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이 게임을 봤을 때 영문 모를 제목과 삐까뻔쩍한 색감을 보고 호기심이 생겼다.
스팀에선 이 게임을 '액션, 캐주얼, 음악, 웅장한 사운드트랙, 리듬'이라는 태그로 설명하고 있었다.
어린 시절 DDR로 접한 리듬게임은 매우 혁신적이었다.
박자에 맞춰 진행되는 게임 방식, 귀에 쏙쏙 꽂히는 사운드 트랙. 춤과 연주에 서투른 사람이라도 대리 만족을 느낄 수 있는 게임이었다.
국내에서 DDR 붐이 얼마나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는지 확인할 수 있는 자료.
지금은 정치인이 된 박영선 앵커의 모습도 확인할 수 있다.
당시의 나는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아 리듬게임을 마음껏 즐길 수 없었다.
리듬게임은 다른 아케이드 게임에 비해 2~3배 이상 이용료가 비쌌다. 어릴 때 버릇을 안 들여놓은 탓인지 그냥 못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지금도 난이도 높은 스테이지는 거를 정도로 허접한 실력을 보유하고 있다.
<사요나라 와일드 하트>는 이런 어중간한 사람에게도 쉽게 느껴지는 게임이다.
모든 스테이지를 클리어하기까지 2시간 정도, 스팀 환불 정책에 맞춰 충분히 즐겨보고 환불해도 되는 게임이다. 비교적 최근에 나온 게임치고 국내에서 자료를 얻기 힘든 게임이지만, 게임 어워드 2019에서 세 가지 부문을 수상하는 등 세계적인 인지도를 쌓은 게임이다.
* 이 리뷰는 스팀판으로 진행하였으며 키보드를 사용하였습니다.
이런 식으로 시작하길래 장대한 서사가 있는 줄 알았다.
별 거 없으니 가볍게 읽고 넘어가자.
모바일 기반으로 개발된 게임이다보니 그래픽이 많이 아쉽다.
막상 플레이해보면 색감 배치가 좋고 이펙트를 적절하게 사용하고 있어, 직접 플레이했을 때와 스크린샷으로 볼 때의 감상이 정말 다른 게임이다.
재미있게 읽긴 했지만 설정놀음 하기 좋은 게임은 아니다.
푹 자던 주인공, 집에 나비가 날아들어 잠에서 깬다.
나비를 잡으려다 집이 기울어져 떨어지는데...
낙하하면서도 나비를 잡으려는 주인공.
나비를 잡았더니 카드로 변했다.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돌더니,
남자 주인공이 히로인으로 바뀌었다.
거대한 하트에 흡수되는 주인공.
이게 호접지몽인가?
처음에는 탑을 형상화한 타워 카드일 줄 알았는데 나중에 확인해보니 '연인'이었다.
왜 '연인'을 배치한 걸까? 게임 내에선 설명해주지 않는다. 짠돌이 같으니.
현대적인 것 같으면서도 비현실적이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필드.
굳이 따지자면 리듬게임보다 음악게임에 가깝다.
왜 두 개의 타롯카드를 펼쳐놓은 것일까?
머릿속에 의문점이 가득하지만 속 시원하게 해소되는 건 하나도 없다.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면 짧은 스토리를 보여준다.
그러나 대사가 없고 직관적이지 않아 스토리 이해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명확한 스토리를 제시하는 것'보다 플레이어가 느끼는 어렴풋한 이미지를 통해 상상력을 자극하는 방식으로 보인다.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면 브론즈, 실버, 골드의 세 가지 랭크가 표시된다.
랭크는 점수에 따라 달라지므로 어떤 구간에서 고득점이 가능한지 파악하는 재미가 있다. 만약 업적 달성까지 노린다면 플레이 타임은 엄청나게 길어질 것이다.
업적 이름을 보면 나름대로 세계관이 있는 것 같은데,
스토리 설명이 턱없이 부족해 뭘 말하고 싶은 건지 모르겠다.
누군가에게는 사이키델릭을, 누군가에게는 멀미를 선사하는 스테이지도 있다.
음악 게임에 슈팅 요소를 넣는 것은 <레즈, 2001>에서 영향을 받은 것 같다. 나중에 알았는데, 제작자가 <아웃 런> <그라디우스> <F-ZERO> <레즈> <아키라> <모던 댄스> 등의 영향을 받아 이 게임의 제목을 일본어 Sayonara로 지었다고 한다. 모던 댄스와 Sayonara가 무슨 관계가 있담.
2021.12.15 - [게임리뷰] - 레즈 (2001)
스크린샷에서는 좀 무덤덤하게 나오는 느낌이지만,
게임 화면에서는 반짝반짝 해서 상당히 예쁘다.
<사요나라 와일드 하트>는 <템플 런>처럼 앞으로 달려가면서 하트를 수집해 스코어링을 하는 게임이다.
고득점 하트가 곳곳에 숨겨져 있어, 골드 랭크를 따려면 이를 잘 파악해 동선을 짤 필요가 있다. 지형지물에 스쳐 지나가면 RISK 점수를 획득할 수 있지만, 스코어가 눈에 띄게 오르진 않으므로 중요하진 않다.
"너무 쉽다" "그냥 음악 듣는 게임인가?" 생각했던 내게 큰 전환점이 된 스테이지다.
여기서도 매력을 못 느낀다면 환불하는 것을 추천한다.
RPG, 어드벤처 게임이 아닌 이상, 1990년대 초반에는 게임 속에서 스토리를 푸는 게임이 드물었다. 캐릭터의 행동이나 효과음, 배경음악, 이펙트 같은 걸로 어떤 상황에 처했는지 짐작할 뿐. 세계관이나 동기 같은 것을 게임 내에 담지 않고 매뉴얼에 담아내던 시절이었다.
공주로 보이는 여성이 뭔가를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다. 이 때 불길한 효과음과 함께 등장하는 남자. 공주는 남자가 다가와 손을 내밀자 뒤로 물러선다. 남자는 모래시계를 불러내고 퇴장한다. 모래시계에서는 점점 모래가 떨어지고 있고 공주도 고개를 떨군다. 뭔가 잘못 됐다는 걸 플레이어도 느낄 수 있다.
<사요나라 와일드 하트>는 가면녀의 목적이 뭔지, 이 곳은 대체 어떤 곳인지, 왜 카드로 바꾸는 것인지 아무런 해설이 없다. 마치 고전 액션 게임을 보는 듯한 전개다.
<페르시아의 왕자>에선 짧은 극으로도 공주가 어떤 상황에 처했는지 알 수 있게끔 잘 표현되었다. 부족한 부분은 매뉴얼과 추가 설명으로 보충했다.
반면 <사요나라 와일드 하트>는 최소한의 설정조차 알기 어렵다. 인트로의 설명과 몽환적인 배경은 "이 게임 설정에 뭔가 있구나" 라는 기대를 갖게 하지만, 사실은 어렴풋한 이미지로 기대감을 키웠을 뿐, 설정을 고려하고 만든 게임은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힘을 한껏 모아 배때기에 구멍을 낼 수 있다.
스샷으로 보면 형편없지만, 실제로는 상당히 훌륭하다.
부족한 그래픽을 잘 감추려면 이 게임처럼 해야 되는 것 같다.
난이도가 쉬운 편이라 뮤직비디오를 감상하는 느낌으로 플레이할 수 있다.
도중에 죽어도 직전 상황으로 되돌아가지만, 대신 점수 획득이 어려워져 고랭크 달성이 어려워진다.
조디악 수수께끼를 눌러보면 수수께끼 같은 문구를 찾아볼 수 있다.
사이드 B로 넘어가면 이렇게 힌트가 나온다. 뭔 뜬구름 잡는 소리인가 싶지만, 이걸 스스로 풀어나가는 게
<사요나라 와일드 하트>가 가진 또 하나의 즐거움일 것이다.
한 번의 플레이로 Risky!를 반복해서 띄워보기로 했다.
수수께끼 같은 문구는 아마 이걸 말하는 거겠지.
도전과제 조건이 어려운 만큼, 수수께끼가 풀렸을 때의 쾌감이 상당하다.
그러나 설명을 봐도 제대로 된 조건조차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 도전과제가 많다.
평가 점수 : ★★★★
뮤직비디오를 보는 듯한 연출, 몽환적인 분위기, 멋진 음악. 음악이 없었다면 이 게임은 결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을 것이다. 게임이 아니라 뮤직비디오를 소장한다는 기분으로 구입해도 좋다. 편안하면서도 귀에 꽂히는 톡톡 튀는 멜로디 라인이 인상적이다.
단순한 구조의 게임인데도 매 스테이지의 연출이 새로워 다음에 어떤 스테이지가 나올까 기대하는 즐거움이 있다. 설정을 잘 풀어내지 못해 아쉽지만, 게임 평가를 깎아먹을 정도의 심각한 결함은 아니다. 멋진 게임이지만, 스마트폰 환경에서 개발된 게임이라 그런지 재미의 밀도가 느슨하다는 게 단점.
고작 두 시간 플레이할 생각으로 구입하기에는 아쉽기 때문에 이왕 살거면 모든 스테이지 골드 등급 달성 정도는 노려보는 게 좋다. 스팀에서 두 시간 플레이해보고 맘에 들면 소장해도 되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환불해도 좋다. 아이폰으로 플레이할 수 있기 때문에 접근성도 좋다. 플레이타임이 아쉽다면 스코어링이나 업적 따기에 열을 올리는 것도 방법이다. 업적 헌터들에게는 신선한 게임으로 느껴질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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