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아케이드를 슈팅 게임이 장악했다면, 그 다음 주자는 비템업(벨트스크롤 액션)이었다. 비템업의 기원은 1986년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장르가 정립된 건 파이널 파이트의 영향이 컸다. 파이널 파이트의 흥행 이후 비슷한 게임이 우후죽순 쏟아지는데, 오늘 소개할 전신마괴는 비템업 열풍이 사그라들고 대전 격투 붐이 일었던 시대에 나온 게임이다.
<전신마괴>는 반프레스토가 퍼블리싱, 제작은 윙키소프트가 맡은 게임이다. 반프레스토는 유명 IP 게임을 많이 출시했는데, 슈퍼로봇대전 시리즈를 필두로 울트라맨, 건담, 세일러문, 슬램덩크, 마크로스 등의 게임을 제작했다. 이들은 대개 하청으로 제작되었으며 간판 작품인 슈퍼로봇대전조차 윙키소프트 하청으로 탄생한 작품이었다.
<전신마괴>라는 이름보다는 전신마괴 2로 알려진 <가디언즈, 1995>가 더 익숙할 것이다. 나 역시도 90년대에 뺀질나게 오락실을 드나들었으나 <전신마괴>는 본 적이 없다. 대체 어떤 게임이었을까?
* 이 리뷰에서는 SFC판 <고스트 체이서 덴세이>가 아닌, 아케이드판 <전신마괴>를 다룹니다.
오프닝에서 이렇게 배경 설정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A.D 2079
극동에는 제어체연합국가라 불리는 기묘한 국가가 있었다.
이 국가를 지배하는 자는 인간이 아니며 신도 악마도 아니었다.
도시의 이런저런 정보를 연결한 거대 네트웍 시스템과 그들을 통괄하는 슈퍼컴퓨터
"제어체" 라 불리우는 것이 이 국가의 지배자였다.
제어체의 감시의 눈은 도시의 이런저런 부위에 걸쳐져, 어떤 것도 놓치지 않았다.
범죄의 저지라는 점에서 이 시스템은 거의 완벽하다고 생각되었다.
허나, 최근들어 이 "제어체" 의 눈에 감지되지 않는 "고스트" 라 불리우는 자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정부는 다발하는 고스트 범죄에 대응하기 위한 특수경찰조직인 "고스트 체이서" 를 설립했다.
스토리 출처 : 나무위키 전신마괴
아케이드 게임임에도 꽤나 의욕적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대충 고스트를 족치라는 내용.
게임 진행 중에도 짧게 스토리를 보여준다.
<전신마괴>는 <다라이어스, 1986>처럼 스테이지를 선택해서 플레이하는 방식을 택했다. 모든 스테이지가 <다라이어스> 같은 구성은 아니지만, 일부 스테이지를 고를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다른 비템업 게임과 차별화되는 강점.
<전신마괴>는 평범한 비템업 게임과는 좀 다르다. <파이널파이트> 같은 게임은 A + B를 눌러 *메가크래시(무적기)를 사용하는 대신 체력이 조금 줄어든다. <전신마괴>도 메가크래시가 있지만, 체력 대신 기를 소모하는 방식이다.
(*메가크래시 : A+B 동시입력으로 사용하는 무적기, 비템업 게임의 기본 시스템처럼 자리 잡았다.)
가만히 냅두면 자연스럽게 기를 모은다. 체력이 아닌 기를 사용해 메가크래시를 사용할 수 있는데, 기가 더디게 차기 때문에 메가크래시를 연속 사용하긴 어렵다. 그래도 이 정도면 메가크래시의 패널티치곤 매우 약해 보이는데...
대시 중에 A+B를 누르면 메가크러시가 아닌 다른 기술이 나간다.
대시 도중 무적기를 쓸 수 없다는 게 아쉽다.
<전신마괴>의 필살기는 버튼을 눌렀다가 커맨드를 입력한 후 버튼을 떼면서 발동한다.
<전신마괴>는 대전 격투 붐이 한창이었던 94년에 나온 게임이다. 격투게임에서 커맨드란 '↓↘→ + 펀치' 같은 것을 말하며, 펀치 버튼을 맨 마지막에 눌러야 기술이 나가는 방식이다. 격투게임에 익숙할수록 <전신마괴>의 커맨드 입력 체계는 적응이 안 된다.
버튼을 눌렀다가 떼는 방식은 <스트리트 파이터, 1987> <배틀 K 로드, 1994> 같은 일부 게임들이 차용하고 있는데, <스트리트 파이터>는 입력 방식이 이상하다고 말이 많았고, <배틀 K 로드>는 입력 방식은 해괴하지만 커맨드는 쉬웠다. (레버 회전 없이, A를 눌렀다가 A 버튼에서 손을 떼면 기술이 나간다)
2022.06.20 - [게임 비평] - 배틀 K 로드 (1994)
전신마괴의 커맨드는 A를 눌렀다가 ↓↑를 입력하고 A 버튼에서 손을 떼면 나간다. 참 해괴한 방식이다.
붙잡은 상태에서 기술을 쓸 수 있다면 훨씬 좋았을 것 같다. (후속작에서 개선됨)
입력 방식이 직관적으로 와닿지 않는 게임이지만, 더 큰 문제는 커맨드 입력이 잘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량의 적을 쓰러뜨리는 상쾌함'이 매력인 장르에서 커맨드 실패로 인한 불쾌함이 쌓인다. 움직임이 굼떠 "이 캐릭터를 수족처럼 부릴 수 없겠구나"라는 느낌을 받는다. 글이나 영상으로는 나쁜 조작감을 설명하기 어렵다. 궁금한 분들은 같은 해 발매된 <에일리언vs프레데터, 1994> <파워드 기어, 1994>와 비교해서 플레이해볼 것을 권한다.
이 구간에서 이상하게 진행이 안 됐다.
어디로 가라는 말도 없고, 적도 등장하지 않는다.
사방을 돌아다니며 찾아봤지만 잘 모르겠다.
끝으로 가봤지만 아무것도 없다.
대체 뭐가 문제였을까? 왼쪽 구석에서 안 보이는 곳에 장풍을 쏴보니 뭔가가 맞았다. 구석 끝에 적이 숨어있었던 것이다. 그럼 이 앞에 적이 있다고 안내하던지, 적이 알아서 다가오게 만들었어야 했다. 이런 건 차별화가 아니라 그냥 불편한 것이다. 왜 이렇게 만든 걸까. 검수가 잘 안 된 모양.
팔레트 스왑이 된 적들이 돌아가면서 나온다. 스샷에 나온 적들이 클리어할 때까지 계속 나온다고 생각해보자. 조작감도 이상하고 신선한 적도 나오지 않는다. 이래서야 금방 질리기 마련이다.
사신이라고 불리며 그늘에서 고스트를 조종한 흑막.
최종보스라고 하기에는 모션 그래픽이 영 좋지가 않다.
잡몹 1 만도 못한 엉성한 모션을 보여줌.
탈출하기 위해 몸을 빌딩밖으로 내던진 이요.
어디선가 비행 자동차가 나타나 구해준다.
장관에 의해 모든 기억이 지워진다...
J 11형 바이오로이드 젤디아의 엔딩.
빌딩에서 떨어지는 전개는 다른 캐릭터들과 동일하다.
드디어 사신의 주박으로부터 해방되었다고 말하는 젤디아. 마지막에 자신의 언니, 전자 요정(電せい)을 언급한다. 앞서 엔딩에서 기억을 잃은 이요를 말하는 것.
<전신마괴>는 다른 비템업 게임처럼 아군을 멱살잡을 수 있는데,
멱살을 잡은 상태에서 합동 필살기(합체기)를 쓸 수 있다.
또한 캐릭터 조합에 따라 엔딩이 달라지는 등 2인 플레이를 신경쓴 티가 많이 난다.
유튜브에 아케이드 협력 엔딩이 없어, 내용이 비슷한 가정용 버전을 첨부함.
평가 점수 ★★
보통의 '나쁜 게임'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아이디어가 엿보이는 작품. 그러나 조작감이 나쁘고, 장르 특유의 상쾌함이 잘 느껴지지 않으며, 유닛 재탕이 많고, 그래픽 퀄리티도 당대 게임들에 비해 많이 떨어진다.
좀 더 <전신마괴>의 설정을 잘 풀어나갈 수 있게 만들어졌으면 어땠을까.
이는 당시 게임들의 공통된 한계라고 봐야할 것이다. 대부분의 게임들, 특히 아케이드 게임들은 설정을 제대로 풀어나가는데 애를 먹었고, 이를 매뉴얼이나 홈페이지, 미디어믹스의 설명으로 퉁치는 일이 빈번했다. 그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전신마괴>의 세계관은 호기심이 동하게끔 만들어졌지만, 게임 내용은 처참했고 제대로 된 후속작은 나오지 못했다. 엄밀히 말해 <가디언즈>는 <전신마괴>의 후속작이 아니기 때문이다.
(가디언즈 리뷰에서 계속.)
2021.07.21 - [게임 비평] - 가디언즈 (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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