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러 게임만큼 호러를 몰입감 있게 소화할 수 있는 컨텐츠는 드물다. 두려움은 즐거움과 상반되는 감정. 호러영화도 무서워서 못 보는 사람들이 많은데, 하물며 직접 체험해야 하는 호러게임을 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이제 호러게임은 인디게임으로 개발되는 추세가 뚜렷하다. 나 역시 인디게임 특유의 페이소스를 좋아하긴 하지만, 자본력이나 기술적으로 미흡한 게 현실, AAA급 게임의 묵직한 한 방을 기대하기 힘든 것이다.
80년대부터 90년대 초반까지 슈팅 게임이 대세였던 시절이 있었다.
한 시대를 풍미한 장르임에도 남아있는 유저는 극히 적다. 슈팅게임은 구조적으로 큰 변화를 주기가 어려웠고, 때로는 혁신이 넘쳐 소비자에게 외면받기도 했으며, 극소수 플레이어를 제외하면 엔딩을 보는 것조차 불가능한 게임들이 나오곤 했다. 실상은 대부분의 유저가 게임을 클리어하기도 벅찬데 말이다.
그렇다고 횡스크롤, 종스크롤 슈팅게임들이 소멸된 것일까?
무언가를 쏜다는 행위는 현세대 게임에도 깊은 족적을 남겼다. <포트나이트> <레드 데드 리뎀션2> <둠 이터널> <발로란트> 등등 슈팅 요소가 들어간 게임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슈팅게임이라고 했을 때 현세대 게이머들이 떠올리기 쉬운 게임은 단연코 이쪽이다.
슈팅게임에 비하면 호러게임은 양반이다. 1년에 몇 개 나올까 걱정되는 슈팅게임과 달리, 호러게임은 매 해 수많은 게임들이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태반이 영세 개발사에서 제작된 인디게임. 과거 <사일런트 힐> <사이렌> <데드 스페이스> 같은 무게감은 없다. 대형 개발사들은 호러게임이 돈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 <데드 바이 데드라이트> <파스모포비아> 같은 호러게임들이 큰 성공을 거두긴 했지만, 대부분 공포 요소가 가벼운 멀티플레이 게임들이다.
앞으로 호러의 미래는 멀티플레이, 인디게임일까? 단언하긴 힘들다. <바이오 하자드> 시리즈가 흥행, 비평 모두 성공하며 캡콤의 주력 상품으로 다시 떠올랐고, <데드 스페이스>가 리메이크를 선언했다. 호러의 구성 요소들은 비(非) 호러게임에 퍼져 굉장한 임팩트를 남기고 있다. 아직도 <젤다의 전설 무쥬라의 가면, 2000>을 처음 접했을 때의 충격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호러는 여전히 깊은 족적을 남기고 있다.
인디, 쯔꾸르부터 방송용 게임까지. 살아남는 방법이 다채롭다.
<리틀 나이트메어>는 호러 특유의 매운맛을 대폭 줄였다.
김치나 엽기떡볶이를 먹을 때 씻어서 먹는 이들이 있다. 대체 무슨 맛으로 먹느냐고 생각할지 모르겠으나, 엽기떡볶이를 씻어 먹는다고 해서 매운맛이 아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호러도 마찬가지다. 호러에 취약한 사람에게도 호러 특유의 으스스한 분위기를 즐길 수 있게 배려한 것이다.
도입부부터 무서운 일본여성이 등장한다.
이 꿈은 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하늘 높이 매달린 오브젝트가 많다.
게임 초반부터 이런 게 등장한다.
아래에 의자가 놓여있는 걸 보니 자살한 것일까?
그렇지 않으면 누군가에 의해 조작된 것일까?
의자를 끌어서 문 앞으로 가져간다.
의자 위에서 점프하여 문고리를 잡는 데 성공했다.
<리틀 나이트메어>는 호러보다 퍼즐의 비중이 더 높은 게임이다.
아무렇게나 찍어도 영화의 스틸컷을 보는 것 같은 연출이 일품이다.
냉장고에 손바닥에 찍혀있는데, 이런 식으로 길을 알려주거나 힌트를 주기도 함.
머리 아프지 않게 적당한 퍼즐풀이를 즐길 수 있게끔 배려해준 게 좋았다.
노움은 대체 무엇일까?
왜 식스가 노움을 붙잡으면 이상한 일이 생길까?
계속 배를 부여잡는다.
배가 고픈 건지 아픈 건지...
서랍 손잡이를 딛고 올라가면,
으아아아
배가 많이 고팠던 모양이다.
정신없이 고기를 먹어치우는 주인공.
쥐를 왜 매달아둔 거야...
보스 전을 치루는 스테이지도 있다.
이 역시 퍼즐적인 느낌이 강함.
꿈에서 본 여자가 무언가를 응시하고 있다.
<리틀 나이트메어>는 점프 스케어, 일명 갑툭튀 요소가 많지 않은 게임이다. 호러를 기피하는 사람들은 갑툭튀를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런 점에서 <리틀 나이트메어>는 대중적인 호러 게임이라 할 수 있겠다.
어둡고 몰입도가 높은 게임이지만, 사람을 옭아매는 듯한 심리적 공포가 잘 느껴지지 않았던 게 아쉬웠다. 왜 그럴까 하고 생각해봤는데, 세계관이 와닿지가 않아서 그렇게 느꼈던 것 같다.
분명 이 게임도 스토리가 있고 떡밥이 있다. 그러나 게임 내내 아무런 설명을 해주지 않는다. 주인공이 왜 쫓기고 있는지, 앞에 무엇이 있는지, 기괴한 적들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가 없다. 막연한 정보로 추측할 순 있지만, 뭐 하나 시원하게 알 수 있는 게 없다. 있어 보이는 것, 불확실한 것에 끌리는 게 사람 마음 아니던가.
<리틀 나이트메어>는 모호함을 끝까지 유지했다. 게임 속에서 다양한 떡밥을 뿌리지만, 정작 게임이 끝나도 깔끔하게 해소되는 게 없다. 호러물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형태다. 호러는 이야기의 개연성보다 분위기나 한 장면의 임팩트가 기억에 남는 장르다.
<LSD> <유메닛키, 2004>는 형언하기 힘든 요소들을 섞어, 뚜렷한 스토리가 있는 게임이 아닌데도 컬트적인 인기를 끌었다. 온갖 괴기한 형태에 나름의 해석을 붙인다. 충격적인 비주얼과 아리송한 메시지, 거의 없다시피 한 스토리텔링. 어떤 면에서는 오마쥬로 느껴지기까지 한다. 그렇다고 <리틀 나이트메어>가 불친절하고 난해한 게임이냐고 하면 그건 아니지만은.
왜 목을 매달고 있을까? /
왜 비만 캐릭터가 많이 등장할까? /
손님들은 폭식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먹지 않고 음식을 뱉어낸다. 왜일까? /
기모노를 입은 여성의 정체는 무엇일까? /
주인공은 왜 이곳에 버려졌는가? /
주인공은 왜 쫓기고 있는가? /
<리틀 나이트메어>를 하면서 충분히 할 법한 의문이지만, 마지막까지 떡밥은 해소되지 않는다. 요즘 게임들은 본편의 허술함을 DLC로 때우려는 경향이 강하다. 그렇다면 DLC 파트에 뭔가 있는 걸까?
DLC 파트의 주인공은 식스가 아닌 키드이다.
아이인지 뭔지 모를 것들이 목을 매달고 있다.
목을 휘감고 뭔가를 뒤집어쓴 것이 눈에 띈다.
노움과의 협력이 중요해진 DLC 파트.
떡밥이 약간 해소되긴 했어도 정작 중요한 의문점은 하나도 해결되지 않았고, 게임으로서의 재미도 미묘하다는 생각이 든다. 맵 구조가 복잡해졌고 퍼즐 난이도가 전반적으로 상승했다.
DLC 파트는 이해하기 힘든 퍼즐들이 꽤 많다.
몇몇 파트에서는 공략을 참고해서 플레이하기도 했는데, 정답을 봐도 "이게 왜 이렇게 되는 건지" 납득이 안 된다면 퍼즐의 완성도가 떨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거주지 파트 퍼즐의 난해함을 꼭 지적하고 싶다. 굳이 이렇게 알아보기 힘들게 만들 필요가 있나? DLC 파트 도중 페이탈 에러가 세 차례나 발생했다. 그나마 자동저장이 되고 분량이 짧아서 망정이지, 데이터가 싹 날아갔으면 정말 포기하고 싶었을 것이다.
평가점수 ★★★
호러게임에게 찾아보기 힘든 대중성을 지닌 게임. 가벼운 호러에 도전하고 싶은 사람들, 점프스케어가 아닌 분위기로 먹어주는 호러게임을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양작. 장면 하나하나가 영화의 스틸컷을 보는 것처럼 인상적인 연출을 보여주었다.
무수한 떡밥이 뿌려지는데 아무도 시나리오를 설명해주지 않는다. 단편적인 단서를 모아 나름대로의 스토리를 상상해볼 뿐이다. 의미 있을법한 오브젝트가 수도 없이 스쳐 지나간다. 게임을 하면서 의문이 점점 커져간다. 알 듯 말 듯 한 모호함이 <리틀 나이트메어>의 큰 매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게임을 하면서 <유메닛키>를 많이 생각했다.
사실 게임으로서의 짜임새는 <리틀 나이트메어> 쪽이 훨씬 탄탄하다. <리틀 나이트메어>는 대중적인 호러게임이라는 포지션으로 퉁치기에는 아까운 게임이다. 과하지 않으면서도 적당히 어려운 퍼즐을 만들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매력적인 아트 스타일이나 적재적소에 쓰인 카메라 워크 등등, 세세한 것은 구태여 거론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모호한 설정, 그에 비해 구체적인 사건들. 이 기형적인 구조가 플레이어에게 기대감을 갖게 만든다.
의문은 게임이 끝나도 해소되지 않고, 오히려 의문이 늘어난다. 당혹스럽다. <리틀 나이트메어>의 떡밥은 크툴루처럼 알 수 없는 무언가가 아니라, 손에 잡힐 것 같은데 잡히지 않는 답답함이다. <리틀 나이트메어>는 호러 분위기를 차용한 퍼즐 게임이다. 호러 게임 특유의 막연한 두려움 따위는 신경쓰지 않은 타이틀이다. (위기가 없고, 죽어도 코앞에서 부활하며, 대부분 퍼즐을 풀며 시간을 보낸다.) <리틀 나이트메어>는 호러 향을 첨가한 퍼즐 플랫폼 게임이다. 퍼즐 게임으로 보자니 앞서 말한 모호함 문제가 맘에 걸린다. 당혹스러운 결말, 후속작을 암시하는 듯한 이야기, DLC 파트에서조차 설명되지 않은 주요 쟁점들. 참 아쉽다, 아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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