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없는 거위 게임 (2019)

"거위가 사람한테 장난을 치는 게임이 있네? 컨셉 재밌네" 이 게임을 처음 접했을 때 들었던 생각이다. 2019년 GOTY는 묵직한 AAA급 게임이 아닌, 다소 마이너하고 특이한 게임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이번에는 그 중에서도 가장 캐주얼한 게임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제목 없는 거위 게임>

원제 : Untitled Goose Game

 

간단한 튜토리얼이 끝나면 '할 일 목록'을 볼 수 있다

 

'할 일'을 해결하는 게 엔딩을 보기 위한 조건.

우선 '정원사의 옷 적시기'부터 해보자. 

 

정원사를 호스 근처로 유인하고 수도꼭지를 돌리면,

 

ㅋㅋㅋㅋㅋㅋ

 

정원사는 거위가 자기 물건을 들고 도망가면 쫓아온다.

 

물 속으로 도망가면 따라오다가 물에 젖는다.

'정원사 옷 적시기'를 이런 방법으로도 해결할 수 있다.

다양한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게 재미있다.

 

소년의 안경을 가로치면 엉금엉금 기어다니며 안경을 찾는다.

소년을 울음소리로 놀래킬 수도 있고, 공도 굴려보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괴롭혔다.

 

아줌마와 빗자루로 힘싸움을 해서 망가뜨릴 수도 있고,

 

망가뜨린 빗자루를 숨겨보았다

 

빗자루를 찾으러 온 아줌마

 

이틈에 아줌마를 가둬버리자

거위가 장난을 친다는 발상은 참신하지만, 퍼즐을 푸는 방식이 꽤 경직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앞서 '정원사의 옷 적시기'를 두 가지 방법으로 풀어봤다. 이걸 빠르게 경험했기 때문에 복수정답이 많을 거라고 생각했으나 막상 그렇게 굴러가진 않았다.

 

퍼즐게임에서 정답이 하나뿐인 게 큰 문제는 아니지만, 이 게임은 장난을 치는 컨셉이라 아쉬웠다.

장난은 '단 하나의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며, 의외성이 빠진 장난은 어느순간 반복적으로 느껴지기 쉽다. 처음에는 유쾌한 게임이지만, 그 신선함이 오래 가지는 않는다는 이야기다. 그래선지 볼륨도 얇다.

 

'할 일 목록'만 깬다면 2~3시간 정도면 충분하다. '할 일 목록'을 하지 않고 마음대로 놀아도 되지만, 유흥거리가 별로 없어서 몇 분이면 질린다. 되게 자유로울 것 같은 샌드박스형 게임인데 정작 할 게 없다니.

 

멀티 없는 거위 게임

이 게임은 2인 플레이를 지원하지만 멀티 플레이는 지원하지 않는다. 참 황당하지만, 스팀 플랫폼은 리모트 플레이를 지원하므로 온라인에서 오프라인 같은 환경을 구현할 수 있다.

 

강화된 즐거움

거위가 양동작전을 펼치며 재미있는 그림이 나온다.

이왕 해볼 생각이라면 2인 플레이를 추천.

 

 

 

평가 점수 ★★★

"고작 2~3시간 플레이하려고 20,500원을 써야하는가" 라는 의문을 플레이하는 내내 지울 수가 없었다.

플레이 타임이 짧고 만족도 높은 게임을 종종 다루었지만, 이 게임은 그 정도의 만족감을 느끼지 못했다. 거위가 장난을 치는 컨셉은 좋다. 그러나 게임이 진행되면서 어느 순간 반복 플레이를 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장난은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해야 제맛인데, 정해진 길을 따라가는 게 장난처럼 느껴지진 않는다. 좀 더 다양한 오브젝트를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으면 어땠을까.

 

<제목 없는 거위 게임>은 경직된 플레이를 탈피하기 위해 2인 플레이를 지원하고 있다. 2인 플레이를 하는 것 만으로도 게임이 난장판이 된다. 오브젝트가 부족하긴 하지만 변수는 많아진다. 한 명이 시선을 끌고 한 명이 미션을 깨는 장면은 얼핏 잠입 게임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오프라인, 리모트 플레이 말고는 2인 플레이를 할 방법이 없다. 더 잘 만들 수 있었는데도 만들다 만 것처럼 느껴져 아쉬웠다.

 

얼핏 창의적인 게임처럼 보이지만, 게임 컨셉을 벗겨내고 보면 의외로 평범함이 숨어있다. 

좋은 컨셉을 담아내기에는 접시가 아름답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