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폼포코(ポンポコ)는 너구리가 배를 두드리는 의성어를 뜻한다. 옛날 오락실은 아케이드 기기 위에 사장 마음대로 휘갈긴 제목을 붙이곤 했다. 그렇게 붙은 이름이 너구리, 훌륭한 로컬라이징 아닌가.
<폼포코>의 높은 국내 인지도와 달리, 세계 시장의 평가는 냉혹하다. 같은 해 <동킹콩 Jr> <미스터 도> <소코반> <펭고>가 떡하니 발매된 상태였는데, 굳이 <폼포코>를 플레이할 필요가 있을까. 그다지 없다고 본다. <폼포코>가 졸작이란 소리는 아니다. 정말 졸작이었다면 문방구 앞에 흔히 깔려있을 이유도 없고, 한참 후인 MS-DOS 시절까지 명맥을 유지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폼포코야, 뛰어서 과일을 먹고, 큰 배를 내밀고 뛰어다녀라" 라는 내용.
예전에는 너구리의 갈색 꼬리가 검을 닮았다고 생각하곤 했었다.

점프를 눌러 장애물을 뛰어넘고 모든 과일을 먹으면 클리어할 수 있다. 점프를 살짝 누르면 소점프, 점프를 꾹 누르면 대점프가 나간다. 겉보기에는 쉬운데 의외로 어렵다.

분명 초기 화면에서 과일(FRUIT)을 먹으라고 했던 것 같은데, 첫 스테이지부터 떡하니 당근이 등장한다. 스테이지 5까지 과일이라곤 체리밖에 없다. 이게 어찌 된 일일까? 타이틀 화면에서 나온 FRUIT가 과일 및 채소를 포함하는 단어인 걸까?
https://dictionary.cambridge.org/ko/%EC%82%AC%EC%A0%84/%EC%98%81%EC%96%B4/fruit
캠브릿지 딕셔너리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용례가 있다.
He runs a fruit and vegetable stall in the market.
과일과 채소라는 표현이 나오기 때문에, fruit이 채소를 포함하는 단어로 보긴 어려울 것 같다.
즉, <폼포코>에서 말하는 fruit은 제작사가 fruit의 뜻을 착각했거나, "과일을 먹는다고 했지 과일만 먹는 것은 아니다" 를 말하고 싶은 걸지도 모른다. 아니면 대충 갖다 썼겠지 뭐.

아이템을 먹으려면 정확하게 아이템과 겹쳐져야 한다. (빨간 원 참조) <폼포코>는 닿는 판정이 유난히 빡빡한 게임. 물론 항아리를 무시하고 넘어갈 수도 있다는 장점도 있다. 항아리에 닿으면 점수를 얻거나 뱀이 등장하기에, 아예 항아리를 건드리지 않는 편이 안전하다.
너구리가 뱀한테 죽는 거면 몰라도 왜 지네(파란 원)에게 닿으면 죽는 건지 호기심이 생겼다. 왜 하필 지네를 적으로 설정한 걸까. 의문은 점점 깊어지는데...

20 스테이지까지 클리어하면 1 스테이지로 돌아간다. 게임 내에 파고들기 요소라곤 스코어링밖에 없는데, 무한루프가 있는 게임에서 스코어링이 무슨 소용.

연세대학교 컴퓨터과학과 이택경 제작.
이택경은 Daum의 공동 창립자로 잘 알려져 있다.

캐릭터를 미세하게 조작할 수 있는 원작과 달리, <Bong Bong>은 장기말이 한 칸씩 전진하는 듯한 조작감을 가지고 있다. 빨간 원 위치에 서서 한 발짝 내딛어 한계선에서 점프하는 게 가능. 원조 <폼포코>와 비슷하지만 플레이 감각이 많이 다르다.

<폼포코>와 비슷한 게임 중 가장 인기있었던 타이틀이다.
컴퓨터가 있는 집마다 안 깔려있는 곳을 찾기 힘들었을 정도.

비공식 이식작 <Bong Bong>에 색깔을 입히고 스테이지 구성을 새롭게 했다.
첫 스테이지는 <Bong Bong>보다 더 원작과 유사하지만,

스테이지 2부터는 원작보다 난이도가 대폭 상승했다. 아까 과일이 아니라 채소를 먹는다고 생사람을 잡았는데, 이젠 오징어를 먹는단다. 너구리와 오징어, 도무지 그림이 안 그려지는 조합이다. <Bong Bong> <돌아온 너구리> 모두 <폼포코>에서 크게 발전하지 못했다.

<돌아온 너구리>는 이어하기 기능을 지원하지만, 코인을 다 써도 깨본 적이 없다.
평가점수 ★★★
<폼포코>는 게임에 관심없는 사람마저 유혹하는 대중성을 지녔다. 게임의 완성도는 별개의 문제다. 스테이지 구성은 크게 안 바뀌고, 게임플레이에 변주 따위 없다. <버블버블, 1986>처럼 숨겨진 요소가 많아 계속해서 붙잡을만한 구석도 없었다. 그럼에도 <폼포코>는 문방구 앞을 휩쓸었으며, 다양한 비공식 이식작이 나오는 등 많은 인기를 누렸다. 역시 가격이 싸서 보급 잘 된 게 장땡이었던 걸까? 아니면 너구리가 한국인의 심금을 울리는 뭔가가 있었던 걸까?
게임 플레이는 원시적일 정도로 단순하고, 스테이지 BGM은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데모 화면, 스테이지 시작, 게임 오버 화면에서만 BGM을 확인할 수 있다. 너무나 평이한 게임이지만 <폼포코>의 진가는 "삐롱빼롱" 효과음에서 나온다. 뾰로롱~ 하는 점프 소리, 삐유우우우웅~ 하는 낙하 소리, 뿅뿅뿅뿅 하는 걸음소리, 상자에서 뱀이 나올 때 띠~~롱 하는 이상한 소리, 음식을 먹을 때 나는 봉봉봉 하는 소리.
국내 유명세에 비해 고평가된 게임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나쁜 게임도 아니다. 너구리에 대한 추억이 있다면 의외로 해볼만한 게임일지도 모른다. 적어도 "이 시대의 무난한 게임이 이랬구나" 를 판단하는 지표 정도는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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