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트리스는 전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게임일 것이다.
게임의 역사에서 중요한 게임들, 예를 들어 스페이스 인베이더, 팩맨 같은 게임을 상기해보자. 그들이 게임계에 미친 영향은 막대하지만 시리즈화의 실패, 부족한 확장성 등이 발목을 잡았다. 반면 테트리스는 어떤가. 단순하면서도 깊이가 있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접목하기도 쉽다. 스페이스 인베이더의 영향력은 지금도 여전히 남아있지만, 요즘 세상에 "이 게임 스페이스 인베이더 베꼈네" 같은 식으로 이야기하진 않는다.
이건 <스페이스 인베이더, 1978>가 뭘 잘못해서 그런 게 아니라, 수십년이 흐른 만큼 자연스러운 일이다. 물론 시대의 흐름을 부정하는 게임도 있다. 내게는 <테트리스, 1984>가 그랬다. <테트리스>의 가장 무서운 점은 약간의 변주만으로도 요즘 사람들에게 통하는 플레이 루프를 지녔다는 것이다. 게임의 역사에서 <테트리스>가 차지하는 입지는 지배적이다. <테트리스>보다 위대한 게임이 있을까? 있을지도 모른다. 지금 내 머릿속에도 몇몇 후보가 스쳐 지나가니까. 그러나 모든 세대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진정으로 시대를 초월한 게임은 <테트리스>가 최고다.

<테트리스 이펙트>는 <테트리스>의 라이센스를 취득해 발매된 VR 게임이다. 현실감을 중시한 VR과 블럭 쌓기의 결합, 일견 공통점이 없어 보인다. 그런데 제작진 이름이 낯설지가 않다. 프로듀서가 미조구치 테츠야라는 걸 알게 되자 이 '이상한 아이디어'에 기대감이 싹튼다.
미조구치 테츠야는 세가 재직 시절, 주로 체감형 게임을 개발했으며, <스페이스 채널 5, 1999> <레즈, 2001> <루미네스, 2004> 같은 음악 기반 게임을 만드는데 탁월한 재능을 보였다. <스페이스 채널 5>은 리듬게임이라고 볼 수 있지만, <레즈>는 리듬게임의 틀에서 벗어나 또다른 형태의 음악기반 게임을 선보인 게임이었다.
정형화되다 못해 경직된 장르인 테트리스. 40여년에 걸쳐 사랑받은 작품을 그는 어떤 형태로 재단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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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즈 (2001)
테트리스 이펙트, 루미네스 리뷰에서 공통적으로 언급한 단어가 세 가지 있다. 미조구치 테츠야, 빛과 소리, 그리고 레즈. 미조구치의 최고 흥행작은 스페이스 채널 5: 파트 2일 테지만, 그의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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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트리스의 성공은 수많은 아류작을 탄생시켰다. 수많은 카피캣이 범람했음에도 독창적인 작품은 있었다. 컬럼스, 뿌요뿌요 등은 비슷하면서도 새로운 감각을 제공했다. 낙하물 퍼즐 장르가 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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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리뷰는 플레이스테이션 VR를 사용하여 작성되었으며, 커넥티드 버전은 PC로 플레이하였습니다.

| 저니 모드 : 일자 진행형 스테이지 구성. 가장 기본이 되는 모드. 이펙트 모드 : 다양한 룰의 테트리스에 도전할 수 있다. 멀티 플레이어 : <테트리스 이펙트 커넥티드, 2020> 업데이트 이후 새롭게 지원하는 모드. |

난이도는 세 종류, 게임을 깨기 위한 최저 난이도는 노멀이다. (비기너는 후반 스테이지가 개방되지 않음) 반복, 숙달을 거듭하여 클리어하는 아케이드 게임과 유사한 구조.

처음에는 아무것도 없는 장소에 담담히 블럭을 쌓게 된다.

<테트리스 이펙트>에는 기존 <테트리스>와 차별화되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예를 들면 '킵' 기능이 그렇다. 빨간 원의 S미노 블럭은 처음에 나오면 난감할 수 있는데, 킵 기능을 사용하면 블럭을 저장한 상태로 넘어갈 수 있어 부담이 덜하다.

테트리스 게임의 단점은, "그래봐야 결국 테트리스겠지" 라는 편견을 벗겨내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 게임 특유의 특별한 경험은 말로 설명하기 어렵다. 특히 VR 경험은 더더욱 그렇다. 테트리스 게임 답게 기초적인 틀이 훌륭한 건 맞다. 그러나 VR을 착용하면 한 단계 높은 경험을 선사한다.
퍼즐 게임 마니아들은 한 번씩 겪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자려고 누웠더니 머릿속에서 블럭이 내려오는 경험. 이 현상을 테트리스 이펙트 혹은 테트리스 증후군이라고 부른다. <테트리스>는 사람들의 뇌리에 일종의 최면 효과를 각인시킨다.

VR 기기를 착용하면 시각적인 연출, 음악에 녹아드는 효과음, 블럭을 짜맞추는 경험이 어우러져 놀라운 경험을 선사한다. 블럭을 쌓고 터뜨리는 단순한 게임이, 내가 어떻게, 언제 블럭을 짜맞추느냐에 따라 다른 음악이 만들어진다. 나도 모르게 음악을 연주하면서 테트리스를 쌓고 있는 셈이다.
빛과 소리, 게임의 상호작용은 전형적인 미조구치 테츠야 스타일이며, <레즈> <루미네스>에서 선보인 노선을 <테트리스 이펙트>에서도 느낄 수 있다. <테트리스 이펙트>는 기존 <테트리스>의 규칙을 크게 벗어나지 않고 새로운 감각을 덧씌운다.
<레즈> <루미네스>와 다른 <테트리스 이펙트> 만의 장점이 뭘까? 테트리스 증후군은 <테트리스> 특유의 중독성과 최면적 이미지에 기인하고 있다. 이것이 미조구치 스타일과 결합되면서, 블럭이 터지며 생긴 풍경, 효과음, 상황들이 한 데 모여 하모니를 이룬다. 테트리스 증후군은 부정적 뉘앙스로 읽힐 때도 많은데, 이 작품은 정반대의 효과를 보여준다. 정제된 패턴에 몰두하는 행위가, 디지털 환각을 넘어 흐트러진 정신을 정돈하는 힐링이 된다.
<테트리스>의 아버지, 파지노프는 이렇게 말한다. "뇌는 무질서한 정보를 정돈된 패턴으로 바꿀 때 가장 큰 쾌감을 느낍니다. 미래의 천재는 이 '정돈된 리듬'을 가장 짧고 우아한 코드로 구현하는 사람일 것입니다." 여기에 그의 후계자가 있다. 최소한의 규칙으로, 시각, 청각, 촉감의 삼박자가 모여 쾌감의 극대화를 노린다. 떨어지는 물방울이 수면에 파문을 일으키듯, <테트리스 이펙트>는 고요히, 그러나 잊혀지지 않는 경험으로 플레이어를 맞이한다.

또 하나의 신 시스템 ZONE을 살펴보자.
블럭을 터뜨리면 왼쪽의 ZONE 게이지가 쌓이는데...

ZONE이 활성화되자 멈춰버린 시간. 플레이어는 시간의 지배자가 된다. 터뜨린 블럭은 바닥에 차곡차곡 쌓이며, ZONE 게이지가 전부 소진되면 그때 점수가 단번에 정산되는 방식이다. 블럭을 수십개씩 쌓아 단 번에 없애는 쾌감.

멋진 경험을 선사하는 게임이지만, VR 게임이라 그런지 컨텐츠가 적은 편이다. 저니, 이펙트 모드를 해봤자 고작해야 대여섯 시간 정도. 꾸준히 붙잡고 할만한 컨텐츠는 스코어링 뿐이다. <테트리스 이펙트 커넥티드>는 그런 아쉬움을 달래주는 훌륭한 결과물이었다. 협동, 대전 모드의 추가는 게임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었다.

대인전은 상상 그대로의 게임이었다. 상대보다 빠르게 블럭을 해치우면 되며, 3판 2선승으로 진행된다. 규칙 자체는 특별할 게 없지만 PC, 콘솔 간의 크로스 플레이를 지원하는 점이 훌륭하다.

그렇다면 협동 모드는 어떤 모습일까.
각자 자신의 테트리스를 진행하는 것, 여기까진 예상대로였다.

게임이 무르익으면 서로의 장소가 합쳐지게 된다. 상대가 블럭을 어디에 놓을지 미리 보여주기 때문에, 상대의 동선을 고려하여 플레이하는 게 중요하다. 이런 구조는 얼핏 조별과제가 되기 쉬운데, 꼭 그렇지도 않다.
평가 점수 ★★★★★
VR과 미조구치의 동행에 매번 놀라게 된다. 빛이 흩뿌려지는 장면이 마치 꽃잎이 흩날리는 것처럼 아름답게 표현됐고, 게임플레이와 청각, 시각이 밀접하게 연결되어 온갖 감각을 충족시킨다. 심지어 테트리스에 충실한 게임 답게 VR 없어도 재미있다. 저니 모드에서 이펙트가 과하게 느껴지는 연출도 있었으나, 큰 결함이라 보긴 어려웠다. 가장 결정적인 단점, 온라인 모드가 없는 단점은 커넥티드 업데이트로 극복했다.
사실 테트리스 기반 게임은 거기서 거기, 양산형 게임처럼 느껴지기 쉽다. <테트리스 이펙트>는 원작의 기초에 충실한 게임이다. "어떻게 하면 <테트리스>의 경험을 확장할 것인가"에 주안점을 뒀다. 이 작품은 <테트리스>에 대한 존경심의 발로이자, <테트리스>를 다른 형태로 기억하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게임의 규칙을 건드리지 않고, 플레이 감각을에 일신한다"는 과제를 충실하게 수행했다. 이 작품이 여타 리메이크작의 새로운 이정표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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