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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리뷰

유희왕 듀얼링크스 (2016)

by 눈다랑어 2021. 7. 14.

코나미의 수많은 실책 가운데에서도, 유희왕 온라인은 첫 손에 꼽을만한 실책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서비스 종료 시점도 기묘했다. 세상에 만우절 전 날 서비스 종료를 발표하는 놈들이 있을 줄이야, 처음에는 고약한 농담인 줄 알았다.

 

<유희왕 듀얼링크스>(이하 듀링)는 교환 기능이 없다. 룰조차 다르다. 유희왕 온라인 게임 + 새로운 룰 + 모바일의 삼박자라니, 썩 미덥지 못한 키워드 투성이다. 그런데 주변에서 <듀링>을 즐기는 사람들의 의견은 달랐다. "엑스레이더, 용기의 깃발 쓰는 게임이 뭐가 재밌다는 거야?" 속는 셈 치고 해 보기로 했다. 그렇게 시작한 게 어연 5년 차, 어엿한 고참 플레이어가 되었다. (*21년 기준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미친 놈이 가득한 유희왕 세계에서도 단연 독보적이다.

듀얼과 유희에 미친놈이 반겨주는 DSOD(극장판) 월드.

카이바 같은 또라이가 있어 즐겁다.

 

 

듀얼링크스의 시스템

몬스터 존 3칸, 마법 함정 존 3칸, 덱 제한(20~30)

<듀링>의 기본 틀은 <유희왕 듀얼터미널, 2008>(이하 듀터)에서 따왔다. <듀터>는 아케이드에서 구동되었기에 흔히 모르고 지나치기 쉬운 작품이지만, <유희왕 OCG>(이하 OCG)에 미친 영향은 막대하다. 오프라인 카드게임이 비디오게임에 영향을 준 사례는 셀 수 없이 많지만, 반대의 사례는 극히 드물다. 이 이야기는 <유희왕 마스터 듀얼, 2022>(이하 마듀) 리뷰에서 마저 이야기하기로 하고, 일단 스피드 듀얼이란 무엇인가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스피드 듀얼은 <OCG>의 룰을 토대로 진행을 간소화한 시스템이다. 사용할 수 있는 몬스터 존은 3칸, 마법/함정 존도 3칸뿐이다. (OCG는 5칸) 스피드 듀얼의 세계에 메인 페이즈 2란 존재하지 않으며, 라이프는 애니메이션과 동일한 4000이다. 시작 패 매수도 달라졌다. 현재의 <OCG>는 솔리테어 성향이 강한 게임인데 비해, <듀링>은 여러 제약으로 인해 대량 전개가 어려운 작품으로 변모했다.

 

<하스스톤>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이는 캐릭터 시스템

<듀링>은 애니메이션의 설정을 적극 반영해, 다양한 캐릭터를 등장시켰다. 유희, 카이바, 주다이, 유성 등의 주요 멤버들은 물론, 단역으로 등장한 엑스트라마저 플레이어블 캐릭터로 추가되었다. (미궁형제, 판도라 등) 각 캐릭터는 고유한 스킬을 지니고 있어, 어떤 캐릭터를 고르느냐에 따라 덱의 구성 자체가 달라지기도 한다. 

 

매턴 지속 피해를 주는 '그림자 게임' 스킬

마리크의 '그림자 게임'은 스킬의 영향력을 잘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그림자 게임'은 매 턴마다 각자의 묘지에 존재하는 카드의 수만큼 라이프를 상실하는 스킬. 이 스킬 덕분에 마리크는 지키는 게임만 해도 라이프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미소녀 사이에서 존재감을 내뿜는 백상어의 강렬함

<듀링>은 엄연한 캐릭터 게임이지만, 애니메이션의 등장인물만이 해당되는 건 아니다. 유희왕에선 카드도 엄연한 캐릭터다. 블랙 매지션과 푸른 눈의 백룡의 인기는 만화 <유희왕> 연재 초기부터 지금까지 쭉 이어져 왔으며, <OCG>의 테마군이 인기를 끌면서 온갖 마이너한 테마에도 설정과 스토리가 덧붙여졌다. 

 

<듀링>은 탑 뷰와 쿼터 뷰 양쪽을 모두 제공한다. 탑 뷰는 상황을 알기 쉬워, 승리만을 추구하는 사람에게 적합한 시점이다. 쿼터 뷰는 몬스터의 일러스트가 도드라져, 캐릭터 게임으로서의 장점을 살리기에 적합하다. 

 

듀얼링크스의 금지 제한 시스템

금지/제한은 여태껏 유희왕의 그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예를 들어 <OCG>의 제한 카드는 덱에 1장만 넣을 수 있는 카드를 지칭한다. 제한 카드가 총 40종류 있다면, 덱에 종류 별로 1장씩 넣는 것도 가능하다. 반면 <듀링>의 제한 카드는 모든 제한 카드를 통틀어 단 한 장만 넣을 수 있는 카드를 말한다. 즉, 무슨 수를 쓰더라도 덱에 넣을 수 있는 제한 카드는 1장뿐이다.

 

준제한 카드는 합계 두 장까지.

 

이시즈의 '혜안'

미래를 보는 설정을 잘 녹여낸 캐릭터 스킬.

5턴 동안 덱 맨 위의 카드를 확인할 수 있다.

 

카이바 vs 이시즈의 대결

배틀시티 8강, 이시즈는 카이바가 패배하는 미래를 보고 듀얼에 임한다. 이시즈가 말하는 대로 듀얼이 흘러가자, 카이바는 당황하는데..... 원작의 스토리를 알면 재미가 곱절이 된다.

 

듀얼 중 정해진 대사를 읊을 수도 있다.

애니메이션 재현도가 뛰어나다 못해, 인성질까지 가능한 게 특징.

 

테마 덱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 '로너 덱 듀얼'

로너 덱 듀얼을 깨면 보석과 더불어 각 테마를 체험할 수 있다. 유희왕의 단골 컨텐츠 듀얼 퍼즐도 있지만, 묘수풀이의 재미는 줄어들고, 퍼즐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수준에 그친다. 아무래도 카드팩 홍보용 퍼즐로 기획된 것 같다. 퍼즐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참 안타까운 일.

 

파밍 시간이 제법 오래 걸린다.

<듀링>은 단순히 카드 배틀만 하는 게임이 아니다. 이 게임은 성장 요소가 많아 스테이지 개방, 캐릭터 해금, 캐릭터 스킬, 카드 수집 등 시간을 잡아먹는 컨텐츠가 많다. 제약을 많이 걸수록 점수가 높게 책정되기 때문에, 보상으로 NPC가 드랍하는 레어 카드나 보석을 얻을 수 있다. 이를 파밍이라고 부른다. 싱글 컨텐츠는 많지만 하나같이 노가다가 강제되는 데다, 재미 따위라곤 찾아보기 어렵다.

 

<듀링>의 NPC는 파밍의 대상일 뿐, 이겼을 때의 성취감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유희왕 5D's 스타더스트 엑셀러레이터, 2009>의 최종전, "LP 회복 없이 4연전"을 이겼을 때와 같은 뽕맛을 기대한다면 틀림없이 실망할 것이다. (물론 4연전을 가혹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듀링>은 재미없다고 스킵하는 게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지갑전사 역시 예외는 없다. 만약 사이버 드래곤 덱을 쓰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 듀얼 월드(GX) 스테이지 6을 달성

ⓑ 아래에 쓰여있는 5종류의 미션을 클리어 (에드, 강민, 요한 미션을 먼저 클리어해야 함)

ⓒ 헬카이저로 플레이하여 캐릭터 스킬 "사이버 스타일"을 드랍할 때까지 파밍한다.

이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사이버 드래곤을 쓸 수 있는 최소조건을 충족하는 것이다. 물론 쉽게 얻는 캐릭터도 있지만, 이런 요소가 있다는 것 자체가 큰 진입 장벽으로 다가온다. 사이버 드래곤 같은 인기 테마는 더더욱 부작용이 크다. 사드 보고 유입됐는데 정작 헬카이저 파밍 난이도가 극악이라니. 정 붙이기도 전에 떨어져 나가겠다. (나중에는 약간 보완되었다.)

 

  • 헬카이저의 캐릭터 해금 미션 : 듀얼 월드 (GX) 스테이지 6부터 진행 가능
미션1 헬 카이저를 상대로 융합소환을 3번 성공하세요.
미션2 에드 피닉스로 플레이하여,레벨 30 헬 카이저를 상대로 상대턴에 1번 승리하세요.
미션3 주다이로 플레이하여, 레벨 30 헬카이저를 상대로 한번에 3,000 이상의 전투 데미지를 가하세요.
미션4 강민으로 플레이하여, 헬카이저를 상대로 페어 사이크로이드를 1번 소환하세요.
미션5 요한 안데르센으로 플레이하여, 헬 카이저를 상대로 레인보우 드래곤을 1번 소환하세요.

싱글 게임이면 몰라도, PvP 게임에서 파밍을 어렵게 할 필요는 없었다. 

 

해금 조건 출처 : 나무위키 https://namu.wiki/w/%ED%97%AC%EC%B9%B4%EC%9D%B4%EC%A0%80(%EC%9C%A0%ED%9D%AC%EC%99%95%20%EB%93%80%EC%96%BC%EB%A7%81%ED%81%AC%EC%8A%A4)

아쉬운 번역의 질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게 한글 번역 문제다. 내가 번역해도 이거보단 낫겠다 싶을 정도로 심하다. 완료한 미션에 '레벨 30 유성을 사용하여 듀얼을 3번 승리하세요'로 되어있는 문구가 있다. 실제로는 유성을 사용하는 게 아닌, '레벨 30 유성을 상대로 듀얼을 3번 승리하세요'가 클리어 조건이었다. 대체 번역을 어떤 식으로 진행한 건지....

 

과거에는 어둠의 유희에서 어둠을 Odumui(오두무이)로 번역한다든지, 이슈타르 가의 충실한 종으로 살아온 리시드가 이시즈에게 반말을 한다든지 하는 사례가 속출했다. 전보다 나아졌다고는 하나, 오류는 여전했고, 신경이 거슬릴 때도 많았다.

 

이벤트의 한 장면

이벤트는 빈말로도 재미있다고 말하기 힘들지만, PvP 이벤트는 그나마 할만한 편이다. 가장 대표적인 PvP 이벤트는 KC컵과 라이딩 듀얼. KC컵은 월드챔피언십 티켓을 놓고 격돌하는 '진짜'들의 각축장이며, 라이딩 듀얼은 조금 다른 룰로 진행되어 신선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태그 듀얼 이벤트

태그 듀얼은 태그 포스 시리즈가 가장 유명하지만, <듀링>은 상황에 감정 이입하기 힘든 게임이다 보니 <태그 포스> 만큼의 재미를 느낄 수 없었다. 스토리 같은 걸 기대하면 큰코다친다. 흔히 스마트폰 게임, 온라인 게임들이 대개 그렇듯이 스킵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글의 퀄리티가 좋아야 읽을 맛이 나지...

 

이벤트 NPC를 잡으면 기간 한정으로 얻을 수 있는 카드도 있다.

어쩌다 한 번씩 좋은 게 풀리기도 한다. (예시 : 붉은 눈의 인사이트)

 

 

<듀얼링크스>는 <OCG>와는 발매 순서, 강한 카드가 엄연히 다르다. 오프라인 유저라면 도플 워리어, 데브리 드래곤, 인젝터 단셀을 고평가 하지만, 듀링에선 썩 좋은 카드가 아니다. 반대의 경우도 많다. 블랙 매지션, 해피 레이디, 시라누이는 <OCG>에서 강세를 보인 적이 없지만, <듀링>에선 한 가닥 하는 덱들이기 때문.

 

헷갈리는 텍스트

수호신관 마하드
이 카드가 전투 / 효과로 파괴되었을 경우에 발동할 수 있다. 자신의 패 / 덱 / 묘지에서 "블랙 매지션" 1장을 고르고 특수 소환한다.
유벨
이 카드가 파괴되었을 때에 발동할 수 있다. 자신의 패 / 덱 / 묘지에서 "유벨-다스 압쇼이리히 리터" 1장을 특수 소환한다.

마하드 : 이 카드가 전투 / 효과로 파괴되었을 경우에 발동

유벨 : 이 카드가 파괴되었을 때 발동

 

비슷한 문장이지만 효과 처리는 전혀 다르다. 유벨은 체인을 꼬면 타이밍을 놓치는 효과지만, 마하드는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발동할 수 있다. <OCG>와 마찬가지로 <듀링>도 이 복잡한 룰을 따라가지만, 게임이 알아서 효과 처리를 해주니 누구 말이 맞는가로 싸울 일이 없다. 룰 사기를 당할 일도 없다. 온라인 게임이기에 갖는 강점이다. 그렇다고 룰이 복잡한 게 해결되진 않지만...

 

<듀링>은 기존 유희왕 베이스의 그 어떤 게임보다도 뽑기 이펙트가 화려하다. 또한 N, R, SR, UR 같은 레어도와 별개로 윤광, 오색 같은 요소가 있어 카드를 수집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유희왕OCG에 없는 오리지널 카드가 존재

대부분 성능이 별로지만, 드물게 좋은 카드도 있다. 대표적인 예시가 카이트로이드.고유 카드는 대부분 성능이 별로지만, 대놓고 좋은 카드도 있다. 대표적인 예시가 카이트로이드. 구하기 쉬운 탓인지 준제 지정 이후로 지금까지(23년 10월) 석방되지 못하는 신세. 돈 안 되는 카드에게 자비란 없다.

 

결국 과금이 문제다

천장 있는 부스터 팩

한 상자에는 모든 카드가 들어있어, 바닥까지 긁으면 모든 카드를 입수할 수 있다. 가챠 게임의 천장 같은 개념이 여기에도 있었다.

 

소과금의 희망

상점에서는 신규 팩 + 범용 카드를 묶어서 팔기도 한다. 현금 구매만 가능하지만, 양심적인 가격에 번들을 살 수 있으니 안 살 이유가 없다. 다만 묶음 구성에 있는 카드 팩은 신규 팩을 껴주므로, 신규 팩에 내가 원하는 카드가 없다면 나중에 뜯는 걸 권장한다. 

 

모바일 게임인 만큼 과금이 얼마나 필요한지 궁금한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꽤 비싼 게임이다. 다만 무과금, 소과금으로 원활하게 플레이할 수 있으며, 다른 모바일 가챠 게임에 비해 과금 요소가 덜한 편이다. 콘솔 게이머 입장에서는 이게 말이 되나 싶지만, 모바일 게임 생태계가 그렇다. 이걸 좋아해야 되나 말아야 하나. 

 

팩당 가격은 1200원으로 국내 기준에선 제법 비싼 편이다. 그러나 전 세계 균일한 가격으로 책정되어 있어, 국가별로 반응이 제각각이다. 보통은 1200원씩이나 주고 구매하지 않고, 반값 할인, 리트라이 세일, UR 확정 타이밍을 노려 과금한다. 좀 더 과금해도 괜찮다면 일반 세일이나 셀렉션 팩을 노린다.

 

<듀링>은 게임 특성상 초반 노가다가 필수적이며, 무과금보다는 소~중과금이 효율이 좋다. 무과금을 선택했다면 첫 덱의 선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당신이 사이버 드래곤, 시라누이, 문라이트처럼 오랫동안 해 먹는 테마를 골랐다면, 보석을 오랫동안 모아 새로운 덱으로 넘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소과금은 스트럭쳐 중심의 덱을 추천하지만, 매번 유행이 바뀌는 만큼 미리 티어리스트를 체크해 보는 게 좋다. 스트럭쳐 덱이 필요 없을 수도 있다.

 

참고 사이트 : https://www.duellinksmeta.com/tier-list

맹신은 금물이지만, 초보자용 가이드로는 이만한 사이트가 없다.

 

소과금의 희망 브레이브 네오스

적은 돈으로 센 덱을 맞추려면 리세마라나 스트럭쳐 만한 게 없다.

 

Pay to Win의 대표, 데먼즈 체인

셀렉션 팩은 과거의 인기 카드를 모아놓은 특별한 팩이다. 당연히 초보에게 좋지만, 고인물은 중복 카드가 많아 꺼려지는 팩이다. 그럼에도 거를 수 없는 이유가 있다.

 

셀렉션 팩에는 셀렉션 팩에만 들어가는 선행 발매 카드가 있다. (몇 달 뒤에 정규 팩으로 재출시된다.) 게다가 기간 한정이다. 그중에는 꼭 '데먼즈 체인' '달의 서'처럼 강한 카드가 있기 마련이다.

 

셀렉션 팩은 KC컵을 앞두고 출시된다. KC컵은 명실상부 <듀링>의 축제다. (상위 입상하면 월드챔피언쉽 출전권도 준다.) 데먼즈 체인, 달의 서 없이 KC컵을 뛴다? 솔직히 버겁다. 보석을 모아 구입할 수도 있지만, 셀렉션 팩은 최대 10팩까지만 뜯을 수 있다. '달의 서' 를 2~3장 모으고 싶다면 무과금으로는 택도 없다. 

 

논란의 주인공 셀렉션 팩

마치 할 게 못 되는 게임처럼 보이지만, 게임의 재미는 흔한 모바일 게임과는 격을 달리한다. 겉모습은 캐주얼한 유희왕 게임 같아도, 막상 속을 들춰보면 파고들 게 많은 게임이다. KC컵이나 토너먼트를 뛰다 보면 미세한 차이 때문에 승패가 갈리는 걸 자주 느끼게 된다.

 

<OCG>는 카드의 발동 타이밍이 유연하다. 즉, 어떤 타이밍에 카드를 발동하느냐에 따라 실력이 갈린다. <듀링> 또한 처음에는 캐주얼하게 느껴지지만, <OCG>에서 유래한 게임답게 파고드는 맛이 있다.

 

<OCG>는 다른 마나 기반의 카드 게임과는 다른 재미가 있다. 우선 턴 제약이 약하고 직업, 진영, 마나의 제한이 없어 덱 빌딩이 자유롭다. 어떤 카드라도 같이 조합해 쓸 수 있다는 점이 <OCG>의 매력 포인트다. 첫 턴부터 풀 전개를 하는 즐거움. 유희왕 특유의 선을 넘는 카드 밸류는, 욕을 하면서도 빠져드는 막장 드라마와 비슷한 면모를 보인다.

 

 

P2W 게임의 한계

마지막으로 이걸 꼭 짚고 넘어가고 싶다. 오프라인 때도 그랬지만, 온라인 게임이 되면서 더더욱 심각해진 문제다. 카드게임은 새 카드를 찍어내기 때문에 예전 카드의 가치가 폭락하는 일이 흔하다. 오프라인에서 제한 카드가 되면 가치가 크게 떨어지지만, 실물 카드가 없어지는 건 아니다. 적어도 컬렉션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듀링>에서 ⓜ이라는 강력한 카드를 출시했다고 치자. 나는 ⓜ의 성능을 보고 30만 원을 써서 세 장을 맞췄다. 3개월 후 새롭게 발표된 금지, 제한 리스트에 ⓜ이 들어갔다. 카드게임에서는 흔한 일이지만, <듀링>은 오프라인 카드게임과는 엄연히 다르다. 반영구적으로 남는 실물카드와 달리 데이터는 언젠가 없어지기 마련이다. 컬렉션 용도로도 부적합하다.

 

상품을 팔았으면 최소한의 품질보증 기간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비싼 UR카드를 제재했다면, 그 카드를 가진 사람들에게 드림티켓(카드 선택권), 보석 같은 충분한 보상이 있어야 한다. 상품의 가치를 보고 구매했더니 두 달 만에 가치가 폭락했다. 직접적으로 너프 했을 수도 있고, 간접적으로 가치를 떨어뜨렸을 수도 있다. 

 

코나미 또한 비판 여론을 인식한 탓인지, <유희왕, 마스터듀얼, 2022>은 훨씬 납득 가능한 제재 보상을 제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비판 여론은 끊이지 않는다. (왜 UR은 제재 안 하냐느니, 신팩은 깽판 쳐도 처벌하지 않는다느니 등등...) 결국 P2W 게임은 어쩔 수 없는 것일까?

 

 

 

 

평가 점수 : ★★★

카드게임이 점점 쉬워지는 추세다. <하스스톤> <섀도우 버스>보단 어렵고, 오프라인 카드게임 <MTG> <유희왕 OCG> <(구)디지몬>보다는 쉽다. 캐주얼과 마니아를 동시에 사로잡으면서, 스마트폰 특유의 접근성까지 겸비한 보기 드문 게임이다.

 

그러나 스테이지 초중반의 구성은 흥미를 팍팍 떨어뜨린다. 지루하다고 스킵할 수도 없다. 궤도에 오르면 가볍게 한 판 할 수 있는 게임이지만, 길고 지루한 파밍 구간은 가벼움, 상쾌함과는 거리가 멀다. 대전할 준비만 줄창 하다가 게임을 접는 뉴비를 여럿 보았다. 과금이라도 착하면 모를까, 셀렉션 팩으로 과금을 유도하는 구조도 불쾌하게 느껴진다.

 

마나 제한이 많은 여타 게임들과 달리 유희왕은 자원에 대한 제약이 매우 적은 편이다. 때로는 혼자 노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시원시원하게 카드를 마구 사용하는 게 유희왕의 묘미이기도 하다. 여기에 유희왕 프랜차이즈가 쌓아 올린 레거시가 더해졌다. 여타 TCG에 비해 캐릭터성이 극대화된 것이 바로 유희왕이다. 비록 전략 전술의 다양함은 <OCG>만 못하나, 캐주얼을 추구하면서 생긴 필연적인 결과물이다. <OCG>에선 만년 쭈구리 신세였던 레드 데몬즈가 잭 아틀러스의 서포트에 힘입어 맹위를 떨친다. 애니메이션에서 볼 법한 광경이 <듀링>에서 펼쳐지는 것이다. 캐릭터의 개성이야말로 <듀링>의 원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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