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텐도의 퍼스트 파티 타이틀은 믿고 구입할 수 있다."
게임큐브, Wii-U 시절 닌텐도의 왕좌가 흔들렸을 때도 닌텐도 퍼스트 파티의 힘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었다. 최근 수많은 AAA급 게임들이 좌초되면서 예약 구매의 위험성이 수면 위로 드러났지만, 그래도 닌텐도만큼은 다르다고 생각했다. 마리오와 젤다로 40여년 동안 보여줬는데 뭘 더 어떻게 보여줄 수 있단 말인가.
물론 닌텐도의 퍼스트 파티라고 해서 좋은 게임만 있는 건 아니었다.
<젤다의 전설> <슈퍼 마리오> <메트로이드> <동물의 숲> 등에 가려진 범작들이 무수히 많지만, 그중에는 <피크민>처럼 저조한 인기에 비해 멋진 완성도를 가진 게임도 있었다. 그럼 <미토피아>는 어떨까, 범작일까, 숨은 명작일까, 그것도 아니면...
* 이 리뷰는 스위치판을 이용하여 작성되었으며, 약간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플레이어는 주인공의 외모, 성격, 직업을 결정해야 한다.
그러나 자유도가 낮아 선택할 수 있는 범위가 좁은 편.
커스터마이징이 끝나고 이야기가 시작됐다.
미토피아는 Mii들이 살고 있는 세계.
평화가 깨졌다.
끔찍한 혼종들.
곧이어 아까 만든 캐릭터가 등장한다.
우연히 얼굴이 둥둥 떠다니는 걸 목격하게 되는데...
나비에게 얼굴이 붙었어?
<미토피아>는 정해진 이야기 속에 '자신이 만든 캐릭터'를 집어넣어 플레이하는 RPG 게임이다.
주인공과 동료, NPC, 심지어 대마왕까지 모든 캐릭터를 'Mii 아바타'로 대체할 수 있다.
외모와 달리 배역, 성격을 바꿀 순 없다.
사태의 심각성을 못 느끼는 시작마을 사람들.
그러던 그들 앞에 시련이 닥친다.
이제 대마왕 역할을 정해야 할 때.
마침 대처를 주인공으로 정한 참에, 대마왕을 보고 홍콩97(1995)이 떠올랐다.
* 이 리뷰는 아무런 정치적 의도가 없습니다. 안심하고 즐겨주세요.
대마왕 덩의 등장.
마을 사람들의 얼굴을 빼앗아 가기 시작하는데...
사람들의 얼굴을 전부 빼앗지 않은 대마왕.
빼앗긴 사람, 빼앗기지 않은 사람들을 두루 살펴보면서 즐거워한다.
말썽꾸러기라 할지라도 소중한 아들이다.
대대로 전해지는 부적.
그깟 것 가족을 잃은 뒤에 무슨 소용이겠는가.
마을 근교에서 만난 대마왕.
이제부터 본격적인 싸움이 시작된다.
클래스를 고른 후 전투 시작!
전투 방식은 초기 드래곤 퀘스트와 유사하다.
조연 캐릭터는 스스로 알아서 싸운다.
참 갑갑한 요소지만, 이렇게 만든 이유가 있겠지.
안전지대로 피신시키면 대미지가 회복되고 적의 공격도 받지 않는다.
조연 캐릭터를 움직일 수 있는 유일한 수단.
동료 캐릭터도 직접 만들어야 한다.
같은 방에 배정하면 호감도가 오르고, 이벤트도 볼 수 있다.
가령 어떤 게 있냐면,
캐릭터 잘못 만들면 이 꼬라지를 매번 봐야 한다...
레벨업 외에도 음식으로 스탯을 올릴 수 있다.
성격에 따라 선호하는 음식이 다르니 주의.
호감도에 따라 돌발 행동을 할 때도 있다.
전투 중에 염장질 하는 커플들.
캐릭터를 만들어놓으면 알아서 관계가 형성되고,
플레이어는 안방극장에서 그걸 하하호호 지켜보면 된다.
이렇게만 보면 참 좋은 아이디어인데,
<미토피아>의 대화는 시시한 개그와 무의미한 이야기 뿐이다.
대화를 보는 즐거움 따위는 있을 수 없다.
가장 큰 문제는 대화, 상황 패턴이 매우 부족하다는 것이다. 앞서 보다시피 전투 방식은 별 게 없다. 던전 구성도 매우 단조롭다. 30여년 전 게임인 <드래곤 퀘스트 3, 1988>의 구성이 훨씬 짜임새 있을 정도다.
던전에서 플레이어가 하는 거라곤 지켜보는 것밖에 없다.
갈림길이 나오거나, 전투가 일어나면 그때서야 참여하는 방식.
<미토피아>는 3DS(2016), 스위치 리마스터판(2021년)으로 출시되었다. 리마스터판은 메이크업, 데이트, 추가 동료 등 많은 부분이 개선되었으나, 설령 리마스터판이 2016년에 출시되었다고 해도 평가는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본판이 심하게 망가져 있다.
오래된 게임인데도 던전 구성이 훨씬 재미있게 짜여져 있다.
16년작 <미토피아>가 88년작 <드퀘 3>만 못한 결과물을 냈다는 게 곤혹스럽다.
<미토피아>는 캐릭터들의 관계성을 지켜보는 게임이다. 컨셉만 지켜진다면 설령 던전, 배틀이 어설퍼도 넘어갈 수 있을 것이다. <미토피아>의 비극은 그렇지 못했다는 데에 있다. 게임이 진행될수록 각 캐릭터의 매력은 줄어들고, 모두들 비슷비슷한 행동만을 일삼는다. 캐릭터 성격을 세세하게 설정할 수 있게 하든지, 관계 형성 패턴이 많았다면 벌어지지 않았을 문제다.
<미토피아>를 구입한 사람들은 '내가 만든 캐릭터들이 스스로 드라마를 만들어내는 그림'을 꿈꿨겠지만, 그곳에는 캐릭터 스킨을 씌운 '복사 붙여넣기 캐릭터'만 남아있을 뿐이었다.
초반에는 그럭저럭 흥미로웠다.
아직 대화 패턴을 다 보지 못했고, 열심히 키운 캐릭터에 정이 들었기 때문.
대마왕을 쫓으면서 주변국의 문제도 해결하고, 캐릭터들의 관계도도 무르익을 무렵.
플레이어를 감정적으로 학대하는 일이 발생한다.
애정을 갖고 키운 캐릭터들이 다 날아갔다.
다른 동료를 불러준다는 신님.
울며 겨자먹기로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었다.
첫 파티에 쏟아부은 애정을 새로운 파티에도 줄 수는 없었다.
엎은 물을 다시 컵에 담을 수는 없는 법. 그래도 애써 진행하지만...
새롭게 추가되는 동료들.
하다보니 어찌저찌 정도 들고,
캐릭터성도 나름대로 잡혔다.
동료들의 도움으로 위기를 넘기고, 새로운 지역으로 넘어가려 하는데...
한 번은 그럴 수 있다 치자. 두 번은 용서가 안 된다. 애정을 갖고 키운 캐릭터들이 송두리째 증발하는 경험은 두 번 다시 하고 싶지 않았다.
'내가 만든 캐릭터들의 드라마를 보는 재미'로 하는 게임에서 어찌 이럴 수가 있나. 게임 컨셉을 전면으로 부정하는 것 같은 처사에 현기증이 난다.
분명 내가 만든 캐릭터지만, 애정을 쏟는 건 무리였다.
어차피 공들여 키우면 또 빼앗아 갈 것 아닌가.
후반부로 갈수록 억지 전개도 늘어난다. 억지로 파티원을 찢어놓고, 컨텐츠 늘리기용 던전을 돌고 있노라면 이 게임을 고른 나 자신이 밉다.
대마왕이고 나발이고 다 때려치고 싶어...
평가 점수 ★★
<미토피아>에 좋은 플롯을 기대한 건 아니다.
그저 나만의 캐릭터를 만들고, 캐릭터들이 자아내는 드라마를 보고 싶었을 뿐이었다. 게임 컨셉, 던전 구성, 배틀 시스템 어느 것 하나 잘 된 게 없다. 그저 컨셉 원툴, 어찌 좋은 얘기를 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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