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패키지 게임시대는 2000년대를 맞으면서 막을 내리고 있었다.
패키지 시대 막바지에 화이트데이: 학교라는 이름의 미궁(2001)이라는 호러게임이 발매되었는데, 당시 국산 게임들은 RPG나 RTS에 투자하고 있었기 때문에 낯선 장르만라는 것 만으로도 신선하게 느껴졌다. 게임 자체도 무난하게 뽑히기도 했고.
<코마 2 : 비셔스 시스터스>는 화이트데이 이후 명맥이 끊긴 국산 호러게임이다.
<코마 2>는 전작 <코마: 커팅 클래스>에서 이어지는 이야기와 설정을 가진 게임이지만, 굳이 1편부터 할 필요가 없게끔 만들어져 있다. 1편을 플레이했다면 이해가 쉽겠지만, 워낙 완성도가 떨어지는 게임이다보니 추천하지 않음.
오래된 빌딩의 타일이 마치 만화 '대털'에서 볼 법한 칙칙한 빛깔로 표현되어 있다.
평소 영호와 친하게 지내던 미나
갑자기 영호가 원인불명의 혼수상태에 빠지게 된다.
영호를 둘러싼 수수께끼에 의문을 느끼는 주인공.
초반부는 학교 파트.
주변을 돌아다니며 이벤트를 보게 되면,
전형적인 공포물 클리셰.
미나는 무언가에 의해 정신을 잃게 되고 낯선 세계로 오게 된다.
그런 미나를 보고 무언가 말을 지껄이는 사람들.
정신을 차려보니 학교였지만, 현실의 학교와는 전혀 다른 곳이었다.
QTE로 상황을 벗어나는 시스템.
그곳에는 두 명의 살인귀가 기다리고 있었다.
<화이트데이>에서 이상하게 생각했던 게 초반 도입부의 설정이었다.
좋아하는 여학생의 책상에 다이어리와 사탕을 놓으려고 야밤의 학교에 들어가는 주인공. 꼭 한밤 중에 이래야만 했을까? 좀 더 설득력 있게 주인공의 행동을 합리화시킬 수 있을텐데. |
<코마 2>에서는 도입부 설정이 훨씬 설득력 있게 그려진다는 점이 좋았다.
이렇게 쫓기게 된 주인공.
장치를 작동시킬 때 QTE가 발생한다.
시간이 너무 길지도 않고 짧지도 않은 편.
유사 리듬게임 같은 QTE도 있다.
킬러의 추격에서 몸을 숨긴 모습.
훤히 다 비치긴 하지만 게임적 허용이라 생각하자.
숨으면 안전한 호러게임들과 달리, QTE 때문에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QTE를 틀렸을 때 게임오버가 되는 것도 아니다. 딱 적당한 패널티.
대체 뉘시길래 이런 곳에 있는 것일까?
현실 세계와 연결된 그림자 세계, 그것이 코마였던 것이다.
진짜 이세계였던 것.
퍼즐 자체의 난이도는 낮지만, 대화로 힌트를 얻어도 다시 볼 방법이 없고 두루뭉실하게 퍼즐을 설명할 때가 많다. 특히 민수가 알려준 힌트에서는 어딜 말하는 건지 헤맸던 기억이 난다.
서브퀘스트를 깨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지지만,
전작 <코마>처럼 서브퀘스트를 강요하진 않는다.
서브퀘스트를 안 깼을 때.
서브퀘스트를 깼을 때.
이야기가 조금 달라지지만 대세에 큰 지장은 없다.
500원 동전으로 자판기에서 물건을 구입할 수 있다.
컴퓨터실 열쇠에는 패미컴용 키패드가 달려있다.
코마에서 사용할 수 있는 핸드폰은 이런 구형 모델밖에 없는 것 같다.
영구적인 상처를 입을 때마다 일러스트가 바뀐다.
일러스트 뿐만 아니라 모델링도 바뀐다.
상당히 인상 깊었던 요소.
챕터마다 게임 오버 화면이 달라지는 점도 재미있다.
만화 같은 연출, 정성 들린 일러스트, 깔끔한 인게임 화면 등은 국산 인디게임에서 보기 힘든 퀄리티를 보여준다. 소리를 듣는 플레이도 전작보다 훨씬 중요해졌다. 때깔이 고운 게임이지만 실제로는 어떤 게임일까? 처음에는 무섭지만 점프 스케어(갑툭튀)가 많아 점점 적응이 된다.
화이트데이의 메모는 세계관을 직접적으로 설명하지 않고, 온갖 괴담들을 나열하여 으슬으슬한 분위기를 조성하거나 퍼즐 단서를 제공할 때 쓰일 때가 많다. 반면 <코마 2>의 메모는 스토리나 세계관을 직접적으로 설명하는 게 많다.
다른 인물들과 달리 한예솔의 다이어리는 자기자신에 대한 서술이 없다.
난 한예솔이라는 인간이 궁금한데 왜 백과사전처럼 해놓은 걸까.
과거 사건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세계관은 꽤 탄탄하게 짜여져 있는 것 같다.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그만큼 뒤에 겪을 실망감도 배가 된다.
* <코마 2>의 퍼즐 파트 패턴
ⓐ XXX(편의점, 병원장실, 기계실 등등)에 못 들어가는데요?
ⓑ 그 사람들이 자주 다니는 장소에 가보면 아마 있을 겁니다.
ⓒ 가보니 진짜 있음
<코마 2>의 퍼즐 파트는 우연에 의한 전개가 많다. 퍼즐 파트를 형식적으로 넣으려다 보니 이런 참사가 일어난 것 같다. 좀 더 그럴듯하게 포장하면 좋았잖아.
평가 점수 : ★★
<코마 2>의 카툰식 연출은 호러게임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혹할 만큼 매력적이다.
플레이 타임은 1회차 기준 6~8시간 정도로 준수하며, 가격도 스팀 기준 15,500원 정도로 괜찮은 편이다.
공들여서 설정을 짰지만 게임 속에서 설정을 풀어내는 능력이 아쉽다.
첫 플레이를 하고 치워버리고 싶었지만, *진 엔딩을 못 본 나머지 2회차를 진행했다. 그러나 2회차를 진행해도 스토리는 같고, 사람을 놀래키는 패턴이 비슷하다보니 금세 무덤덤해지게 된다. 도전과제 외에 2회차용 컨텐츠가 없다는 점도 아쉽다.
어떤 상황에서 귀신이 나온다는 걸 인지하게 되면, 비슷한 상황이 펼쳐졌을 때 지레 겁을 먹는다.
점프스케어(갑툭튀)는 사람을 1차원적으로 놀래키기 좋지만, 남발하면 적응하게 되어 무덤덤하게 느껴진다. 좋은 호러란 임팩트 있는 장면을 많이 집어넣는 게 아니라, 나올 듯 말 듯 적당한 긴장감을 유지해야 한다고 믿는다. 호러 장르로서의 완성도는 빈말로도 좋다고 말할 수 없는 수준이다. 뭐 그럭저럭 재밌으니 그걸로 된 건가? 어쨌든 추천하고 싶은 게임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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