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게임 리뷰

폼포코 (1982)

by 눈다랑어 2021. 7. 29.

간단한 조작으로 사랑을 받은 국민게임 너구리.

폼포코(ポンポコ)는 너구리가 배를 두드리는 의성어. 옛날 오락실에선 제목을 아케이드 기기 위에 붙여놓곤 했다. 제목은 사장 마음대로. 그렇게 붙은 이름이 너구리, 나름대로의 로컬라이징이라 할 수 있겠다.

 

폼포코는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끈 게임지만, 해외에선 있는지 없는지도 잘 모를 평범한 게임이다. 냉정하게 따져보면, 82년도에 폼포코보다 퀄리티가 좋은 게임들이 지천에 널렸다. (동킹콩 Jr, 미스터 도, 소코반, 펭고 등) 그렇다고 해서 폼포코가 졸작이었던 것은 아니다. 정말 졸작이었다면 문방구 앞에 그렇게 많이 깔려있을 리도 없고, 한참 후인 MS-DOS 시절까지 명맥을 유지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타이틀 화면

"폼포코야, 뛰어서 과일을 먹고, 큰 배를 내밀고 뛰어다녀라" 라는 내용.

예전에는 너구리의 갈색 꼬리가 검을 닮았다고 생각하곤 했었다.

 

간단한 규칙

점프를 눌러 장애물을 뛰어넘고 모든 과일을 먹으면 클리어할 수 있다. 점프를 살짝 누르면 소점프, 점프를 꾹 누르면 대점프가 나간다. 겉보기에는 쉬운데 의외로 어렵다.

 

당근, 체리, 버섯, 호박, 옥수수 등을 먹어야 한다.

분명 초기 화면에서 과일(FRUIT)을 먹으라고 했던 것 같은데, 첫 스테이지부터 떡하니 당근이 등장한다.

스테이지 5까지 과일이라곤 체리밖에 없다. 이게 어찌 된 일일까? 타이틀 화면에서 나온 FRUIT가 과일 및 채소를 포함하는 단어인 걸까?

 

https://dictionary.cambridge.org/ko/%EC%82%AC%EC%A0%84/%EC%98%81%EC%96%B4/fruit

캠브릿지 딕셔너리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용례가 있다.

He runs a fruit and vegetable stall in the market.

과일과 채소라는 표현이 나오기 때문에, fruit이 채소를 포함하는 단어로 보긴 어려울 것 같다.

 

즉, <폼포코>에서 말하는 fruit은 제작사가 fruit의 뜻을 착각했거나, "과일을 먹는다고 했지 과일만 먹는 것은 아니다" 를 말하고 싶은 걸지도 모른다. 아니면 대충 갖다 썼겠지.

 

상자에 닿은 상태인데 상자를 열지 못했다.

아이템을 먹으려면 정확하게 아이템과 겹쳐져야 한다. (빨간 원 참조)

<폼포코>는 닿는 판정이 매우 빡빡하지만, 항아리를 무시하고 넘어갈 수도 있다는 장점도 있다. 항아리에 닿으면 점수를 얻거나 뱀이 기어나오기 때문에, 아예 항아리를 건드리지 않는 편이 낫다.

 

뱀한테 죽는 건 납득이 가지만 너구리가 왜 지네(파란 원)에게 닿아도 죽는 건지 궁금해진다. 굳이 지네를 넣은 이유가 뭘까? 별 것도 아닌데 괜시리 궁금해진다. 

 

20 스테이지까지 클리어하면 다시 1 스테이지로 돌아간다.

게임 내에 파고들기 요소라곤 스코어링밖에 없는데, 무한루프가 있는 게임에서 스코어링은 별 의미가 없다.

 

폼포코의 비공식 이식작 <Bong Bong, 1989>

연세대학교 컴퓨터과학과 이택경 제작.

이택경은 Daum의 공동 창립자로 잘 알려져 있다.

 

캐릭터를 미세하게 조작할 수 있는 원작과 달리, <Bong Bong>은 장기말이 한 칸 전진하는 듯한 조작감을 가지고 있다. 빨간 원 위치에 있어도 앞으로 내딛어 한계선에 주차한 후 점프하는 게 가능. 원조 <폼포코>와 비슷하지만 플레이 감각이 많이 다르다.

 

MS-DOS 시절 유행했던 비공식 이식작, <돌아온 너구리, 1992>

<폼포코>와 비슷한 게임 중 가장 인기있었던 타이틀이다.

컴퓨터가 있는 집마다 안 깔려있는 곳을 찾기 힘들었을 정도.

 

비공식 이식작 <Bong Bong>에 색깔을 입히고 스테이지 구성을 새롭게 했다.

첫 스테이지는 <Bong Bong>보다 더 원작과 유사하지만,

 

스테이지 2부터는 원작보다 난이도가 대폭 상승했다.

아까 과일이 아니라 채소를 먹는다고 트집을 잡았는데, 이젠 오징어마저 잡아먹는 너구리. 원작과 조금 달라지긴 했지만, 게임 시스템은 발전한 게 없다. <Bong Bong> <돌아온 너구리> 모두 마찬가지다.

 

난이도가 상당한 편.

<돌아온 너구리>는 이어하기 기능을 지원하지만, 코인을 다 써도 깨본 적이 없다.

 

 

 

평가점수 ★★★

조작법이 단순하고 캐릭터가 귀여운 게임. 

게임에 관심 없는 여자들도 종종 플레이하는 걸 목격했던 게임이다. 그러나 게임의 완성도는 별개의 문제다. 스테이지 구성은 크게 안 바뀌고, 게임플레이에 변주를 주지도 않는다. <버블버블, 1986>처럼 숨겨진 요소가 많아서 계속 붙잡게 되는 게임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폼포코>는 당대 문방구 앞 게임기 시장을 휩쓸었으며, 다양한 비공식 이식작이 나오는 등 많은 인기를 누렸다. 역시 기판이 저렴해 보급이 잘 된 게 장땡이었던 걸까? 아니면 너구리가 한국인의 심금을 울리는 뭔가가 있어서 그랬던 걸까?

 

게임 플레이는 너무 간단한 거 아니냐 싶을 정도로 단순하고, 스테이지 BGM이 흘러나오지도 않는다. 데모 화면, 스테이지 시작, 게임 오버 정도에서만 BGM을 확인할 수 있다.

 

BGM은 없고 효과음만 있는 게임이지만, 이 "삐롱삐롱" 효과음이 이 게임의 맛을 살린 게 아닐까 싶다. 

뾰로롱~ 하는 점프 소리, 삐유우우우웅~ 하는 낙하 소리, 뿅뿅뿅뿅 하는 걸음 소리, 상자에서 뱀이 나올 때 띠~~롱 하는 이상한 소리, 음식을 먹을 때 나는 봉봉봉 하는 소리.

 

2분 25초~ 클리어 BGM. 묘하게 중독되는 맛이 있다.

<폼포코>의 게임플레이는 평범하다 못해 지금 와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게임 중간중간의 효과음이 묘하게 찰지고, 스테이지 클리어 BGM은 지금도 예능 프로그램 같은 곳에서 쓰일 정도로 중독성이 뛰어나다.

 

국내 유명세에 비해 고평가된 게임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나쁜 게임도 아니다.

너구리에 대한 추억이 있다면 의외로 해볼만한 게임일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다면 10분 정도 해보고 판단해보는 건 어떨까? <폼포코>는 "이 시대의 무난한 게임이 이랬구나" 를 판단하는 지표 정도는 된다. 

'게임 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0 도쿄 올림픽 (2019)  (0) 2021.08.03
헤비 스매시 (1994)  (0) 2021.08.02
맥스 페인 2 (2003)  (0) 2021.07.27
맥스 페인 (2001)  (0) 2021.07.27
더스크 (2018)  (0) 2021.07.27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