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스터가 대성공을 거둔 1996년, 닌텐도는 가정용 콘솔 '닌텐도 64'를 발표한다. 90년대 중반까지 업계 톱이었던 닌텐도의 위상은, 스퀘어의 소니 이적을 기점으로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휴대용 게임기 시장은 달랐다. 게임보이(이하 GB)는 1989년부터 2001년까지, 오랜 시간에 걸쳐 휴대용 게임기 No.1의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GB는 <포켓몬스터 레드·그린>(이하 레드·그린)의 발매로 제2의 전성기를 맞았고, 곧이어 출시된 게임보이 컬러(이하 GBC)도 큰 인기를 끌었다. 때는 2001년, '닌텐도 게임큐브'가 발매되기까지 약 6개월 전의 일이다.
<포켓몬스터 소드·실드, 2019>(이하 소드·실드)는 스위치로 출시된 첫 새로운 세대의 타이틀이다. 야심차게 출발한 <소드·실드>는 숱한 논란으로 홍역을 치렀다. 가장 큰 화두는 역시 포켓몬이 대거 사라졌다는 것.
게임보이 어드밴스(이하 GBA)를 처음 봤을 때, 나는 GB와 호환되는 제품이라고 막연히 생각했다. <포켓몬스터 루비·사파이어, 2002>(이하 루비·사파이어)는 전 세대와의 단절을 꾀했다. 우선 통신 교환이 막혔다. 새로운 지역, 새로운 포켓몬이 등장했고, 시스템마저 갈아엎었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포켓몬이 잘려나갔다. <소드·실드>의 대멸종보다 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그럼에도 <루비·사파이어>와 <소드·실드>의 입지는 사뭇 다르다. 포켓몬이 멸종됐다고는 하나, <루비·사파이어>는 모든 포켓몬의 데이터를 간직한 채로 발매되었다. <소드·실드>는 데이터가 없어, 지금 이 순간에도 입국하지 못한 포켓몬으로 가득하다. <소드·실드>는 새로운 콘솔 닌텐도 스위치를 만나, 가정용 콘솔 게임에 근접한 훌륭한 퍼포먼스를 보여줄 터였다. 결과물은 참혹했다. <소드·실드>는 2400만 장 이상 판매되는 기염을 토했으나, 이 작품을 플레이한 사람들은 연신 아쉬움을 토해냈다.
3세대의 불모지에서
그렇다면 <루비·사파이어>에 대한 평가는 어떨까. 한국에서 <루비·사파이어>는 게임과 애니메이션, 어느 것 하나 확실한 눈도장을 찍지 못했다. 전 세대를 통틀어 <루비·사파이어>만큼 실패한 타이틀은 없다. 일반 대중들이 바라보는 포켓몬스터란, 피카츄~라이츄~파이리~꼬부기 정도가 현실이다. 에뮬레이터로 1세대 <레드·그린> <블루> <피카츄> 버전을 플레이하고, 띠부띠부씰을 사모으던 시절의 인식이다.
2세대 <금·은>은 1세대 포켓몬을 전면에 배치해, 정식 발매에 성공한 국내 최초의 포켓몬 프랜차이즈가 됐다. 안타깝게도 <금·은>은 한국 포켓몬의 전성기에 태어나지 못했다. 일본판이 99년 11월, 미국판 00년 10월, 한국판이 02년 4월에 발매되었고, 게임보이의 저조한 보급률과 맞물려 큰 반향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PC방과 온라인이 게임 시장의 헤게모니를 장악한 상태에서, 포켓몬이 비집고 들어갈 틈은 별로 없어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루비·사파이어>가 스티커 정발로 발매되었다. 한글도 없고, 비싸기까지 했다. 이걸 누가 사나.
포켓몬 TV 애니메이션은 최고 시청률 41.7%를 기록하며 국민 애니메이션에 등극한다. 그러나 성도리그 출전을 앞두고 조기종영되는 아픔을 겪었다. 3세대 기반의 <포켓몬스터 AG>는 8개월 뒤 뜬금없이 방영되었으며, 성우진이 대거 물갈이되면서 좋지 않은 반응을 얻었다. 포켓몬스터 TCG는 유희왕에 팀킬 당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발매를 약속한 시리즈 2탄은 홍보 포스터만 남은 채 발매되지 못했다.
1~2세대와 확연히 다른 아트스타일은 포켓몬 근본주의자의 표적이 됐다. 간지 넘치는 괴수형 포켓몬의 이미지는 북미 플레이어에게 큰 반향을 이끌어 낸 반면, 생물을 데포르메한 이미지에 익숙한 사람들은 거부감을 내비쳤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루비·사파이어>는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작품이지만, 새로운 팬층을 개척했다는 데엔 이견의 여지가 없다. 또한 "포켓몬 게임이란 이런 것"을 재정의하여, 현대 <포켓몬스터>의 기틀을 세운 게임이기도 하다.
그동안 3세대는 갖은 음해에 시달렸다. 한국 포켓몬의 전성기였던 2세대와, DS 호황을 누린 4세대 사이에 끼여 없는 게임처럼 여기는 이들도 많았다. 리메이크작 ORAS가 한글화되면서 인지도가 늘어났으나, 3세대의 대중적인 이미지는 여전히 차가워 보인다. 그렇기에 더더욱 3세대를 냉철한 시각으로, 프랜차이즈에 새긴 족적을 되돌아보며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노스탤지어를 찾아서
<포켓몬스터>의 아버지, 타지리 사토시는 타임지와의 인터뷰에서 어린 시절 곤충 채집을 하던 경험을 떠올린다. 자연이 풍부한 시골에서 자라던 그는 도시화의 드라마틱한 변화와 더불어, 곤충을 잊어버리고 전자 오락에 열을 올린다. 타지리는 훗날 게임 개발에 뛰어들면서, 요즘 아이들이 곤충과 멀어져 집에서 시간을 보낸다는 점에 주목했다. 타지리는 유년기의 경험을 게임의 컨셉으로 결정한다. 이제는 전설이 된 작품, <레드·그린>은 이렇게 첫 발을 뗐다.
타지리는 포켓몬스터의 컨셉이 GB와 잘 맞을 것이라 보았다. GB의 통신 케이블은 플레이어 간의 경쟁을 위한 장치로 여겨졌다. 타지리는 통신 케이블의 커뮤니케이션 기능에 주목하여, 다른 사람과 정보를 주고받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전자 오락은 우리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전자 오락이 일상화된 사회에서, 풀밭 속 메뚜기의 경쾌한 비행에 까르르 웃던 나는 더 이상 없다. "아이들은 밖에서 뛰어놀아야 한다."며 시대를 역행하는 주장을 펼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우리 삶에서 스마트폰을 빼앗을 수 없듯이, 그때가 그립다며 삐삐로 돌아가는 사람은 없다. 타지리는 현재와 과거를 절묘하게 섞어, 곤충 채집에 열 올리던 옛 경험을 가장 현대적인 방식으로 재구성했다. 세대와 세대를 포켓몬스터란 끈으로 연결한 것이다.
유년기의 향수는 <마더, 1989>에서 <레드·그린>으로, <레드·그린>에서 <금·은>으로 이어졌다. <금·은>은 전작과의 연결고리를 주야장천 강조한다. 풀숲에는 구구, 꼬렛이 뛰놀고, 인트로에서 오박사 등장해 사람들을 반겨준다. 첫 번째 마을엔 모다피의 탑이, 피죤을 에이스로 사용하는 짐 리더가 있다. 로켓단은 여전하다. 볼륨은 전작의 두 배 가까이 커졌고, 허술했던 시스템도 눈에 띄게 개선됐다. 배틀 양상도 다채롭게 변했다. 개발자들이 얼마나 일에 치였을지 감도 안 잡히는 규모다. 과중한 업무에 치인 탓일까, <레드·그린>의 향수는 사뭇 달라져 있었다.
타지리의 향수는 <포켓몬스터>의 근간이 되어, 전 세계 사람들에게 새로운 놀잇감을 던져 주었다. 내게 있어 <포켓몬스터>는 향수 그 자체다. 나는 매년 명절이 되면 귀경길에 올랐다. 놀 게 아무것도 없었던 생 시골, 오락실은커녕 노래방조차 없었다. 그 흔한 중화요릿집조차 없는 허름한 동네에서, 유일한 위안거리인 TV는 어른들과 공유하는 처지였다. 뭘 하고 놀지.
어느 날, 바리바리 싸들고 간 책에 싫증이 났던 나는 뒷산을 탐험하기로 결심한다. 폴짝 뛰는 곤충을 잡으러 남의 밭에 들어가 한 소리 듣기도 하고, 대나무를 주워다가 칼싸움을 하며 엉뚱한 나무에 매질을 가한다. 산 입구 바로 옆에 자리한 밭에는 뭐가 있을까, 호기심에 들어갔던 그때, 호박잎 아래에서 스멀스멀 기어가는 몸뚱이를 보자 닭살이 돋았다. 뒤도 안 보고 부리나케 도주한 나는 300m을 내달려, 뜨끈히 달궈진 대청마루에 앉아 가쁜 숨을 토해냈다.
어쩌면 나는 아날로그와 디지털 사이의 기로에서 막차를 탄 사람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몇 해가 지나자, 주변에선 하나둘씩 귀경길에 오르지 않는 사람들이 등장했고, 일가친척이 아예 수도권으로 이주하는 사례도 늘어만 갔다. 또 몇 해가 지나자, 도시에서도 흔히 볼 수 있었던 꿀벌이 사라졌고, 아이들이 더 이상 곤충을 잡지 않는 시대가 도래했다. 대도시 쏠림 현상은 갈수록 심해져, 이제는 서울이 인근 도시를 집어삼켜 확장되는 듯한 인상을 준다.
그동안 포켓몬스터는 세대를 초월해, 30대 아저씨는 물론 10대 학생까지 공유하는 문화가 됐다. 공원에는 <포켓몬 고>를 즐기는 장년층이 심심찮게 보일 정도다. <포켓몬스터>의 향수는 나이를 가리지 않고 적용되지만, 나의 향수와 10대가 느끼는 향수는 꽤나 다른 것 같다. "그때 그런 게임을 했었지"라는 마음은 동일할지 모르나, 게임 속 체험은 내가 유년기에 겪은 추억과 닮아있기 때문이리라. 이런 게 세대 차이겠지.
앞서 <금·은>이 <레드·그린>의 향수와 달라졌다는 얘기를 했다. <금·은>은 전작과의 연결을 강조하면서, 기존 팬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를 듬뿍 담았다. 아날로그의 향수를 디지털로 이식한 <레드·그린>과, 디지털의 향수를 디지털로 이식한 <금·은>은 본질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다.
변혁의 시대
<루비·사파이어>는 전 세대와의 단절을 선언한다. 170여 종에 달하는 포켓몬이 순식간에 증발했다. 전작의 팬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 노선 변경. 디자인도 크게 달라졌다. 인간, 괴수형 포켓몬이 눈에 띄게 늘었다. 물론 게임 시스템은 그대로에, 잉어킹, 마릴, 모래두지 등 기존 포켓몬도 일부 등장한다. "이게 포켓몬이냐, 디지몬이냐"라는 비아냥은 골백번도 넘게 들었다.
초대작의 속편으로서 <금·은> 만큼 잘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금·은>의 뛰어난 만듦새에도 불구하고, <레드·그린> 수준의 반응은 나오지 않았다. 포켓몬의 인기가 한계에 다다른 것일까? 기존 방식으로 팬덤을 불릴 수 없다면, 아예 새로운 팬을 유입시키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 기존 팬덤을 챙기면서도 새로운 팬을 만들어내야 하는 상황, <루비·사파이어>의 어깨에 무거운 짐이 놓였다.
핸드폰도 없었던 어린 시절, 이사는 인간관계의 리셋을 의미했다. 부모에게 울며불며 사정해도 달라지는 건 없다. 내가 싫다고 한들 어쩔 수 있나. 새 친구를 어떻게 사귀어야 하나 싶은 막막함과 더불어, 새로운 동네에 대한 기대감이 싹튼다.
주인공은 어두컴컴한 트럭 안에 실려, 비포장도로를 내달리는 듯한 진동에 잔뜩 긴장한 상태다. 이윽고 트럭이 멈추고, 슬며시 열린 문 사이로 햇볕이 스며든다. 새로운 보금자리에 발을 내딛을 시간이다.
<젤다의 전설 꿈꾸는 섬, 1993>(이하 꿈섬)은 감성과 서사의 중요성을 강조한 첫 번째 젤다였다. 두 뼘이나 될까, 가까이 걸터앉은 두 사람 사이에 묘한 기류가 흐른다. 마린은 자신의 꿈을 이야기하며 바다 너머를 응시한다. 신비로운 코호린트 섬의 정경은, 이 장면을 기점으로 사랑스러운 곳, 애수가 흘러넘치는 곳으로 변모한다.
예전에 제법 인기몰이를 한 <라디오스타>란 프로그램이 있었다. 프로그램의 MC 김구라는 김현식 특집에서 <추억 만들기>를 선곡한 이유로 별 시답잖은 에피소드를 내세워 뭇매를 맞는다. 사실 음악이 원래 그렇다. 나는 만화 <유레카>를 보면서 <오렌지 마말레이드>를 틀어놓곤 했는데, 지금도 도입부를 들으면 그때 <유레카>를 보던 기억이 떠오른다. 음악은 이렇게 보잘것없는 에피소드를 되살리는 힘이 있다.
여러분은 <라이온킹>의 음악 "나주 평야~ 발발이 치와와"(Circle of Life)를 기억하는가. 어두웠던 평원이 여명으로 물들고, 코뿔소, 미어캣, 표범 등이 일제히 고개를 든다. 세상의 온갖 동물들이 바위 밑으로 모여들자 노래는 클라이막스를 향해 나아간다. 아기 심바의 성대한 후계자 선포식. 이 장면은 <라이온킹>을 불멸의 애니메이션으로 만드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청각과 시각, 서사의 삼박자는 몰입형 컨텐츠인 게임에서 한층 더 시너지를 발휘한다.
나는 도시 태생이다. 태어나서 도시를 벗어난 삶 따위 단 한 번도 경험한 적이 없다. 이따금 시골에 내려가도 잠시 체류한 게 전부. 시골의 삶은 따분하기 그지없었다. 그럼에도 마음 한편에선 마치 시골 같은, 자연과 맞닿은 어딘가에 내 마음의 고향이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도시를 전전해온 탓인지, 모니터 앞에 너무 매달린 탓인지, 고향에 대한 이미지는 흐릿하기 짝이 없다. 내 마음의 터전은 어디에 있나.
향수는 뜻밖의 장소에서 찾아왔다. 낯설다. 분명 낯선 곳인데 이다지도 친숙하게 느껴질 줄은. 이런 걸 가리켜 'anemoia'라고 부른단다. 어린 시절 이사를 거듭하며 불안한 감정이 되살아나던 그때, 미로마을의 어딘지 모를 그리움은 내게 편안함을 되찾아 주었다.
<루비·사파이어> 속 이야기를 좀 더 해보자. 옆집 부모님에게 들은 얘기인데, 아이가 옆집에 또래가 온다고 한껏 들떠 있더란다. 여자가 왔으니 당황할 만도 하지. 새로운 만남은 공포를 수반한다. 첫 직장에 출근할 때의 기분이란... 남의 의중을 살피려 애쓰고, 화젯거리를 쥐어짜 내고, 맘에도 없는 꾸민 모습을 연출한다. 매 순간 득실을 계산하고 타인을 수시로 의심한다. 인간관계가 참 어렵다.
오래전 일이다. 부모님 친목회에 따라가 심심했던 나는 또래에게 말을 걸었다. 이런저런 대화를 해보니, 걔는 <드래곤볼>을 좋아한단다. 이윽고 끝장토론이 펼쳐진다. 누가 좋니 마니, 누가 더 강하니 어쩌니 하는 시답잖은 화제. 부모님은 집에 가자며 나를 부르고, 떠나기 아쉬웠던 나는 다음 만남을 기약한 채 자리를 뜬다. 복잡한 계산할 것 없이, 맘이 맞으면 친구가 됐던 그 시절에 대한 그리움. 오랜만에 만난 <루비·사파이어>에서 그때의 감정이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아이들은 쉽게 배우고, 금세 물든다. 백날 독서를 강조한들 부모가 책을 멀리하면 아이들도 멀어진다. 소년은 끊임없이 어른들의 삶을 모방한다. 선호 아이돌의 패션을 흉내 내고, 짙은 화장에 짧은 치마를 입고, 성적 호기심이 최고조에 오르는 시기다. 그렇게 하지 말라는 술, 담배도 청소년기부터 시작한 사람들이 제법 많다. 소년은 TV 속 연예인의 유행어를 따라 하고, 스포츠물을 감명 깊게 보고는 덜컥 체육관에 투신했다가 몸살이 나 드러눕는다. 소년은 멘토가 필요하다. 가장 흔한 멘토의 형태는 역시 부모겠지, 어쩌면 형제자매나 친구일지도 모른다. 소년은 누군가를 끊임없이 모방하면서 자아를 형성한다.
청소년기는 일본 문화에서 줄기차게 사용되는 소재다. 프로야구보다 고시엔에 열광하는 사람들, 단골 레퍼토리가 된 청춘 드라마, 이제는 거대 브랜드가 된 소년 만화, 애니메이션 또한 마찬가지다. 이들 작품엔 대체로 멘토가 되는 어른이 등장한다. <나루토>의 지라이야, <에반게리온>의 미사토가 딱 그렇다.
JRPG는 스토리의 중요성을 간파한 장르다. 일본인의 청춘 로망은 여기에서도 이어져, 시대를 풍미한 작품치고 소년 주인공이 없는 작품이 드물다. 소년이 있는 곳에 멘토도 있다. 아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그렇다면 부모는 JRPG에서 어떻게 묘사되고 있는가.
<크로노트리거>는 부모를 설명형 NPC로 설정했다. 크로노(주인공)의 어머니는 평화로운 나날을 상징하는 캐릭터로, 크로노를 깨우는 첫 장면을 위해 만들어졌다. 마를의 부모는 마를의 배경을 설명하기 위한 수단으로 쓰였다. 루카의 어머니는 루카의 백그라운드 스토리, 과학과 기계에 탐닉하게 된 계기를 설명한다.
<그란디아>는 부모에게 캐릭터를 부여한 보기 드문 작품이다. 릴리(엄마)는 분위기를 환기시키고 플레이어의 흥미를 돋우는 역할을 맡았다. 어렸을 때는 한 왈가닥 했을 듯한 이 말괄량이는, 때때로 부모의 얼굴을 보여주면서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집을 나설 때는 어찌나 슬프던지.
<마더>는 <포켓몬스터>의 직접적인 조상이다. 아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아이들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가만 보면 <마더>라는 이름도 의미심장하다. 이 게임엔 확실히 부모가 자주 등장하지만, 중요한 역할을 맡기지 않는다. <마더>의 부모는 그 자체로 어린 시절의 향수를 상징하는 존재다.
<레드·그린>은 <마더>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다. 처음 눈을 뜨면 어머니가, 들판에선 포켓몬과 마주치는 것조차 그렇다. 부모 곁을 떠나 아이 혼자 떠나는 여행길. 어린 시절 타지리의 경험은 <포켓몬스터>를 통해 누군가의 추억으로 거듭난다. <마더>와 <포켓몬스터>의 근원에는 향수가 자리한다.
<레드·그린>은 타지리의 향수를 아이들과 공유하고픈 마음에서 비롯되었다. 아이들이 겪은 모험은 훗날 좋은 추억이 되어 마음 한편에 남아있을 것이다. <마더>는 유년기의 향수다. <마더>의 세계는 어린이의 기묘하고 우스꽝스러운 상상으로 즐거움을 주지만, 중간중간 핵심을 찌르는 대사로 깊은 감동을 준다. 아이를 대상으로 만든 게임임에도 어른들이 좋아하는 이유가 있다. 이렇듯 두 작품의 '향수'는 같은 듯 다른 입장차를 보인다.
유년기로 돌아가다
<루비·사파이어>의 주인공은 아버지의 전근으로 낯선 지방에 정착한다. 긴장도 잠시, 옆집 아이와 말을 트고 친구가 된 주인공. 아무것도 없는 촌동네에서 편안함을 느낀다. 여름방학, 투덜거리면서도 시골에 내려가 야무지게 놀았던 내 모습이 떠오른다.
포켓몬 트레이너는 여행자다. 이제 부모 곁을 떠날 시간. 멀지 않은 곳에 아버지의 새 직장, 등화도시 체육관이 기다린다. 챔피언이 되려면 언젠가는 아버지를 뛰어넘어야 한다는 의미다. 경쟁 상대를 뛰어넘는 것이야말로 소년 성장 이야기의 핵심이다.
<포켓몬스터>는 느린 템포로 유명하다. 게임보이로 즐긴 사람들이라면, 자전거 없이 필드를 활보하는 건 상상도 못 할 일이다. <루비·사파이어>는 초반부터 러닝슈즈를 제공한다. 뛰어난 기능성은 일단 차치하더라도, 엄마가 러닝슈즈를 주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포켓몬스터>는 부모의 역할이 극단적으로 축소된 게임이다. 집에 가면 엄마가 반겨준다지만 대화 패턴은 하나뿐이고, 애초에 집에 들를 기회조차 없다. <금·은>은 어머니를 자식에게 전화를 걸어 저축 상황을 알려주는 NPC로 활용했다. 통화는 언제나 저금 얘기뿐, 현금 인출기에 불과한 어머니. 아버지는 어딨는지 감감무소식이다. <루비·사파이어>는 러닝슈즈를 통해, 이따금 어머니의 존재를 깨닫게끔 유도하는 것 같은 인상을 준다.
<루비·사파이어>는 극 중에서 부모의 비중을, 특히 아버지의 비중을 중시했다. 부모 역할을 기쁘게 받아들이고 자식의 앞날을 축복하는 아버지. 바로 이 점이 <루비·사파이어>의 세계를 리얼하게 만든다.
현대 배경의 판타지, 부모의 사정으로 이사했던 기억들, 낯선 그리움으로 물든 미로마을, 새로 사귄 친구, 호연 지방의 아름다운 풍경, 따스하게 지켜보는 부모님의 존재. 아날로그를 디지털로 이식한 <레드·그린>의 향수가, 엉뚱하게도 타지리가 손을 뗀 첫 번째 게임에서 되살아났다. 정정할 필요가 있겠다. <루비·사파이어>에 드리운 향수는 <레드·그린>보다는 <마더>을 연상시킨다. 잠시나마 유년기의 감정을 떠올릴 수 있어 기뻤다.
https://youtu.be/L3fiaPBDfv8?si=9cCAkSVjg5d3BED-
분위기나 감정을 표현하는 데 있어, 음악만큼 효과적인 수단은 없다. 게임에 표시할 수 있는 정보는 한정적이다. 플레이어는 게임 속 질감을 느껴볼 수도, 어떤 냄새가 나는지 확인할 수도 없다. 아무리 잘 만든 게임이라도 배경의 모든 디테일을 챙길 수는 없으며, 3차원 공간의 이점을 온전히 활용하기도 어렵다. 문학 작품이 대개 그렇듯이, 게임은 상상으로 부족한 부분을 메운다. 창작자는 자신의 의도를 눈으로, 소리로 표기하여 플레이어의 상상을 돕는다.
https://youtu.be/02K40TA3yMQ?si=tAVZATqtcj4Y6smM
https://youtu.be/Y3auFhxfsmI?si=Uc8QpHm2ZRRUe4JB
<루비·사파이어> 만큼 관악기를 적극 사용한 게임은 찾아보기 힘들다. 특히 호른은 호연지방을 대표하는 악기로 손색이 없다. HOENN TRUMPET은 3세대의 상징과도 같은 밈으로 자리 잡았다. 30초부터 터져 나오는 힘찬 호른 소리는 이 작품의 분위기 전반을 좌우하며, 트레이너 배틀, 104번 도로, 잿빛도시 등 다양한 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사운드트랙은 <루비·사파이어>를 구성하는 핵심 중의 핵심이다. 호연 지방의 밝고 명료한 색감은 경쾌한 사운드와 어우러져 이 세계에 생명력을 선사한다.
https://youtu.be/ZOoqKHz_D0w?si=2BHZmrkWqMQVD9uy
https://youtu.be/rAAKR9uujA8?si=OPgySEByuRqHfm8b
https://youtu.be/gexTc0YbYx8?si=Hpl6sM8mwGmM9sQQ
https://youtu.be/a5HKPJgHkJs?si=dabbx5oUYlAqWP18
https://youtu.be/l0yo32iVGA0?si=Qs1CbYvea9ZSaqjp
이하 <포켓몬스터 스칼렛·바이올렛> 리뷰에서 발췌
배에 몸을 싣고 무로마을을 떠나 도착한 곳은 어느 해변이었다. 해안가에서 팔자 좋게 늘어진 사람들. 뜨거운 운 태양 아래 기세 좋게 배틀을 걸어오는 사람들. 팡파르 풍의 BGM은 크리스마스의 들뜬 분위기를 떠올리게 만든다.
팡파르 소리가 이윽고 갈매기가 지저귀는 듯한 소리로 바뀌자, "이곳은 휴양지 같은 항구도시구나"는 걸 깨닫는다.
잿빛도시 서편엔 시장이, 동편엔 조선소와 과학박물관이 위치한다. 마을 북쪽엔 콘테스트 회장이 있어, 플레이어는 이곳에서 처음으로 콘테스트를 접하게 된다. 살짝 낯설면서도 세련된, 연말의 들뜬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장소다.
노멀 타입 관장은 어렵기로 정평이 나있다. 특히 등화도시 체육관이 까다롭다. 하품 같은 까다로운 보조기를 사용하면서, 비전설 최강의 체급을 지닌 게을킹에게 스윕 당하기 일쑤다. 게을킹은 장단점이 명확한 포켓몬이므로, 처음 만난 사람에게는 악마가, 준비한 사람에게는 호구가 된다.
여름방학의 작은 모험을 지향하던 시리즈가, 더욱더 규모가 큰 이야기에 도전한다. <루비> 버전은 마그마단이, <사파이어> 버전은 아쿠아단이 극을 주도한다. 인류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전설의 포켓몬 그란돈을 깨우려는 마그마단. 같은 이유로 가이오가를 깨우려는 아쿠아단. 각각 대지와 바다를 넓히려는 집단이, 때로는 플레이어와 대립하고, 때로는 협력하면서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려고 한다. 부모를 뛰어넘어, 세상을 구하는 모험에 몸을 던지는 주인공.
<포켓몬스터>는 두 가지 버전을 동시에 발매해, 서로 다른 버전을 보유한 두 사람이 교류하는 그림을 그렸다. 처음에는 흥미로운 시도였을지 몰라도, "어차피 다른 점도 거의 없는데 상술 아닌가" 하는 생각에 직면하게 된다. <루비·사파이어> 역시 이러한 비판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으나, <루비> <사파이어> 간의 차이를 분명하게 함으로써 색다름을 추구했다. <루비>은 아쿠아단과 손잡고 마그마단의 음모를 저지하는 내용이며, <사파이어>는 정반대의 내용을 담았다. 전설의 포켓몬을 메인 시나리오로 격상시킨 것도 <루비·사파이어>가 최초다. 이러한 방향성은 후속작에서도 이어져, <포켓몬스터>의 근본으로 자리 잡았다.
바다는 <루비·사파이어>의 대부분을 차지할 정도로 어마어마한 면적을 자랑한다. 기술머신 다이빙을 얻으면 해저 탐험이 가능해지며, 온갖 숨겨진 장소에 접근할 수 있다.
현실의 바다가 그러하듯이, 바다는 반복의 연속이다. 시도때도 없이 랜덤 인카운트가 플레이어를 덮친다. 인카운트는 스프레이로 퉁친다고 쳐도, 비슷한 풍경의 반복은 결코 좋은 맵 디자인이 아니다.
<루비·사파이어>는 바다 여행 대신 해저 탐험을 택했다. 지루한 공간에서, 덜 지루한 공간으로 바뀐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되물을지 모르겠으나 해저는 다우징 머신의 산지였다. 호연 지방에 깃든 신비로운 전설을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다이빙을 배우고 처음 바닷속에 뛰어들 때의 설렘은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한다.
새로운 시도
혹자는 <루비·사파이어>의 볼륨이 아쉽다는 얘기를 한다. 절반은 동의한다. <크리스탈 버전>의 엔드 컨텐츠였던 배틀 타워는 <루비·사파이어>에서도 이어졌지만, 난이도 조절에 실패하여 있으나 마나 한 물건으로 전락했다. 호연 지방에는 관동과 성도, 두 대륙을 넘나드는 스케일도 없다.
한편으로 <루비·사파이어>는 다양한 컨텐츠를 추가했다. 나무열매를 재배하고, 미니게임으로 포록을 만들고, 포켓몬에게 포록을 먹여 콘테스트에 내보낸다. 미궁의 대저택은 끝 모를 도전으로 가득하고, 바닷속에는 신비한 유적이 잠들어 있다. 스토리 깨고 치운다면 모를까, 볼륨이 많아도 너무 많다.
JRPG는 선형적 레벨 디자인을 선호한다. 정해진 노선을 지나가듯이 게임을 순서대로 공략하게 만든 것이다. 스토리 중심 게임일수록 이러한 경향은 두드러진다. <포켓몬스터>는 선형적 구성을 취하되, 다채로운 경험을 제공한다. 파티 조합, 기술 배치만 하더라도 수백 가지가 넘는다. 약간의 탐험 지역(쌍둥이 섬, 알프의 유적)을 배치한 것도 빠뜨리면 섭섭하다.
<루비·사파이어>는 이따금 비선형적 레벨 디자인을 선보인다. 버려진 배는 지나가면서 한 번쯤 보게 되는 스팟이다. 플레이어는 자연스레 관심을 갖고, 파도타기를 얻은 뒤에 재차 방문하게 된다. 이런 장소는 이외에도 많다. (111번 도로의 사막, 미궁의 대저택, 유성 폭포 등) 치밀한 스토리보다는 여정 그 자체에 의미를 둔 작품이기에 가능한 선택이다.
콘테스트는 포켓몬의 매력을 겨루는 신규 컨텐츠다. 크게 외모 심사와 기술 심사 두 파트가 있는데, 용모가 뛰어나면 기술 심사가 부족해도 만회할 수 있다. 튜토리얼이 있었다면 참 좋았을 것을.
트레이너 카드는 전당 등록, 콘테스트 제패, 배틀타워 50연승, 호연도감 완성(환상 제외)에 성공하면 별이 하나씩 주어지며, 별 숫자에 따라 카드의 색깔이 바뀐다. (그린, 브론즈, 코퍼, 실버, 골드) 4성 트레이너 카드는 골드 카드로 불리며, 포켓몬 리본과 함께 파고들기의 끝판왕으로 자리매김했다.
<금·은>은 안농을 통해 모습이 다른 포켓몬을 구현했다. 새로운 시도는 3세대에서 더욱 확장되어, 이제는 아예 개체마다 모습이 다른 얼루기가 등장했다. 얼루기의 패턴 수는 약 30억 이상. 켈리몬은 변색 특성으로 카멜레온의 생태를 구현하는가 하면, 날씨에 따라 모습이 변화하는 캐스퐁을 추가했다.
깜까미는 최초로 약점이 없는 포켓몬이 되었고, 토중몬은 아이스크(매미)로 진화하면서 껍질몬(매미 허물)을 낳는 특수한 기믹으로 화제가 됐다. 껍질몬 체력이 1 고정이라는 점, 약점 이외의 모든 공격을 거부한다는 점은 더더욱 놀라웠다. 빈티나는 119번 수로의 특정 스팟(6칸)에서만 등장해 포켓몬 포획의 신기원을 썼다. 어렵게 잡은 빈티나는 <루비·사파이어>의 도감 설명에 따르면, '가장 아름다운 포켓몬' 밀로틱으로 진화한다. 진화 방법도 난해해서, 포켓몬 스넥으로 아름다움을 최고 수준으로 올려야 가능하다.
미래 먹거리의 명과 암
<루비·사파이어>는 <포켓몬스터>의 역사에서 중요한 분기점으로 남았다. 가장 큰 변화는 특성과 성격이다. 특성은 스탯과 차별화되는 요소로, 좋은 특성이 있으면 약한 포켓몬도 쓸 수 있는 여지를 제공했다.
성격은 포켓몬의 스탯에 영향을 준다. 예를 들어 '건방'은 특방이 1.1배 오르고, 스피드가 0.9배로 하락하는 특징을 지녔다. 선택지가 훨씬 넓어진 셈이다. 또한 노력치 체계가 개편되어, 배틀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A252 / S252 / H4 형태의 노력치 분배가 이때 만들어졌다. 배틀이 다채로워진 건 좋은데, 문제는 교배에서 발생했다. 특성, 성격, 스탯을 모두 맞춰야만 메리트가 있었기 때문. 또한 <루비·사파이어> 초기에는 메타몽이 없어, 좋은 부모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였다.
더블 배틀은 싱글 특유의 운 요소를 줄이고, 턴제 게임의 전략 요소를 극대화하여 <포켓몬스터> 대회의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이때까지만 해도 포켓몬 대전은 변방에 불과했다. 온라인 환경은 시기상조였고, 포켓몬 한 마리를 키우는데 지나치게 많은 리소스를 요구했다.
3세대는 사이클 중심의 2세대 배틀에서 벗어나, 눌러앉는 막이 포켓몬을 돌파할 수 있는 최소한의 수단을 쥐어주었다. 대폭발은 더블배틀의 판도를 바꿨다. 빠른 템포는 기존 포켓몬에서 느낄 수 없었던 신선함을 부여했다. 우리가 그토록 바랐던, 즐거운 대전의 서막이 드디어 시작된 것이었다. (놀랍게도 이때의 엉망진창 대전이, 테라스탈과 화력 인플레로 얼룩진 9세대 대전보다 나은 것처럼 보인다.)
3세대의 두 얼굴
사실 <루비·사파이어>는 <레드·그린> <금·은>의 후계자로서 다소 아쉬운 작품이다. 정확히는 캐릭터 게임으로서, "이게 최선이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상해씨, 리자몽을 포함해 수많은 포켓몬들이 멸종했다. 물론 데이터는 남아 있어서, <포켓몬 콜로세움, 2003>을 이용하면 구세대 포켓몬을 <루비·사파이어>로 옮길 수 있다. 하지만 게임큐브, 게임 타이틀, 연결 케이블이 모두 필요해 굉장히 번거로운 작업이었다. 일본판 초회한정판에는 세레비 디스크를, 북미판에선 지라치 디스크를 지급함으로써 포켓몬 상술의 정점을 찍은 세대기도 하다.
포켓몬 극장판의 단골, 배포 포켓몬 역시 이쪽이 기원이다. 게임 내에서 배울 수 없는, 희귀한 기술을 가진 포켓몬을 판매하는 전략도 여기서 비롯되었다. 포켓몬 도감 완성이 어느 때보다 어려워, 치트로 옛 포켓몬을 불러내는 게 국룰처럼 여겨졌다. (놀랍게도 에뮬이 아닌 실기 얘기다.) 참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세대다.
평가 점수 ★★★★★
프랜차이즈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작. 타지리의 향수를 진정한 의미에서 초월한 기념비적인 걸작이다. 기억조차 희미한 동심으로 돌아가, 풍부한 호연 지방의 자연을 만끽하며 바다로, 열대우림으로 정처 없는 여행을 떠난다. 미로마을의 여름방학 같은 그리움, 끊임없이 재생되는 104번 도로의 음악, 모래사장의 발자국에 웃음꽃을 피우는 나, 연말의 들뜬 분위기가 갈모매의 울음소리를 만나 절묘한 하모니를 이룬다. 먼 훗날 호연을 재차 방문할 그 날이 기다려진다.
'게임 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포켓몬스터 다이아몬드·펄 (2006) (1) | 2024.11.19 |
---|---|
포켓몬스터 금·은 (1999) (0) | 2024.08.07 |
포켓몬스터 레드·그린 (1996) (0) | 2024.08.07 |
페르소나 5 택티카 (2023) (3) | 2024.01.14 |
인스크립션 (2021) (0) | 2023.11.26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