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을 하다 보면 특별한 순간을 맞이하게 될 때가 있다. '그 순간'을 나중에 떠올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기억이라는 건 애매모호한 것이다. 그럴 때 나는 스크린샷을 남긴다. 오래된 사진첩을 넘기며 옛 추억을 떠올리듯, 기억하고 싶은 순간을 기록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기념할 만한 무언가를 사진으로 남긴다. 사진이 기록한 '순간'을 보고 뇌는 '그 순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떠올린다. 분명 영상 매체에 비하면 사진은 저용량이다. 그러나 그 안에 담긴 내용을 생각하면, 사진이 저용량 매체라고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어느덧 사진은 흔해 빠진 일상이 되었다. 누구나 스마트폰을 들고 셀카를 찍는 시대.
일회용 필름 카메라를 사들고 수학여행 단체사진을 찍던 과거는 옛 일이 됐다. 사람들은 여전히 여행지에서, 식사 공간에서, 전시회에서 사진을 찍고 곧장 SNS에 올린다. 사진을 찍자마자 결과물을 확인할 수 있다니, 필름 카메라 시절에는 상상할 수 없는 편리함이다.
필름 카메라는 별도의 카메라를 마련하여 필름을 넣고, 사진을 찍은 후 현상, 인화 작업을 거쳐야 결과물을 확인할 수 있다. 필름 하나로 찍을 수 있는 사진은 30장 정도, 필름 값이 비싸 필름을 다 쓰기 전엔 인화하러 가는 게 부담스러웠다.
분명 필름 카메라 시절은 불편했다. 그러나 그런 시대였기 때문에, '사진을 찍는' 별 거 아닌 행위가 각별하게 느껴졌다. 포켓몬 스냅(1999)은 사진을 찍는 게임이다. 당대 최고 ip와 독특한 컨셉의 만남, 그것만으로도 두근거렸다.
본래는 포켓몬스터 애니메이션에서 출현했던 단역.
오박사에게 의뢰를 받아 포켓몬의 생태를 촬영하게 된다.
자유롭게 시선을 움직일 수 있지만 정해진 코스로만 움직여야 한다.
포켓몬을 찾아 사진을 찍고, 오박사에게 평가를 받는 방식.
버추어 캅, 하우스 오브 데드 같은 레일 슈터와 유사하지만,
탐사정에 몸을 맡기고 흘러가는 것이 유원지의 어트랙션과 유사하다.
포켓몬 스냅은 그저 탐사정에 몸을 맡기고 흘러가는 게임이 아니다.
말랑 사과, 페스터 볼, 포켓몬 피리를 활용하여 새로운 사진을 찍거나 숨겨진 행동을 유도할 수 있다. 다양한 상호작용을 통해 퍼즐을 푸는 재미, 일반적인 레일슈터와 차별화되는 강점이다.
리자드는 이상할 정도로 화구를 뱅뱅 돌고, 말랑사과는 상호작용 아이템 중 기본 중의 기본이다.
따라서 리자몽 등장은 포켓몬 스냅의 숨겨진 요소 중에서도 찾기 쉬운 편에 속한다.
알기 쉬운 퍼즐을 배치하여 고난이도 퍼즐에 도전하게끔 유도하는 느낌이 든다.
평가 점수 ★★★
포켓몬의 생태를 직접 관찰할 수 있고, 다양한 숨겨진 요소를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러나 게임은 짧고 파고들 게 별로 없다. 포켓몬의 행동 패턴이 많았다면 모를까, 모든 컨텐츠를 보기까지 10시간도 채 걸리지 않는다. 사진이 특별했던 시절의 감성을 잘 담아냈지만, 컨셉과 아이디어가 좋다고 해서 좋은 게임이 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추억 삼아 즐기기에는 충분하다. 허나 추억이 없다면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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