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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리뷰

뮤제닉스 (2026)

by 눈다랑어 2026. 4. 15.

 

첫 만남에서 뮤제닉스는 낯익은 모습이었다. 좁은 타일 위에서 벌어지는 턴제 전투, 살아 돌아오기만 해도 의미가 생기는 로그라이트식 귀환. 아이작의 번제를 만든 맥밀런 작품이라더니, 어째 아이작보다 인투 더 브리치를 떠올리게 한다. 분위기는 또 어떤가. 귀엽다기보다 기괴하고, 즐겁다기보다 불안하다. 그래서 처음엔 이 작품을 "정신 나간 고양이 전술 로그라이트" 정도로 받아들였다.

For English readers:
This article argues that Mewgenics is less about winning battles than about building and testing bloodlines. Its most distinctive achievement is the way it merges genetics and tactical combat into one long gameplay loop, even if the late-game pressure and fatigue remain serious flaws.

 

그런데 오래 붙들고 나면 알게 된다. 이 게임의 본체는 전장이 아니라는 것을. 전투는 분명 중요하지만, 더 오래 남는 것은 개체 하나의 활약이 아니라 그 뒤에서 이어지는 혈통의 흐름이다. 이 기묘한 게임은 나를 고양이 집사로 남겨두지 않고, 고양이 농장의 관리자로서의 초대장을 내민다.

 

 

* 애착과 거부감

은퇴 고양이 25마리를 요구하는 '하수구 퀘스트'

 

From attachment to sacrifice

<뮤제닉스>는 생존 드라마를 만드는 데 능숙하다. 예컨대 챕터 1은 세 개의 스테이지로 구성되어 있는데, 하나만 깨고 집으로 돌아와도 충분하다. 그래서 '억까'를 연속으로 맞으면 목표는 '완벽한 클리어'가 아니라 "어떻게는 얘를 살려서 데려오자"로 바뀐다. 애착도 그래서 생긴다. 실패란 곧 고양이의 죽음으로 이어지니까.

 

고양이들은 쉽게 병들고, 때로는 허망할 정도로 순식간에 죽는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이미 괴로워 미치겠는데, <뮤제닉스>는 집 확장과 상점 확장을 위해 고양이를 대량으로 보내라고 요구한다. 그것도 초반부터. 이쯤 되면 죽음은 비극이 아니라 재화처럼 보이기 시작한다. 진행을 위해 고양이를 족족 제물로 바쳐야 한다는 뜻이니까. 

 

나로서는 거부감이 느껴지는 전개다. 잔인해서가 아니라, 막 애착이 생기던 존재를 시스템이 숫자로 환원해버리기 때문이다. 로그라이트는 실패가 '다음 판의 기대'를 만드는 장르인데, 이 시점에서 <뮤제닉스>는 기대보다 상실을 먼저 체감케 만든다.

 

초반에는 눈앞의 고양이만 보였다. 누가 죽었고, 누가 살아 돌아왔고, 누구를 포기해야 하는지가 전부였다. 그런데 몇 세대쯤 지나고 나면, 이상하게도 고양이 한 마리 한 마리보다 그 뒤에 이어지는 흐름이 더 크게 보이기 시작한다. 

 

 

* 중반: 유전의 해독, 개체에서 혈통으로

유전 법칙은 어디까지 적용되는가


From individual cats to bloodlines

중반부터 <뮤제닉스>는 외모조차 다르게 읽히기 시작한다. 처음엔 그저 기괴한 외모와 랜덤의 산물로 보였던 것들이, 어느 순간부터는 혈통의 흔적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박쥐 귀를 한 고양이가 태어났을 때, 그건 더 이상 기괴한 외모의 문제가 아니었다. 몇 세대 전 조상에게서 사라진 줄 알았던 흔적이 뜬금없는 순간 다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그제야 깨닫게 된다. 이 게임이 끝내 들여다보게 만드는 것은 고양이 한 마리가 아니라, 그 뒤에 이어지는 가계라는 사실을.

 

가장 큰 비극: 가계의 소멸

그때쯤이면 애착의 대상도 달라진다. 초반에는 당연히 개체에게 마음이 쓰인다. 네눈박이 고양이의 사례는 내게 쓰라린 기억으로 남았다. 네눈박이, 징그러우면서도 강한 희귀한 개체였다. 나는 그 고양이를 베이스로 자손을 불렸고, 시간이 흘러 아비가 죽었다. 네눈박이의 자식은 둘이었는데 여기서 큰 실수를 했다. 나는 모든 자손을 한 전장에 내보냈고, 원정의 결말은 비극이었다. 로드가 없는 게임에서, 내가 잃은 것은 자원 몇 개가 아니었다. 몇 세대에 걸쳐 겨우 키워낸 가능성이, 내 지나친 욕심 때문에 통째로 사라진 것이었다.

 

 

* 후반: 전투와 교배, 맞물리는 루프의 완성

독특한 고양이는 곧 실험을 부른다.

 

Where tactics and genetics become one loop

후반에 들어서면 이 게임의 무게중심은 다시 전장으로 돌아온다. 초반의 전투가 그저 생존을 위한 발버둥이라면, 후반의 전투는 내가 오랫동안 준비한 가계가 실전에서 어떻게 증명되는지를 보는 검증의 무대다. 

 

첫 턴에 두 번 공격하는 고양이, 꼬리에 출혈이 붙은 고양이, 일정 확률로 기본 공격이 한 번 더 나가는 개체... 그들이 전투를 어떻게 바꾸는지 본 순간, 교배는 실험실 놀이를 벗어나 어엿한 준비 과정으로 우뚝 선다. 이때 <뮤제닉스>는 실험작의 외피를 벗고, 전술 게임과 유전 시뮬레이션을 하나의 긴 루프로 완성해낸다.

 

 

* 한계: 긴장과 피로, 보상 약화의 그림자

<뮤제닉스>는 중독과 독성을 한 몸에 지닌 게임이다. 나는 초반에 놀라고, 5시간도 채 안 되어 실망하고, 중반에는 과몰입하여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겼다. 그러다 장기 플레이에 들어갔을 때, 이 게임의 단점도 분명해진다. 엔딩은 너무 오래 걸리고, 긴장은 좀처럼 풀리지 않으며, 플레이어가 충분히 강해진 뒤에도 피로는 쉽게 줄지 않는다. 보통은 내가 세지면 플레이도 어느 정도 수월해져야 한다. 그런데 <뮤제닉스>는 강해진 뒤에도 좀처럼 안락함을 허락하지 않는다.


문제는 이 피로가 후반에만 생기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뮤제닉스>는 전반적으로 긴장을 반복시키는 구조가 강한 편인데, 그에 비해 숨을 돌리게 만드는 지점은 충분하지 않다. 안 그래도 던전 한 번의 플레이타임이 30분을 훌쩍 넘는데, 그 안에서 조심스러운 판단을 계속 요구받는 일은 꽤나 버겁다. 그래서 이 작품의 피로는 단순히 엔딩이 길어서 생기는 문제가 아니라, 초중반부터 완급 조절이 빡빡하게 짜여 있다는 데서 출발한다.

특히 후반부엔 그 문제가 더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도전-도전-도전이 아니라 파밍-파밍-도전의 루틴이 반복되기 쉽기 때문이다. 나는 새 지역에 도전하고 싶은데, 상황이 받쳐주지 않자 어쩔 수 없이 쉬운 지역으로 내려가야 했다. 이 구조는 분명 약점이다. 이 작품도 그걸 아는지 끊임없이 새로운 요소를 내놓는다. 그럼에도 노력에 비해 보상이 약하다는 느낌은 완전히 지워지지 않았다. 결국 <뮤제닉스>의 문제는 긴장의 유무에서 비롯되지 않는다. 진짜 문제는 그 긴장을 중간중간 풀어주고 다시 조여야 할 리듬을 충분히 마련하지 못한 채, 장시간 동안 버티게 만든다는 데 있다. 이건 이 게임의 가치를 깎는 결함이자, 플레이어를 끝까지 압박하는 방식이 지나치게 단선적이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평가점수 ★★★★★

솔직히 말하면, 이 게임은 여러 번 짜증을 유발했다. 하수구 퀘스트는 과했고, 후반부의 피로감도 분명했다. 그런데도 손을 놓기 어려웠다. 이런 불만이 쌓이면 대개 손을 놓기 마련인데, <뮤제닉스>는 그걸 넘어서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었다. 교배 시뮬레이션과 턴제 전략 전투가 따로 놀지 않고, 서로를 밀어 올리는 구조가 워낙 강했다. 가계를 만들고, 전장에서 시험하고, 그 결과를 다시 다음 세대에 반영하는 흐름은 묘하게 사람을 붙든다.


중요한 건 이 게임의 거침을 전부 같은 성질로 볼 수 없다는 점이다. 개체를 아끼던 감정이 어느 순간 혈통 전체를 보는 시선으로 바뀌고, 생존을 위한 전투가 나중에는 내가 길러온 가계를 검증하는 자리가 된다는 점은 이 작품의 강점이다. 플레이어를 쉽게 안심시키지 않는 방향성 역시 이 구조와 맞닿아 있다. 그러나 그와 별개로, 후반부의 피로와 단선적인 압박은 분명한 약점으로 남는다.

그럼에도 내가 이 작품을 높게 사는 이유는 분명하다. <뮤제닉스>는 전술 게임과 유전 시뮬레이션을 나란히 늘어놓는 데서 멈추지 않고, 둘을 하나의 긴 루프로 결합해낸 드문 게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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