 얻게 되고, 모래, 기술머신, 이상한 사탕 등 다양한 전리품을 획득할 수 있다.

체육관, 레이드 배틀은 스마트폰 화면을 두드려서 노멀 무브를 하고, 빨간 원 안의 게이지가 꽉 차면 터치해서 스폐셜 무브를 사용할 수 있다.

볼트체인지가 노멀 무브, 와일드볼트가 스페셜 무브다. 제일 위에 적혀있는 기술이 노멀무브다. 와일드볼트 오른쪽 빨간 원에 노란색 막대기가 보이는데, 막대기는 노멀 무브로 공격하면 채워진다. 막대기 숫자가 많으면 스페셜 무브를 자주 사용할 수 있지만 그만큼 위력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포켓몬 알'은 포켓스탑을 방문하거나 친구와 선물을 주고받아 획득할 수 있다. 정해진 거리를 이동하면 부화하기 때문에 설렁설렁 걸으면서 포켓몬도 잡고, 소소한 운동도 하고, 알도 까는 일석삼조의 효과가 있다. 휘트니스 앱의 순기능.

포켓스탑의 색이 검게 변하거나, 하늘에 검은 기구가 등장했다면 GO로켓단과 만날 수 있다. GO로켓단은 조무래기와 간부 3인방이 있으며, 조무래기를 6번 잡아야 간부와 싸우는 방식이다. 로켓단 포켓몬은 CP가 매우 높기 때문에 방어상성을 신경쓰는 게 우선이다.

퀘스트로 만나는 비주기.

GO로켓단과의 대결은 대전 룰과 상당히 비슷하다.
이걸로 적응하고 대전도 해보라는 소리겠지.

GO로켓단을 이기면 그림자 포켓몬을 포획할 수 있는데, 개체값이 좋은 녀석을 구하기가 어려워 *레거시 스킬과 함께 진입장벽 역할을 톡톡히 한다.
(*레거시 스킬 : 지금은 구할 수 없는 기술. 패치로 특정 스킬을 얻을 수 없게 삭제했거나, 커뮤니티 데이에서만 얻을 수 있는 기술이다. 원성이 자자했는지 가끔씩 예전 스킬을 배울 수 있게 이벤트를 개최하기도 함.)

비주기를 이기고 그림자 스이쿤을 얻었다!

스페셜 리서치를 달성하면 환상의 포켓몬을 만날 수 있다.
기간 한정으로 진행되는 리서치도 있지만, 대부분의 스페셜 리서치는 평소에도 도전할 수 있다.

폴리곤을 몇 마리 잡아라, 폴리곤을 진화시켜라, 폴리곤을 박사에게 보내라 등등.
타 게임의 일일 퀘스트랑 비슷한 면이 있다.

대발견에선 평소에는 만날 수 없는 포켓몬을 만날 수도 있고, 희귀한 아이템을 얻을 수도 있다. 대발견 보상은 기간마다 다르므로, 공지사항을 보고 맘에 드는 녀석이 나왔다면 일일 퀘스트를 꾸준히 하도록 하자. 어려운 퀘스트가 아니기 때문에 큰 부담이 없을 것이다. 제자리에서 30초만에 할 수 있는 리서치도 많다.

고래왕자의 진화 장면

고래왕으로 진화했다!

초창기에 비해 포켓몬이 많이 늘어, 도감을 수집하는 재미가 좋아졌다.

매월 한 번씩 진행되는 커뮤니티 데이에서는 특정 포켓몬이 대량 발생한다. 폴리곤은 평소에 보기 어려운 포켓몬이기 때문에 이런 기회를 잘 써먹는 게 좋다. 돌아다니면서 운동도 하고, 포켓몬도 잡고, 리서치도 깨면 된다.

커뮤니티 데이 기간에는 이로치가이(색이 다른 포켓몬) 등장 확률이 매우 높아진다. 같은 포켓몬이라도 능력치가 다르고, 크기나 무게, 성별이 다르고, 색이 다를 수도 있다. 수집하는 재미가 쏠쏠함. 이외에도 친구끼리 포켓몬을 교환하는 등 초창기 <포켓몬 GO>에 부족했던 부분들이 다수 추가되었다.

온라인 게임은 이벤트와 업데이트가 꾸준해야 재미있게 할 수 있는 법.

초창기에 가장 많이 나온 얘기가 다른 사람과 대전하는 컨텐츠가 없다는 것이었다. <포켓몬 GO>의 체육관, 레이드 배틀은 매우 단순하다. 그걸 감안하면 "대전이 추가되어 봤자 별 수 있겠어?" 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날 스페셜 리서치에 대전 미션이 생겨 어쩔 수 없이 플레이했는데, 아니, 이거 물건이네?

포켓몬 리그는 크게 슈퍼, 하이퍼, 마스터 리그로 나뉘어져 있으며, 리그마다 규칙이 다르다. 예컨대 슈퍼리그에선 CP 1500 이하의 포켓몬만 사용할 수 있다. CP 1500은 상당히 낮은 편으로, 플레이 한 달된 초보자도 즐길 수 있을 정도.

6-4은 6마리의 엔트리를 공개하고, 그 중 4마리를 선택해 배틀에 임하는 방식을 뜻한다. 상대가 어떤 포켓몬을 낼 지 예상하는 즐거움. 운 요소는 비교적 적다. <포켓몬 GO>는 훨씬 캐주얼하다. 파티는 예비 없이 3마리만 선택한다. 엔트리를 공개하는 일도 없다. 선발 포켓몬을 바꿀 수도 없다.
공식 포켓몬 유튜브 채널에서 캡처
(2020 Pokémon Oceania International Championships: VGC Masters Division Finals)

상대 엔트리를 못 본 상태에서 선발 싸움, 엔트리 싸움을 해야하기 때문에 운적인 요소가 너무 크다.
상대가 랜덤 매칭으로 걸리고, 엔트리를 보여주지도 않는데 무슨 수로 예측한단 말인가?
그렇게 생각했지만 트레이너 배틀은 의외로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트레이너 배틀은 스페셜 무브에 대항해 실드를 2번까지 사용하여 공격을 막을 수 있다. 상대 포켓몬이 누구인지, 어떤 기술을 갖고 있는지는 보기 전까지 알 수가 없어, 상대 스킬을 예측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실드가 없고 약점을 찔렸다면 절망적이다.
메더에게서 돌 떨구기가 날아오겠군.

실드가 없다면 용 포켓몬이 냉동육이 되는 참사를 지켜봐야 한다.

스페셜 무브는 강력하지만, 실드에 막힐 수 있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상대방의 실드를 소진시키고, 약점을 찌르는 스페셜 무브로 배틀을 승리로 이끌어야 한다.

모든 포켓몬은 해방을 통해 기술을 하나 더 보유할 수 있다.
해방 기술이 있다면 미러매치나 불리상성을 뒤집는 등 다양한 변수가 생김.

해방한 포켓몬은 두 개의 스페셜 무브(풀묶기, 와일드볼트)를 보유할 수 있다.
스타팅 포켓몬은 해방에 드는 비용이 낮아 육성이 편하다. 알로라 라이츄는 전형적인 유리대포 포켓몬으로, 체육관, 레이드 배틀에서는 영 좋은 평가를 못 받는다. 최대 CP도 낮고, 화력만 높은 포켓몬이라 유지력이 안 좋기 때문.
그런 포켓몬이 대체 왜 배틀에서 쓸모있는 걸까? 볼트체인지를 쓰면서 와일드 볼트 2스택을 쌓는다. 모은 게이지를 활용해 상대의 포켓몬 1마리를 순삭시킨다. 교체는 쿨타임이 길어 자주 사용할 순 없지만, 어떤 타이밍에 교체하느냐에 따라 게임 양상은 완전히 바뀐다.

방어 15, 체력 15 개체값을 가진 CP 1471 포켓몬이 있다. 한 번 더 강화하면 CP 1503이 된다. 슈퍼리그는 1500 이하 포켓몬을 사용해야 하니, 실질적인 스펙은 CP 1503이 아닌 1471이다. 이럴 때 능력치가 낮은 포켓몬이 도움이 된다. CP 1471보다는, 한 번 더 강화해서 CP 1495인 포켓몬이 더 좋을 테니까. 반드시 능력치가 높은 포켓몬을 잡을 필요가 없다. <포켓몬 GO>의 매력은 바로 이런 점이다.

<포켓몬 GO>의 심리전은 독특하다. 상대가 스페셜 무브를 사용하면 5초의 대기 시간이 주어진다. "실드를 쓸 것인가", "맞아줄 것인가"를 두고 싸우는 눈치 싸움. 실드는 2번밖에 사용할 수 없으니 남발은 금물이다. 교체 플레이도 가능하다. 타이밍을 잘 맞춰 포켓몬을 교체하면, 기술을 역상성으로 받아내면서 안전하게 턴을 넘길 수 있다. (그만큼 리스크도 크다.)
물 포켓몬의 스페셜 무브인 '거품 광선'은 실드의 딜레마를 잘 보여준다. 만타인이 스페셜 무브를 사용했다는 메시지를 보고, 지레 겁먹은 나는 실드를 활성화한다. 하이드로펌프인줄 알았는데 웬걸, 힘없이 날아오는 거품 광선은 기술의 대미지를 실감케 한다. "아뿔싸, 내가 약한 기술에 실드를 써버렸구나." 그렇다면 하이드로펌프인지, 거품 광선인지 어떻게 판단할까? 판단은 노멀 무브의 시행 횟수, 상대 포켓몬의 기술폭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루어진다. 배틀은 정보와 심리, 운까지 더해져 밀도있는 경험을 제공한다.


처음엔 스페셜 리서치 때문에 반 강제로 PvP를 시작했다. 포켓몬이 쓰러져도 치료약이 필요하지 않고, 별의모래, 기술머신, 이상한 사탕 등을 퍼준다. 생각 이상으로 대전에 깊이가 있고, 대전용 포켓몬을 조합하고 육성하는 재미가 있어 꾸준히 할 맛 나는 핵심 컨텐츠라 할 수 있겠다.

나만의 조합, 숨겨진 꿀 포켓몬을 찾는 즐거움이 있다.
쓸 수 있는 포켓몬이 다양하고, 육성이 쉽다는 게 특징.
평가점수 ★★★★
서비스 초창기엔 너무 적은 포켓몬의 수, 교환, 대전 같은 문제들이 많아 인기가 많이 식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상당히 할 만한 게임이 되었다. 게임 초반에는 포켓몬을 포획하는 재미가 중점이 되며, 슬슬 새로운 포켓몬을 잡을 수 없게 되면 게임이 아니라 휘트니스 앱처럼 느껴지기까지 한다. 트레이너 레벨이 20~30쯤 되어야 본격적인 컨텐츠를 즐길 수 있는데, 이게 보통 쉬운 일이 아니다. 다른 게임들처럼 돈으로 모든 걸 해결할 수도 없다. 조금 나아졌다 뿐이지, 게임으로서의 문법은 여전히 거칠다. 아쉬운 점이 많지만, "스마트폰 게임이 착한 수익모델에 이 정도 재미면 됐지 더 뭘 바라나" 하는 마음도 든다.
많은 부분유료화 게임이 뽑기로 원성을 사는 시대다. 캐릭터 게임은 더더욱 그렇다. 그에 비해 <포켓몬 GO>의 과금 체계는 순한 양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세상에 뽑기 없는 모바일 게임이라니, 이런 걸로 무슨 돈을 벌겠다는 걸까? (그런데 돈이 벌린다. 리모트패스에 길들여진 사람들은, 다시는 '뚜벅이'로 되돌아갈 수 없다.)

포켓몬 IP와 <인그레스, 2012>의 결합은 효과적이었다. <DDR, 1998>이 "게임은 모니터 앞에 앉아서 하는 게 아니라는 걸" 증명했듯이, <포켓몬 GO>는 "게임이 삶에 어떻게 개입하는가"를 증명한 대표적인 사례로 남았다.
잘 모르는 동네 곳곳을 탐방하는 즐거움, 인근 주민과 만나 수다 떠는 즐거움, 여행지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 일상 생활이 된다. 오직 포켓몬을 잡기 위해서 말이다.
<포켓몬 GO>의 진짜 위대함은 '재미'가 아니라 사람을 밖으로 꺼내고, 일상을 재조립하는 힘에 기반한다. 어쩌면 게임으로서의 평가는, <포켓몬 GO>를 논하기에 부족한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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