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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리뷰

데이트 퀴즈 GO GO (1998)

by 눈다랑어 2021. 7. 21.

외산 게임들이 줄을 이은 오락실에도 국산 게임이 있었다. 00년대까지도 신토불이(身土不二),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 식의 캐치 프레이즈를 자주 보곤 했다. 뜬금 없는 이야기지만, 로고 뒤쪽의 배경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데?

 

할 게 없어서 이런 걸 표절을...

첫인상부터 비호감 스택 낭랑하게 쌓는 <데이트 퀴즈 GO! GO!>

 

<퀴즈 나나이로 드림스, 1996>

<데이트 퀴즈 GO GO>는 퀴즈와 연애를 섞은 컨셉을 취했다. <퀴즈 나나이로 드림스>는 연애와 퀴즈를 섞은 게임의 시조격이다. 다양한 히로인과 마주치고, 퀴즈를 풀어 호감도를 쌓고, 각 히로인의 이야기를 지켜본다. 최종적으로 가장 호감도가 높은 히로인과 해피 엔딩을 맞는다.

 

이딴 게 연애 게임?

<데이트 퀴즈 GO GO>는 처음부터 파트너를 정하고 시작한다. 엔딩에서 자신이 선택한 히로인과 결혼하게 되는데, 게임이 끝날 때까지 히로인이 뭐하는 사람인지 전혀 알 길이 없다. 어떤 성격인지, 뭘 좋아하는지 정도는 알려줘야 될 것 아닌가. 

 

데이트 1일차

 

주사위를 굴려 나아간다.

박물관 도서관 사이에서 왔다갔다 하는 커서.

주제는 철저하게 무작위로 결정된다.

 

시대상을 잘 반영한 문제들

 

쉬운 문제 1

 

이 정도면 그나마 양반이다.

 

무려 2인용 게임이다.

<데이트 퀴즈 GO GO>를 2인으로 즐기는 사람은 극히 드물었다. 한 여자를 두고 겨루는 게임에서 협력한다는 게 말이 되나. 라운드가 끝나면 다득점자가 생명을 얻고, 저득점자가 생명을 잃는다. 꼭 패배한 사람에게 패널티를 주어야만 했을까, 이럴 거면 굳이 2인 플레이를 할 이유가 있나.

 

이 정도면 쉬운 걸 넘어서 못 맞추는 게 불가능하다.

 

그나마 퀴즈다운 문제들

이찬진의 한글과 컴퓨터는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으며,

당대 최고의 탤런트였던 김희애와 결혼하면서 대중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자우림의 노래 <일탈, 1997>

파격적인 가사로 큰 화제가 된 곡.

 

당시 사람이라면 못 맞추기가 더 어렵다.

 

중간중간 미니게임이 진행된다.

보너스 게임은 목숨을 얻기 위한 허들이 높고, 재미없는 걸 60초씩 플레이하게 만들어 짜증을 자아낸다. 테트리스는 그나마 재미있는 미니게임이지만, 아마 비 라이센스일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한참 뒤에나 생길 정도로 지적 재산권이 취약한 국가였다. 이 게임의 제작사 세미콤은 <파이널 테트리스, 1993>라는 게임도 만들었는데, 이 역시 라이센스를 땄따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테트리스는 저작권 분쟁에서 아타리, 세가 등을 좌초시켰으며, 각 국가별로 독점 계약을 따냈다. 테트리스 컴퍼니는 2003년 한국에 상륙해 테트리스의 저작권을 주장, 한국의 수많은 카피 게임들을 좌초시켰다.

 

학생들은 못 푸는 문제

뒷골목은 깡패와 마주치거나, 교통법규를 물어온다. 둘 다 어렵지만 깡패가 진국이다.

 

대뜸 북한말을 시험하는 깡패.

이걸 무슨 수로 아냐고요

 

얼음보숭이 정도면 모를까, 한국인이 이걸 알 리가 없잖은가.

구팡돌, 잔생이 보배, 국수 추렴하자 같은 단어를 대체 뭔 수로 아는가? 분명 한국에서 만든 게임인데 한국인이 풀 수가 없다. 세상 어느 퀴즈 게임이 문제를 이 따위로 낸단 말인가.

 

예를 들어 드라마, 엘리베이터, 에피타이저 같이 익숙한 단어라면 아무 문제가 없다. 그러나 한국인에게 프랑스어 표현을 물어본다면 어떻게 될까? 퀴 사바 비엥, 사바 부, 스타시옹, 라 플라히에, 아흐브흐 같은 단어의 뜻을 물어본다면 대답할 수 있을까?

 

이건 퀴즈로 낼 수 있는 문제 범위가 아니다. 퀴즈 게임은 상식 테스트 선에서 문제를 내야 한다. 설령 풀 수 없는 문제를 배치하더라도 한 두 문제 선에서 그쳐야 했다. 이 게임은 배려가 없다. <데이트 퀴즈 GO GO>의 북한말 파트는 여섯 가지 문제를 내는데, 그 중 세 가지 문제를 틀렸다면 문제가 3개 더 늘어난다. 즉, 맞출 때까지 풀어야 한다. 얌전히 죽으란 소리다. 세미콤은 장르에 대한 이해도가 아예 없다.

 

어렸을 땐 희극과 희곡의 차이를 이해하기 어려웠다.

 

요즘은 좀처럼 보기 힘든 단어, 왁친(왁찐).

구라파, 불란서, 시바이쩌 등과 함께 사어가 됐다.

 

향수 문제는 찍어서 맞췄다.

헝가리 워터를 써본 적이 있어야지...

 

비극적인 죽음으로 전세계적 애도를 받은 다이애나 왕세자비.

드라마틱한 등장부터 이혼, 사망까지. 언론은 끊임없이 다이애나를 소비했다. 죽음조차도 말이다.

 

이미지 출처 : https://upload.wikimedia.org/wikipedia/commons/thumb/5/5e/Diana%2C_Princess_of_Wales_1997_%282%29.jpg/347px-Diana%2C_Princess_of_Wales_1997_%282%29.jpg

영화<원초적 본능>

이 영화를 안 본 사람은 봤어도 이 장면을 모르는 이는 없다.

 

끈 떨어진 브라가 뭐 어때서.

복수 정답 처리해도 될텐데 째째하게 구는 출제자.

 

이럴 거면 문제를 왜 내나

후반부에도 이런 질 나쁜 문제가 속속들이 등장한다.

 

이딴 게 데이트?

7일째 데이트가 끝났다. 아무리 데이트가 좋아도 그걸 7일 연속으로 하면 쓰나. 애초에 이건 데이트 축에도 못 든다. 히로인 얘기가 빠져있지 않나. 퀴즈 보상으로 히로인의 일러스트 정도는 보여줄 수 있지 않나. 마지막에 웨딩 드레스 차림 나오고선 끝이다. <데이트 퀴즈 GO! GO!>는 연애 퀴즈 게임을 표방했음에도, 놀라우리만치 연애를 배제한 게임이다.

 

시은 엔딩

결국 데이트 컨셉만 남고 실속없는, 뻔하디 뻔한 게임이다.

 

허무한 엔딩

정녕 이게 최선이었나.

 

 

 

평가점수 ★★

<데이트 퀴즈 GO GO>는 접대용 2인플 게임으로 그럭저럭 괜찮은 작품이다. OX 퀴즈는 보드게임 <할리갈리, 1990>처럼 순발력 테스트를 하는 기분으로 즐길 수 있으며, 몇몇 문제들이 실소를 유발하는 등 웃음거리라도 되니 말이다.

 

다만 완성도를 기대해선 곤란하다. 퀴즈의 질은 형편없는 수준이며, '데이트 퀴즈'를 하는 기분 따위는 전혀 들지 않는다. 특히 북한말 퀴즈는 죄질이 나쁘다. 플레이어는 질 나쁜 퀴즈에 지치고, 재미없는 미니게임에 지치고, 연애 게임으로서의 보상마저 박탈당했다. 파도 파도 괴담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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