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게임 리뷰

New 포켓몬 스냅 (2021)

by 눈다랑어 2022. 3. 2.

비록 마감이 엉성하긴 했지만, 포켓몬 스냅은 많은 이들에게 향수를 자극하는 게임이었다. 그동안 수많은 포켓몬 게임이 출시되었으나 포켓몬 스냅의 속편은 철저하게 외면받았다. 필름, 디지털 카메라를 넘어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는 시대에, 사진 찍는 게임이 안 먹힐 거라는 계산이었던 것 같다.

 

2022.02.28 - [게임 비평] - 포켓몬 스냅 (1999)

 

포켓몬 스냅 (1999)

게임을 하다 보면 특별한 순간을 맞이하게 될 때가 있다. '그 순간'을 나중에 떠올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기억이라는 건 애매모호한 것이다. 그럴 때 나는 스크린샷을 남긴다. 오래된 사진

daisy1024.tistory.com

컴퓨터 조립, 외과수술, 콤바인 몰기, 바텐더 등등 온갖 것들이 게임화되는 시대. 헌데 사진은 주류 취미임에도 불구하고 게임화에 성공한 사례가 극히 드물다. 사진을 재미있게 즐기려면 피사체에 대한 흥미가 필수적이다. 여기서부터 걸림돌이다. 피사체에 흥미가 없는 사람에게 사진이란 무의미하다. (물론 령 제로 시리즈 같은 돌연변이도 있다.)

 

사진을 전문적으로 다루자니 게임으로서 잘 작동할 수 있을지 근본적인 의문이 든다. 찍은 사진을 어떤 기준으로 판단한단 말인가. 예를 들어 작자 미상의 그림을 제출하면 "이건 80점, 이건 60점" 이렇게 평가할 수 있을까? 미술계 종사자들도 섣불리 할 수 없는 일이다.

 

한 사진에 새 7마리를 담을 것 (우무란기 제너레이션, 2020)

사진 게임은 스코어 방식을 채택하기 어렵다. 다양한 부가 목표를 제시하되, 피사체에 대한 흥미를 끌어내면서 다양한 방법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어야 한다.

 

전체적으로 크게, 정중앙에 놓고 찍는 것이 포인트

<포켓몬 스냅, 1999>은 사진 게임의 딜레마를 슬기롭게 풀어냈다. <포켓몬 스냅>의 스코어는 예술처럼 모호하지 않으며 기준이 명확하다. 피사체에 대한 흥미는 포켓몬스터의 브랜드 파워로 해결했다. 그동안 포켓몬스터 게임은 수집, 육성, 배틀 시스템에 초점을 맞췄지만, 정작 피죤투가 뭘 먹고 사는지, 해무기가 어떻게 영역 다툼을 하는지, 네오라이트가 아쿠스타와 어떻게 장난을 치는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짧은 도감 설명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다. (포켓몬스터 소드 &middot;실드, 2019)

예전부터 포켓몬 마니아들 사이에선 '포켓몬 월드'를 게임 속에서 보고 싶다는 갈증이 있었다. 포켓몬의 제작사 게임프리크는 뻔한 게임 메카닉, 발전 없는 기술력으로 혁신 없이 정체된 기업의 대표주자였다. 당신이 포켓몬의 팬이자 게임프리크에 부정적인 사람이라면 여기 좋은 대안이 있다. 바로 <New 포켓몬 스냅>이다.

 

선녀같은 그래픽

반다이 남코는 엉성한 캐릭터 게임을 만드는 걸로 유명하지만, <포켓몬 스냅>은 닌텐도 64 시절부터 이미 틀이 잡혀있는 게임이었다. 반다이 남코는 앞서 포켓몬 ip를 사용한 <폿권, 2015>을 만든 전력도 있고, 게임프리크보다 기술력이 앞서있다는 점도 명확했다. 전작의 틀을 가져오면서 기술력을 더한다, 처음부터 망하기 힘든 기획이었다.

 

렌틸 포켓몬 자연과학 연구소

포켓몬과 자연환경을 연구하는 경박사.

 

얼떨결에 포켓몬을 찍게 되는 주인공.

 

물살을 가르는 비버니의 모습

 

수수께끼의 발광 현상

 

오래전 문헌에 특별한 포켓몬에 대한 일화가 전해지고 있다.

이를 밝혀내는 것이 경박사의 궁극적인 목표였던 것.

 

이것이 주인공 보정?

마실 나갔다가 일루미나 포켓몬과 마주쳤다.

 

꽤나 거창한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일루미나 현상은 대체 왜 생기는 걸까?

 

포켓몬 학자이자 역사학자

 

대학원생이 더 나은 게 아닐까

실적을 인정 받아 조사대에 편입되었다.

근데 급여는요? 왜 아무 말씀이 없으시죠?

 

말랑 사과를 던져 포켓몬의 반응을 끌어내자.

이외에도 다양한 방법으로 포켓몬의 행동을 유도할 수 있음.

 

일루미나 오브에 호바귀가 반응하는 장면

전작에서 불가능했던 포커스 상태에서의 상호작용이 가능해졌다.

 

포켓몬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약육강식의 세계

이 게임의 재미 포인트는 뭘까?

그저 예쁜 사진을 찍는 것뿐일까?

나는 그 답을 수집욕과 호기심에서 찾았다.

 

1~4성 도감을 모았다

<New 포켓몬 스냅>은 사진은 1~4성으로 나뉜다.

숫자가 높을수록 희귀한 행동이며, 같은 4성이라도 상황이 전혀 다를 수 있다.

 

눈을 가린 이븐곰

 

돌진하는 이븐곰

3~4성을 보려면 특별한 트리거가 필요하다.

이븐곰이 달려올 때 순간 쫄았던 기억이 생생하게 남아있다.

 

같은 4성인데도 포즈가 전혀 다르다

 

줌 인, 줌 아웃 기능의 부실함

명색이 사진 찍는 게임인데 원하는 크기의 사진을 찍기 어렵다. 피사체를 당겨서 찍는 것, 멀리서 찍는 것 두 종류뿐. 라이트한 게임을 지향하는 건 좋지만, 클리어 이후에 연사 옵션을 해금하듯이 줌 인, 줌 아웃 기능을 지원했다면 사진 촬영이 훨씬 좋은 경험으로 남았을 것 같다. 사진 촬영하는 시간보다 편집하는 시간이 더 긴 것 같으니 원.

 

호기심을 자극하는 수많은 리퀘스트

피카츄를 따라가면 어떤 광경을 볼 수 있는 걸까?

정확히 어떤 조건으로 봐야 하는 걸까?

어느 것 하나 확실하지 않다.

 

리퀘스트와 상관없이 잔재미를 주는 요소가 많다.

 

알기 쉬운 퍼즐이 몇몇 있지만...

<New 포켓몬 스냅>의 퍼즐은 은밀하다. <New 포켓몬 스냅>의 퍼즐 상당수는 우연히 찾은 이스터 에그에 가깝게 구현되었다. 좀 더 알기 쉬운 퍼즐이 많았다면 어땠을까. 알기 쉬운 퍼즐을 늘려 퍼즐에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유도했다면 제작진의 의도가 퇴색되지 않았을 것이다.

 

서치를 습관적으로 쓰면 중요 포인트를 놓치게 된다.

<New 포켓몬 스냅>은 말랑사과, 서치, 멜로디, 일루미나 오브를 남발해도 게임 클리어가 가능하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플레이하면 퍼즐이 왜 풀렸는지, 무엇이 바뀌었는지, 포켓몬이 어떤 반응을 하는지 알기 어렵다. 상호작용을 남발하는 순간 퍼즐 게임처럼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이래서는 레일 슈터의 특성 상 빨리 질리기 쉽다. 게임의 의도를 알아차리기 어렵게 설계된 게 아쉽다.

 

새로운 것을 발견했을 때의 기쁨

퍼즐에 취약한 사람은 4성, 리퀘스트 가이드를 보면서 따라 하는 걸로도 충분하다.

이 게임의 새로운 매력이 눈에 들어올 것이다. 

 

자신이 찍은 사진을 꾸밀 수도 있다.

리퀘스트 진행도에 따라 쓸 수 있는 효과가 늘어난다.

 

팝 아트로 재탄생한 잉어킹

 

테투리를 넣고 도트 처리를 거친 모습

 

CRT와 코믹북 감성을 버무린 입치트

 

빗방울, 습기, 별 스탬프로 꾸민 약어리

 

 

평가 점수 ★★★

게임 클리어까지 10~20시간 남짓, 풀 프라이스 게임에 걸맞은 볼륨이라곤 보기 힘들다. 그러나 다양한 요소를 즐긴다면 50시간 이상을 보장하는 게임으로, 탐험 요소가 많은 <갓 오브 워, 2018>보다도 오랫동안 즐긴 게임이었다. 포켓몬을 좋아하고, 퍼즐이나 숨겨진 요소를 찾는 걸 좋아한다면 꼭 한 번 해보면 좋을 타이틀이다.

 

그러나 포켓몬 팬이 아니라면 어떨까, 사진 속에 포켓몬을 담아 봤자 큰 흥미를 못 느낄 것이다.

또한 '사진을 찍는 행위'는 다른 게임에서 경험하기 힘들다. 평소 스크린샷을 자주 찍는 사람이라면 또 모를까, 사진을 찍는 게임은 매우 희귀하다. 따라서 대중화된 장르(액션, FPS, 플랫포머 등등)에 비해 무엇이 재미 포인트인지 알기 어렵다. 가격이 비싼 편이라 섣불리 구입하기도 어렵다. 게임 설계가 탄탄하지 않아 <NEW 포켓몬 스냅>의 매력을 알기 힘들다는 점 또한 아쉬운 부분이다.

 

이 게임을 처음 접하면 낮은 자유도와 단순 반복 요소가 눈에 들어오기 쉽다.

분명 누구에게나 추천할만한 게임은 아니며, 장르, 구조적 한계도 뚜렷하다. 그러나 껍질을 한꺼풀 벗겨내면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장인의 고집이 느껴지는 고증, 수천 가지 상호작용, 방대한 엔드 컨텐츠를 즐기면서 제작진의 포켓몬에 대한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NEW 포켓몬 스냅>은 전작의 아성을 뛰어넘어 사진 게임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 타이틀이다. 포켓몬의 생태를 그린 타이틀이 앞으로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게임 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란디아 2 (2000)  (0) 2022.03.10
그란디아 (1997)  (0) 2022.03.04
포켓몬 스냅 (1999)  (0) 2022.02.28
미토피아 (2016)  (0) 2022.02.26
디지몬 스토리 사이버 슬루스 해커스 메모리 (2017)  (0) 2022.02.24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